*2부는 유료 공개입니다.*

*본 플레이 로그에는 팀 라퓨타 - 12시의 도밍게즈 2부의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변형이 된 부분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며 이는 시나리오의 저작권과 의도를 해칠 의도가 없었음을 명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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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OF CTHULHU 7TH EDITION
 
2024. 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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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계절은 겨울
 
여느 때와 같은 밤. 겨울이 한창인 12월의 끝자락입니다.
 
날이 추운 탓에 웬만하면 외출을 자제하라고 안내문자가 뿌려지는 시기예요.
 
창밖을 내다보 면, 뿌연 회색 하늘이 구름을 잔뜩 끌어안고 있습니다.
 
눈이 함빡 올 것 같은 데, 정작 내리지는 않습니다.
 
얼마나 더 기다리게 하려는 셈일까요?
 
개인실(두 사람은 1년간 그대로, 같은 방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교실, 복도, 식당, 훈련실.
 
하지만 어디에 있건 곁에는 폭스트롯이 있습니다.
제이슨과 폭스트롯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참입니다.
 
정확히는 둘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창 밖을 보고 있던 참이에요.
 
얼마만의 휴식인지 모릅니다.
 
적어도 옆에 있는 폭스트롯에게는요.
 
매번 함께 밤을 보내던 폭스트롯은 이전,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새벽에 들어온다거나 아침 일찍 나가서 얼굴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럼에도 제이슨에게 향하는 애정은 이전과 다름 없는, 아니 어쩌면 더 깊은 모습을 보였으니...
 
그러니 지금을 즐깁시다.
 
오랜만의 휴식이잖아요.
 
폭스트롯:(슴박이다가 턱 괴었다. 당신 빤히 보는 듯.) 요즘 날씨가 꽤 추운데... 아리, 괜찮아? 추위 타면서.
 
제이슨:(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다 흘끗 보고는) ...그래도 바깥 공기 직접 맡는 것 아니면 견딜만 해.
그나저나... 나한테 괜찮냐고 물어본 거야? 추위는 둘째 치고, 매번 그런 피곤한 몰골 한 사람이. (어딘가 불만스러운 얼굴이다.)
 
폭스트롯:그럼 다행이네. 건물끼리 간격도 그리 멀지 않기도 하고... (말 주욱 늘리며 느리게 눈 감았다가 뜨기를 반복한다. 뻑뻑해..) 이제 익숙해서 괜찮은데? 하루 푹 쉬면 이것도 다 괜찮아져. 음- 하루 날 잡아서 아리 안고 하루 종일 자야겠다. 어울려 줄 거지? 어디가지 말고 같이 있어주기, 어때?
 
제이슨:내가 거절한 적 있던가... 새삼스럽게. (손 뻗어서 피곤이 여실히 묻어나는 눈가를 엄지로 살살 눌러준다.) 다른 타이머들도 그 정도로 바빠? 익숙한 것하고 편한 건 다른 문제잖아.
도울 수 있는 거면 말을 하라니까. 혹시 위에서 부당하게 부려먹는다거나... (말 끝을 흐리며 살짝 스산한 눈.)
 
폭스트롯:맞지. 새삼스럽지만 물어봤어. 원하는 답 듣고 싶어서. (으응, 그러면 나 화장 번지는데. 그리 웅얼거리면서도 얌전히 손길에 제 얼굴 내맡겼다.) 아니-. 나랑... 멜이랑... 아르갈리아 정도? 미리 말 해두는 것이지만 위에서 무언가 시키는 것은 아니야. 셋이서 정한게 있어서 조금 바쁘게 움직이는 거지. ... 아리랑 그만큼 같이 못 있는게 아쉽지만.
(어쩌면 익숙한 맹충. 표정이나 되었다가 가벼운 웃음소리 냈다.) 나 아리가 해줬으면 하는 거 있는데. 들어줄래? 아주 쉬운 일일 거야.
 
제이슨:(화장으로 다려도 다 티 난다는 거 아니야. 가볍게 타박하 듯 툭 뱉으면서도 조심스럽게 두어 번 건드리다 손을 내린다.) 자발적으로 한다는 소리? 그런 거라면 더 우릴 부르지. ...못 믿어서 그런 거야 아니겠지만, 나만 몸 편하게 기다리는 거 불안하기도 하고. (어디까지나 네 몫이니 강요는 할 수 없지만 역시 아침 밤 사이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은 욕심은 있으니. 가만히 끄덕이기나 한다.)
뭐든 못 할 건 없겠지만... 들어보고. 뭔데?
 
폭스트롯:(내려가는 당신의 손을 제 손으로 감싸 쥐었다. 손등을 두어번 도닥였나.) 너희를, 우리를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속 시끄럽게 만드는 소리들 듣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조금 있으면 너도 열심히 일해줘야 하니까 지금은 만끽하도록. 아, 이제는 조금 시간 있으니까 같이 있을 시간도 늘 거야. 어느 정도 정리가 됐거든. (완전히는 아니지만. 걱정 말라는 듯 있다가...)
(손등 도닥이던 손 들어서 한바퀴 빙글, 손목 돌린다. 이어진 핑거스냅. 어디서 꺼냈는지 빨간 장미 한 송이를 눈 앞에 보였다.) 이번에 프롬파티 있잖아. 같이 가줄래? 우리가 타이머와 카운터로서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프롬포즈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야. 어떠신가요, 내 아리?
 
제이슨:...그거야 나한테는 별 문제도 아닌데. 가끔은 혼자 쉬게 둬야하나 싶을 정도였다니까... 이제 좀 덜하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내 할 일이 아예 없는 거였으면 좀 슬플 뻔했어.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네며 손바닥을 보이게 뒤집으려다 들리는 손목에 멈칫 했다. 곧 나타난 장미 한 송이와 당신의 얼굴을 번갈아 빤히 바라보고는) ...
뭐... 그야 이쪽의 영광이라고 해두죠. (웃을 듯 말 듯한 얼굴로 빨간 장미를 툭 건드렸다. 어디서 마술같은 걸 보고 해보고 싶었던 건지...) 너무 당연한 걸 묻는 것 아닌가? 거절하면 혼자 있으려고 했어?
 
폭스트롯:내가 싫어. 그런 소리 하는 이들의 입을 죄 막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너도 내가 쓴소리 듣는 것은 좋아하지 않을 거잖아. (뻔뻔하게 투덜거리기나 했다가) 이제 우리도 성인이니까 쉬어주어야 하는 시간이지. 성인 이후엔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엄청 바쁠게 분명하잖니. 난 지금의 너와의 시간을 조금 더 즐기고 싶어. (물끄러미 보다가 하하!)
예쁘지? 베베한테 배웠어. 너한테 깜짝 선물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알려주더라. 손재주가 없어서 구박을 좀 당하긴 했지만 뭐 어떠니. 성공 했으면 그만이지. (어.....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 당연히... 받아줄 거잖아...) 벽의 꽃, 이 됐겠지? 아주 슬퍼서 첫 춤을 다른 사람한테 주고 싶었을지도 몰라. (물론 농담이다.)
 
제이슨:맞는 말이긴 한데, 그것도 나만 듣지 않게 조심하면 되는 일 아닌가? 어쩔 수 없는 거라도 혼자 고생하는 거 별로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이러지. (투덜거려야 하는 게 어느 쪽인지... 속으로 궁시렁댔다가) ...그렇게 마음 먹었으면 이제 좀 편하게 쉬어. 나야 네가 떼어놓고 가는 그 시간 아니면 옆에서 멀어질 일도 없으니까. (음.) 성인이 되면... 우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나 써먹으려 들까.
네가 성공했다는 점에서 어설프다기보단 더 신기한 느낌이긴 해. (슬쩍 놀리며 장미를 제 손으로 옮겨 가져간다. 파란 장미를 단 채로 빨간 장미를 주고 받는 그림은 좀 어색하려나? 생각하다가) ... ...혹시나 첫 춤이 다른 사람에게 갔으면 프롬 내내 우리 만나지도 못 할 뻔했다. 아주... ...다행이네.
 
폭스트롯:... 알겠어. 다음 번에는 아리도 도와줘. 사람 구슬리는 거, 자신 있었으면 좋겠네.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한숨이나 폭 내쉬었다.) 아리 옆 떠날 일 없을 거야. 요즘도 아니지. 계속 아리 테라피 못 받아서 아주아주 피곤해졌으니까. 데이트라도 갈... 아, 추우니까 그건 무리려나. (머리 돌돌 굴리다가) 자연 재해들이 일어나거나 사고가 일어나면 그곳에 불려가서 수습을 하는 것이 주된 일일 거야. 그거 외에도 광고 찍는 것도 있고... 여러가지 방송에도 나가야 하고. 어디서든 우리를 필요로 하니 기대에 보답해야지.
내 손재주에 다른 의미로 감탄을 하다니. (솔직히 성공할 거라고 자기도 생각 못 해서 큰 반박은 없었다. 칫...) ... ... ... ... 그건, 좀... 곤란해. 자신의 연인에게 첫 춤을 주지 않는 신사가 대체 어디에 있담? 다행이네. 내가 멍청한 짓 하는 놈팽이가 아니라서.
 
제이슨:... (사람을 구슬리는 일이라면 확실히 곤란한 카테고리기는 한데... 입에 기름칠은 나름 할 수 있으니 상관없나.) ...내 추위 때문에 데이트 못 나갈 걱정은 왜 해? 어차피 다 싸매고 나가면 그만이고... 계속 같이 있어줄 성능 좋은 난로도 있는데. (깜빡) 능력도 능력이다보니 그래도 전보다는 날씨에 익숙해졌어. ...일하기 싫어서는 아니지만... 크게 수습해야 할 일이 별로 없었으면 좋겠네. (사람들은 알까. 저들이 새로 열광하기 시작한 카운터가 그런 존재라는 걸. 가라앉은 눈은 아주 잠깐 뿐, 다시 약한 웃음을 띠며 장미 향을 조금 맡아본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사람들 다 아는 사실인데 뭘 새삼. 그렇게 따지면... 내가 네 파트너 신청을 거절하는 쪽이 더 몹쓸 짓 아니었을까. (곰곰) 그나저나... 여기에서도 일반적인 프롬파티를 여나 싶어서 처음엔 조금 놀랐었지.
 
폭스트롯:(말갛게 당신 보다가 고개 기울인다. 너라면 할 수 있겠지. 그저 당신이 쓴 소리만 듣지 않았으면 했다. 좋아. 그럼 귀는 내가 막아줘야지. 곰곰 고민을 하다가 음? 난로? 곧이어 웃어버렸다. 제 양 손으로 당신의 뺨을 감싸더니) 그렇지. 성능 좋은 난로가 있었어. 추우면 말 하렴. 2시였으면 조금 더 좋았겠지만... 네가 익숙해졌다면야. 큰 일은 나도 없었으면 좋겠어. 평화롭게 날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지. (미묘한 눈을 당신을 빠르게 훑더니 몸 뒤로해서 의자 등받이에 몸 깊게 묻었다. 언제나처럼 의미 알 수 없는 미소나 띄웠고.)
네가 거절 안 할 것을 알고 한 거긴 했지만... 널 다른 사람한테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단 말이야.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러지도 않을 거고. 그러니 아리, 너한테는 프롬포즈를 받아주는 것과 받아주지 않아서 심통난 날 감당하는 선택지 뿐이었다, 이거지. (아.) 타이머와 카운터만을 위한 프롬 파티래. 성인식이랑 졸업식 겸 해서 말이야.
 
대화를 나누는 폭스트롯과 제이슨의 관계는 무언가 달라졌을 겁니다.
 
어쩔 수 없죠.
 
모든 것을 알고 난 후에도 마냥 처음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어른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눈이 쌓이고 녹듯 소리 없이, 흔적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라곤 하나 없어요.
 
헤르만 헤세(도밍게즈에는 그런 이름의 소설가가 없지만)의 말마따나, 새는 알을 깨고 태어납니다.
 
알은 새의 세계이고, 태어나는 모든 것들은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해요.
 
새는 신에게로 날아가지만, 제이슨은 신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얄팍한 차이점이 있군요.
 
세계를 파괴하고 싶건, 구원하고 싶건, 시간은 흐르고 흘러 폭스트롯과 제이슨도 어른이 될 밤을 가까이 두고 있습니다.
 
18살이 끝나는 겨울의 마지막 날!
 
도밍게즈는 어제까지 아이였던 이를 축하하는 성인식을 치릅니다.
 
DOT의 졸업식도 같은 날 거행됩니다.
 
제이슨, 어른이 되고 싶어요?
 
제이슨:(이미 알아버린 그 순간부터 아이인 채 머무를 수는 없었겠지...)
 
...그래요.
 
더 이상 아이인 채로 머물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른이 될 수는 있을까요?
 
만들어진 생명체 또한 성장하는지, 폭스트롯과 제이슨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머리카락도 손톱도 자라고, 1년 사이 아주 조금 키가 컸으니까……
 
추측하건대, 평범하게 자라는 것 같습니다.
 
늙어가는 건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성인식을 기대하고 있나요?
 
졸업식 이후, 폭스트롯과 제이슨은 정식으로 임관을 받고 도밍게즈의 구원자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막중한 임무를 앞둔 셈이죠.
 
제이슨: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인식에서는 ‘꽃을 선물하고, 축하의 말을 건네고, 가까운 이가 애정을 담아 입 맞추는 것이 전통’입니다.
 
이번 성인식은 타이머와 카운터들끼리만 치루니... 꽃이라도 골라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이슨:(평범하게 졸업하고도 계속 군에 있을테고... ...연인 사이에 더 어울리는 꽃이 좋나.)
(묵묵히 받은 장미꽃을 바라보다 제 머리에 달린 장식을 무의식적으로 건드린다.)
...
 
폭스트롯:(힐끔 당신 보았다가 손 뻗어서 볼 문지른다.) 무슨 생각 해?
 
제이슨:어? ... ...아무 것도. (가까운 이가 애정을 담아... 타이머와 카운터끼리가 일반적이려나.)
(굳이 그걸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인데 감사하지만... 제 볼에 닿은 당신의 손 잡아, 고개만 슬금 돌려 손바닥에 입술을 묻는다.) ...
그냥... 차라리 빨리 성인식이 지났으면 싶기도 하고. (성인이 된다고 달라질 것도 없겠지만.)
 
폭스트롯:응... 성인식, 빨리 지났으면 좋겠네. (손바닥부터 퍼지는 간질거림이 심장께에 닿아서 마른 침이나 삼켰다. 진정하자. 아직... 아직 여기 다른 애들이 있으니까...)
 
제이슨:(무슨 생각 하는 지도 모르고 한동안 당신의 손만 붙든 채 작게 숨만 내쉬고 있다. 한숨처럼 떼어 내려놓은 뒤에도 놓지는 않고.)
그래도 내가 아직은 평범한 사람 같아서 다행이지.
 
폭스트롯:(손 꼭 잡은 채로 내려간 손을 응시한다. 어쩐지 익숙한 무게감이다. 마음을 짓누르는지, 어깨를 짓누르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무게감에 숨 몰아쉬었다.) 너는 그냥 너야, 아리. 정말 네 존재가 무엇이든 그건 상관이 없어.
 
흘러가는 듯한 목소리가 지나가고, 익숙한 인영이 둘의 사이에 끼어듭니다.
 
베니: 야. 사이 좋고 꽁냥질 하는 와중에 미안한데. 밥 먹고 해라. 석식 시간이야.
 
멜: 사이 좋아 보이는 거 떼어두지 말라니까 그러네! 그냥 우리끼리 가자고 했잖아!
 
유진: 그럼 우리끼리만 가니? 쟤네 버리고? 의리 없게 굴지 말려무나.
 
제이슨:(꽁냥질...) ...아냐. 다 같이 가는 편이 낫지.
(맞지? 하는 얼굴로 당신을 돌아본다.)
 
폭스트롯:(손 한번 꼬물 거렸다가 꾹 잡고 끄덕.) 두고 갔으면 나중에 잔소리 했을 거야. 가족을 굶기려 하다니. 못됐군.
 
베니: 맞아. 의리 없는 자식들아. 아무리 점마들이 바퀴벌레 같애도 어! 식사는 챙겨야 한다고!
 
제이슨:바퀴벌레라니, 그건 좀... (항변)
 
은하제: 그럼 뭐 할래요? 돈벌레?
 
제이슨:왜 벌레에서 못 벗어나는 건데. ...배고프겠다. 빨리 다 나가. (와르르 몰린 사람들 등 떠민다.)
 
다른 이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교실을 나갑니다.
 
자신이 인간이 아님을 받아들인 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뇌하는 이...
 
함께 뭉쳐서 상처를 보듬는 이들입니다.
 
제이슨이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였던 간에, 우리는 함께하고, 이후에도 함께할 것은 분명합니다.
 
밖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보면, DOT의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합니다.
 
직원들이 여기저 기 뛰어다니고, 연구원들도 무언가를 떠들며 바쁘게 걸음을 옮깁니다.
 
제이슨: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괜찮을지 모르겠어. 다들 무서워할 텐데.”
 
“그래도, 본보기로는 확실할 테니까…….”
 
“수도는 여태까지 제일 안,”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곧 타이머들과 카운터들을 눈치채고 입을 다뭅니다.
 
제이슨:..? (티나지 않게 떠드는 사람들을 흘끗 곁눈질 했다.)
본보기라는 게 무슨 말이지..?
 
폭스트롯:(이야기 하던 이들을 가만히 보다가 눈 돌렸다. 당신을 잡은 손에 미약하게 힘 준다.) ... ...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말이네. 난, 잘 모르겠어.
... 궁금하니?
 
제이슨:안 궁금하다면 거짓말이겠지. (손 내려다보고는 한 박자 늦게 꼭 맞잡아 걷는다.) ...너도 모르는 이야기면 굳이 생각 안해도 돼.
 
폭스트롯:네가 궁금했으면 물어봐도 괜찮았을텐데. 사실대로 대답을 해줄 것 같지는 않지만. (가만히 당신을 따라갔다. 이래저래 일이 많네~. 라며.) 내가 깊게 생각 하는게 싫은 거야?
 
제이슨:...솔직히는 그래. 지금도 생각할 거 많잖아. 뭐... 괜한 거짓말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있을까. (생각하는가 싶더니 잠깐만, 손을 슬며시 놓은 채 수다떨던 사람들에게로 다가간다.)
... 방금, 무슨 말인가요? 다들 무서워할 거라는 거.
 
직원 1: 아, 그러니까... 준비할 게 많아서, 바쁘단 얘기 중이었어요. 곧 졸업식이고, 정식 임관을 받잖아요. 프롬도 준비하고, 타이머와 카운터가 필요한 곳의 리스트를 정리하고, 새 제복도 맞춰야 하니까...
 
직원 2: 다들 첫 임무가 버겁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무섭잖아요, 사고라는 거.
 
제이슨: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그들은 어째 제이슨을 조금 불편하게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시선도 맞추지 않고 있으니까요.
 
그때, 제이슨의 뒤에서 은하제가 소근거립니다.
 
은하제: 누가 하나 죽은 것 같더라고요. 물론 이건 비밀. 알죠?
 
제이슨:... (마찬가지로 작게 목소리를 낮춘다.) 이번에? 어쩌다가?
(아니, 그 전에 넌 어떻게 아는 거야.)
 
은하제: 글쎄요. 사건 사고 많은 곳이잖아요. ...그거 외에... 입막음도 있을 거고? 이런 곳에서 사람 죽었다고 하면 여러 가설이 나오는 법이죠! (히죽거리며 웃었다.) 정보 출처는 벽에 있는 귀인 법! 물론 믿거나 말거나!
 
제이슨:뭐... 그렇긴 한데. 어차피 숱하게 볼 광경이라면 굳이 저렇게 숨길 이유가 있나... 더 신경쓰이게. (쯧.) 본보기란 말도... 조심하라는 의미 치곤 좀.
큰일만 아니라면 상관은 없겠지만... (어딘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듯 중얼거리기나 한다.)
(놓았던 파트너의 손을 다시 찾아가선 금방 멀끔한 얼굴.) 역시 별 얘기는 안 해주네.
 
폭스트롯:(다른 이들과 이야기 하고 있다가 당신 손 꾹 잡아냈다.) 그랬어? 별 일은 아니었나 봐. 이제 가자. 별 일이야 있겠니.
 
제이슨:(사람이 죽었다면 별 일은 맞겠지... 굳이 말로 꺼내지는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치면, 맞은편 복도에서 누군가 휘청거리며 걸어옵니다.
 
술이라도 마신 것처럼 걸음걸이가 위태롭습니다.
 
익숙한 모습을 보니... 애쉬입니다.
 
창틀을 잡고 느릿느릿하게 걷는 애쉬는, 내내 바닥에 시선을 처박고 있습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일하는 날이 아닌지 가운을 입지 않은 가벼운 차림새입니다.
 
폭스트롯:애쉬? 상태가 안 좋아보이는데. (당신 손 살그머니 당겼다. 무언의 허락이라도 받는 듯.)
 
제이슨:(빤히 당신에게만 시선을 두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라도...
 
애쉬가 근처에 오자 폭스트롯이 슬그머니 다가갑니다.
 
제이슨: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고개를 푹 숙인 탓에 머리카락이 드리워서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무어라 둘이 이야기를 나누자 곧이어 얼굴을 듭니다.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술기운에 휘청거리면서도 발음은 분명하고, 경계심도 상당합니다.
 
제이슨:
말재주
기준치: 55/27/11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뭔가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묵묵히 바라보다) ...
아무 이야기 안하고 고민 들어주는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원하면.
 
애쉬: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입 다물기를 반복한다. 끝내 꺼낸 이야기라고는,) 그냥, 정말…… 별거 아니야. 오늘, 친구의 기일이라서……. 그래서 그래. 아, 젠장.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닌데…….
 
이야기 끝에 애쉬는 다시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리곤 다른 이들 사이에 섞여서 자리를 떠납니다.
 
겨울, 이별의 계절입니다.
 
서풍은 소중한 사람을 데려가고 북풍은 꽁꽁 여 민 옷깃 사이를 기어코 파고듭니다.
 
눈보라가 외로움을 데리고 오니 이 얼마나 서글픈 계절인가요.
 
얼굴도 모를 누군가의 죽음인데도 어딘가 서늘합니다.
 
애쉬가 떠난 자리는 텅 비어있습니다.
 
복도 바닥만 조금 젖어 있습니다.
 
제이슨:(이번에도 저런 비슷한 일이야 계속 나오고 있다는 거겠지... 평범하게 가까운 이가 떠나간 자리를 슬퍼하는 공범의 모습을 끝까지 눈에 담았다. 하긴, 그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으니 손을 댔겠지만.)
(괜히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선택에 후회는 없는데도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드는 버릇은 못 고쳤는지.)
...힘들겠네. 여기 특성상 누구에게라도 있을 법한 일이지만.
(심장을 나누고 끝을 함께하는 게 아니라면... 만일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네가 내 마지막을 본다면, 아니면 사라진다면. 당연하게 슬퍼해주려나. 쓸데없는 생각이나 해보다가) ... 죽은 친구가 있다는 거, 알았어?
 
폭스트롯:(제 손으로 미간께 꾹 누르며 찡그렸다가 풀었다. 언제나처럼 잔잔한 미소 띄우고)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더더욱 그러겠지. 평화를 강하게 원하는 이들은 자신의 소중한 것을 잃은 이들이 많다고들 하잖아.
(말 잇지 못하고 있다가 느린 걸음 다시 떼어낸다.) 몰랐어. 그냥,... 이전부터 곧잘 이야기를 하던 친구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좋은 사람이었다고. ... 상냥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고 들었던 것 외에는 몰라. 하나뿐인 친구였으니 그만큼 소중하지 않았으려나. ... 죽은건,... 들은 적이 없네. ... 어린애한테 모두 털어둘 정도의 일은... 아니잖아. (한창 복잡한 시선이다. 그렇지. 속을 모두 털어두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 사람과 사람의 사이니까.)
(반사적으로 눈가 문지른다.) 너희 중 누군가가 사라진다면 많이 슬플 거야. 애쉬처럼 아주 많이 슬퍼하고 울지도 모르겠다. 나한테 너희가, 애쉬한테는 그 친구가 소중함의 크기가 같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까나.
 
제이슨:적어도 그게 우리는 아니었으면 싶을 뿐이야. 1년 전만 해도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그걸 위해서 여기 있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고. (덤덤한 얼굴로 끄덕인다.)
...그런 사람이 죽은 건 안타까운 일이야. 어차피 앞으로 알게 될 현실인데, 괜히 그런 이유로 숨기는 건 어쩐지 좀... 그렇기도 하고. 그저 개인적으로 털어놓고 싶지 않았던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잠시 침묵하다가) ...나는 못해도, 너나 다른 주변 사람들은 분명 적당히 위로해줬겠지.
(눈가를 문지르는 손을 가만히 잡아 내린다. 피곤함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자주 닿아도 좋진 않으니.) ...정확한 비유야 안 되겠지만 알 것 같긴 한데. 나는, 음... (솔직하게는 가정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 상실 후의 제 모습도 그다지 상상이 가지는 않아, 애매하게 말끝만 흐렸다.) ...그러네. 그래도 넌 계속 같이 있어 줄 거잖아.
 
폭스트롯: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힘이고,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이들인가. (너든, 나든. 그리 중얼거리고 있다가 시선 가볍게 떨궜다가 올곧게 들었다. 소중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한 힘이다. 저 자신은 그리 믿었다.) 후회하지 않음을 위한 힘이라고 생각해.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잖아.
개인의 슬픔을 존중해주자. 감정을 처리하는 시간은 모두가 다르잖아. 근처의 이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감정이 옅어지길, 조금은 무뎌지길 기다려 주는 것 외에는 없고. ... 가끔은 생각을 해. 크나큰 상실을 겪은 이에게 전해지는 위로의 말들이... 정말 그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하고. 난... 차라리 곁에 아무 말 없이 아주 오래 있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물론, 내가 그렇다는 거야. 그리 덧붙인다.)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위로는 아주 어렵잖아. 정말 그 사람이 원하는 말이 무엇인지 타인은 알 수 없는걸.
(순순히 손 내린다. 공기에 노출된 눈가가 희미하게 따갑다. 한창 침묵 하다가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다.) 그럼-. 나는 네 곁에 있을 거야. 떨어지게 되어도 아주 잠깐이겠지. 금방 내가 널 만나러 갈 테니까. ... 이제 가자. 석식 먹고 푹 쉬고 싶어. 어째 피곤하네.
 
제이슨:뭐, 맞는 말이지. (근원은 명확히 다르지만 신의 손이든 인간의 손이든, 평화라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피차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하나로 묶는 것이 어쩌면 단순한 자기 위로일 수도 있고.) ...가진 힘만큼 후회의 순간도 분명 적지는 않겠지만. 그럴 일을 만들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그러니 세상보다는 역시... 아직은 너희만을 위해 움직이고 싶다는 것이 맞을테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당신이 그다지 달가워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가. 혼자 있고 싶을 수도, 오히려 위로로 극복하고 싶을 수도 있고. 네 말대로 개인의 감정이란 건 다 같을 수도 없으니까. 나도 나서서 위로같은 걸 할 만한 재주도 없으니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슬픔이란 게 잊혀지기는 하나.
아마 네가 찾아오기 전에 내가 도로 되찾으러 가겠지만. 네가 어디 가지 않는 한은... 계속 여기 있어. (잡은 손을 그대로 꾹 쥔 채 천천히 걷는다.) 오늘은 더 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자. 이제 여유 있다며.
 
폭스트롯: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면 그만이야. 다시 후회하지 않도록. 뒤돌아보면 후회할 일밖에 남지 않는다고 하잖니. (어쩌면 묻고 싶었다. 너는, 그때 나와 시계의 바늘을 돌린 것을 후회하니? 입은 떨어지지 않았으니 속에 묻었다. 물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 정했으니까.)
상실의 슬픔은 지워지지 않을 거야. 다른 것으로 채워진다 하더라도 꼭 맞는 조각이 아니니 틈은 분명히 있을 거고. (그 사이로 슬픔이라는 빛이, 물방울이 떨어질 터이니... 영원히 잊혀질 리 없지.) 단지, 이전보다 조금 덜 아프게 무뎌질 수는 있겠네. 함께 견뎌줄 이가 있다면. ... 나중에 애쉬한테 가봐야겠어. 외로움 타는 주제에 또 혼자 방에 박혀 있을 테니까.
내가 갈 곳이 여기 외에 어디에 있겠니? 아니면 네 곁이겠지. (당신의 옆을 걷는다. 천장을 봤다가 눈 굴려 당신 응시한다. 내 묶인 자유. 내 만들어진 자유. 지극히 사랑스러웠다.) 어디 가지 말고 옆에 있어줘야 해. 네가 없으면 잘 못 자겠어.
 
언제나와 같은 느긋한 시간입니다.
 
호화로운 식당에서 훌륭한 맛의 식사를 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냅니다.
 
오늘도 여러 주제의 이야기가 나왔을 겁니다.
 
DOT에 대한 것, 수업에 대한 것, 서로에 대한 것...
 
제이슨: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러고 보니... 타이머와 카운터의 수가 조금 모자란 것 같지 않나요?
 
혼자 있는 타이머도, 파트너끼리 없는 이들도 있습니다.
 
... 카운터의 몇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이슨:... 다 같이 식사하러 가는 거 아니었어? 바쁜 사람이라도 있나.
 
멜: 웅? 이스는 못 들었어? 9 회의실로 몇 명 소집되어서 갔는뎅?
 
제이슨:난 못 들었는데, 갑자기 소집? 무슨 기준이지... 그것도 카운터만.
 
유진: 아, 그러고 보니... 낮에 9 회의실 갔다가 온 이트가 열이 많이 난다고 하던걸. 무슨 일 있는 거 아닐까, 싶구나. 뭐 아는 사람?
 
은수아: ... DOT에서 또 새로운 실험 하는 거 아니야? 아직 안 간 애들은 조심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멜: 그치만... 타이머랑 같이 간 애들도 있잖아... 타이머도 실험 받는 거야?
 
제이슨:(미간이 슬금 구겨진다.) ...글쎄. 어차피 부르면 안 가겠다고 뻗댈 수도 없을텐데.
오면 물어보는 게 좋으려나.
 
그 말과 동시에 식당의 문이 열리며 7시 페어인 베베와 렐리슈가 들어옵니다.
 
베베: 뭐야! 어쩐지 교실에 없더라니!
 
렐리슈: 늦어서 미안해요... 잠깐 소집이 있었어서...-. 여러분은 받지 못했나요?
 
제이슨:(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무슨 일로 불려갔는데?
 
렐리슈: 별... 일은 아니었어요. 앰플을 맞으라고 했을 뿐이에요. 거절했더니... 그냥 수긍을 하셔서 곧바로 나왔습니다.
 
베베: 파-란색의 앰플이었어. 그런걸 주사할 생각을 하는 DOT가 미친 거 아닐까나?!
 
제이슨:앰플...? 둘 다? 선택권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기는 한데.
 
렐리슈: 타이머한테는 필요 없다고 하던데... 카운터 여러분은 맞을 생각인가요?
 
베니: 그거 맞으면 열 무진장 난다며? 굳이 왜 맞아야 해?
 
은하제: 만들어진 사람들이잖아요. 그거 안 맞으면 어디가 망가진다던가 한거 아녜요?
 
제이슨:뭐... 어느 정도 일리는 있네. 우릴 이대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가 보지.
예전처럼 능력이 잠시 사라지는 걸 방지한다든가.
...그래도 별로 맞고 싶지는 않은데.
 
폭스트롯:... 네가 맞고 싶지 않다면 맞지 않아도 괜찮아, 아리. 거절한다면 수긍해준다고 했잖니. 어차피 붙어 있으면 능력이 서서히 돌아오기도 했고.
 
제이슨:(잠시 눈이 가 닿았다가 바닥을 본다.) 그럴 거야. 무슨 속내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피해갈 수 있다는 거니까.
 
폭스트롯:솔직히 말해서... DOT를 무조건 신용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면 되겠지. 무언가 강요할 생각도 없고. 너희가 안전하다면 난 그것으로 됐어. (당신을 힐끔 본다.) 그러고 보니까... 아르갈리아가 안 보이는데. 혹시 무슈도 아파?
 
은하제: 누나는 형이 고열로 쓰러지는 바람에 펑펑 울면서 방에 틀어 박혔어요. 간호하고 있지 않을까요? 몸 상태 진짜 안 좋아보이던데.
 
베니: 가끔 과호흡 오고 컨디션 더럽게 떨어지는 거랑 열 오른 거랑 겹친 거 아니냐? 그럼 죽을 맛이겠다만.
 
제이슨:저렇게 걱정 시키기 싫은 것도 있고. (한숨) ...적어도 몸에 무리는 안 가게 해주던가.
(아무리 여기 소속이라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대하는 데 눈치라도 보일텐데... 실험쥐도 아니고. 우리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건지. 불만만 속으로 삼킨 채 입을 다문다.)
 
폭스트롯:(당신 물끄러미 보다가 머리 도닥였다. 안심하라는 것인지 너무 나쁜 생각은 말라는 것인지.) 슬슬 가서 쉬도록 하자. 아픈 애들 있으면 꼭 연구원들이나 9시 애들한테 말 하고. 아, 괜찮... 지?
 
브론테: 자연스럽게 부려먹긴. 다음에 이자 쳐서 받을 겁니다. 낼 자신 있으면 오시고요!
 
폭스트롯:(가자는 듯 톡톡)
 
제이슨:(고개를 주억거리곤 도로 걸음을 옮겼다.)
 
긴 복도를 지나, 어쩌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개인실의 문을 닫습니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방의 정경이 눈 앞에 펼쳐지자,
 
제이슨: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속이 메슥거립니다.
 
방금 들은 이야기 때문인지, 맡은 술 냄새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역한 냄새가 나서, 숨을 쉬기가 버겁다고 느껴집니다.
 
제이슨:... ...
 
제이슨은 급격하게 컨디션이 떨어집니다.
 
폭스트롯과 제이슨 모두 익숙하기 짝이 없는 상황입니다.
 
누구도 놀라지 않고 당황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더 상태가 안 좋았다면 과호흡이 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괜찮아지기를 기다릴 뿐.
 
그날부터 계속된 증상이니까.
 
달의 뒷면에는 수많은 흉터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뒷면 의 상처는 쉬이 낫지 못하고 서서히…… 곪고, 썩어가면서, 흉터로 남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만드는 거예요.
 
존재의 증명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법이죠.
 
상처받고 흉터를 새기는 일만이 흔적을 남기는 겁니다.
 
제이슨이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 또한 고스란히 상처와 흉터가 되었죠.
 
축제가 끝나고, 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천천히 흘러갔습니다.
 
달이 회전하는 것처럼 시곗바늘도 정해진 판 위를 빙그르르 돌았습니다.
 
하루가 너무 길다고 느껴지곤 했어요.
 
잘못된 별에 착륙한 것처럼 이따금 숨이 막히기도 했다면, 아무는 속도가 더딘 탓일까요?
 
잊어버리지도 못하고,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이제 고작 열 몇 살 먹은 제이슨이 떠안기엔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밑바닥.
 
구태여 시선을 떨구고 고개를 떨어뜨리지 않는 이상 마주할 필요가 없는 곳.
 
바로 그곳에 보이지 않는 흉터처럼 묻어둔 비밀들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으면 달은 반 바퀴를 돕니다.
 
세상은 깨끗하고, 우리는 천진해요.
 
그러나 문득, 달이 차는 것처럼 호흡이 버거워지거나, 울렁 임을 느끼는 순간이 종종 찾아오곤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이 별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처럼!
 
제이슨:(어쩌면 당연한가...)
... ... (말 없이 당신 어깨 즈음에 고개를 툭 기대 숨을 쉰다.)
 
폭스트롯:(익숙하게 당신이 편하도록 자리 잡고는 도닥였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아, 아리?
 
제이슨:아니... 전처럼 심한 건 아니야. 그냥 조금 어지러운 정도.
(부러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해 보이곤 몸에 힘을 뺀다.) 쉬어야 될 사람 여럿이네, 여기.
 
폭스트롯: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꼭 안아줄까 했다가 피로할까 하여 그만두었다. 작게 숨 뱉고) 누울래? 아직 잠들긴 이르지만 누워있는게 더 편하니까. (아. 나 화장 안 지웠어. 크윽....)
 
제이슨:먼저 잘 생각은 없는데... (마지못해 끄덕인다.) 너 씻는 동안 조금 쉬고 있을까.
 
폭스트롯:(빵끗...! 되어선 당신의 이마에 쪽. 가볍게 입 맞췄다. 조심스레 일어나며 당신에게 고래 인형을 안겨준다.) 금방 나올게. 조금만 기다려줘.
 
제이슨:애도 아니고... 천천히 해. (불만스럽게 툭 던졌지만 손으론 얌전히 고래 인형을 끌어안는다...)
 
폭스트롯이 욕실로 들어가자 방은 정적에 휩싸입니다.
 
익숙한 향, 익숙한 광경.
 
혼자 가만히 있는 것도 적적한데... TV를 틀어서 보거나 잠깐 눈을 붙일 수 있습니다.
 
제이슨:(침대 맡의 애인 굿즈도 하나 가져다 같이 품에 넣고는, 비스듬하게 누워 TV를 켜 본다.)
 
고래와 폭스트롯 인형을 품에 안고 TV를 킵니다.
 
화면에는 익숙한 아나운서가 앉아 있습니다.
 
주로 타이머와 카운터에 관한 방송을 담당 하는 아나운서입니다.
 
아직 뉴스 시간은 아닌데.
 
옆에 앉은 게스트는……
 
제이슨: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세간에 타이머 전문가라고 불리는 남자입니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나운서: 제2의 타이머, DOT에서는 카운터라고 부르는 이들이 등장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세간에서는 그들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한 편으로 이례적인 예외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브라운관 너머 의 아나운서가 안경을 추켜 올리며, 역시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나운서: 오늘은 타이머 전문가, 블랙 씨를 모시고……
 
뉴스의 목소리 너머로, 하인리히 장교의 호언장담이 스칩니다.
 
그의 말마따나, 카운터의 등장 이후 뉴스의 판도가 뒤집혔었죠.
 
어느 매체도 다시는 세계 멸망을 논하지 않았습니다.
 
카운터의 존재가 세계 멸망을 막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굴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블랙: 나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 완벽한 타이밍이야 말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흰 머리가 희끗희끗 난 노인이 자신의 주름진 손등을 매만집니다.
 
블랙 씨라고 불리는 그는……
 
제이슨: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흠,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종교인 같군요.
 
별로 알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 굳이?
 
제이슨:(심드렁...)
 
오늘은 흰 얼굴로 점잖은 태도를 고수하면서도, 그는 신을 예찬합니다.
 
블랙: 세계를 구성하기 위하여 신은 타이머를 보내셨소.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세계를 구원하기 위하여 신께서 카운터를 보내신 게지. 사실상 카운터라고 부르 는 것도 인간의 시선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또 다른 타이머일 뿐.
 
그는 신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를 보낸 것이 틀림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카운터의 존재를 의심하는 자는 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악담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의 신앙이란 이토록 멍청한 법입니다.
 
블랙: 세계 멸망은 어림도 없는 소리. 신을 믿고 따르면 우리는 영원한 평화를 약속받을 겁니다.
 
교회의 목사도 이토록 신실할 수는 없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가 한숨처럼 꼬투리를 잡으며 끼어듭니다.
 
여자: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리고 세계 멸망의 원인이 진정, 타이머가 홀로이기 때문이라면…… 왜 진작 둘을 만들지 않은 거죠?
 
초능력과 시간의 상관관계 따위를 연구하는 박사였습니다.
 
제9구역 출신으로 상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편이라 젊은 층에 인기가 좋았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네요.
 
그는 날카롭게 따져 물었습니다.
 
여자: 타이머의 능력이란 유전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무작위로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 수백 년간 한 세대에 하나라는 규칙을 고수했죠.
세계 멸망의 예언이 쏟아지는 이 시기에, 갑작스러운 ‘새 타이머’의 등장이라니 이상하지 않나요? 의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여러 가지 가설과 타당한 사유를 읊습니다.
 
여자: 마치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 같지 않나요?
 
안경 너머의 시선을 빛내며 박사가 이쪽을 바라봅니다.
 
제이슨:(나름 똑똑하네. 애꿎은 고래 인형을 꾹꾹 누르며 화면에 시선을 둔다.)
 
여자: 타이머는 도밍게즈에서 가장 유명한 공인이에요. 사람들은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궁금해하죠.
 
화면 너머의 시선인데도 형형하기 짝이 없습니다.
 
여자: 그러나 누구도 새로운 타이머의 존재를 떠들지 않았고, 카운터의 가족과 친구를 찾아내지 못했어요. DOT는 사생활 침해라며 입을 다물고 있지만……
그렇다면 국민의 알 권리는 누가 지켜주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홀연히 나타나 의심스러운 이들을 구원자라고 믿어야 한단 말인가요?
 
박사의 말은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실에 상당히 가까운 편이기도 합니다.
 
제이슨: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언젠가, 리슬러 부관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리슬러: 카운터는 도밍게즈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DOT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사생활에 관해선 침묵할 것이고, 그들이 타이머, 카운터로서 자각하기 전의 삶을 파헤치지 않을 것입니다.
 
뱀 같이 교활한 변명이었고, 박사가 분개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곤 했었죠.
 
“외부와 연락은 자제하도록 하세요. 여론이 뜨거운 냄비처럼 들끓는 동안에, 혹시 라도 당신을 알던 이들이 노출되면 평생 시달리게 될 테니까.”
 
그는 우리를 겁주는 것처럼 단호하게 설명했습니다.
 
전부, 우리가 달의 뒷면, 우리의 밑바닥을 모른다는 전제의 설명이었어요.
 
여론이 들끓건 말건, 시달릴 이라곤 없으면서 말이죠.
 
씁쓸한 기억입니다.
 
DOT는 어쩔 작정이었던 걸까요.
 
이렇게 얄팍한 거짓말을 겹쳐 쌓으면서, 언제까지고 그 거짓말들이 견고하리라고 믿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들의 성과가 그토록 훌륭하여, 한 치의 의심을 둘 수 없을 거라 스스로 맹신했던 걸까요.
 
핑계로 연락을 막을 수 없게 되었을 때쯤엔, 어떻게 하려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이슨:(하긴... 정보를 모으든 임무 중 이탈을 하든.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을텐데. 기억이라도 없애나?)
 
여자아이: 제이슨을 정말 좋아해요. 원래는 폭스트롯 씨의 팬이라서 파트너가 생겼단 소리에 섭섭했는데…… 뭐, 타이머와 결혼할 수 있 는 건 아니니까요!
 
때마침 뉴스의 내용이 바뀝니다.
 
앳된 얼굴의 여자아이들 이 꺄르르 웃으며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이슨:?
 
폭스트롯의 복장, 외관 특징을 따라 하고, 폭스트롯의 흉내를 내며 미끄럼틀에서 뛰어내리는 어린 아이라던가,
 
학생: 귀엽죠. 타이머 전시회에서 샀어요.
 
폭스트롯과 제이슨의 모양을 본뜬 곰 인형을 품에 안은 학생도 보입니다.
 
리포터: 타이머와 카운터의 인기는 날로 치솟 아, 관련 사업도 천정부지로……
 
리포터가 경쾌하게 떠들어 댑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달 통장의 액수가.... ... ... ... 0이 18 개였죠?
 
활짝 웃는 연인이 사이좋게 손가락을 얽곤 군번줄을 자랑합니다.
 
연인: 타이머와 카운터의 군번줄에 이름을 적어서, 연인과 교환하는 게 유행이에요. 제가 타이머고, 여자 친구는 카운터죠.
 
두 뺨에는 여름의 붉은 기가 서렸습니다.
 
브라운관 안팎으로 너무나 선명한 명제입니다.
 
제이슨:(제게 쏠리는 관심도 무엇도 다소 불쾌한 기분이 들어, 눈을 느리게 끔뻑이다 화면에서 시선을 뗀다. 자신은 이 세계를 사랑할 마음따위로 있는 게 아닌데.)
 
그때 욕실의 문이 열리며 폭스트롯이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기를 수건으로 눌러 닦으며 나옵니다.
 
폭스트롯:뭐 보고 있었어?
 
제이슨:그냥 심심해서 아무데나 틀어보고 있었어. ...새삼 너, 인기 많다.
(빤)
 
폭스트롯:갑자기 새삼스럽게? (슬그머니 웃어보인다.) 인기 많은 애인을 둔 기분은 어때?
 
제이슨:(이리 오라는 듯 고래 인형만 내려놓고 한 팔을 벌린다.) 너무 인기 많아서 별로야.
 
폭스트롯:(품에 있던 제 인형을 보며 뭐지? 맹한 표정이나 했다가 자연스레 당신의 품에 파고들었다. 제 머리 느릿하게 부비다가) ... 그래서 싫어졌어?
 
제이슨:아니. 그냥... 누가 억지로 채 가지 않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지. (인형 아닌 진짜를 품에 안자 표정이 조금 더 느른해진다. 무심코 도닥여주려다가 머리 위를 수건으로 탈탈...)
 
폭스트롯:날 대체 누가 채 가는데? (푸스스 웃음소리나 흘린다.) 누가 채 갈 것 같으면 어떻게 해줄 거야? 손 꼭 잡아주나? (탈탈 털어지는 머리가 산발로 떠올랐다. 오. 정리를 해야겠군...)
 
제이슨:여기저기 열광하는 사람 중 그런 사람이 설마 없으려고. 손도 손이지만 이러고 있어야 뺏길 확률이 적지. (안겨있는 모양새를 말하듯 양 팔을 벌려보인다.)
뭐... 네 팬들 말고도 화면에 이것저것 나오기는 하더라. 카운터를 의심하는 사람들이라던가.
 
폭스트롯:으응, 그럼 계속해서 이러고 있어야겠다. 그런 사람들한테 나 뺏기면 안 된다아-. 매일 네가 보고 싶어서 우는게 보고 싶은 것이 아니면. (낄낄. 이전과 다름 없는 웃음을 내며 당신 안은 팔에 힘 꼭 준다.)
하긴... 요즘 꽤 늘었더라고. 솔직히... 얄팍하잖아. DOT의 거짓말. 거짓말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 있고. 난 네가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야.
“속보입니다.”
 
잔잔하게 흘러가던 인터뷰가 급작스럽게 중단 되고 다른 뉴스가 재개됩니다.
 
뉴스 다음에는 일일 연속극이 할 차례 였으므로,
 
<속보로 인해 월화 드라마 ‘시간아, 멈춰라!’ 39화는 오늘 방영하지 않습니다. 시청자분들의 넓은 양해 바랍니다……>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화면 밑에 양해 문구를 실은 텍스트 슬라이드가 깜빡입니다.
 
속보?
 
이런 어정쩡한 시간에?
 
노닥거리느라 느슨해졌던 시위가 다시 팽팽하게 당겨집니다.
 
아나운서: 금일 저녁 8시 48분,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제4구역, 주택가에서 A모씨가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시체의 상태가 상당히 부패했고, 집안이 오래도록 비어있던 정황을 토대로 경찰은 타살로 추정하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때아닌 속보의 내용은, 다름 아닌 살인사건입니다.
 
드문 일이군요.
 
수도는 DOT, 타이머와 카운터가 머무는 곳입니다.
 
도밍게즈의 어느 곳보다도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뚜렷합니다.
 
게다가 정부와 DOT는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었어요.
 
살인사건이, 심지어 제4구역 수도의 살인사건이 공개적으로 방송을 타다니!
 
제이슨: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정부, 혹은 DOT가 꾸민 짓은 아닐까요?
 
하지만 왜?
 
무엇을 위하여?
 
제이슨:...본보기, 라는 말하고 관련이 있나.
 
어쩐지 은하제가 말했던 말이 스쳐 지나가는 듯 합니다.
 
화면이 요란하게 흘러갑니다.
 
아나운서는 다급한 목소리로
 
아나운서: 시체는 두 눈 으로 바라보기 참혹할 정도로 조각조각 분리되어 있어, 연쇄살인범의 등장이 아닐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편, 피해자의 뇌가 분실되어…
 
제이슨:(뇌? 설마...)
 
1년 전의 일이라지만 ‘뇌 보관통’처럼 강 렬한 존재를 잊지 못하는 법이죠.
 
분명히 거기, 뇌만 들어 있었죠?
 
연쇄 살인마가 뇌만 가져갈 이유가 뭐 있겠어요?
 
아주, 아주 특이한 식성을 가진 게 아니라면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무척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나운서: 피해자인 A모 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그 통에 적힌 이름이, 뭐였더라?
 
아마, 혹은 분명히……
 
기억을 곱씹는데, 화면 위로 피해자의 평소 사진이 공개됩니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탓에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선명하더라도 제이슨은 알아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의 뇌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었으므로.
 
그러나, 한 가지는 선명합니다.
 
사진 아래에 적힌 이니셜 A.
 
제이슨: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라벨에 낯선 이름이 쓰여있습니다.
 
아르고.
 
차라리 얼굴이 드러났더라면 못 알아봤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타인의 눈동자에 비친 얼굴은 흐릿하기만 했고, 그래서 더욱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지하실에서, ‘그’ 연구를 돕던 연구원이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뇌 보관통 속 뇌의 주인이에요.
 
사라진 뇌가 어디로 갔는지 깨닫고야 맙니다.
 
제이슨: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건, 불가능해요.”
 
몇 번이고 항의하던 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립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지만, 그는 분명히 DOT 소속의 연구원이었어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회사원이니 뭐니, 뉴스가 떠드는 신상을 믿을 수 없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애쉬의 친구의 기일이 오늘이었다고 했던가요?
 
어쩌면 둘은 절친한 친구였을지도 모릅니다.
 
친구의 뇌를 연구에 사용해야 했던 애쉬는 대체 어떤 심정이었을지, 우리는 알 수 없을 겁니다.
 
제이슨:(그런 꼴을 보고도 무서워 남았나. 신을 모독하고 우리를 기만하면서. ...별로 그 심정같은 것은 이해하고 싶지 않은데.)
 
폭스트롯:(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어쩐지 더 피곤해진 기분이다. 한 손으로 마른세수 하며 자세 고쳐 앉더니 한숨 푹 내쉰다. 역시 내일 잠깐 보러 가야겠다.) ... 음, 어째... 속보는 좋은 내용이 없네. 속 시끄럽고 피곤하겠다, 아리.
 
제이슨:...어차피 사람 속 다 알 수 없는 거라며. 굳이 네가 돌보지 않아도 될 거야. (괜히 그런 말이나 뱉고는 여전히 누운 그대로 시선을 둔다. 금방 감아버리고 말았지만.)
별로... ...너야말로 요즘 계속 피곤했을텐데. 오늘은 일찍 쉬기로 했으니까 자자.
 
똑똑.
 
뉴스가 한참 이 이상한 살인사건을 조명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누군가 노크합니다.
 
폭스트롯:... 내가 나가볼게.
 
폭스트롯이 문을 열면 리슬러 부관이 서 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어떤 서 류 봉투를 들고 있는 그는 흘깃, TV의 화면을 확인한 후 평소처럼 웃습니다.
 
리슬러: 쉬고 있는데 미안합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대상으로 광고 섭외가 추가로 들어왔어요. 강제는 아니니 검토해보고 답변을 주면 좋겠군요.
 
리슬러 부관이 서류를 하나 건넵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 가 멀어져서, 아무 일도 없던 양 사위가 조용해집니다.
 
제이슨:(금방 따라나가 당신 어깨 너머로 묻는다.) ...무슨 광고라고요?
 
폭스트롯:(서류 열어 당신에게 보여준다.) 이번에 새로 나온 향수인가 봐. 어때? 생각 있니?
 
제이슨:광고야 별 상관은 없는데... 하고 싶어?
 
폭스트롯:너랑 할 수 있으면 난 하고 싶지. 같이 시간 보낼 수 있는 거잖아. 좀 생각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리슬러: (손 뻗어서 폭스트롯의 머리를, 제이슨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렸다.) 언제나 고생이 많습니다. ... 뉴스를, 보고 있었군요. 이런 뉴스는 예정에 없었는데, 곤란해지겠군요. 보고하고 알아서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는 당황이라곤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선은 비스듬히 TV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길,
 
리슬러: 군들이 어쩔 수 없는 문제기도 하죠.
 
위로하는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얼핏 협박처럼 들렸습니다.
 
리슬러: 타이머와 카운터가 세상의 모든 사람을 구 원할 수는 없습니다.
 
어딘가 초점이 어긋난 대사입니다.
 
제이슨:...그런 건 알고 있습니다.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DOT의 관련자인지 대놓고 묻고 싶은 것을 눌러 참는다.)
 
폭스트롯:(말갛게 웃는 얼굴이나 하고 있다가) 조금 피곤해서... 이건 아리랑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부관께서도 바쁘신데 직접 가져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가벼운 인사를 남긴 폭스트롯이 문을 닫습니다.
 
폭스트롯:(한숨 푹.) ... 역시 순순히 알려주진 않네!
 
제이슨:그렇겠지. 대놓고 켕기는 얼굴이나 하고.
광고는 그럼 하기로 하자. 새삼 어려운 것도 아니고... (차라리 같이 할 일이 느는 게 나아. 덧붙이며 도로 침대로 잡아끈다.)
 
폭스트롯:(순순히 끌려가서 털썩, 힘 없이 쓰러졌다. 흐앙 피곤해~ 라며 제 팔을 벌린다. 이리 와, 라는 것처럼.) 그치-. 어려운 것도 아니고. 머리 쓰는 것 보다는 이런게 나아. 오늘 하루도 고단했다. 이제 아리 안고 푹 쉴래. 손가락 하나 까닥 못 하겠어.
 
제이슨:괜히 분위기도 어수선해서 더 그랬지. (이불이나 덮은 채 끔뻑이다 한 박자 늦게 밍기적... 품에 기댄다.) 내일 아침엔 또 바쁘다고 하지 말고, 같이 가.
 
폭스트롯:최근 들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네. (당신 꾹 안고 가만가만 숨 내쉰다. 테라피 해야지...) 내일은 나 일정 없지롱. 아리랑 있으려고 시간 비웠어. 다른 애들도 말 맞췄으니까 졸업 때까지는 아무 일 안 할 거야. 그보다... (어쩐지 장난스레) 오늘은 다른 애들이랑 안 자도 괜찮아?
 
제이슨:(그제서야 저도 팔을 둘러 마주 안고는 눈을 감는다.) 그건 칭찬할 일이네... ...왜. 또 너만 두고 갔으면 좋겠어?
 
폭스트롯:응. 칭찬 받으려고 했어. (저도 살풋 눈 감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향이라.) ... 나만 두고 갔으면 좀 외로웠을 것 같아서. 오늘은 옆에 있어 달라고 잡으려 했지. 좀 이기적이긴 하지만...
 
제이슨:(작게 숨을 내쉬고는) ...됐어. 어차피 나도 오늘은 둘만 있고 싶었고... 지금이 좋아. (네가 외롭다고 했으면 그도 당연히 잡혀줬겠지만. 반쯤은 나름 가벼운 투로 섞어 답하며 가슴께 위로 고개를 묻는다.) ...오늘 일이나 사람들, 너무 신경쓰지 마.
 
폭스트롯:이런 시간도 오랜만이니까. 내일은 우리끼리만 나가서 놀자. 그냥 여기서 시간 보내도 괜찮긴 하지만... 데이트 말이야, 데이트. 저기 안내데스크 누나가 재미있는 거 알려줬어. (당신의 머리에 제 머리 툭 기대는 것처럼 올려둔다.) 내가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아?
 
제이슨:그런거라면 나쁘지 않지. 우리끼리 돌아다니는 데 누가 부를 일도 적고... 기분 전환 겸. (살짝 시선을 든다.) 뭘 알려줬길래?
...음. 그게 뭐... 네 천성인 것도 알고, 나도 신경이 전혀 안 쓰인다곤 말 못하겠지만... 당장에 너 애쉬 찾아가 볼 생각도 했잖아.
 
폭스트롯:이제는 너도 변장을 해야 할까? 나라에 얼굴 다 팔리는 바람에 알아보는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 방해 받고 싶지 않아. (당신 머리 끝으로 손장난을 치다가 시선 맞춘다.) 음, 이건 먼저 물어봐야 하나... (잠시 뜸 들인다.) 평생 함께 하자는 약속, 뭐... 그런 거 말이야. 우리가 지금이랑... 조금 다른 형태의 관계가 되어서? 물론 아직 나이는 안 되지만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곳이래. (너무 돌려 말했나. 그리 중얼거리다가)
... 혹시... 내가 애쉬한테 찾아가겠다고 한 거... 신경 쓰였어? 일이 이래저래 심란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내가 우울해 있을 수는 없다고는 생각 해.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익숙해져야지.
 
제이슨:아직 너만큼 사람들한테 익숙한 얼굴은 아닐 것 같지만... 마음 편하게 다니려면 역시 하는 게 좋을까. 어떻게 가려야 할지 감은 잘 안 잡히는데. (나도 머리색을 다르게 해야하나? 약간 고민하다가) ...? 평생을 함께 하자는 약속이라면 지금도 해줄 수 있어.
조금은 역시 신경이 쓰이지. 물론 주변에 돌봐줄 사람이 있는 게 좋을 수 있다고 말한 건 나지만... 그냥. (끝을 어물쩍 흐린 채 입을 다문다. 다른 것에 신경쓰는 일이 마냥 달갑지는 않다는 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폭스트롯:원한다면 그대로 나가서 사람들한테 둘러 쌓인 채로 나랑 무슨 관계냐고 탈탈 털려도 좋고. 싸인 해주느라 바쁘겠네, 우리 아리. (짓궂은 소리나 했다. 고민하고 멜이나 첼시한테 부탁해 보라며 조곤조곤 덧붙인다.) 결혼 맛보기 해보자는 소리였는데. 프러포즈는 고민 좀 해봐야 할 것 같아. 평생 함께 해줄래? 하면서 프러포즈해도 지금도 평생 함께할 거잖아, 라고 답하면 내가 할 말이 없다고. (놀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것인지.)
내가 어릴 때부터 같이 지내던 가족이나 다름이 없어서... 그런 거였는데...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해. 하물며 네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더 신경 쓰일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말 끝을 늘리다가 시선 굴리고 옅은 숨 뱉었다.) ... 신경 안 쓰이게 노력 해볼게.
 
제이슨:그건... 좀 곤란하겠는데.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생각만 해도 벌써 시끄러워... 미간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변장할거면 그래도 네 마음에 드는 쪽이 낫지 않냐는 말도 함께.) ... ...결혼? 갑자기? 아니, 그런 말 하면 내가 너무 무심한 사람 같잖아. (꾹 찌른다.)
그냥 조금 마음에 걸린 것 뿐이야. 나보다 더 오래 알고 지낸 쪽이니 그런 것도 충분히 이해 가니까. 굳이 그러려고 한 말은 아니었어. (머뭇거리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여기서 너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해도 좋아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니까.
 
폭스트롯:시간 방해 받는 것은 싫잖아. 게다가 그들한테 잡히는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침묵 외엔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서. ... 부관님한테 혼나기 싫어... (골 울린다는 듯 팔자 눈썹이나 했다가 눈 굴린다. 난 지금 네 모습이 좋은데... 라며 말 끈다. 얌전히 찔리며) 그럼 알아 들어줄 거야? 나 너랑 결혼 체험 해보고 싶은데. 티켓도 미리 받아놨단 말이야. 완벽한 계획이지. (후후...)
이해를 해주어서 언제나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지. 말 해줘서 널 더 속상하게 할 일이 없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해. (잠자코 당신의 말을 기다린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 미워하지만 말아줘. 그럼, 네가 너무 힘들어지잖아.
 
제이슨:난 혼나는 거야 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귀찮은 일을 만드는 건 별로지? 지금 모습이야 평생 실컷 볼 거잖아. 나갈 땐 어쩔 수 없지. (눈치가 기른다고 길러지는 것은 아니니 괜히 헛기침만 한차례 했다.) ...흠. 그런거라면야, 뭐. 그나저나 그 직원분은 정말 별 걸 다 알려주네. (힐끔) 우리가 결혼... 하게 되면 역시 DOT 내부에서 하게 되는건가?
(솔직하게 모든 일의 공범들은 미워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부탁에는 굳이 대답하지 않은 채 애매한 얼굴로 당신의 등이나 토닥였다.) 난 별로 힘들지도 않아. 1년동안 이렇게 잘 지냈잖아.
 
폭스트롯:나 혼자 있을 때 다른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지만 적어도 너랑 같이 있을 때,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때에는 조금... 피로하지. (고맙긴 하지만... 하...) 나갈 때면 어쩔 수 없지. 네가 어떤 모습이든 좋으니 편하게 해. (눈치를 어떻게 길러야 할까... 방법이 있나? 고민을 하다가) 전에 내가 연애 상담이라고 해야 하나, 고민 몇 번 털어둔 적이 있기도 하고 여러가지 추천 해주시더라! 고마워서 커피나 케이크 사드렸어! (헤헤 웃다가) 원하는 곳에서 하게 해주지 않으려나? 물론 사람이 몰리는 것이 싫으면 사유지나 DOT 내부에서 해야겠지만. 하고 싶은 곳이 따로 있다거나... 그래?
(잔잔히 미소나 띄웠다가 눈 감았다. ... 그 때만 생각하면 피로가 한순간에 몰려 오는 기분이라. 당신의 손길이 좋았을지도 모르고.) ... 그럼... 다행인데...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제이슨:화면 너머로도 항상 하게 되는 생각이지만, 무턱대고 내가 카운터라는 이유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나로선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도 있으니까. (조금은 씁쓸한 얼굴이었나. 연애상담이라는 단어에 문득) ...무슨 상담? 나하고 지내면서 그 정도로 고민거리가 많았다고? 흉 본 건 아닐테고. (농담)
아직은 정말 미래의 이야기인 것 같아서 어디가 좋을 지는... 결혼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조금 더 느릿한 박자를 타며 조곤하게 말을 받는다.) ...괜찮을 거야. 아마도.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문제는 나한테 크게 상관없는 일이지. 옆에 네가 있으니까.
 
폭스트롯:카운터기 때문에 무턱대고... 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 확실히... 사람들은 책임 없는 믿음을 몰아주길 참 잘하지. 날 좋아해주는 것도 폭스트롯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타이머기 때문인 경우가 대다수고. 이리 생각하니까 정말 마음이 편하진 않네. (무슨 상담을 했더라... 고민하고 있다가) ... 네, 네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랑... 친한 사람들일 경우라던가... 사귀고 난 뒤에 내가... 바빠졌잖아? 그것 때문에 네게 많이 미안하고 그래서... 대부분 내 잘못이긴 한데. (죽을죄를 지었다. 딱 그 표정이었다. 당신 끌어안은 팔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간다.)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난 기다릴 수 있기도 하고... 천천히 생각하자. (점점 몽롱해지는 정신 탓에 저가 무어라 말을 하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 응... 같이 있으니까...
 
곧이어 작은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피곤함과 편안함이 더해져 금방 잠이 든 모양이에요.
 
제이슨:(손을 멈추고는 고개 들어 자는 얼굴을 조용히 바라본다. 한참을 그렇게 잠든 얼굴을 구경하고 안심이 되었는지, 그제서야 저도 느리게 눈꺼풀을 닫았다.)
 
띠링.
 
평화로운 시간을 깨트린 방해꾼은 카운터의 휴대폰이었습니다.
 
메시지가 도착했다고 떠드는 안내음이 선명하게 울려 퍼집니다.
 
어둠 속에서 깜빡이며 핸드폰의 불빛이 선명하게 빛납니다.
 
제이슨:(흠칫, 인상을 찡그린 채 눈을 떠 휴대폰을 확인했다.)
(자는 연인이 깨지 않게 손으로 불빛만 간신히 가린 채 돌아누워 내용을 읽는다.)
 
메시지 그 어디에도 타이머의 이름은 없습니다.
 
타이머의 휴대폰 또한 조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마치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 타이머를 배제한 호출은 처음입니다.
 
타이머에겐 할 수 없는 이야기라도 있는 걸까요?
 
혹시 이건 다른 페어들에게 갔던 소집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 카운터 홀로 오라고 받았던 걸까?
 
제이슨:(...이게 다른 카운터들이 말했던 그건가. 그나저나 이 시간에?)
 
신뢰가 없는 상대에게 완전한 복종이 이루어질 리가 없습니다.
 
의심이 따릅니다.
 
카운터가 만들어진 존재라면……
 
또 어딘가 손을 대려는 걸지도 모른다고, 검은 불신이 의심의 틈새로 뿌리를 내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군인에게 명령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
 
이번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본관은 지척이에요.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이니 사실 멀리 떨어지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이토록 불안하고 불길한 것은, 그 가까운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 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제이슨:(거절해도 괜찮았다고 했던가. ...확인 차 응하기는 해야할텐데.)
(흘끔 잠든 얼굴을 보고는 깨지 않게 조심히 일어나 이불을 고쳐 덮어준다. 겉옷만 대충 걸친 채 방을 나서려다 잠시 고민하더니, 곧 빠르게 메모를 휘갈겨 누웠던 자리 위에 올려놓는다. '소집. 다녀올게.')
(혹시 깨더라도 놀라지는 않겠지... 작게 한숨을 쉬고 그제서야 9회의실로 향한다.)
 
늘 거니는 운동장은 밤이 내려앉으면 낮과 전혀 다른 곳처럼 보이곤 합니다.
 
어두컴컴한 보라색을 덧칠한 잔디도, 경사진 스탠드도, 평평한 아스팔트 바닥도 모두 그랬습니다.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면 이런 느 낌일까.
 
그날은……
 
달도 별도 보이지 않아 유난히 짙은 밤이었습니다.
 
본관에 들어서자,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합니다.
 
직원: 어서 오세요, 제이슨. 제이슨은 폭스랑 함께 오지 않았네요?
 
제이슨:(자신도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네곤) ...네. 시간이 이렇다보니 피곤해 보여서요. 혹시 타이머도 함께해야 하는 소집이었나요?
 
직원: 아무래도 시간이 늦어서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연구원분들이... (말을 아끼는 듯 했다.) 아니에요. 본래 카운터만 부른 것이 맞아요. 안쪽에 있는 아홉 번째 문으로 들어가면 된답니다. 별 일 없을 테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말아요.
 
제이슨:(그렇게 말하면 왠지 더 불안해지는데...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거지?) 예... 뭐. 감사합니다. 그럼.
 
차례대로 복도를 걸어, 다른 회의실을 지나자 곧 아홉 번째 문 앞에 도착 합니다.
 
문 너머에는 서늘한 침묵만 가득했습니다.
 
문밖에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요.
 
불이 꺼져 있다면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제이슨:... (똑똑, 회의실 문을 두 번 노크했다.)
 
안쪽에서 문이 스르륵 열리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이슨:... ...실례합니다. (괜히 안쪽을 살피며 느릿하게 들어섰다.)
 
9회의실에는 흰 가운을 입은 낯선 연구원들이 대기 중입니다.
 
하인리히 장 교도, 리슬러 부관도, 애쉬와 교사라던가, 눈에 익은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습 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가 은색 상자의 뚜껑을 두드립니다.
 
테이블 위, 벌어 진 상자에는 주사기와 앰플이 나란히 꽂혀 있습니다.
 
투명한 앰플 병에는 희 미한 푸른색 액체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제이슨: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퍽 눈에 익은 색이었습니다.
 
투명한 파란색으로 물든, 꼭 장미의 색을 훔친 것처럼 흐릿한 액체.
 
……어떻게 잊겠어요?
 
제이슨의 근간이 되는 그것을.
 
연구원은 액체의 정체를 설명하지도 않고 주사기에 쏟아 넣습니다.
 
연구원: 능력 안정제입니다. 신체 상태를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약이에요. 인체엔 무해하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제이슨:...지금 전 멀쩡한데요. 최근 들어 신체나 능력이 불안정해진 적도 없고요.
꼭 맞아야 하는 겁니까?
 
연구원은 신경질적으로 덧붙입니다.
 
연구원: 우리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능력을 유지하고, 증폭하기 위해 온종일 매달리는 사람들입니다. 무엇을 의심하는지 모르겠지만, 불필요한 의심이에요.
 
분명 타당한 설명입니다.
 
미심쩍은 것은 그저, 그들의 밑바닥을 이미 보았기 때문이에요.
 
연구원: 팔을 내미세요.
 
연구원이 카운터에게 손을 내밉니다.
 
피곤하고 수척한 인상의 그들 중 일부는 지하실에서 엿본 기억에 존재하던 이들이었습니다.
 
이대로 맞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선택에는 대가가 필요하고, 누구도 대신 확신해주지 않습니다.
 
제이슨:...이 밤에 갑자기 설명도 없이 불러내는게 어떻게 받아들여 지는지 생각해 볼 것도 없지 않나요?
문제가 생기면 제 쪽에서 알아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만 돌아가죠.
 
연구원은 제이슨을 설득하거나 회유하는 대신 순순히 포기합니다.
 
그저, 조치를 거부한 카운터를 바라보는 눈빛이 냉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눈빛에 서린 것은 분 노도, 슬픔도, 억울함도 아닌,
 
연구원: 만약, 생각이 바뀐다면 언제든 다시 찾아오십시오.
 
명백한 비웃음이었습니다.
 
탁, 탁, 탁.
 
상자를 접고 다 사용한 주사기를 폐기한 연구원들이 썰물처럼 9 회의실을 빠져나갔습니다.
 
회의실에는 아주 옅은 장미 향기와 소독약 냄새가 떠다닐 뿐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출렁이는 소리가 가까이 들립니다.
 
제이슨:... (피곤한 기분에 미간 사이를 꾹 누르고 회의실을 나선다. 굴러다니는 앰플이라도 있으면 주워다 알아봤겠지만...)
(많이 피로했을테니 아직 자고 있으려나. 조금씩 걸음을 빨리 하며 도로 방으로 향했다.)
 
밤은 깊고, 둘의 방에도 깊은 어둠이 내려 있습니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무드등이 켜져 있고... 폭스트롯이 깨어서 제이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대로 눈 뜨지도 못한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군요.
 
제이슨:... (말을 잊은 채 바라보다 조용히 다가가 어깨를 슬쩍 잡고 흔든다.) ...유타. 제대로 누워서 자야지.
 
폭스트롯:(눈 반쯤 뜨고 고개 들더니 우응, 소리 냈다.) ... 갑자기 없어져서 놀랐잖아... 잘 다녀왔어...?
 
제이슨:그래서 쪽지 남기고 간 거였는데... 피곤할텐데 왜 벌써 일어났어.
(침대 위로 주섬 기어올라가 당신을 얌전히 도로 눕혀주고는 가슴 위를 손으로 도닥인다.) 별 거 없었어. 다른 카운터들하고 똑같이 뭘 맞으라고 하길래 그냥 싫다고 하고 나왔지.
 
폭스트롯:쪽지가 눈에 들어올 리가 있나... (그리 궁시렁거리며 다시 얌전히 누웠다. 도닥임 받으며 눈 감자 피곤함에 금방 비몽사몽해졌음은 어쩔 수 없나.) ... 그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는 않았어...? 순순히 보내주나...
 
제이슨:(다른 생각 못 하게 얼른 재워야겠다... 도닥...) 글쎄... 표정이 좀 기분 나쁘긴 했는데 보내주긴 하더라고. 생각이 바뀌면 다시 오라던데.
 
폭스트롯:(어쩐지 이 나이 먹고 어린애 취급 당하는 기분인데... 그렇지만 얌전히 코오...) 네가 원하는대로 해... 그게 제일 편하겠지... 그치만... 내일... 놀러가서 몸에... 몸에... (우응...) 이상 있으면 꼭 말 해.
 
제이슨:당연히. 그것 때문에 오히려 안 맞겠다고 한 거야. 데이트 가야 하는데 다른 애들처럼 열나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너도 내일 피곤한 얼굴 하면 바로 돌아오자고 할 거야. ...그러니까 다시 자. 푹 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곤조곤 협박 아닌 협박을 건넨다...)
 
밤이 깊고,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밝으면 어제와 비슷한 오늘이 시작됩니다.
 
창틀을 타고 쏟아 진 햇살이 침대를 환하게 조명합니다.
 
자연스레 잠에서 깨면,
 
제이슨: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어제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제이슨은 결국, 주사를 맞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다양했을 겁니다.
 
솔직히 아무래도 좋죠.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니에요.
 
이른 아침인데도... 폭스트롯은 많이 피곤했는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자도 괜찮고...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도 괜찮을 거예요.
 
제이슨:..~ (쭉 기지개를 켜고 옆자리를 바라본다. 조금 더 자게 둬도 괜찮겠지...)
(대충 먼저 씻기나 해야지. 작게 하품을 하곤 터덜 욕실로 향했다.)
 
헤... 헤헤....
 
욕실로 들어가면 언제나처럼 포근한 향이 감돌고 있습니다.
 
제이슨:(뭐야? 문 냅다 닫아버린다.)
(옷가지는 밖에 대강 걸어둔 채 따뜻한 물만 틀어 뽀득뽀득... 씻기 시작했다...)
(익숙한 냄새...)
 
뽀독뽀독.... 뽀독뽀독.......
 
따스한 물은 기분이 좋고 욕실을 가득 채운 향은 마음을 노곤하게 풀어줍니다.
 
오늘 할 일이 따로 있나요?
 
우선 데이트 나가기 전에 식사를 하고... 외출증을 받고....
 
(아리에게 마이크 가져다 대기)
 
제이슨:(오늘은 정말 데이트 말고... 별다른 계획은 없었던 것 같은데.)
(물기를 탈탈 털며 골똘...)
(데이트 가서... 결혼... 맛보기? 도 하고... 또 뭘 하면 좋을까.)
(이런 저런 상상이나 하며 뽀송해진 채 욕실을 나왔다.)
 
뽀송뽀송해진 채로 욕실을 나오자 폭스트롯이 거의 눈도 뜨지 못하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화상통화예요.
 
휴대폰 너머로 익숙한 폭소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폭스트롯:(우음...) 아리... 다 씻었어...~?
 
제이슨:? 어... 금방 일어났네. 누구랑 통화중이야?
(불쑥 화면에 얼굴을 들이민다.)
 
폭스트롯:... 멜이랑... 통화...-. 능력 좀 빌리겠다고... 근데 계속 웃기만 하잖아... (이잉...)
화면 너머에서 바닥을 굴러다니며 웃는 멜이 보이는데...
 
금방 웃음소리가 사그라들고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멜이 손을 흔듭니다.
 
제이슨:왜? 너 뭐 이상한 말 했어...? (얼결에 화면 너머로 고개나 끄덕여준다.)
 
폭스트롯:아니? 내가 붕어처럼 생겼대. (눈도 못 뜬 상태라는 뜻.)
 
멜: 평소에 잘생긴 애가 눈도 못 뜨고 전화할게 뭐야! 버튼 잘못 눌러서 냅다 화상통화 바꾼 것도 웃기잖아아! 암튼 나가기 전에 와아!
 
제이슨:뭐... 평소에 비하면 그럴 수도 있지. (농담하며 붕어 얼굴 콕.) 알았어. 있다가 봐.
 
폭스트롯:(붕어 얼굴로 콕 당하기. 통화를 끊었다.) 그보다... 어제 밤에 수아가 다쳤대애... 알고 있어...?
 
제이슨:(금시초문인 듯 놀란 눈) 다쳤다고...? 어쩌다가?
 
폭스트롯:... 하제랑 싸웠다는데...? 갑자기 하제가 덤벼들어서 그거 막다가 가위에 찔렸다고... (끄응. 눈 비빈다.) 지금은 치료 했다고 하지만 하제는 근신 받았다더라.
 
제이슨:갑자기 덤벼들어...? 그럴 애도 아니고... 뭔가 문제라도 생겼나. (부스스한 머리나 살살 정돈해주다가) ... 근신이어도 만나볼 수는 있는 거지?
 
폭스트롯:사이 좋지 않았나...? (일방적으로 치대는 것처럼 보여도... 그리 중얼거렸다가 당신 품에 파고들었다.) 속상하다, 진짜. 면회도 모르겠어. 독방에 있다는 것 같아서.
 
제이슨:사이 좋았지. 오히려 너무 좋아하는 쪽에 가깝지 않았던가... (꼭 안은 채 생각에 잠겼다.) ...뭔가 확인해봐야 될 것 같긴 한데. 나처럼 소집된 적이 있다던가, 그런 거.
심하게 다친 게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좀 걸리는 일이긴 하네... 음. (미간을 찡그리고는) ...뭐... 다녀와서 생각해도 되겠지.
 
폭스트롯:갑자기 돌변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단 말이야. 정작 수아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추욱 늘어졌다가 곧이어 자기 머리 들었다. 씻어야겠어. 라며 비척비척...) 애들이 다들 아프고 다치고... 무슨 일이람. 다녀와서 다같이 이야기라도 해보자.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욕실 문에 머리 꽁)
 
제이슨:? (후닥 일어나서 이마 문질해주고는) ...더 안 자도 돼? 씻겨 줘..?
 
폭스트롯:(얌전히 이마 문질 받다가 씻겨 준다는 소리에 눈 번쩍 뜨고 빠르게 도리질.) 저도 이제 자립을 할 나이가 됐는데 그게 무슨 소리신지 모르겠네요. 씻고 오겠습니다. 편히 계십쇼.
(호다닥.... 들어가다!)
 
폭스트롯이 욕실 안으로 들어가자 다시 방은 정적 속에 휩싸입니다.
 
제이슨:...아. (그제서야 자신이 뭔 말 했는지 깨닫고 문을 바라본다...)
뭐... 잠은 깼음 됐지. (뺨이나 긁적이다가 느른하게 누워 휴대폰이나 뒤적...)
 
누가 꾸며놨는지 이제는 화려한 휴대폰입니다.
 
인터넷은 되지 않지만... 저장이 된 이들과 연락은 가능하죠.
 
제이슨:(이제 뭐 더 붙일 곳도 없겠다... 그런 생각이나 하며 연락처 목록에서 '은수아' 를 찾는다.)
(한참 고민하다가 톡톡... 자판을 누르기 시작했다. [몸은 좀 어때?])
(전송한 뒤 휴대폰을 던져놓고는 대자로 누워 얌전히 물소리나 듣는다...)
 
문자를 나누고 있을 때, 욕실 문이 열립니다.
 
폭스트롯:뽀송하게 등장-. 예쁘게 등장! (음!)
 
제이슨:... (멈칫 욕실 쪽을 바라본다. 예쁘긴 한데.... 아니) ... ...이제 좀 개운해?
 
폭스트롯:(후... 후후후.......) 눈도 말짱하게 뜨이고 개운해. 잠도 다 깼어. (사실 씻기 전에 깼지만.) 피곤이 싹 가시는 기분이야. 아, 설마 나 오래 잤어?
 
제이슨:따지자면 오래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때에 비해선 푹 자던데. (그러니까 할 일도 몸 적당히 봐가면서 해. 잔소리나 하며 얼굴을 차닥차닥 주물러준다.)
 
폭스트롯:웅... 진짜 피곤하긴 했나 봐. 자기 관리도 못 하고 흐트러지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야! (얌전히 주물러진다. 그러다가 입술 뾰족 내밀고,) 뽀-
 
제이슨:(귀엽게 구네...) ... ... 안 할래. 자기 관리 못한 벌로. (입술을 손바닥으로 찹 민다.)
 
폭스트롯:(에.) 에?! 진짜 안 해줄 거야? (억울함 가득해져서 이잉~ 거리며 밀려났다. 괜히 심술이라도 났는지 당신의 손목 잡아서 손바닥 깊숙하게 쪽.) 너무해. 뽀뽀 못 하게 하구.
 
제이슨:(손바닥에 입 붙이고 있는 모습을 빤히 보다가 결국 웃는다...) ... 너무하긴. 네가 더 너무했지. 오랜만에 자는 얼굴이나 실컷 봐서 좋긴 했는데.
장난이니까 이리 와. (손목 잡힌 그대로 당겨오더니 툴툴 거리는 입술 끝에 쪽, 입 맞췄다.)
 
폭스트롯:느긋하게 시간 못 보낸 거에 대한 벌이면 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아아니 그래도...! (이잉...) 나 자는 모습이 그렇게 못났어? 웃기고 그래? (아직도 담아둔 모양이다.)
(얌전히 끌려가서 쪽. 발그레하게 홍조 띄우고 헤헤 웃는다.) 너-무 좋아. 오늘도 좋아해, 아리!
 
제이슨:글쎄. 그것보단 그냥 네가 좀 덜 피곤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이제와서 뭔 소리냐는 얼굴로 뚱하니 보다가) 평소보단 못나 보이는 것도 맞고 웃긴 것도 맞는데, 그래도 예뻐.
(고작 그걸로 좋아하기는... 제대로 손 꼭 고쳐잡고) 나도 좋아. 그러고보니 나가기 전에 식사는 해야지? 외출증도 받아야 하고.
 
폭스트롯:나 이제 하낫두 안 피곤해. 그러니까 걱정은 마. 앞으로 피곤한 일은 임무 외엔 없을 테니까. (뚱한 얼굴 귀엽다. 이런 생각이나 했다. 네가 알면 싫어할까?) ... 앞에 말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네가 그렇다면야...
식사도 해야 하고... 응, 가고 싶은 곳 열심히 생각 해뒀어. 부지런히 다니자. (당신 손 꼭 잡고 꾸닥.)
 
행복한 하루가 될 예정이잖아요.
 
어떤 걱정도 잠시 내려놓고 즐기도록 합시다.
 
언제나처럼 준비를 끝낸 뒤 문을 나서면 조용한 복도 입니다.
 
여러 명이 아프고 여러 일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 조용한 것 같습니다.
 
제이슨:밤에... 요구대로 약을 맞지 않은 게 잘한 일일까? (중얼)
 
폭스트롯:(물끄러미 끔박.) 불안하면 지금이라도 맞을래?
 
제이슨:(고개를 설레 젓는다.) ...아니. 솔직히 어느 쪽이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고... 놀러 나가는데 굳이 컨디션 망치고 싶진 않아.
다녀와서는 모를까... ...사람이 덜 보이니까 그냥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져서 그래.
 
폭스트롯:(당신의 뺨을 손 마디로 콕.)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너같다. 너무 걱정하지 마. 네 선택에 후회 가지지도 말고. 걱정 다 날릴 정도로 즐겁게 놀다가 오자.
별 말 없는 애들은 멀쩡한 거 아닐까? 아니면 아직... 불려가지 않았다던가...
 
제이슨:(미간을 찡그리곤 손가락을 콱, 무는 시늉이나 하다가) 걱정 안 하게 해줄 자신은 있고? 뭐... 그것도 그렇지. 이번엔 혼자 볼 일 있다고 떨어져서 다닐 생각은 하지도 마.
 
폭스트롯:(흐아앙! 아리가 입질을 해!) 못할 게 뭐야? 어차피 오늘 볼 일은 너랑 하루종일 붙어서 행복한 시간 보내는 것 뿐인걸. ... 그때처럼 떨어져서 네게 상처 줄 일은 없을 거야. 난 내가 뱉은 말은 지켜. 알잖아.
 
제이슨:(뚱...) 솔직히 그때야 네가 더 힘들 일이었지. 대뜸 믿을 사람 하나 없는 것처럼 달려드는 꼴이나 보고... (머뭇거리다) ...사실 13시 둘이 그렇게 된 게 또 같은 이유가 아닌가 싶어서. 조심해야겠단 생각 들더라.
 
폭스트롯:내가 무어 힘들 것이 있었겠어. 그냥, 좀 더 의지되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하게 된 계기이고 어쩔 수 없는 거였잖아. 우리 둘 다 미숙했던 거고. (아.) 그런 이유일 수도 있겠다. 하제가 혼자 갔다 왔... (잠시 멈칫.) ... 너도 혼자 다녀왔잖아. ... 괜찮은 거 맞아?
 
제이슨:일단 어젠 멀쩡했는데. 둘은 뭔가 조금 더 다른 이유로 떨어져 있던 거 아닌가? 나야 금방 돌아오기도 했고... (손 펴보이며 이상 없다는 제스처를 한다.) ...불안해서 말 안하고 지냈던 건 내 문제지, 딱히 네가 의지가 되지 않아서나... 사실 그런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여기 왔을 때부터 쭉 그랬어. (만들어지고 나서, 라고 해야하나? 살짝 기우뚱.)
예전도 지금도 넌 충분히 의지 되는 사람이니까 크게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의미지. (오히려 너무 의존하게 될까봐 문제인 건 맞지만... 다소 씁쓸함을 묻어놓고 걸음을 바지란히 옮긴다.)
 
폭스트롯:이것도 물어봐야 하나... 아픈 기억 되살리게 하고 싶지 않은데. (당신 꼼꼼하게 살피고 고개 끄덕인다. 다행이야, 라면서. 솔직히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고.) 이제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말해줘야 해! 같이 고민하고 해결 하자. ... 너 혼자만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만들어진 너, 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다. 만들어지든 아니든... 넌, 그냥 너인데. 우리의 다른 점이라고는...)
그래도... (말 잇지 못하고 얌전히 걸어간다. 그래도 모두가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구태여 꺼내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폭스트롯이라는 사람은 당신을 위한 사람이었으니.)
 
식당에서 언제나처럼 고급진 식사를 하고 멜을 만나 외형을 가볍게 바꾸어 봅니다.
 
제이슨은 어떻게 바꾸고 싶나요?
 
제이슨:(모양새야 그대로 두고 색만 바꿔도 모르지 않을까? 전에 유타가 금발이었으니까...)
(머리는 최대한 옅게. 눈도 멜의 머리색과 비슷하게 바꿔 달라며 당당히 요구한다.)
 
멜: 오... 그러니까... 백금발이나 백발을 말하는 거야? 눈은 분홍색? 예쁘겠다! 이스가 좋아하는 색이야?
 
제이슨:(끄덕) 그 색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원래 색이랑 많이 다르니까 알아보기도 어렵지 않나, 싶어서?
 
멜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둘의 외형을 바꾸어냅니다.
 
폭스트롯은 이전과 같이 금발에 푸른 눈으로,
 
제이슨은 백금발에 분홍 눈으로.
 
폭스트롯:(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입술 달싹.) ... ... 예쁘다. 아리. 응, 예뻐. (어쩐지 기분이 싱숭생숭 하지만.)
 
제이슨:...그래? 혹시 이쪽이 더 마음에 든다던가? (당연히 농담.)
 
폭스트롯: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너라는 사람이 좋은 거라니까. 네가 어떤 모습이든 마음에 들었을 거야. (어째 술렁이는 감정 정리하지 못하고 괜시리 당신 손 끌었다.) ... 가자, 아리. 시간 아까워. 다녀올게, 멜.
 
멜: 조심해서 다녀와! 사고치지 말고! 아프면 바로 오고!
 
제이슨:(얌전히 잡혀가며) 어린애도 아니고... 다녀올게.
뭘 그렇게 급하게 굴어. (역시 이 편이 좋은가? 힐끔거리며 총총...)
 
폭스트롯:(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시선 다른 곳에 두었다. 그러니까... 이 기분을 말하면 네가 상처일까 싶어서.) ... 그냥. 시간은 한정되어 있잖아. 그런 이유야.
 
제이슨:그 한정된 시간 안에 얼굴도 제대로 안 보여줄 생각이고? (빤히...)
 
폭스트롯:... 어쩐지 보면 울어버릴 것 같아서요... (그리 말 질질 끌었다. 느리게 당신 쪽으로 고개 돌려서 힐끔.)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 그냥... 네가... 너무 좋아서 이러나...
 
둘이 갈 수 있는 곳은 [쇼핑몰], [식당], [카페], [서점], [사진관] 입니다.
 
제이슨:(좋다는 거야 아닌 거야... 지긋이 보다 결국 손이나 꼭 맞잡는다.)
어디부터 갈까? 꽃도 골라야 할텐데, 이건 돌아갈 때 보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하고.
 
폭스트롯:근처에 꽃집도 있다고 하니까 꽃은 그쪽에서 사자. 아, 쇼핑몰 지하에 커다란 수족관도 있다는데... 거기 먼저 들리는 거 어때?
 
제이슨:좋지. (꾸닥이다 귓가 만지작...) 수족관이면 역시 고래도 있겠지?
(너 좋아하겠다. 덧붙이며 쇼핑몰 쪽으로 손을 잡아끈다.)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쇼핑몰로 향합니다.
 
고급스러운 매장들이 줄을 지어있고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지하 1층에 있는 수족관에서 심해테마관을 새롭게 만들었다는 홍보가 가득 걸려 있습니다.
 
꽤 으스스한 분위기의 홍보물입니다만, 흔한 기회가 아니므로 기대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이슨:수족관 갔다가 뭔가 더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필요한 거 있어? (홍보지에 시선을 빤 고정한다.)
 
폭스트롯:음... 프롬파티 때 쓸 코사지라던가... 그런 거? 꽃 살 때 사면 그만이니까 다른 것을 생각 해둘까나. (잠시 고민을 하다가) 기념품은 수족관 쪽에 있을 것 같으니 먼저 갈까? 아니면 아리, 필요한 거 있어?
 
제이슨:(흠.) 스티커? 내가 원하는 건 기념품관에도 있을 것 같긴 해. ...갈까. 뭔가 새로운 것도 하는 모양이던데. (홍보물을 가리키며)
 
폭스트롯:스티커? 네가 스티커를 모을 거라고 생각은 못 했는데.... (홍보물 봤다가 흥미가 생겼는지 눈 동그랗게 뜬다.) 이건 꼭 가야 해! 오늘 꼭 봐야 해! 심해라니. 아주 두근거리는 단어잖아!
 
제이슨:모으는 건 아니고 어디 붙여놓고 싶어서? (네 얼굴에 도배하겠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는다.) 신비롭다는 느낌 때문인가... 나도 궁금하네. 무섭다고 못 보는 사람도 은근 있는 모양이던데.
 
폭스트롯:... 예를 들자면? (어째 이전에 둘이 스티커를 얼굴에 붙이고 사진 찍었던 것을 생각하고 움찔.) 심해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불리잖아. 밝혀진 것도 거의 없고. ... 공포감의 근원지기도 하니 이해는 해. 본능적으로 꺼려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까. 아리는 괜찮아?
 
제이슨:원래 겁 있는 쪽도 아니고, 새로운 건 뭐든 좋아하는 편이니 괜찮아. 너만큼 궁금해하는 게 나일걸. (손에 든 휴대폰 만지작거리며 웃을 듯 말 듯한 얼굴을 했다.) ...어느 정도 예상가지 않아? 내 것 예쁘게 꾸며보려고.
 
폭스트롯:그럼 좋아! 빨리 가자. (당신 손 고쳐 잡고는 호다닥 빠른 걸음 했다. 꽤나 신난 듯.) ... 아리 거 예쁘게 꾸며서... (노트나 그런 거라도 꾸미려는 걸까? 자신에게 붙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듯 했다.)
 
수족관
 
수족관의 전시관은 크게 [열대어 전시관], [수생동물 전시관], [해파리 테마 전시관]으로 나뉘어져 있네요.
 
각 전시관이 순차적으로 연결된 구조입니다.
 
[심해 테마 전시관]은 아무래도 모든 전시관을 둘러본 뒤에 [바다 밑 터널]을 통해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이슨:(오...) 마지막 보상처럼 남겨 놓은 느낌이네. 처음부터 쭉 볼까?
(열대어 전시관... 해파리 떠다니는 것도 예쁠 것 같은데. 안내문을 더듬 읽으며 손 잡고 입구에 들어선다.)
 
폭스트롯:(두근두근... 행복 가득하고 기대 가득한... 홍조 띈 얼굴로 호다닥...)
 
밝은 분위기 속에서 열대어 전시관은 다양한 열대 물고기들을 전시하는 곳입니다.
 
익히 알고 있는 아열대 지역의 화려한 바다 물고기들이 눈길을 끕니다.
 
중간 중간, 아마존에서 왔다고 쓰여있는 민물의 물고기들도 보이네요.
 
제이슨:(귀엽네... 그렇게 좋은가? 옆 얼굴 따라 한참 시선을 옮겨가고는 퍼뜩 정신 차린다. 여기 물고기 보러 온 거였지...)
(뒤늦게 수조 안을 바라보며) 이런 아이들은 환경 조성해주는 것도 일이겠네.
 
폭스트롯:(한창 멍하게 물고기들 보다가 한 박자 늦게 반응한다.) 그러게... 다들 사는 곳이나 먹이들이 다를텐데. 이런 것 하나하나 다른 아이들이 모인 것도 신기하고 어쩐지 조금은 미안한 기분이야. 원래라면 더 넓은 곳에서 수영할 애들인데. (이런 생각하면 좀 그런가?)
 
제이슨:그것도 맞는 말이지. (흠...) 오히려 수가 줄어서 사람 손으로 보호하려 데려다 놓는 종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자연을 거스르는 쪽일까. 다음에 멀리 나갈 수 있으면 바다나 큰 호수를 보러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건 역시 어려운가? 중얼거리며 느릿하게 감상한다.)
 
폭스트롯:자연을 거스른다, 라. 인간이 있어서 자연 생태계가 망가지는 것은 들어봤긴 하지만... 으음, 역시 모르겠다. 나한테는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지금 생각할 이유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 바다를 보러 가는 것도 괜찮겠지. 다같이 가는 거면... 어쩌면...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발걸음 멈춘다.)
아리, ... 저기 볼래?
 
제이슨:내 입으로 하는 것도 뭔가 웃긴 말이긴 하지만... (신을 모독한 산 증인이. 자신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인지 뒷목을 만지작거리다가 얼결에 따라 멈춘다.) ...? 어디?
 
폭스트롯의 시선 끝에 걸린 것은 희고 하늘하늘하게 아름다운 물고기 입니다.
 
홀로 작은 수조 안을 헤엄치고 있습니다.
 
제이슨: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수조 속에 홀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의 이름은 '베타' 입니다.
 
분명 흰 색이지만 은은하게 금빛이 돌고... 눈은 분홍빛인 베타가 제이슨을 응시한 것 같은 것은 기분 탓일까요?
 
제이슨:베타였나? 실제로 보니까 엄청... 화려하게 생겼네. (살랑이는 꼬리 지느러미를 따라가다 물고기의 눈을 빤히 마주 응시한다.)
...이쪽 보고 있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폭스트롯:네가 마음에 든 거 아닐까? 지금 너랑 똑같은 색이잖아. ... 예쁘다. 난 얘 마음에 들어. (살그머니 저도 모르게 다가가서 유리에 손 댄다. 아, 이러면 안되나? 눈치...)
 
제이슨:(그런 것 보다는 계속 따라붙는 듯한 시선이 신경쓰이는 듯한 얼굴이다. ...뭔가 복잡한 기분인데...) ...어어... 나도. 그렇게 있으니까 너하고도 잘 어울려 보이는데.
(DOT 내에서 뭐든 반려생물 기를 수는 없나? 뜬금없는 생각이나 하며 당신 곁으로 다가가 나란히 물고기를 바라본다.)
 
폭스트롯:정말? 잘 어울려? (웃으며 손 살짝 놓고 꽃받침 해본다. 헤헤. 지금 이 모습이라서 그런가?) 색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베타는 합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서 한 마리만 키우거나 한다던데...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나중에 키울 수 있느냐 물어볼까? 물론... 관리는 우리가 해야 할 테니까 많이 까다롭겠지만... 책임 못 질 거면 그냥 키우지 말라고 하시려나.
 
제이슨:(뭐지? 갑자기 웬 예쁜 짓. 좋으면 오히려 표정이 굳는다는 게 딱 지금 같은 짝일 것이다...) ...그것도 그렇고. 바빠도 물고기 정도 돌볼 여유는 있지 않을까 싶은데... 책임질 수만 있으면 되는건가? (그런 거라면 괜찮지. 끄덕이며) 하나만 있으면 외로울 것 같았는데 의외네.
 
폭스트롯:어... 미안...? (시, 싫은가 봐... 당신의 얼굴이 굳자 쭈글 해져서는 손을 내렸다. 이잉... 예쁜 짓이 안 통해... 어려운 남자야...) 그렇지만 난 이 친구 외에는 다른 애들한테 마음이 동할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같이 고민 해보자. (당신 손 잡고 살그머니 걸음 옮겼다. 더 보고 있으면 앞에서 벗어나기 싫을 것 같아.) ... 다른 하나를 잡아 먹는다고 하더라. 이건 어쩔 수 없는 건가 봐.
 
제이슨:... ... 왜지? (원인이 자신에게 있단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은 채 아쉬운 마음에 볼만 꾹 눌러본다. 곧 약간 놀란 음성.) 음... 그 정도로 마음에 들었어? 수족관에 이야기해보는 건 역시 곤란하려나. ...가끔 생각해보면 그런 독립적인 개체도 신기해. 분명 짝지어 번식하는 생물일텐데도 그런 경우가 더러 있으니까. (종종 따라간다.)
 
폭스트롯:... 네가 싫어하는 것 같아서... (얌전히 볼 꾹 눌렸다. 표정이 굳어졌잖아... 당신의 눈치를 힐꼼 보며 어깨 늘어뜨렸다.) 어쩔 수 없지. 그냥, 보자마자 끌리는 것 뿐이었으니까. 수족관 분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 특히 수컷이 암컷을 그리 괴롭힌다 하더라. 음... 부성애가 강하다고 했고... 그 외에는 기억나지 않아. 전에 도감으로 살짝 본 것이 다여서.
 
제이슨: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지나온 뒤쪽에서 아이와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이: 엄마. 이 어항에는 왜 아무 것도 없어?
 
엄마: 여기 안내문이 있다. 베타 친구는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볼 수 없나 봐. 물고기들의 나라로 돌아갔대. 아쉽지만 나중에 보자.
 
제이슨:...? (말소리를 듣고 흘끔 뒤를 바라본다. 설마 이쪽을 보고 이야기하는 건가...?)
여기 이 물고기 말고도 베타가 또 있었나?
그리고 싫긴 무슨. 밖에서 갑자기 그런... 걸 보여주니까 그렇지. 내 얼굴이 그렇게 이상했나... (만지작)
 
제이슨: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을 깜빡.
 
다시 어항을 보면 어떤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투명한 물만 가득 담긴 어항일 뿐입니다.
 
제이슨:어... (눈 끔뻑.)
...나만 헛 것 본 건 아닐 테고. (어항을 한 번, 당신의 얼굴을 또 한 번 번갈아 쳐다본다.)
 
폭스트롯:... 응, 예쁘다. 계속 보고 싶을 정도로. (어항에 손 끝 내고 그리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당신 보고) 왜 그래?
 
제이슨:방금까지 분명 있었는데... 너한테 아직 보여?
(아까 아이 엄마가 보던 안내문을 흘끔.)
 
폭스트롯: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꿈박...)
 
안내문에는 베타의 그림과 함께 베타가 건강의 문제로 더 이상 전시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제이슨:...이쪽. (안내문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폭스트롯:...? (안내문 잠시 읽다가 눈 깜빡. ... 어쩐지 머리가 아파서 반사적으로 눈 찡그린다.) ... 안타깝게 됐네. 이만 가자, 아리. 기분이 이상해.
 
제이슨:...우리 둘 다 피곤하긴 했나보지. (그렇게 둘러대곤 손을 잡아 끌어 가까이서 들여다본다.) 어디 많이 안 좋아?
 
폭스트롯:(눈가 발그레 해져서는 눈 힘주어 감았다가 뜬다.) 그냥 기분이 좀... 그래. 갑자기 눈물 날 것 같고. 이상한 마법 걸린 기분이야~. ... 안아주면 안될까? 아리 테라피 시켜줘.
 
제이슨:방금 것 때문에 마음 안 좋아져서 그래? 너한테 좀 더 오래 모습 보여주고 싶었나보지. (걱정어린 눈으로 보다 순순히 팔을 벌려 안고는, 어깨를 약하게 도닥여준다.) ...조금 쉬는 게 좋을까?
 
폭스트롯:물고기 때문일까? 오늘 같은 날에 이런 기분 느끼고 싶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람. (당신을 힘주어 안았다. 소용돌이치는 감정 갈무리 하더니 당신의 이마에 쪽.) ... 괜찮아. 이렇게 있는게 나한테 쉬는 거야.
 
제이슨:(그냥 자리 떠날 때까지 말하지 말걸 그랬나. 약간 후회가 올라오는 것을 삼키며 끄덕였다. 잠깐 주위를 의식하는 듯 하더니 곧 당신의 입술에도 쪽, 짧게 입 맞췄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좀 더 구경하다보면 괜찮아 질 수도 있으니까. 저쪽으로 가보자.
 
폭스트롯:(입술에 느껴지는 짧은 온기에 눈이 약간 커진다. 끔박... 곧이어 푸스스 웃고) 응, 그러자. 저쪽에는 뭐가 있으려나...~.
 
다음 관으로 넘어갈 수도, [기념품 뽑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제이슨:전용관이 따로 있나 싶었는데 이런 것도 있네. ...한 번 뽑아볼래?
 
폭스트롯:(이미 호다닥 가서 찰딱 달라 붙었다.) ... ... 아리. 이 하프물범 좀 봐. ... 아리 닮았다. (어쩐지 묘하게 영혼이 없어 보이는게.)
 
제이슨:? 내가... 이걸? (떨떠름...) 이건 칭찬이야 험담이야.
귀엽긴 한데... 아니, 더 안 닮았잖아.
 
폭스트롯:당연히 칭찬이지! 이말랑포근폭신따끈하게생긴흰동구라미의몸을보라구! 사랑스러움 그 자체잖아! (흥분!)
요기 가오리 인형도 있어! 와아아아!!! 귀여운 거 엄청 많잖아!!
 
제이슨:말랑폭신...? (방금 엄청난 속사포가 지나간 거 같은데...) 얘는 왠지 웃는 얼굴이 너 닮았다. (가오리 인형의 깜찍한 입매를 손가락질한다.)
이것들 데려가면 네 고래가 질투하는 거 아니야? (이런 농담이나...) 흠.
(소매를 살짝 걷고 뽑기에 도전할 준비를 한다. 하프물범... 뭐 좋다니까 노려볼까...)
 
제이슨:
기준치: 35/17/7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캬-
 
시원하게 물범의 등을 긁어주었습니다.
 
제이슨:(쿵 버튼 내려침)
 
긁쟉...쿵....
 
폭스트롯:(깜딱....)
 
제이슨:(한... 한 번만 더...)
 
제이슨:
기준치: 35/17/7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왜 점점 더 못하지?)
 
폭스트롯:(화났나? 아니겠지?)(열심히 눈치 봄)
 
제이슨:(열 받을락 말락 하는 중)
 
폭스트롯:(눈색이랑 비슷해지나?) ... 저기... 아리...? 나... 인형 괜찮을 것 같은데.....(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제이슨:(그렇게 쉽게 물들지 않는 인간이다.) ...잠깐 있어봐.
(내가 안 괜찮아지려고 하니까... 다시 동전 털어 도전한다...)
 
폭스트롯:어...? 응... (다소곳하게 옆에 서다.)
 
제이슨:
기준치: 35/17/7
굴림: 1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이게되네
 
제이슨:(하 드디어)
자, 선물. (이겼다는 얼굴로 당신 품에 하프물범 인형을 안겨준다.)
 
폭스트롯:(잔뜩 쫄아서 하프물범 인형 꼭 안았다...) 소, 소중하게 간직할게.. 내... 내 가, 가보로.......
 
제이슨:? 왜 그렇게 떨어. ...혹시 별로야?
 
폭스트롯:아뇨... 너무 행복해서요... (애인이 무서워요.........)
 
제이슨:하나 더 뽑을까... (중얼) 넌 안 해봐도 괜찮아?
 
폭스트롯:(행복하게 인형 끌어 안고) 난 괜찮아. 뽑을거면... 가오리 뽑아줘. 같이 들고 다니자. 귀엽다.
 
제이슨:그래. (이번에도 다소 비장한 얼굴로 기계를 잡는다.)
 
제이슨:
기준치: 35/17/7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또 내려치려다 힐끔...)
 
폭스트롯:(말똥..... 한 눈으로 바라보다....)
 
제이슨:(침착하게 다시... 잡고 슉슉 움직여본다...)
 
제이슨:
기준치: 35/17/7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휴)
 
가오리 인형이 출구에서 뾰족, 얼굴을 내밉니다.
 
말랑말랑... 품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예요.
 
제이슨:(아 귀여워.... 인형을 끄집어내고 내심 뿌듯한 얼굴로 꼭 안는다.) ... ...직접 보니까 더 괜찮네...
(가오리 날개 쭉 늘리기)
 
폭스트롯:(나도 날개 쭉 늘리기 할 수 있는데. 어쩐지 질투남.) 이름 지어줄 거야?
 
제이슨:폭스트롯 가오리 유스티티아 알렉산더...
...이름 뭘로 하지?
 
폭스트롯:.................................. 제이슨 하프물범 데이라이트.
 
제이슨:(황당...) 너도 이름 지어주게?
 
폭스트롯:웅. 아리가 나 삐지게 할 때마다 대신 안고 있을 거야. (허소리다.)
(헛............)
제이슨:... 안을 일 많이 생길 거 같아?
삐지면 막 안기도 싫어지고 그래? (빤...)
 
폭스트롯:... ... ... ... 그건 안아보면 알 것 같은데. (슬그머니... 팔 벌렸다.)
 
제이슨:은근슬쩍 또... (싫진 않은지 가오리 인형 안은 그대로 품 안에 쑥 들어섰다.)
 
폭스트롯:좋으면서-. (인형째로 당신 꼭 안고 부비작 거렸다.) 삐져도 안고 있고 싶다. 이게 다 아리가 너무너무 좋아서 그래!
 
제이슨:(다 못 알아본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오늘따라 대담해진 기분은 들지만...) 그럴 일 없게 노력은 해 보겠는데. 어떨 때 삐질 마음이 드는데?
 
폭스트롯:(어차피 다른 이들이 알아보지 못한다면 체면을 차릴 필요가 있나? 그저 당신이 좋다는 것을 한껏 표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꾹꾹 참아둔 것들을 쏟아내는 것처럼.) 음~. 그러게-. 뽀뽀 안 받아줄 때라던가... 나 모르는 척 하면 삐질 것 같아. (금방 풀리겠지만.)
 
제이슨:(흠...) 전자는 다 보는 앞에서 하긴 좀 곤란...할 것 같긴 한데, 너 예고도 안 하잖아. (뺨 문질해주며) 내가 널 모르는 척 할 일이 있나. 가끔 뭐... 놀리는 맛이야 있기는 할텐데. (솔직)
 
폭스트롯:... 이제 다른 사람들 보는 앞에서는 잘 안 하잖아. 참는게 얼마나 힘든데. 둘만 있을 때... 매번 허락을 구해야겠네. (아리, 나 입 맞추고 싶어. 같이 말이야. 속삭이며 입꼬리 당겼다.) 가끔 놀리는 것은 우아앙 하고 넘어가겠지만 계속 모른척 하면 곤란해! 그럼 정말 삐져서 방 나갈지도 몰라! (볼 빵빵하게 부풀렸다.)
 
제이슨:... 그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둘만 있을 땐 그냥... 하는 거지. (양볼을 꾹, 집게 손으로 눌러버린다.) 그래도 금방 다시 돌아올 거면서. 종일 얼굴 안 보는 수가 있어.
 
폭스트롯:.... ... 그럼, 아리가 너무 좋을 때마다 해도... 괜찮아? (꾹 눌리며 심각하다는 듯 미간 찌푸렸다. 음.) 진짜... 종일 안 볼 거야...? ... 진짜?
 
제이슨:너 하는 거 봐서. (당연히 거짓말이었는데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 ...그거야 네 마음가는 대로? 뭘 얼마나 하려고.
 
폭스트롯:(흐앙! 안대! 찡찡이 표정이나 했다.) ... 난 언제나 네가 엄청 좋은데... 한... (1분마다 두 번씩이면 싫어하려나. 곰곰...) 5분에 한 번...
 
제이슨:(놀리기 좋네... 여전히 볼 잡은 그대로 쪽, 하고 떨어져선) ...5분에 한 번이나? 나라고 안 좋다는 건 아닌데... 입술 닳겠다.
 
폭스트롯:(쪽 당하자 발그레해져서 얌전해졌다. ... 좋다... 한번 더 받구 싶다...) 그건 해보면 되는 거 아니야? 오늘 돌아가서 해봐야지. 어울려주십사 요청하는 바예요, 애인분.
 
제이슨:1년치 다 해놓고 금지 당하는 미래는 생각 안해봤나 보지? (농담하며 일부러 시선을 피했다.) 얼른 가기나 해.
 
폭스트롯:이거 사형 선고나 다름이 없잖아. 너무한 거 아냐?! (당신의 손 꼭 잡고 투덜거리며 타박타박 수생동물 전시관으로 걸음 옮겼다.) 해달이 보고 싶어. 바다에 사는... (그러니까...) 곰돌이. (아님)
 
제이슨:뭐든 적당히가 좋다 이거지. 붓기 싫은걸. ... 곰돌이... (웃음 참음) 곰 인형이라고 생각하면 확실히 닮긴 했지. 약간 맹해보이는 게... (빤)
 
폭스트롯:그럼 나만 하지 뭐. 뺨에다가 하면... 그만 아냐? 동글동글하고 복슬복슬하잖아. 배 위에 조개나 이런거 올리고 꽁꽁 두드리는 게 귀엽더라. (빤히 보는 당신의 시선에 맹한 얼굴 보였다. 웅?) 왜 그렇게 봐?
 
제이슨:(뺨에 입술 자국..?) ...아니 그냥, 닮았다고. 오리같은 물새들도 맹해보이는 게 비슷하고 귀엽던데. (빤...)
 
폭스트롯:내가 닮았다고? 해달이랑? 맹하게 보이는... 게? (욕인지 칭찬인지 분간 안간다는 눈이었다가 이어 붙여진 귀엽다는 표정에 미묘하게 뿌듯해졌다.) ... 귀여운 애들 빨리 보러 가자.
 
물에서 사는 동물들을 볼 수 있는 전시관입니다.
 
귀여운 동물들이 잔뜩!
 
비버도 물개도 이곳에 있네요.
 
아, 저쪽에는 펭귄도 있습니다.
 
어쩐지 아이처럼 들뜨게 됩니다.
 
폭스트롯:(유리창에 찰딱 달라 붙어서 우아아아...) 아리, 아리! 여기 물개야! 비버도 있어! 이 너무 귀엽다.
 
제이슨:(누가 뭘 보고 귀엽다고 하는 거지. 멀뚱...히 보다가 곁에 서서 같이 들여다 본다.) 그러네. 얘들은 원래 이렇게 항상 신나있나? (열심히 돌아다니는 물개 구경)
아까 저쪽에 펭귄도 있던데. 새끼가 엄청 귀엽더라.
 
폭스트롯:그건 잘 모르겠지만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괴롭히는 사람 없이 행복하고 큰 사고 없이 그 날의 먹이가 맛있었다고 잠들 수 있는 하루 보냈으면 좋겠어. (유리창에 볼따구 찌부! 되어 있다가 헛!)
... 아기 펭귄은 좀... 준비가 필요해. (심장에 무리가 가.)
 
제이슨:그래도 관리하는 사람들이 나름 잘 돌보지 않을까? 적어도 불안에 떨지는 않아도 되는 매일이긴 하겠지. 네 말대로 행복할 수 있으면 더 좋고. (먹이 주는 체험같은 거 없나. 중얼거리며 당신 머리를 슬슬 쓰다듬는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오자고 할걸.
 
폭스트롯:그럴 거라고 믿어야지. 불안하지 않는 삶이라는 것은 참 좋으니까. 온통 사랑을 받고... (어떤 것도 모른 채로. 어쩐지 이전 날의 자신이 생각나서 딱 붙이고 있던 제 볼을 뗀다. 당신의 손에 부비적 거린다. 그것도... 사육인가? 물끄러미 보다가 히이-) 앞으로 가끔 오면 되지. 가끔 데이트 나가는 것 정도는 허락 해줄 테니까. 그때는 다른 특별 전시를 하지 않으려나?
 
제이슨:있을 곳이 너무 한정되어 있다는 건... 보는 입장에선 좀 안타깝긴 하지만. 나고 자라 못 느낀다면 괜찮으려나. (물개나 비버 보다는 역시 이쪽이... 부비적 거리는 애인을 간질이듯이 삭삭 예뻐해준다.) 그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주 나중이 되면 수족관 전시 말고도 여럿 행사하는 곳이 생길 수도 있겠네. ...교육 마치고도 지금처럼 시간이 있을까?
 
폭스트롯:... 행복하기만 하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자유 따위 없어도, 온전히 행복하다면... 아니. 그럴 수는 없지. 행복하지 않더라도 새장 부수고 나감을 추구해야 함이 그에게는 옳았다. 말갛게 웃기나 하며 예쁨 받는다. 너무 행복하다! 라면서.) 지금은 이 근처밖에 못 가지만 성인이 되면 멀리까지 나갈 수 있대. 다른 곳들에서 예쁘다는 곳 다 가보자. 바다에서 지는 노을이 그렇게 예뻐. ... ... 데이트 중에 급하게 불려오는 것은 싫은데... 하루 정도는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폭스트롯은 제이슨의 손을 끌어 당깁니다.
 
폭스트롯:아리, 저기에 기념품 만드는 곳이 있어. 가보자.
 
제이슨:바다가 있는 구역이라던가? (제 12구역이었나. 기억을 더듬다 눈 끔뻑.) ...무슨 기념품?
 
폭스트롯:응. 우리 집 있는 곳. 우리 집 앞에 바다 있거든. 리베가 너 보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 어... 팔찌인가?
 
기념품 만들기 체험장은 말 그대로 기념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부스입니다.
 
참관객들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작은 비즈부터 조개껍질의 가공품, 인조 진주 등이 제법 그럴 듯합니다.
 
함께 만들어볼까요?
 
제이슨:아, 그러네. 나도 오랜만에 보면 좋겠다 싶긴 했는데. (오...) 이것만 놓고 보면 꽤 예쁘네.
제이슨:잘 만들 자신 있어?
 
폭스트롯:제가 왕년에 마이너스의 손으로 좀 유명했는데... 실력을 발휘할 때가 와서 기쁘네요.... (죽은 눈) 그래도! 할 수 있어! (아자!)
 
제이슨:전에 종이접기 할 때 생각도 나고 좋네... (자신도 찢어먹었던 탓인지 조개입이 된다...) 아무리 못해도 중간은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다 만들면 서로 바꿔보기 어때?
 
폭스트롯:(그렇게 모인 지옥?의 손재주를 가진 남성 둘.) 중간만 가면 그만이지. 좋-아. 예쁘게 만들 수 있어! 손재주는 좀 그래도 미적 감각이 바닥은 아니니까. (의자 하나를 빼내어 당신이 앉을 수 있게 해두었다.) 이리 와, 아리!
 
제이슨:(미적 감각만 좋아도... 둘이 만나면 오히려 최악의 조합 아닌가? 생각만 꾹 삼키며 얌전히 옆자리에 앉는다.)
 
폭스트롯:(당신의 생각 아는지 모르는지... 꼬물락 꼬물락...) 아, 이거 봐, 아리. (두 손 꼭 모아서 가려두고 당신 눈 앞에 보였다.) 여기 안에 뭐 있게~?
 
제이슨:...? 뭐야? 안 보이는데. (냅다 손을 덥석 잡아 열기를 시도한다.)
 
폭스트롯:(힘 꾹.......) ... ... ... ... 그, 그냥 맞춰보면 안... 안되는 거야...?
 
제이슨:... ...(뭐지?) 조..개? 진주? 자갈돌?
(두어번 더 말없이 힘 줘보다가 포기한다. ... ...힘 엄청 좋네... )
 
폭스트롯:(훗........ 이 날을 위해 운동을 했지.) 쨘~ 요거 봐라~. (손 열어서 작은 분홍색 조개 보여준다.) 분홍색 조개는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뜻을 가진대. 아리는 첫사랑이 나니까 이미 이뤘겠다, 그치? (으항항)
 
제이슨:... ...가끔가다 보면 이런 건 어디서 듣고 오는지 궁금하다니까. (손 끝으로 조개를 톡톡 건드려보며) 이미 이뤄지긴 했어도 이것도 넣어볼까? 예전에 그 아치문 걷기도 전에 네가 고백한 것도 생각나고... (새삼 추억에 잠긴 눈)
 
폭스트롯:... 이리저리서 이야기 해주던데...? (모두가 연애를 알고 있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지만. 눈치채지 못한 듯 맹.) 좋아! 난 분홍색도 엄청 좋아해. ... 그러고 보니 아리 눈 색, 예전 색도 좋아했는데...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색이네. (헤헤. 웃으며 실에 조개를 쏙, 껴서 넣었다. 정확히는 시도하는 중이다.) 으응... 그, 그건... 우리가... 이어지고 나서 건너면 우리가 이어진 채로 영원히... 라는 뜻이 되지 않을까 해서... (귀가 화르륵 달아올랐다.)
 
제이슨:최근에? (이뤄진 거 모르고 누가 알려주는 건가? 알려야 하나...? 쓸데없는 고민중이다.) 그러게... 별 생각없이 고른 색인데. 새롭게 네 첫사랑이라도 되고 싶었나보지. (아무말) ...너만 끝까지 바라준다면 그 뜻 그대로 되지 않을까.
(투명한 하늘색 비즈와 흰 조개 껍데기를 더 골라보며 고심...)
 
폭스트롯:아니? 좀 됐어. 너랑 뭐 하라고 이거저거 알려주고... 다들 친절해서 탈이라니까! (들킨 것을 둘만 모르는 중이다. 만인이 인정한 커플...) ... 이미... 네가 내 첫사랑인데도...-. (뜨거운 제 귀를 두어번 만지작 거렸다가 별 모양의 비즈를 찾아서 쏘옥 넣었다. 네가 생각나는 것.) 나만 바라면 뭐해? 너도 바래줘야지. 사랑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잖아. (조심조심 몇 개 더 실에 꿰었다. 손이 크니 만드는 것이 힘드네...)
 
제이슨:이러다 다른 직원들까지 죄다 알게 되는 거 아닌가... ...나 좋아한다고 다 말하고 다녔어? (빤히 혈색도는 귓가를 바라보다 다시 열심히 손을 놀리기 시작한다. 별을 담았으니... 이쪽은 달도 괜찮을 것 같은데. 돌고래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열심히 꿰느라 눈이 실처럼 가늘어지는 중...)
? 나는 당연히 바라고 있으니까 네가 원하는 쪽을 가정한 건데... 내가 왜 그날 시곗바늘을 돌렸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렇지도 않은 투로 툭.)
 
폭스트롯:난... 단 한 번도 널 좋아한다고 입 밖으로 내뱉은 적이... 없는데? 해봤자 데스크 누나한테만 했어. (달달 떨리는 손으로 비즈 들고 있다가 마지막으로 당신의 본래 눈색의 비즈를 꿰어낸다. 음. 예쁘다. 묶는 것에 애먹는 중이지만.)
(큭........ 입술 깍 물었다. 매번... 갑자기 훅 들어와서 많이... 곤란해......) 다, 당연한 거구나... 나도... 나, 나도 당연한 거야. 나도 아리랑 계속 같이 좋아하면서 지내고 싶어...
 
제이슨:...그럼 원인은 그 데스크 직원분인가? (입이... 가벼운가? 오해는 깊어져만 갔다.) 손을 왜 이렇게 떨어... 좀 이상해져도 상관없는데. (왠지 웃긴 얼굴로 조심조심 같은 패턴의 장식을 엮기 시작했다. 대체로 밝은 색에 검은 구슬처럼 보이는 것이 반짝거려 눈에 띈다. 그래도 이쪽은 손이 덜 커서인지 비교적 순조로운 듯...) ...사실 그렇게 대답할 거 알고 있었지만. 그냥 듣고 싶어서 해 본 말이야.
(얼추 다 된 것 같은데. 꽤 널널하게 만들어진 팔찌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러니까... 내가 그만큼 널 많이 좋아한다는 뜻, 이려나.
 
폭스트롯:... 누나 입 무거울텐데... 아닌가... 아니, 손 떨리는 거 이상한 거 걱정해서가 아니라... (네가 심각하게 좋아서인데...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이나 꾹 다물고 있었다. 곧이어 당신의 얼굴에 미소 한가득 퍼졌지만.) 다음에는 그냥 듣고 싶다고 말 해. 정말 심장이 팡- 하고 터질 것 같단 말이야.
(겨우겨우 실을 묶어내고 이리저리 본다. 응, 마음에 든다. 제 손을 내밀었다. 직접 해줄래, 라고 말하는 듯.) 아리의 애정 받아서...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것 같아.
 
제이슨:(눈치없이 멀뚱히) 그럼 갑자기 어디 안 좋아? ...네가 너무 표현한다고 뭐라고 할 게 아니었네. (자신만 해도 이미 마음 그대로 담아내길 몇 번이던가... 예전이었으면 상상도 못 했을 말이나 행동들인데.)
난 지금의 네가 좋으니까... 좀 더 힘이라도 내봐야 하나. (이미 네게 다 주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중얼거리며 손목에 완성된 팔찌를 조심조심 채워본다. 걱정한 것과 다르게 나름 잘 맞는 모양새가 되어 뿌듯한 얼굴...)
 
폭스트롯:네가 너무 좋아서 문제라면 문제긴 한데... 이건 매일의 문제라서. 그런 김에 오늘 이 순간에도 너무 좋아해, 아리. 다른 사람들이 없었으면 제대로 입이라도 맞추고 싶은데 말이야. (그리 중얼거리며 제 손목에 끼워진 팔찌를 내려다 보았다. ... 너무 예쁘다. 마음에 들어. 그리 베시시 웃는다. 이건 내 보물이야.)
그대로 있어도... 지금의 나일 거야! 그렇다고 노력하는 것을 거절할 생각은 없는데-. (괜시리 이런 말이나 하며 당신의 손목에 저가 만든 팔찌를 껴주었다. 온통 널 생각하며 만든 거야. 엄지로 느긋하게 쓸었다.) 조금 조잡하지만 기념이니까. 마음에 들어?
 
제이슨:그런거라면... 뭐. (귓가에 슬금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는지 눈을 살짝 굴려본다.) ...나도. 다른 사람들이 없어야 하는 거라면 돌아가서... 해주면 되지. (거절할 생각은 않은 채 웃는 얼굴을 보고 저도 조금 마주 웃는다.) ...
(제 손목에 끼워진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이리저리 돌려보고는) ...생각보다 예쁘게 잘 만들었는데? 생긴 것도 멀쩡하고... (고심의 흔적이 담긴 색색의 장식들을 톡톡 건드린다.) 마음에 들어.
 
폭스트롯:.... 응. 돌아가서 해줄게. 네가 좋은 만큼 해주고 싶어. (오랜만의 느긋함에 평화로움 잔뜩 만끽하고 당신과 애정 나눌 생각에 행복해졌다. 역시 바쁜 것보다 당신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이 좋다.)
후후... 열심히 했지요. 한다면 하는 사람이잖아! 네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야. (당신의 손 잡아서 이끌었다.) 다음은 해파리관이랑... 바다 터널이야. 어디로 갈래?
 
제이슨:데이트 하는 시간만큼이나 아침 저녁으로 너 보는 시간도 꽤 컸다고. (누구씨가 바빠지는 덕분에 내 기분도 좀 그랬었지만. 불만아닌 불만을 뱉으면서도 얌전히 잡은 손에 깍지를 꼈다.) 다음은 해파리관 먼저 갈까.
 
폭스트롯:... ... 하... 그건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할 따름입니다... (쭈그리 되어서 깍지 낀다. 기분이 좀 그랬다는 소리에 당신의 눈치를 본다. 하... 널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 웅... 그러자... 여긴 좀 어두워서 조심해야 해.
 
분위기가 제법 어둡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해파리들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우주에 온 것만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물살에 밀리듯 쓸려서 헤엄치는 투명한 해파리들이 물 속을 유영합니다.
 
잔잔하고 동시에 무거운 음악이 귓가를 간지럽힙니다.
 
제이슨: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
 
어쩐지 물 속에 잠겨서 눈을 감고 있던 그때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좁은 통에 갇혀서, 물살 속에서 어떤 생각도 못 하고 갇혀 있던...
 
제이슨 리드 데이라이트라는 존재가 만들어지던 그 순간.
 
당신의 존재를 상기합니다.
 
제이슨:... (부유하는 해파리들을 바라보다 미간을 슬그머니 좁힌다.)
 
폭스트롯:(작은 해파리들 가만히 보다가 당신 응시한다.) ... 무슨 일 있어, 아리?
 
제이슨:아니, 그냥... 별 거 아니야. 잠깐 생각 좀 하느라. 처음 보는 광경이라 신기해서... (대강 얼버무린다.)
다른 조명 탓인가? 해파리가 약간 빛나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폭스트롯:(기분이 안 좋아보인 것 같았는데...) 보통은 해파리들이 이렇게 갇혀 있지 않으니까. 예쁘다. ... 바다 속의 요정님 같아. (가만히 그리 바라보았다.)
음... 역시 조명 때문인가? 그러고보니... 그거 알아? 해파리는 죽지 않는대. 수명이 다하거나 혹은 형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면 다시 어린 모습으로 돌아가서 다시 자라난다고 해. 알고 있었어?
 
제이슨:자연사 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눈 깜빡) ...몰랐어. 어린 모습으로 돌아가도 그 이전의 생이나 습관같은 것도 유지가 되나.... 그런 지능은 없는 생물인가?
(형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나도 혹시 그런 존재인 건 아닌가? 유지가 불가하다 여겨지면 없어지거나 처음의 정보로 되돌아 갈 가능성도 있을지도. 별로 유쾌하진 않은 상상을 하며 조용히 안을 들여다본다.)
 
폭스트롯:자연사 할 수 없는 것 아닐까? 뇌가 없으니 지능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과거의 경험을 학습 한다고는 들었는데... 역시 생명은 신기해. 기억은 몸에 있는 것인지, 뇌에 있는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단 말이지. 가끔 그런 거 있잖아. 기억을 잃었던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익숙하게 모르는 것을 조작하고 있었다거나... 하는 것들.
(당신을 힐끔 보았다.) ... 아리, 너는 해파리가 아니야. 알지?
 
제이슨:사람은 기억을 잃으면 감정도 그대로 사라질까, 그런 건 좀 궁금하네. 내가 가진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만들어진 기억이라는 건데... 있지도 않은 가족한테 가진 감정도 나름 선명했고. (여전히 해파리들을 응시하며 담담히 묻다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했다.) ...알아.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폭스트롯:... 감정은 어디서 올까...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온다는 것은 보정할 수 없겠지만... 잔재마저 없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해. (있지도 않은 가족인가. ... 그걸 온전히 만들 수 있나? 슴박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 원본이... 있다면? 퍼뜩 생각이 났는지 숙였던 고개 든다. 물론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다시 시선 맞추더니) 나한테 너는 그냥 너일 뿐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네가 어떤 존재든.
 
제이슨:차라리 모르는 편이 좋았을까 싶기도 했는데 역시 그 편이 더 싫어. 다른 사람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사람으로 대해주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만들어진 구원자에게 열광한다는 게 이상한 기분인 건 여전하고. (깜빡.) ...그런가. 감정이든 기억이든 생기는 것 보다 지워지는 쪽이 더 어렵기는 하겠지만.
존재가치에 대한 생각은 더 않기로 했었는데... (여전히 내 가치는 네 애정이 있어야 성립된다는 거지. 적어도 이 도밍게즈에선. 속으로 생각을 삼키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다.
 
폭스트롯:아무것도 모른 것보다는 진실을 깨닫는 것이 좋다는 거구나. 알면서 받는 애정과 모른채로 받는 애정의 차이는 크니까. (... 그래. 맞는 말이지. 저도 모르게 주억거렸다.) 어떤 것도 알지 못하면서 열광하는 이들이라. 어쩐지 기분 나쁠 것 같아. 너한테 오는 그런 것들 죄 막아주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단 말이지. (당신의 손 잡은 손에 힘을 약간 주었다가 그대로 발걸음 돌려 나갔다. 여기 있으면 당신 기분이 더 나빠질까 해서.)
(이곳이 아니었다면... 넌 나 없이 존재가치를 확신하고 더욱 늘릴 수 있었을 거야.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런 생각을 꾹 담아 눌렀다. ... 이곳이 아니었다면, 내가 없었다면... 오로지 너 홀로 설 수 있는 곳이 있었다면... 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심해 가자! 여기 더 있으면 우울해질 것 같아. 터널에 가오리도 있으려나?
 
제이슨:모르는 것도, 모르는 이들의 대책없는 선망이나 호의를 받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지. 이미 얼굴도 다 팔린 마당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한데... (그래도 우리가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들은 나름 들어줄 만 하던데. 농담이나 슬쩍 덧붙였다.)
실제 가오리도 이쪽만큼 귀여운가... (다른 쪽 손에 든 인형 조물...) 있지 않을까? 심해에서 볼 수 있는 생물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폭스트롯:(농담에 살풋 웃으며 고개 돌렸다. 앞만을 바라보는 얼굴에 약간의 그늘이 졌지만 어쩔 수 있나. 금방 지워내고 평소의 당당한 모습이나 했다.) 웃는 모습은 확실히 비슷하지 않으려나-. 물론 가오리의 눈은 인형들처럼 밑이 아니라 위쪽에 있겠지만.
 
바닷물이 가득 차 그 밑에 만들어진 터널은 여러 해양 생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터널의 위를 지나가는 커다란 가오리, 옆을 지나가는 작은 크기의 상어들, 색색의 물고기들.
 
바다 속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무심코 해버릴 정도로 환상적입니다.
 
제이슨:진짜로 닮았다. (떠다니는 가오리 앞에 제 인형을 나란히 대어보고는 당신도 흘끔...)
상어도 꽤 많이 보이네. 터널 조형이 깨지기라도 하면 큰일나겠는데. (헛소리)
 
폭스트롯: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이미지
 
폭스트롯:(헤헤... 쁘이......)
아리는 무서운 소리를 한다... 그럴 일 없어! 그보다 빨리 여기 서봐!
 
제이슨:(뭐지? 반사적으로 휴대폰 꺼내 찰칵)
(갑자기 귀여운 짓에 시선 뺏겼다가 몇 초만에) ...어, 왜?
 
폭스트롯:(힐끔 보는 시선에 브이를 했을 뿐인데 냅다 사진 찍혀서 맹....) ... ... 나, 나두 사진 찍을래....
 
제이슨:여기 서 보라며. 찍으려고? (엉거주춤...)
 
폭스트롯:웅. 같이 찍을까 했는데... 아리 혼자 있는 거 찍고 같이 찍자. (휴대폰 꺼내서 여러장 순식간에 찰칵!! 몇 장 찍어냈다. 후... 마음에 들어...)
 
제이슨:? (갑자기 뭐가 지나갔는데. 하는 눈...)
... ... 다 찍었으면 이리와.
 
폭스트롯:... 오늘 내 보물이 여럿 늘어나는 것 같아. 이잉 예쁘다... (갤러리 뒤적이며 행복하게 타박타박...) 이제 같이 찍자.
 
제이슨:어디서서 찍는 게 낫지..? 네 걸로 찍을 거야? (화면 힐끔 들여다본다.)
 
폭스트롯:왜애? 네 걸로 찍을래? (카메라 앱 다시 키더니 당신에게 살짝 기댔다. 어떻게 해야지 잘 나올까....)
 
제이슨:(휴대폰을 든 손을 같이 잡고 슬슬 각도를 돌려본다.) 뭐든 상관은 없지. 사진 다 보내.
어. (뒤에 상어가 지나가는 순간 무심코 버튼을 찰칵 눌렀다.)
 
폭스트롯:(샥!!!!! 얼굴 돌려서 당신 볼에 쪽!!!!)
 
제이슨:? (멍청한 얼굴로 한 박자 늦게 뺨 문질...)
뭐야 방금?
 
폭스트롯:뽀뽀요. 혹시? 감이 잘 안 오시면? 다시 해드릴까요?
 
제이슨:안 사요. (능청맞은 얼굴 연사로 찰칵,찰칵, 항의하듯 더 찍고는 휑 가버린다.)
 
폭스트롯:저기? 저기요?
자기야? 혼자 가버리면 어쩌지요?
 
제이슨:(자기야...) 강매 한 번 했으면 됐지 뭘 또.
안 따라오면 버리고 간다. (손 내밈)
 
폭스트롯:(호다닥 가서 손 꼭 잡았다.) 강매 두어번 더 당할 생각 없어?
 
제이슨:(고대로 당겨서 턱 께에 쪽) 도로 가져가기나 하세요.
(심드렁하게 다시 저벅저벅 앞서 걷는다.)
 
폭스트롯:(멍청한 표정으로 정신 못 차리고 따라간다.....)
 
제이슨:(흘끔 뒤돌아보고 웃음 참는 중...)
 
심해 전시관으로 들어가니 눈 앞에는 거대한 유리벽이 보입니다.
 
말 그대로 심해처럼 어둡고 깊은 바닷물을 거대한 유리벽은 잘라내어 그 단면을 제이슨의 눈에 비춥니다.
 
검푸른 물의 숨막히는 색감 속에서도 생명은 살아갑니다.
 
검푸른 물 속에서 평소 보기 힘든 생명체들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제이슨: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물 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움직입니다.
 
... 방금, 무언가와 눈이 마주치지 않았나요?
 
확신합니다.
 
제이슨:? (눈 꿈뻑...)
 
그것은 제이슨이 살면서, 살아가면서 볼 일이 없어야 하는 무언가 일 겁니다.
 
다시 한번 눈을 깜빡이자 그것은 사라져있습니다.
 
그저 사람들은 거대한 벽을 보며 저들마다 떠들고 있을 뿐입니다.
 
폭스트롯:와아- 물이 엄청 검다, 그치?
 
제이슨:어? 어... (다소 멍청한 얼굴로 눈을 굴린다...)
 
폭스트롯:저기요오...~? (당신 눈 앞에 손 흔들) 오늘 멍하네. 무슨 일 있어?
 
제이슨:(손 챱 잡아버림) ...아니, 별 일은 아닌데. 뭔가 잘못 봤나...
물이 검어서 착각한 걸지도.
 
폭스트롯:(챱 잡히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가끔 생각을 하는 건데... 바다에는 인어나 엄청 큰 문어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사람들 눈에만 띄지 않고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잖아.
 
제이슨:엄청 큰 문어라면 가능성은 있겠는데. 뭔가 신화에 나올 법한 것이라든가... (곰곰)
제이슨:인어...는 좀 현실성이 없지 않을까? 사실 내 입으로 현실성을 따지는 것도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있으면 한 번 쯤 보고 싶긴 하네.
 
폭스트롯:대왕 오징어는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문어는 못 들었단 말이지. 신화... 신화... 흠... 사람의 상상력은 무한하니까. (당신의 머리를 토닥이려다가 손이 잡혀 있어서 얌전히...)
나도 보고 싶다.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아름답지는 않을 수 있지만... 난 그것도 좋아. 어인이라던가... 저기 물 안에 들어가 보고 싶어... (머리 돌돌 굴린다.) 나중에 바다에 가서 1시 애들한테 심해까지 내려가달라고 부탁이라도 해볼까? 바다 속 탐험.
 
제이슨:대왕 오징어... ...어쨌든 아까 물고기도 그렇고 자꾸 헛것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무의식인가. (고개를 기울이다 말고 손가락 꼼질...)
네가 생각하는 인어는 어떤 모습일 것 같아? 말 그대로 동화 속 아름다운 여인같은 이미지라든가. ...(조금 반짝이는 눈) 직접 들어가 보는 거라면 나름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위험하진 않겠지.
 
폭스트롯:요즘 피곤해? 아까 물고기는... 음, 글쎄... 뭘까나. (발 끝에 시선을 두었다가 자신의 눈가를 손목으로 꾹 눌렀다.) 너무 신경을 쓰지는 말자. 머리 아프잖아. (응!)
동화 속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어도 좋고... 어부의 그물에 걸려서 꼬리가 찢어지거나 흉이 있는 이도 있겠지. 좀... 더 자연적으로 접근을 하면... 머리카락이 없고 눈이 멀었다던가... (머리 돌돌돌 굴린다. 낭만을 버릴 수 없는걸...! 아니 그렇지만 자연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위험할 것이 뭐가 있어? 우리가 타이머랑 카운터들인데.
 
제이슨:(손을 뻗어 당신의 뒷 머리카락을 살살 정돈하듯 쓰다듬었다.) 아깐 단순 환각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우리 둘 다 같은 걸 봤잖아. 내가 피곤할 일이 뭐가 있어서...
머리카락이 없고 눈이 먼... 그런 모습은 확실히 보통 인간 모습하고도 거리가 있어 보일 것 같은데. (그냥 새로운 어종이라고 하는 편이... 역시 낭만인가?) ...우리 말고 해양 생물들 쪽이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괜히 위협될까봐 쫓아내다가 바닷물 얼리기라도 하면...
 
폭스트롯:(슬그머니 당신 쪽으로 기울어지더니 툭 기댄다. 두어번 부비적 거리더니)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런 것을 보면 난 인간의 기준이 무엇인지 애매하다고 생각해. 대체 어디서부터 인간이고 아닌 걸까? (인어라...) 사람을 먹는다고도 하고 홀려서 바다에 빠뜨려 죽인다는 소리도 있고... (당신 빤히 보다가) 아리가 인어면 난 보자마자 홀려서 바다에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가벼운 농조였다.) ... 우리... 바다 들어가면 능력 금지인 것으로 하자... 알겠지...?
 
제이슨:(부벼오는 옆 얼굴 위로 가볍게 입을 댔다 떼고는) 그래도 예뻤고... 한참 모습 보여주다 갔으니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게 싫은 기분은 아니었으니까.
그러게. 모습만 인간과 비슷하다고 해서 전부 인간으로 불러도 되는가... 부터 시작해서. (약간 의아한 얼굴로 마주 본다.) 내가 인어였으면 널 홀려도 바닷속에서 숨도 못 쉬게 두진 않았겠지. 그럴 바에 사람 될 방법이나 찾지. (지금도 비슷한 생각으로 어떻게든 이곳에 섞여 있는 것이긴 했으니.) ... ...농담이었는데. 뭐... 1시가 어떻게든 지켜주지 않을까.
 
폭스트롯:네가 그리 생각하면 다행이고. (베시시 웃는 것이 썩 나쁜 기분이 아니다. 오히려 좋다면 좋았지. 그냥... 자기랑 색 비슷한 아리를 보고 싶어서 왔다가 갔다고 생각할래. 나중에 그 아이 엽서가 있는지 찾아봐야지. (헤헤...)
흥미로운 주제야... 나중에 시간 내서 토론이나 해볼까... (벌써 즐거운 듯 입가에 미소 만연했다. 역시 이런 거 좋다니까.) ... 아리는... 그 정도로 내가 좋아? 인어인 너도 나를 좋아해줄까? ... 타이머와 카운터가 아니더라도 네가 날 좋아할 것 같아? (슴박인다. ... 어떨 것 같아?) ... ... 잘보여야겠네... 노력해볼게...
 
제이슨:비슷한 인형이라도 있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러게. 이런 색을 하고 온 것도 어떻게 보면 필연인가... (시덥잖은 소리나 하며 제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린다.) 나와 닮아서 널 더 오래 보고 떠난 걸 수도 있지.
그런거야 여유가 있다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들도 각자 다르게 생각하려나. (잠잠...) ...당연히 좋아하지 않았을까. 여기서 널 처음 봤을 때를 생각하면 아무 느낌 없기가 더 힘들 것 같은데. 그게 만들어진 우연이라고 해도 네게 가진 내 감정이야 온전히 내 것이니까. 다른 형태의 만남이었어도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조금 머쓱한 투로 말을 맺는다.)
 
폭스트롯:굿즈샵에서 찾아보자. 그대로 가면 좀 아쉬울 것 같아. (당신의 머리카락을 저도 문질거리다가 끝에 가벼운 입맞춤 남긴다.) 여러 곳에서 사랑 받나 봐, 나! 이걸 대체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지.
하나의 주제도 여러 의견이 나오니 나누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된다고 했어. 좀 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으려나! (귀 끝이 슬그머니 붉어져서 입술 달싹인다.) 결말은 해피엔딩이겠다. 나도 분명 널 사랑할 테니까. (그게 어떤 세상이든, 우리가 어떤 모습이든,... 나는 널 사랑할 테니까. 비록 그게 홀로만 하는 외다리라도. 흐린 미소 내다가 당신의 손을 잡고 느리게 빛 쏟아지는 출구로 걸어갔다.) ... 슬슬 가자. 햇빛이 보고 싶어.
 
제이슨:(제 머리카락에 닿는 모습을 빤히 보다가 도로 검은 심해로 시선을 옮긴다.) ...다음에 또 같은 우연이 있다면 만날 수 있겠지. 보답은 그때 가서 생각해도 괜찮지 않나.
대화라는 게 보통 그런 걸 바라고 시도하게 되는 거긴 하지. 다들 여길 와 봤다면 더 좋을 것 같은데. (힐끔 당신의 표정을 살피다 잡은 손에 힘을 준 채 따라 나섰다.) 지금도 네가 행복하다면, 분명 그렇게 될 거야.
 
빛이 쏟아지는 출구로 나오자 기념품샵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모여서 여러 굿즈들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가방, 인형, 볼펜이나 메모지... 등등, 많은 것들을 팔고 있습니다.
 
폭스트롯:(두리번..... 아까 그 베타는 없나..............)
 
제이슨:(옆에서 같이 두리번... 인형 가판대부터 문구 코너까지 서성이기...)
 
제이슨:
기준치: 35/17/7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다른 베타들의 굿즈는 있는데... 찾고 있는 베타의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애초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이슨:(두 눈 크게 뜨고 찾아봐도 없나... 약간 축 처지다...)
 
폭스트롯:(힐끔 당신 봤다가 복복복.......) 시, 실망하지 마아...~!! 그럴 수도 있지...!!
 
제이슨:다음에 오면 있으려나... 전시하지 않은 녀석이면 없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는데... (한숨)
(그래도 최대한 비슷한 베타가 찍혀있는 엽서를 몇 장 골라본다... 해달도..)
 
폭스트롯:(헛.......... 이, 이거 귀여워... 여러 해양생물들 그려진 스티커 골랐다. ... 아리 폰 케이스에 붙여줘야지... 그리 다짐하다.)
 
제이슨:(옆에서 보고는 자기도 슬쩍 스티커를 여러장 골랐다. 내 목적이 이거였지...)
(이쪽은 자는 유타 얼굴에 붙이겠다는 생각 중)
 
폭스트롯:(무슨생각을하고있는거지지금)
 
제이슨:귀여운 거 많네. (모른척)
인형은 더 늘였다간 침대에 누울 데도 없을 거 같고.. (가오리 꼭 안음)
 
폭스트롯:(어처구니 없어지다...) 그럼 이거 어때? 고래 무드등이야. 고래 위에 별자리도 있다. 이거... 무슨 별자리지... (흐린 눈)
 
제이슨:(엇.) ...이거 괜찮네. 별자리는... 큰곰자리? 고래자리...? (눈 가늘게 뜨고 본다.)
 
제이슨: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고래 위에 있는 별자리는 '왕관자리' 입니다.
 
디오니소스가 아리아드네에게 사랑의 증표로 주었다는 왕관이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죠.
 
제이슨:(아.) 이거 아마 왕관자리였던 것 같은데.
(생각나서 다행이다...)
신이 사랑하는 이에게 증표로 준 왕관이라고 했던가. (이걸로 하자. 덧붙이며 무드등을 하나 집어든다.)
 
폭스트롯:오... 그런 거야? (망충한 표정) 머리 맡에 두었던 무드등이 슬슬 고장나는 것 같아서 새로 사야 했는데... 다행이다! 마음에 드는게 있어서.
 
제이슨:네 인형도 좋아하겠다. (이런 말이나 하며 고른 것들을 착착 계산한다.)
(와중에 고래 스티커 하나를 똑 떼서 당신의 볼에 하나 찹 붙여버린다.)
 
폭스트롯:(얌전히 인형 안고 보고 있다가 고래 스티커 붙여지다...) ... 모지? 칭찬 스티커야? 나 오늘 뭐 잘했어?
 
제이슨:뭐 그런 거지. ..뭘 칭찬하면 좋지. 같이 데이트 나와준 것?
 
폭스트롯:그거... 칭찬할 만한 거야? ... 그럼 매일 데이트 해줘.
 
제이슨:데이트 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냥 귀여워서 붙여보고 싶었던 것도 있는데. 입 꾹...)
폭스트롯:... 그럼 칭찬 스티커 받구... 모으면 뽀뽀도 받을 수 있나? (당신 소매 꼭 잡기... 해줄 거야?)
 
제이슨:... ...그건 다 모이면 생각 좀 해보고. 모으기 전까진 안 해줘도 상관 없다는 뜻?
 
폭스트롯:왜 그렇게 되는 거야? (입술 삐죽 내밀기 시작했다. 뿌...) 그 전까지는... 내, 내가 많이 해주면 되지 않을까...? 나만 해주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아리가 뽀뽀해줬으면 좋겠는데!
 
제이슨:아까도 받았으면서 욕심은... (당연히 농담이다. 삐죽 내민 입술 손바닥으로 차닥 넣어주기...) 돌아가면 생각해볼게.
 
여러가지 굿즈들을 사서 굿즈샵을 나옵니다.
 
... 곰곰 생각을 해봤는데...
 
이러다가 사이 좋은 커플 봤다며 인터넷 글에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단 말이에요, 너희.
 
그 남학생 둘이 참 귀여웠지... 라며...
 
폭스트롯:(음.) 이제 어디 갈까?!
 
제이슨:(설마...) 쇼핑몰 안이나 더 둘러볼까? 서점같은 곳을 가도 괜찮고...
네가 하고 싶다던 것 하러 가도 되고. (빤히)
 
폭스트롯:(당신 손 꾹 잡고 호다닥 걸음 옮겼다.) 그럼... 그럼 가자! 아마 시간이 좀 많이 걸려서 저녁 즈음에 끝날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괜찮겠어?
 
제이슨:그런거면 오히려 먼저 가야지. 하고 싶은 거 여유 있게 하는 편이 더 낫잖아. (끄덕이며 종종 따라간다.)
 
손을 맞잡고 도착한 곳은 예식장 입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직원들이 친절하게 맞이합니다.
 
가지고 있던 표를 보여주니 조금 더 안쪽으로 안내를 받습니다.
 
직원: 체험이라고는 하지만 모두 실제와 비슷하게 진행이 될 거예요. 시간이 좀 걸리실텐데 괜찮으실까요?
 
제이슨:괜찮습니다. (끄덕이며 옆의 손 꼭...)
 
폭스트롯:(꾸닥....)
 
직원: 네에, 알겠습니다. 짐은 저기 안쪽 선반에 올려주시고 여기 카탈로그를 봐주세요. 체험을 하는 식장을 하나 고를 수 있습니다.
 
직원이 카탈로그 하나를 건네어 줍니다.
 
카탈로그 안에는 여러 식장의 모습이 있습니다.
 
제이슨:(뭐가 좋은 거지? 열심히 보기는 하는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야외 식장이지만 지금은 추워서 사용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 인기가 있는 것은 은방울 꽃으로 장식이 된 식장이에요.
 
제이슨:역시 실내가 나은가... 분위기 좋아보이면 난 좀 추워도 상관은 없는데. (인기 많은 곳들은 다 이유가 있구나. 중얼거리며 은방울 꽃 식장을 짚는다.)
어디가 마음에 들어?
 
폭스트롯:밖이면 네가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니까 패스-. 옷도 갈아 입어서 쌀쌀할 거야. (은방울 꽃 식장을 톡.) 은방울의 꽃말은 틀림없이 행복해진다, 야. ... 난 여기가 좋을 것 같아.
 
제이슨:그런 꽃말이었나... 그런 거라면 나도. (끄덕이며 직원에게 카탈로그를 짚어준다.)
 
직원: 알겠습니다. 그럼 두 분 모두 턱시도로 갈아입으러 가실까요? 드레스가 좋으시다면 그쪽을 고르셔도 괜찮으세요. 하나하나 입으면서 고르실 수 있으니 편히 고르실 수 있을 거예요.
 
제이슨:... (드레스? 어울리긴 할 것 같은데... 약간 흥미로운 얼굴로 당신을 위 아래로 훑어본다.)
 
폭스트롯:(왜 저런 눈으로 보지.) ... 내가 긴 머리 상태였으면 고민을 조금 해봤을 거야.
 
제이슨:그냥 둘 다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럼 드레스는 나중에 입어준다는 뜻인가. (실없는 소리나 하며 등을 떠민다.)
 
폭스트롯:... 나 여기서 키 더 커지면 무리야. 알지? 나도 미적 어쩌고가 있다고... (내가 여자였으면 골백번도 더 입어줬겠다만. 얌전히 떠밀려서 갔다.)
 
직원이 안내한 방 안으로 들어가지 수많은 턱시도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미묘하게 다른 색상들, 조끼들, 구두에 타이...
 
어울리는 것을 직접 입어보고 고를 수 있습니다.
 
제이슨:결혼... 하면 역시 흰 턱시도가 제일 생각나긴 하는데. (신기한 얼굴로 걸려있는 의상들을 하나씩 뜯어보는 중)
 
폭스트롯:뭐더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검은 턱시도 빤히) 아리, 이거 옷 색에도 의미 있는 거 알아? 흰색은 당신의 색으로 물들겠다는 뜻이고 검은색은 당신 외의 색으로 물들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누가 그랬더라.) ... ... ... 멜이... 그러던데. (왜 알려준걸까.)
 
제이슨:...별 뜻이 다 있네. 멜은 그런 걸 어디서 들어온 거야? (진짜 왜 알려준거지.) ... 바라는 건 둘 다여서 고르기가 쉽지 않네.
 
폭스트롯:결혼식에서 의미 없는 것을 찾기 더 힘들지 않을까나-. ... 그런 거 꽤 많이 알고 있더라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재미있고 시간 잘 가더라. 그러고 보니까 팔찌는 당신이 소중합니다, 라는 뜻이라고도... (턱시도 만지작 거리다가) 그럼 흰색으로 하고 다른 색으로 물들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으로 할까?
 
제이슨:이런 거 보면 결혼 자체가 서로 유일한 색으로 물들겠다는 약속같은 건가 싶기도 하고... (끄덕) ...그 말대로 지켜질 거라 믿어도 되나?
 
폭스트롯:(제 손에 끼여진 반지를 만지작 거렸다.) 설마 내가 아리 외에 다른 사람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설마!
 
제이슨:아니,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는데... (그런 의미의 좋아하는 사람, 말고도 너한테 소중한 게 많아지는 건 별로 달갑지 않은 기분이라. 입 밖에 내기도 뭣하니 어물쩍 말끝만 흐렸다.)
그냥 확인해보고 싶어서?
 
폭스트롯:아리는 가끔 짓궂은 말을 할 때가 있다니까. 그럴 일 절-대 없으니까 걱정은 마. 얼마든지 확인 시켜줄게. (옷 하나 골라서 당신에게 온다.)
이거 입어 봐, 아리. 순백색이라서 너랑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
 
제이슨:너무 애 같은 생각인가 싶긴 했지만... (조금 머쓱해진 얼굴로 옷을 받아든다. 당신에게 흰색 옷은 분명 그린 듯이 어울릴테니 자신만 잘 소화하면 되겠지...)
...어울릴까 모르겠네. (순순히 갈아입으러 총총...)
 
폭스트롯:(행복하게 앉아서 기다리다...... 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
 
제이슨:... ...
(어떻게 잘... 비뚤어지지 않게 직원의 도움을 받아 갈아입고 나왔다. 멀끔!) ...
...어울려 보이나?
 
폭스트롯:(당신 멍하게 보고 있다가) ... ... 아리, 나 한번 더 반할 것 같은데... (심각해졌다...)
 
제이슨:... ... (괜히 머쓱해져서 당신에게 맞는 같은 디자인의 턱시도를 골라 내민다. 흠.) 너도 입고 오기나 해.
괜찮아 보인다니 뭐... 다행이네... (소매 만지작)
 
폭스트롯:(옷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입고는 제 머리 슥슥 만졌다. 이렇게 뒤쪽으로 넘기던가... 라며 앞머리를 뒤로 넘겨보고 슬쩍 나간다.) ... ... 어때?
 
제이슨:... (만지던 소매 그대로 꾹 쥐다말고 정신 차린다... 구겨지면 안되지.)
머리는 또 언제... (알면서 물어보는 건가? 고민하다가) ... ...예뻐. 이런 것도 결혼 효과인가...
(살짝 입 다물고 한참을 더 바라보다가 다가가 머리 한 가닥을 도로 넘겨준다.) ...진짜로 잘 어울려.
 
폭스트롯:(눈 내리 깔고 수줍게 있다가 당신의 이마에 가볍게 쪽.) ... ... ... 네 눈에 예뻐 보이면 다행이야. 원래 모습이었으면 네가 조금 더 만족을 했으려나? 사진도 찍는데... 이 모습으로 하려니 어쩐지 아쉽네.
 
제이슨:솔직히 아쉽기는 한데... (입맞춤에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뜬다. 반지 낀 손을 깍지 껴 잡아내고는) ...지금 변장이라도 풀었다간 정말 온 동네 소문 다 날걸. 다음에 진짜로 할 땐 원래 모습으로 하게 될 테니까. 그때를 위해 남겨 놓는다고 생각하자.
 
폭스트롯:다, 다음에 진짜로... 응! (프러포즈 어떻게 한담... 비록 아직 열 여덟이지만... 조금 있으면 성인이고.) 제 5시의 타이머와 카운터가... 하하, 이래저래 혼날 일 늘어나겠다. 그다음은... 그... 이, 이쪽이던가...
 
폭스트롯은 제이슨의 손을 잡고 직원의 뒤를 따라갑니다.
 
가벼운 화장을 할 수 있는 곳도 있고... 바로 식장으로 가도 좋다고 합니다.
 
제이슨:(조금은 그래도 신경쓰는 편이 좋은가...? 제 얼굴 만지작...)
 
폭스트롯:(빤.....) 아리는 미인인데....
 
제이슨:갑자기? 너한테 들으니까 되게 묘한데... (그냥 가야겠다...)
(괜히 귓가나 만지작거리며 저벅저벅 앞선다...)
 
폭스트롯:에에, 그런 거야? (쫄래쫄래 따라가기.....)
 
직원이 간단한 순서를 알려줍니다.
 
직원: 음악이 나오고 입장을 하게 된다면 버진로드를 쭉 걸어서 가시면 됩니다. 주례를 봐주시는 분께서 축성을 하시고 맹세하느냐 질문하시면 답을 해주시면 되시고요. 그리 어렵지는 않으실 거예요.
 
제이슨:(착실하게 끄덕... 괜히 긴장되네.)
 
폭스트롯:(옆에서 꾸닥.)
 
둘이 손을 맞잡고 잠시 기다리자 음악이 흐릅니다.
 
느리게 문이 열리며 은방울꽃으로 아름답게 장식이 된 식장 내부가 드러납니다.
 
하객은 없지만, 그럼에도 둘만이 있기에 의미가 있을 수도 있는 자리.
 
버진로드를 한 발자국씩 걷습니다.
 
장갑 밑에서 느껴지는 상대의 온기를 느끼며 손을 잡고.
 
체험일 뿐인데 어째 심장이 뛰는지 모르겠습니다.
 
함께 걷고 있는 것이 당신인 때문인지, 단순히 분위기 때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주례자 앞에 서서 들려오는 주례사를 듣고 있자니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만 같습니다.
 
직원: 오늘 이 두 사람은 우리들 앞에서 평생을 약속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
두 사람은 혼자가 아닌 둘로서 평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둘이서 노력하여 만들어 가는 것임을 알며...
 
기나긴 주례가 지나가고 마지막 차례입니다.
 
직원: 폭스트롯. 제이슨을 평생 지지하며 믿고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폭스트롯:(슴박. 간질거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며 부드러운 웃음 냈다.) 네, 맹세합니다. (잡은 손에 힘 살짝 준다.)
 
직원: 제이슨. 폭스트롯을 평생 지지하며 믿고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제이슨:(힘이 들어간 손을 의식하다, 평소보다는 약간 긴장한 듯한 소리를 냈다.) ...네, 맹세합니다.
 
직원: 그럼 맹세의 입맞춤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폭스트롯:(잡고 있던 손을 꼼질거리다가 깍지 껴서 잡는다. 마주본 채로 잡지 않은 손 들어서 당신의 뺨을 간질이듯 쓸고 이내 감싼다.) ... 키스해도 괜찮을까?
 
제이슨:(뺨을 감싼 손 위로 제 손을 잠시 겹쳐 놓는다.) ...여기선 물을 것 없이 그냥 하는 거야. (스스로도 잘 모르면서 괜히 그렇게 대꾸하고는 눈을 느리게 감았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는 것처럼.)
 
폭스트롯:그치만-. (눈 감은 당신을 잠시 시야에 담고 있다가 저도 눈 감고 당신의 입에 입맞춤 남겼다. 익숙한 체온과 익숙한 느낌이지만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기분이라. 잠시... 잠시 뒤에 입 떼어냈다.)
... 정말 결혼하게 되면... 울지도 모르겠는걸...
 
제이슨:(마찬가지로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는 생각과 함께 따뜻한 온기를 받았다. 곧 입술이 떨어지자 약간 떨리는 듯 보였던 눈꺼풀이 열린다. 그제사 귓가마저 서서히 상기되는 기분이 들었다.) ...벌써? 결혼식장에서부터 울보 타이머... 남편으로 신문에 나는 거 아닌가... (농담이나 던지고는 작은 목소리로)
...방금 건 두 번 하면 안 되는 거겠지.
 
폭스트롯:너무 좋아서 눈물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잖아...-. 내가 널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 보지. (그리 소근거리다가 하하. 콧등에 가볍게 쪽.) 이걸로 참자. ... 돌아가서 더 해도 괜찮으니까. ... 꼭 지금 해야겠어?
 
제이슨:(간지러운 듯 조금 웃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그럼 돌아가서. 잊지 말고.
 
곧이어 다른 직원이 사진을 가져다 줍니다.
 
흰 턱시도를 입은 둘이 잔잔한 미소 머금고 서로를 보는 것과 입 맞추는 모습인 사진 두 장 입니다.
 
여러 모습을 찍어 두었다고 하니 원하는 것이 더 있다면 뽑아주겠다고 덧붙입니다.
 
제이슨:찍은 것 전부로 부탁합니다. (뻔뻔...)
 
폭스트롯:... 웨딩 사진첩 만들고 싶다...
(힐끔) 가서 따로 보관해도 괜찮아?
 
제이슨:...만들까?
안 될 거 없지.
 
폭스트롯:(아싸.) 어쩐지 낯부끄러운데 간질간질해서 좋아.
 
제이슨:부끄러운 건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중얼거리며 사진 빤히 들여다본다.)
 
폭스트롯:내가? 언제? (모르겠다는 얼굴로 갸웃....)
 
웨딩 사진...
 
그래요. 웨딩 사진 입니다.
 
비록 체험이라고 할지라도 사진 속 모습만 보면 둘은 이미 결혼을 한 사람들 같지 않나요?
 
파트너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부부로.
 
물론 제대로 된 식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오래 걸리겠지만...
 
그럼에도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피어오릅니다.
 
식장에서 나와 옆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직원이 인화된 사진 여럿을 가져다 줍니다.
 
그와 동시에 핸드폰에서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림 소리가 들립니다.
 
제이슨:... (받은 사진들에서 눈을 못 떼다가 겨우 휴대폰을 꺼낸다.)
 
핸드폰에는 메세지 하나가 도착해 있습니다.
 
멜에게서 도착한 문자입니다.
 
폭스트롯:(꿈박) 무슨 일이야?
 
제이슨:아... (휴대폰 화면이 보이게 넘겨주며) 카운터들 몇이 능력 제어가 안되나 봐. 이쪽은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우리도 슬슬 들어가는 편이 좋으려나. 좋은 경험은 했고.
거기선 문제가 생겨도... (조금 머뭇거리다) ...적어도 말리거나 멈춰줄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폭스트롯:(잠시 화면을 보고 있다가 느리게 입 열었다.) ... 메세지 하나 더 왔어, 아리. 아르갈리아가 빨리 오라고 했다고 하네.
 
제이슨:...? (화면을 제게로 돌려 읽더니 잠시 후, 느리게 끄덕였다.) ...그래야겠다.
좀 갑작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좋았어. (사진을 차곡차곡 챙기곤 당신의 손을 잡아끈다.)
 
폭스트롯:응, 나도 좋았어. 갑작스럽게 가야 하는 상황이 많이 아쉬울 정도로. (당신 손 꼭 잡고 걸음 옮겼다.)
 
급히 DOT로 돌아갑니다.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리 좋은 예감은 들지 않습니다.
 
저 멀리 교실에서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이 보입니다.
 
다들 모여있는 모양입니다.
 
제이슨:(사람들이 모여있는 교실 문을 연다.) ...우리 도착했어.
그렇지 않아도 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서두르고... 문제라도 더 생겼어?
 
유진: 어서와, 제이슨. 다른건 아니고... 9시 타이머가 완전히 잠들었단다. 9시 카운터의 능력이 폭주하는 바람에.
 
멜: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제이슨:...? 무슨 말이야? 완전히 잠들었다는 건... 둘의 능력으로 그럴 수가 있어...?
 
멜: 음... 그리고... 베베랑 렐리슈... 렐리슈가 폭주하는 바람에 베베가 많이 다쳤어.
 
제이슨:지금 괜찮은 건 여기 있는 사람들이고? ...카운터의 문제라면 내가 여기 있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
 
아르갈리아: (거친 눈가 비빈다.) ... 당신은... 몸 상태, 괜찮나요? 어디 아프거나 하지 않고요?
 
제이슨:난 멀쩡했는데. 그냥 평소같아. ...너하고 무슈는 괜찮아? 열 났던 사람들은 그래도 이제 내렸다고 들었는데.
 
아르갈리아: 전 괜찮아요. 무슈의 능력으로는 타인을 해칠 수 없고,... 더해서 무슈의 능력은 안정적이에요. 다들 몸 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니까요. ... 그럼 문제는...
 
아르갈리아가 무어라 말을 하지만.... 어째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제이슨: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숨을 쉬기가 버겁습니다.
 
공기가 온 몸을 짓누르는 것 같아요.
 
사 지가 축 늘어지는가 하면 밭은 호흡이 삶과 죽음을 가파르게 오가며 헐떡였 어요.
 
물고기가 뭍으로 잘못 올라온 것처럼.
 
■■ ■을 잘못 찾은 것처럼…….
 
몸 안의 피가 무언가를 갈구합니다.
 
숨을 쉬어도 산소가 전달되지 않아서일까요.
 
끊임없이 무언가 모자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능력은 몸 곳곳을 제멋대로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
 
능력을 제때 사용할 수 없고, 오히려 폭주합니다.
 
도저히 조절할 수가 없습니 다.
 
몸 안에서 한기가 요동칩니다.
 
피부에 서리가 맺히고 발 밑으로 얼음이 바닥을 기어가 덮습니다.
 
그와 동시에 근처의 얼어 터져나갑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지만 귀에는 들어오지 않습니다.
 
폭스트롯:아리, 아리? 정신 차려봐. 괜찮아?
 
가장 가까이에 있던 폭스트롯이 제이슨의 어깨를 감싸쥡니다.
 
안심을 시키려고 하는 것일까요?
 
이전과는 다릅니다.
 
분명 예전에는 닿으면... 닿으면 안정적으로 변했는데...
 
유진: 폭시! 너 목에!
 
폭스트롯:... 난 괜찮아. 아리 진정부터 시킬게.
 
흰 와이셔츠를 붉은 빛의 액체가 적시며 퍼집니다.
 
손으로 누르고는 있으나 그럼에도 깊게 베였는지 출혈은 멈추지 않습니다.
 
제이슨:... ...전부, 다 나가. 빨리...
 
근처에 있던 유진이 폭스트롯의 팔을 잡아 끕니다.
 
평소라면 꿈쩍도 하지 않았을 폭스트롯이 힘조차 주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떨어집니다.
 
제이슨:... ... (힘겹게 몸을 최대한 구석으로 물려 웅크린다. 손이라도 뻗었다간...)
 
유진: 미친 거 아냐?! 너 그러다가 죽는다니까! 여기서 생 마감해야 정신 차릴 생각이니? 아무리 네 연인이 불쌍하다고 해도 이 상태로 조금 더 있으면 네가 죽는단다!
 
귓가에 웽웽거리는 목소리와 극심한 이명이 머리 속을 잠식합니다.
 
교실은 점차 얼어붙습니다.
 
아주 조금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같았습니다.
 
...
 
뚝.
 
실을 끊는 것처럼 모든 일이 순식간에 괜찮아졌습니다.
 
능력은 점차 가라 앉고, 가라앉고, 가라앉아……
 
제이슨:
초능력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어딘가로 새어 나갑니다.
 
저절로 시선이 폭스트롯에게 향합니다.
 
그렇다면 사라진 능력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앞을 봅니다.
 
당신의 타이머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능력이 폭주하는 모습은 아닙니다.
 
사라진 그것들이 어딘가로 흘러간다면…
 
… 꼭 당신이리라고 믿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이를 마지막으로 의식이 끊어집니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깜빡, 깜빡.
 
눈을 깜빡입니다.
 
보이는 것은 흰 천장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제이슨의 팔에는 링거가 꼽혀 있습니다.
 
제이슨: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처음 보는 방입니다.
 
제이슨의 침대에 이렇게 인형들이 많았던가요?
 
처음 보는 고래 인형, 처음 보는 여러 개의 사람 인형들...
 
희고 푸른색으로 꾸며진 방이 낯설기 그지 없습니다.
 
창문 너머에서 흰 달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제이슨:... (침대를 벗어나 창가로 다가가 밖을 바라본다.)
 
밖은 익숙한 풍경입니다.
 
분명히... 저기는 본관이고 저기는 서관이고... 아, 운동장도 보입니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창문이 완전히 잠겨서 열리지 않는다는 것일까요.
 
제이슨:(잠금장치도 못 푸나...? 덜컹거려 본다.)
 
잠금장치는 풀리지 않습니다.
 
안쪽이 아니라 밖에서 잠긴 것 같아요.
 
제이슨:뭐지? 감옥도 아니고... (인상을 찡그리다 고개를 돌려 바깥으로 향하는 방문을 찾는다.)
 
익숙한 방문입니다.
 
열어본다면... 아, 똑같이 잠겨있습니다.
 
밖에서 잠긴 것이라 안에서는 열 수 없는 모양입니다.
 
제이슨:여기서 뭘 어떻게 하라고...
(휴대폰은? 도로 침대로 돌아가 주변에 제 물건이 있는지 찾는다.)
 
휴대폰은 침대 옆, 탁상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제이슨:(휴대폰을 집어 들어 전원을 확인하고 연락처와 메세지함을 연다.)
 
연락처에는 여러 명의 번호들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
 
어째 모르는 이름들이 있는데...
 
제이슨: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이 이름들, 대체 뭐지?
 
언제 저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군에서 지급한 것인지라 연락이 가능한 이들은 아주 한정적일 텐데요.
 
그러니까... 모르는 이름들은...
 
프렌티나... 제니퍼... 유진... 케니벨...
 
폭스트롯... 음, 너무 많은데요...
 
제이슨:연락... 해도 되는 쪽인가. 기록을 보는 편이 낫겠네.
(그 전에 난 왜 여기 갇혀있는 거지? 혹시나 싶어 손 끝으로 작게 능력 사용을 시도한다. 타겟은... 잠긴 창문으로.)
 
잠긴 창문에 서리가 끼며 얼음이 달라붙습니다.
 
능력은 잘 사용되는 것 같아요.
 
제이슨:(책상 위에 다른 물건은 없는지 더 뒤적거려 본다.)
 
깔끔한 책상 위에는 여러 장의 사진이 올려져 있습니다.
 
[여러 장의 사진], [꽃병] 정도가 눈에 띄는군요.
 
제이슨:(여러 장의 사진을 한 장씩 천천히 넘겨본다.)
 
백금발의 제이슨이 흰 턱시도를 입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습니다.
 
그 옆에는 금발의... 누구지?
 
모르는 사람이 말갛게 웃으며 찍혀 있습니다.
 
제이슨:(미간을 좁히며 사진을 한번, 지금의 제 머리카락을 한번 내려다본다.) ...\
 
제이슨의 머리카락은 언제나처럼 회갈색의 머리카락입니다.
 
제이슨:(닮은 사람...? 사진을 대충 내려두고 꽃병에 눈길을 줬다.)
 
꽃병에는 푸른 장미와 락스퍼가 꽂혀 있습니다.
 
락스퍼는 상태가 좋지 않은지 꽃잎 몇 개가 떨어져있네요.
 
... 끔박.
 
제이슨: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명제가 있습니다.
 
이 사람은... 그래요.
 
나의 타이머
 
나의 파트너
 
나의 운명
 
나의 세계...
 
....
 
아니.
 
누구지?
 
……가 누구였지?
 
타이머는 나잖아.
 
피가 식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심장이 느리게 뜁니다.
 
물고기가 뭍으로 잘못 올라온 것처럼.
 
■■ ■을 잘못 찾은 것처럼…….
 
한 박자 늦게 기억과 동떨어진 의문이 쫓아옵니다.
 
깜빡, 깜빡.
 
덩달아 눈을 깜빡입니다.
 
눈앞의 사진 속에 있는 것은…… 처음 보는 얼굴.
 
그래요, 분명히 낯선 얼굴이에요.
 
낯설기 짝이 없습니다.
 
타이머가 태어난 이래 단 한 번도, 지나가면서 조차 본 적 없는 상대였으니까.
 
옷깃을 스쳐본 적도, 눈에 담아본 적도 없는 상대임이 분명합니다.
 
그만큼 생경하고 낯설었습니다.
 
그런데도, 어째서일까요.
 
이토록 그 ‘존재’가 강렬하게 와닿는 것은?
 
곧이어 누군가가 문을 두드립니다.
 
??: 야아-. 눈 떴냐?
 
제이슨:... (살짝 긴장한 손으로 다가가 방문을 두어 번 두드린다.) 일어났으니 이 문 좀 열어주시죠.
 
밖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립니다.
 
밖에 있는 이는...
 
베니: 오. 깼다. 몸 괜찮아?
 
베니입니다.
 
제이슨:아... 괜찮아. (짧게 마른 세수를 하더니 한숨) ... 여기 얼마 동안이나 격리 돼 있었던 거지?
 
베니: 하루 정도? 나 앓아 누웠을 때 너 격리 됐다고 들었거든. 다들 너 걱정 엄청 했다, 야. 포... 폭... 그 암튼... 네 짝궁을 완전 너덜짝으로 만들어서 입원 시켰다며? 넘 걱정 마! 금방 나을 테니까.
 
제이슨:(미심쩍은 얼굴) ...너도 아팠다고 했었나... ...누구? 무슨 말이야?
 
베니: ...? 둘이 좋아 죽더니 뭔 소리야? 야, 정신 차려-. 얘도 그 까만머리 자식 꼴 났나? 너도 네가 타이머라 주장할 생각?
 
제이슨: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타이머니까 여기 있는 건데. ...기절 전에 내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는 건 알겠는데.
 
베니: 우리 지금 대화 되고 있는 거 맞냐? ... 아까 전 애들이랑 꼬라지가 똑같네. 암튼 난 열어줬으니까 연구실 가서 네 짝꿍 상태나... 아, 넌 못 들어가려나... 암튼 다른 애들 안심이나 시켜줘. 까만머리 자식처럼 삐딱하게 굴어서 걱정 시키지 말고.
 
베니는 제이슨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린 뒤에 초콜릿을 쥐여주고 복도를 걸어갑니다.
 
제이슨:(짝꿍이라는 건 아까부터... 혹시 사진에 찍힌 그 쪽인가?)
(한 손에 초콜릿을 멍하니 쥔 채 서 있다가 곧 걸음을 옮긴다. 연구실이라고 했지...)
 
연구실로 가는 도중 저 멀리서 누군가가 보입니다.
 
그는 후다닥 다가와 제이슨의 상태를 살핍니다.
 
은하제: 우와, 제이슨 형이다. 잘 잤어요? 좋은 밤이에요-.
 
제이슨:지금은 괜찮아 진 것 같은데. 너도 몸 안 좋았다며?
 
은하제: 전 멀쩡했는데요? 그냥 좀 숨쉬기 답답했을 뿐이죠. 그보다... 여기 사람들 하나같이 다 이상해요. 우리 납치 당한 것 같단 말이에요! 무슈 형이나 베니 누나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그러고! 타이머는 우리인데 갑자기 다른 놈들이 타이머라고 불리질 않나 우리보고 카운터라고 그러질 않나! 완전 이상하지 않아요?
 
제이슨:카운터는 또 무슨 말이야. 나도 비슷했던 것 같긴 한데. 숨 답답하고 조금 어지러운 정도... 납치 당했다기엔 아는 얼굴들 다 멀쩡히 같이 있어서 그것도 아닌 것 같지 않아?
방에는 처음 보는 사람 사진에... (곰곰 생각하다가 휴대폰을 열어 낯선 이름 목록을 보여준다.) 너한테도 있어? 이 번호들.
 
은하제: 그치만, 형. 지금 제가 이리저리 다녀봤는데... 여기 우리가 아는 사람이 타이머였던 사람들 외에는 없어요. (당신이 보여준 목록을 가만히 보다가) 네, 있더라고요? 그리고 여기 이 이름들... 여기서 타이머라고 불리는 사람들 이름이에요. 저희 파트너라고 하던뎁쇼? 정확히는 우리가, 그들의 파트너인 거지만.
 
제이슨:...타이머도 우리같은 사람들 하고 베니처럼 다른 소리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역시 좀 이상한데. 네 파트너라는 사람은 만나봤고?
 
은하제: 이야기 들어보니까 여기서 앰플인지 뭔지를 맞으라고 했대요. 안 맞은 사람들은 형이나 저와 똑같은 상태고.... 한마디로 정상, 뭐 그런 거고 맞은 사람들은 열 미친듯이 나다가 지금은 괜찮다네요. 참고로 베니 누나는 앰플 맞은 쪽이에요. (당신 빤히 본다.) 다음에 보면 진짜 목 조를 것 같아서 안 볼 생각이에요. 우엑- 기분 나빠. 형한테 말했나요? 저 친누나랑 사이 엄청 안 좋은데 그 사람, 제 친누나랑 완전 판박이로 똑같이 생겼어요. 우엑- 완전 생판 남이 어떻게 그렇게 똑같담.
 
제이슨:...진짜로 조른 건 아니지? 그래도 여기가 진짜 군이면 괜히 불이익 당하는 꼴은 안 보고 싶다만... (한숨 쉬며 어깨나 토닥인다.) 아무래도 그 앰플에 뭔가 이상한 성분이 있는 게 맞아 보이네. 요즘은 그런 걸로 기억 조작도 가능한가?
사이 나쁜 사람하고 닮았을 정도면 확실히... 좀 싫은 기분이겠지. 내 파트너란 사람도 그러려나. (약간 고민되는 얼굴.)
 
은하제: ... ... 하려다가 제지 당해서 실패했습니다~. 덕분에 하루종일 감금 당했죠. 구조는 저희가 알고 있던 곳이랑 똑같아요. 편하게 돌아다니면서 말만 맞춰주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방긋 웃기나 하다가) 모르죠? 연구실에서 이상한 실험 하는게 한두번인가. 여기서는 인체실험도 하나 봐요. 암튼 조심하세요.
형 파트너면... 이름이 뭐더라... 폭스트롯이었나? 그 사람 지금 연구실에서 치료 받는 중이라고 들었어요. 피 부족에 여러 문제로 눈 못 뜨고 있다던데. 기억 나요? 하늘색 머리에 잘생긴 사람.
 
제이슨:잘 때 링거 꽂아놨던데 거기에 무슨 수작이라도 이미 부렸을지도 모르고... 조심은 해야겠지. (고개를 설레 젓는다.) ...기억 안 나. 방에 사진이 있긴 했는데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하고 어떤 금발이 찍힌 게 다라서.
(휴대폰 앨범에는 있나? 그제서야 생각난 듯 뒤적거려 본다.)
 
휴대폰 앨범에는 사진들이 주욱 보입니다.
 
가장 최근에 찍은 것엔... 아, 이제 두 번째로 보는 얼굴이죠.
 
금발에 짧은 머리카락, 푸른 장미 머리장식, 푸른 눈동자에... 훤칠한 얼굴.
 
머리색과 눈 색이 다른 제이슨과 함께 사이좋게 찍은 것도, 그 사람 홀로 찍힌 것도 있습니다.
 
제이슨:본 적 있어? 머리 색은 네가 말한 것하고 다르긴 한데.
 
은하제: 오잉? 형도 머리색이랑 눈 색이 다르네요? 저기 군 밖이라서 다르게 하고 나간 거 아니에요? 첼시 형 환각 쓰면 바꿀 수 있잖아요.
으음... 음... .... ... ... 머리색이랑 눈 색만 다르고... 머리 길이도... (잠깐 고민하더니) 그 외에는 똑같이 생긴 것 같아요.
 
제이슨:그런가... 그럼 내가 기억 못 하는 일이 있었던 건 맞나보네. 딱히 본다고 불쾌하진 않을 것 같은데.
...일단 다녀오는 게 낫겠다. 사고 칠 것 같으면 너처럼 누가 막아서든지 하겠지. (으쓱)
 
은하제: 갈 거예요?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십쇼~. 거기 연구원들 득실거리니까 꼭 조심하고요.
 
제이슨:너도 괜히 눈에 띄지 말고 쉬어. (손 흔들)
 
연구실로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 모두 모르는 얼굴들 입니다.
 
서관은 분명 연구를 위해 꽤 많이 들렀을텐데...
 
연구원들의 얼굴을 단 한 명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말도 안되지 않나요?
 
완전히 다른 곳임은 분명합니다.
 
연구원 중 한 명이 제이슨을 보고 인사합니다.
 
??: 카운터가 무슨 일로 왔어요? 몸 상태가 안 좋나요?
 
제이슨:(또 카운터...) 여기 치료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잠깐 보러 왔는데요.
 
??: 아아, 폭스트롯 군 말이에요? 3층으로 가면 볼 수 있을 거예요. 걱정 되어서 왔군요? 역시 사이 좋네요. 너무 걱정은 하지 마요. 회복 속도는 좋아서 프롬 때 즈음이면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제이슨:예... 그렇죠. (미묘한 얼굴로 대충 둘러대고 3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차라리 깨어있지 않는 쪽이 나을 지도 모르겠는데.)
 
303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러 기계들과 함께 산소 호흡기를 찬 채로 누워있는 이가 있습니다.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누군가 그러라고 명령한 것도 아닌데,
 
밑바닥부터 가장 높은 곳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각과 기분,
 
생각과 언어, 감정과 본능이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가까이 가고 싶다는, 어울리지 않는 욕구가 고개를 쳐듭니다.
 
사진 속과는 다르게 은벽색의 머리카락, 감긴 눈, 왼쪽 쇄골 밑 즈음에 있는 타이머의 각인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목과 어깨에 붕대가 감겨있고 얼굴에는 흰 밴드가 붙어 있습니다.
 
제이슨:... (생각보다 더 많이 다친 것 같은데. 내가 이렇게 만들었다고...)
(누워 있는 이 바로 옆에 서서 빤히 한참을 내려다 본다. 처음은 머리카락, 그리고 흰 얼굴 주위를 배회하던 손이 이내 머뭇거리며 타이머의 각인을 조심스레 짚었다.)
한번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대체 뭘 하는 곳이길래... (괜히 낯선 얼굴에 여러 감정이 향하는 것을 눌러담으며 손을 느리게 뗐다.)
 
똑똑.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인기척 느껴져서... 누구 있나요?
 
제이슨:(한 박자 늦게 대꾸했다.) ...파트너입니다.
 
곧이어 문이 열리며 낯선 이가 들어옵니다.
 
아르갈리아: ... 11시의 타이머 아르갈리아예요. 당신도 기억이 애매하다고 하던데... 맞나요?
 
제이슨:...이걸 애매하다고 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극히 일부라고는 해도 아는 얼굴이 있는 걸 보면 이상하긴 하죠.
파트너라고 하기는 했지만... 처음 보니까요. 솔직히 당신도 마찬가집니다.
 
아르갈리아: 그렇겠죠. 당신들이 기억하는 것은 저희가 카운터라고 부르는 이들 뿐이라고 확답을 들었으니까요. 혼란스러운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예요. 갑자기 나타난 카운터, 본능적인 이끌림,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진 이들이라고 했는데... 어라, 이게 뭘까. 앰플을 맞지 않은 이들이 기억이 사라져저 자신들을 타이머라고 부르고 있으니. (침대를 두어번 두드리다가) ... 이 사람은 아직 당신의 상태에 대해서 몰라요.
이성적이니 납득을 한다고는 해도... 당신의 일만 되면 미련하고 멍청해지는 사람이라고요. ... 너무 거리를 두지는 말아요. 대화로 잘 설명해달라는 소리예요. 마음 정리라도 할 수 있게.
 
제이슨:(어딘가 복잡한 얼굴로 다시 한참을 누운 이에게 시선 고정했다.) ...고민중입니다. 솔직하게는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평소처럼 내 마음대로 지내면 될 일 같은데. 그걸로 해결될 사이는 아닌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모른 척 그가 기억하는 모습 행세를 하자면... 언제까지 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고.
(한숨...) 당신 이야기를 들으니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지만, 역시 그런 관계가 맞았던 모양이죠.
만들어진 이들이란 건 또 무슨 이야기인지.
 
아르갈리아: 당신은 어떤 감정 없는 이와 입 맞추며 서로를 보고 웃을 수 있나요? ... 제가 봐왔던 당신은 그런 사람도 아니었을 뿐더러... 당신에 대해서 누구보다 민감한 이를 속이려 들지 말아요. 지금도... 당신은 그를 어떻게 불렀는지조차 기억을 못 하는데.
말 그대로에요. 만들어진 사람. ... DOT의, 군의 연구원들이 신을 모독하여 만들어낸 존재들. 이곳 전대 타이머들의 유전자를 가지고 만들어낸 호문클루스. ... 뭐, 그렇다고 알아요. 이것이 정말 진실이라면...
 
제이슨:모르는 사람까지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 소름 돋을 지경이네. (혼잣말처럼 툭 뱉고는) ...사소한 건 당신이나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기만 해도 금방 알 테고... 그런 게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겠군요.
연구원들을 조심하라고 한 게 이런 의미였나... 우습지도 않은 소리죠. 똑같은 기억을 감춰둔 이 여럿 만드는 게 쉬운 것도 아니잖아요. 차라리 어디서 납치한 우리 기억을 조작해놨다는 쪽에 거는 게 나을텐데.
여기서 실험용인지 뭔지로 들고 온 앰플, 나나 하제는 맞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그럼 역시 그쪽을 의심해보는 게 낫지 않나?
 
아르갈리아: ... 이래뵈어도 우리 1년을 얼굴 마주하며 지낸 사이랍니다. (자신의 손을 깍지 껴서 두어번 만지작 거렸다.) ... 솔직히 말해서 저는 당신이 이 사람을 상처 주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당신이 마지막 인간성인데 그마저 놓아버리면 곤란하니까. ... 물론 당신들 사이의 일이니 간섭하지 않을게요. 알아서 잘 하겠죠. 부디 이야기로 잘 풀 수 있길 바라요. ... 13시의 이들처럼 되지 않기를.
글쎄요... 그마저도 모르겠네요. DOT에서는 그걸 능력 안정제라고 말했어요. 실제로 능력이 안정되어 맞지 않은 이들과는 다르게 폭주는 일어나지 않기도 했고요. 그렇지 않아도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답니다. 혹 무언가 알게 된다면 당신에게도 알려줄게요.
 
제이슨:...만들어낸 존재라고 알고 있다면, 이 곳 인간들이 위험하다는 사실 정도는 당신들도 알고 있었겠죠. 모쪼록 조심했으면 좋겠네요.
(내 1년이 통째로 날아갔단 소리인가. 마지막 인간성이라... 그런 말은 보통 결여되어 있는 사람에게 쓰는 것일텐데.) ...13시처럼 불쾌하다는 감상까지는 딱히 없어서요. 고민은 좀 해봐야겠지만. 어쨌든 알려준 건 고맙게 생각합니다.
 
아르갈리아: 그들은 저희 타이머에게 위해가 가는 일은 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충고 감사히 받을게요.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요. ... 다 잘 되겠죠.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우리는 멸망도 이겨냈고.
... 시간 빼앗아서 미안해요. 그냥, 이 사람 얼굴이나 한번 보러 왔어요. 당신도 찾아다니고 있었고. ... 갈게요. 좋은 하루 보내요. 너무 늦게 자지 말고.
 
아르갈리아는 고개를 까닥이고 연구실을 나갑니다.
 
제이슨:... ... (괜찮아졌다곤 하지만... 역시 일어날 기미는 안 보이는데. 책임이 있으니 옆에서 계속 지켜보는 것이 맞겠지.)
(나간 쪽의 문에 한 번 시선을 두고는, 침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가만히 누운 이를 지켜본다.)
 
방 안을 기계음과 색색 거리는 숨소리만이 가득 채웁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00시.
 
자정을 알리는 전자 시계음이 들려옵니다.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리는 시간.
 
제이슨에게 걸린 마법도 풀린 것일까요?
 
이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눈 앞에 있는 이가 파트너고, 기묘한 끌림이 있다는 것 뿐.
 
그가 눈을 뜨면 대체 무슨 말부터 건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두 사람의 시간도, 추억도, 존재의 의미와 이유조차도!
 
당신은 이 공백을 어떻게 느끼나요?
 
제이슨:... (사이의 없는 기억이 있다는 게 불쾌한 것은 맞지만. 알지 못하니 무엇을 안타까워 해야 하는지, 그리워 해야 하는지도, 무엇이 의미 있었는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저 말을 고르며 고민하는 것이 전부고... 눈 앞의 이를 가엾게 여길만한 것은 맞지만. 관계없는 이에게 자신은 어디까지 허용하고 손 내밀어 줄 수 있을지.)
 
삑- 삑- 삑- 삑...
 
기계음이 연달아 들려옵니다.
 
이곳에서 제이슨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돌아가서 잠자리에 들 수도 있고... 아니면 이곳에서 잠을 청할 수도 있겠죠.
 
제이슨:눈 떴을 때 없는 쪽이 차라리 나을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계속 자리를 지켰다. 차도가 보일 때까지는 그 곳에 있을 것처럼.)
 
전자 시계의 숫자가 천천히 바뀝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창 밖에서 점점 동이 터 옵니다.
 
햇빛이 길게 드리워져 침대와 제이슨을 비춥니다.
 
일정한 심박수가 숫자로 표시가 되고, 일정한 그래프가 계속하여 지나갑니다.
 
제이슨:(엎드려 졸다가 부스스...)
별 이상은 없네... (왔다 간 사람도 없나.)
 
근처 화병의 꽃이 바뀐 것을 보니 누군가 다녀간 모양입니다.
 
분명 락스퍼였는데... 지금은 푸른 장미 다발로 바뀌어 있습니다.
 
제이슨:아... 그러고보니 방에 있던 꽃도 다시 바꾸긴 해야겠는데...
(시들했던 락스퍼를 생각하며 푸른 장미 꽃잎을 툭툭 건드린다.)
(힐끔, 다시 누운 이의 상태를 보느라 시선이 옮겨가고 말았지만.)
 
폭스트롯은 미동 없이 자리에 누워있습니다.
 
힐끗 봤던 갤러리 사진 속에서 환히 웃고 있던 얼굴이 겹치는 듯 합니다.
 
원인이 뭐라고 했더라...
 
혈액 부족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라고 했던가요.
 
제이슨:귀한 타이머...에게 혈액부족 같은 원인을 더 방치했을 리는 없는데. (다른 이유는 뭐지? 갸웃거리며 조심스럽게 팔을 건드려본다.)
(연구 차트같은 걸 여기 멍청하게 두고 갔을 리는 없고...)
 
수액이 흘러 들어가고 있는 링거가 보입니다.
 
근처에 [기록지] 가 끼워져 있는 판이 보여요.
 
제이슨:(진짠가. 반신반의 하면서도 태연하게 기록지를 꺼내든다.)
 
기록지에는 어떤 약물이 투여됐는지 갈겨 적혀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혈액팩... 정도예요.
 
급한 문제는 해결이 된 모양입니다.
 
제이슨:(내 방에도 기록지 같은 게 있는 지 찾아볼 걸 그랬나. 없었을 것 같지만... 뭔지 대강 짐작도 가고.)
제이슨:(기록지를 다시 원래 자리에 끼워둔다.)
 
오늘도 완벽범죄를 꿈꾸는 제이슨...
 
제이슨:(이런건 철저해야지)
 
그럼 남은 것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 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제이슨:역시 능력 때문이라던가...
(환자 옆에서 다짜고짜 냉기 피우기는 좀 그렇겠지.)
 
시체 안치실로 만들 생각은 아니죠?
 
제이슨:(아)
(애 안 죽었다고)
 
죽진 않았죠....
 
제이슨:(...)
(눈 뜨는 걸 보는 게 껄끄럽긴 하지만... 지난 1년 사이를 정확히 들을 수 있는 것도 이쪽일 테니까...)
(연구실에 다른 눈에 띄는 점은 없나 둘러본다.)
 
눈에 띄는 점은 없습니다.
 
구태여 찾자면... 침대 옆에 놓인 협탁에서 반짝거리는 반지 정도겠어요.
 
제이슨:... (이건... 사진에서도 언뜻 본 것 같긴 한데.)
(이젠 정말 기다리는 수 밖에 없나...)
 
사진에서, 그리고 당신의 왼쪽 약지에서 반짝이며 빛나는 반지 입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기다려봅시다.
 
시간은 타이머를, 카운터를, 당신을 배신하지 않으니.
 
제이슨:(무의식중에 제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침대만 묵묵히 바라본다.)
 
제이슨:
기준치: 35/17/7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방 안에서 시간을 느끼며 움직이는 것은 제이슨 뿐입니다.
 
돌아가도록 합시다.
 
이곳은 당신을 반기지 않으니.
 
제이슨:... (묵묵히 몇 시간을 더 지켜보다 밖으로 나섰다.)
 
낯선... 혹은 익숙한 곳으로 돌아갑시다.
 
적어도 그곳은 생동감 가득한 이들이 존재하니까.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이들이든 아니든, 그들은 제이슨을 품고 환영합니다.
 
처음 만난 초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겨울의 중턱에 접어들었습니다.
 
겨울 바람이 세차게 고개를 들이밀 때마다 새하얀 서리가 창에 앉고, 너테가 창틀을 뒤덮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코끝이 시리곤 합니다.
 
옷차림이 나날이 갈수 록 두툼해지고, 바깥에 나가기는 꺼려지는 시기, 완연한 겨울 냄새가 납니다.
 
며칠 지나지는 않았지만 다른 이의 흔적이 가득했던 방에서, 다른 이들의 흔적이 가득했던 곳에서 어떻게 지냈나요?
 
제이슨:(불편하게 잠을 설쳤단 것 밖엔...)
 
큰 침대에서 홀로 누워 불편하게 잠을 설쳤고,
 
돌아 누움에도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며 보내는 며칠.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나면 매해, 타이머의 성인식을 겸한 졸업식이 열리곤 합니다.
 
본관의 식당을 비우고, 시시한 형광등 대신 화려한 샹들리에를 걸고, 산더미 같은 음식을 테이블에 쌓으면서요.
 
오늘은 유난히 음식이 풍성합니다.
 
익힌 자몽과 아스파라거스를 가니시로 곁들인 채끝 스테이크, 발사믹 소스에 조린 마늘을 얇게 썰어 장식한 꽃등심, 달콤한 데리야키 소스를 얹은 양고기 스테이크가 차례대로 그릇 위에 오릅니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코코넛 쉬림프, 윤기가 흐르는 닭의 날개와 다리 구이, 여러 가지 양념을 입힌 감자 튀김.
 
무려 다섯 종류의 두툼한 소시지와 버터에서 노릇하게 구워낸 빵, 한입 베어 물면 내용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펌킨 파이부터 라즈베리 파이, 블루베 리와 치즈를 넣거나 얇게 저민 고기와 자극적인 소스를 때려 넣은 미트 파이 까지.
 
그뿐인가요.
 
치킨을 얹은 샐러드와 라코타 치즈를 얹은 샐러드, 스테이크를 얹은 샐러드까지 가세해 테이블 위는 온갖 색으로 알록달록합니다.
 
자허 토르테와 일곱 가지 색깔의 크레이프 케이크, 두꺼운 크림치즈 지붕 을 가진 당근 케이크, 딸기를 올리고 사이사이 절여 넣은 생크림 케이크.
 
세상의 모든 달고 귀한 것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먹어치울 것들이 잔뜩인 가운데, 홀의 끄트머리 에는 끊임없이 황금색 술을 뿜는 분수가 서 있습니다.
 
도수 없는 사과 샴페인은 향긋하고 달콤합니다.
 
황금을 녹인 것처럼 완벽한 액체는 샹들리에의 불빛 아래서 여러 가지 색깔로 반짝였습니다.
 
음식에서 시선을 떼면,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잘 차려진 음식 위로 부드러운 선율이 춤을 춥니다.
 
익숙한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차림새로 하나둘 모여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머리를 땋고, 누군가는 넥타이를 매고, 누군가는 어깨를 드러낸 채로.
 
평소 같지 않은, 새로운 계절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본래라면 제이슨의 옆자리에는 폭스트롯이 있어야겠지만...
 
그곳은 오늘 허전하게 비어있습니다.
 
제이슨:(못 오게 만든 당사자여서 그런지 오히려 혼자 있는 쪽이 불편한 눈치...)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 있노라면 저쪽에서 작은 누군가가 뽀르르 다가와 제이슨에게 달큰한 것들이 가득 든 접시를 내밉니다.
 
멜: 아주 죽상이구낭, 이스! 단 거 먹으면서 기분 풀어! 너가 일케 잉잉 하고 있으면 되겠어?
 
제이슨:(얼떨결에 받아든 채로 멍...) 그건 날 말하는 거...야? 딱히 기분이 나쁘다기 보단...
다들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구나 싶어서. (아마 이 사람도 타이머였지...)
 
멜: 그럼 여기 이스가 너 외에 누가 있어? 아무리 기억이 뿅! 하고 휴지조각이 됐다지만 넌 이스고 여기 사람들한테 다른 사람두 아니잖아. 넌 계속 내 칭구인데 난 칭구가 표정 안 좋으면 이따시만하게 걱정 되더라. (그릇 위에 있는 마카롱 집어서 당신 입에 꾹 밀어 넣었다.) 그야~ 다들 가족이니까 그런 거지.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 이스는 여기 사람들 싫오?
 
제이슨:그냥 그렇게 부르는 건 아직 적응이 안돼서...? (머쓱하게 서 있다 입에 들어 온 마카롱을 어리둥절 씹는다. 살짝 온화해진 얼굴로 반을 삼키는 중...) ... ...그렇긴 한데. 딱히 내 기억만 그런 게 아닌 것 보면 솔직히 여기 사람들을 믿긴 어려운 게 당연하니까. 싫고 말고 할 것도 없지. 타이머들은 둘째 치고, 아직도 위에서 내 몸에 무슨 짓 했는지도 모르는걸.
 
멜: 반대루 난 이스 본명 부르는게 더 적응이 안될 것 같아. 처음 봤을 때부터 넌 이스야~ 라고 시작했으니까. (헤헤 웃었다. 이제야 표정 말랑해졌다!) 무조건 믿어달라고는 안 해. 믿음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잖아? 이런건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가야 하는 법이래. 신뢰두 관계두. 뭣하면 내가 알아봐주께! 나 서관이랑 이런 곳 몰래 잘 다녀오니까. 첼시는 위험하다구 말리지만 칭구들을 위해서라면야! 이 누님이 힘내보께! (자기 가슴 퐁! 쳤다.)
 
제이슨:(어쩐지 제 파트너라는 사람이 생각났지만 굳이 직접 묻지는 않았다.) 다르게 부르는 사람이 또 있나? ...위험하다고 하는 거면 조심하는 게 좋겠지. (알던 이름이 나오자 그제사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증명해달라는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어. 내가 신경쓰면 되는 일이기도 하고... ...불청객 된 느낌이 드는 것도 너희 탓은 아니니까.
 
멜: 다르게 부르는 사람? 베니는 젠이라고 부르고... 다른 애들은 잘 불러줄걸? 아르갈리아만 데이라이트라구 부르니까... 아, 포키는... 음... 아리라고 부르는데... (왜 그렇게 부르는 거지? 이스가 좀 많이 깜찍뽀딱한 남정네긴 하지만. 이런 눈으로 당신 빤히 보다가 까치발에 손 뻗어서 당신 머리 토닥) 시간은 많아! 너만 신경 쓰지 말구 같이 신경 쓰는 거면 안 되는 고야? 물론 어떤 것두 네 탓은 아니지만... 너는 이방인이 아니란 말이야. 네가 섞일 수 있게 우리두 노력하께. 아자아자!
 
제이슨:(왜 저런 눈으로 보지? 의아한 얼굴로 어정쩡하게 허리나 숙여주다가 퍼뜩 정신차린다...) 그렇게 말해주는 거야 고맙지만... 일단 생각은 해볼게. (솔직하게 또래의 타이머들에게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기엔 무리 있는 게 사실이니까. 굳이 이쪽을 심히 경계할 필요는 없겠지.) ... 누워 있는 사람한테는 괜히 더 미안해지는데... 곧 졸업인데 다치는 바람에 아무런 준비도 못했을거고.
 
멜: 웅. 긍정적인 대답 아니면 이스는 간식 일주일 압수야. (근엄? 하게 그리 뱉고는 당신 옆에 찰딱 달라 붙었다. 뺨 짜부 시키며 있다가 눈썹에 힘줬다.) 포키포키는 우등생에 공부든 뭐든 다 끝낸지 오래구 DOT 먹겠다구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며칠 파업 선언했던 거라 갱차나. 걘 이렇게라두 좀 쉬어야 해! 아 글구... 걔 일어났대. 금방 올걸? 안 오면 주리 틀겠다고 협박두 했어.
 
제이슨:개인 권한으로 간식도 뺏을 수 있나. (재미없게 꽉 막힌 소리나 하다가 조금 놀란 눈을 했다.) ...일어났다고? 언제... 금방 움직여도 되는 거야?
 
멜: 우리 애들 간식은 내가 책임지는 중인뎅. (뿌.) 여기 오기 전에 확인 했어. 몸 상태 괜찮은지 확인하구 있더라. 반나절만에 움직일 수 있게 됐다던데... (꿍시렁 꿍시렁...) 제대로 된 것은 몰라! 오면 이스가 알아서 확인하기~. 그럼 멜은 쪼~기 가서 께꾸 먹을 거야! 수고하십샤!
 
멜은 후다닥 뛰어 케이크 가득한 탁자로 가버립니다.
 
그러고 보니... 얼굴을 마주하면 무슨 말을 할지 생각 해두었나요?
 
당신의 감정이 당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제이슨:(이미 다른 사람한테 들었을 수도 있겠는데... 뭐라고 설명하든 상처가 안 될 것 같지는 않고...)
... ...어렵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식당의 문이 느리게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옵니다.
 
멀끔하게 흰 정장을 빼입은 이.
 
폭스트롯은 식당에 들어와서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지만... 곧이어 다른 이들에게 둘러 쌓여버립니다.
 
병상에서 일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나 쾌활한 얼굴로 태연히 이야기를 나누던 폭스트롯의 시선이 움직이고,
 
곧이어 당신에게 닿습니다.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습니다.
 
숨 삼키는 것도 잊은 채, 그저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욕구가, 뛰는 심장이, 울렁이는 감정이 한 곳을 향합니다.
 
다른 이들을 해치고 다가온 폭스트롯은 제이슨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폭스트롯:좋은 밤이야. 몸은 괜찮아?
 
제이슨:... ...그걸 지금 나한테 물은 거...야? (습관처럼 말을 높이려다 삼키고는 다소 황당한 얼굴로 바라본다. 잠시 후 아차 싶은 얼굴로 고개를 설레 젓고 말았지만.)
난 괜찮아. 그것보다, 그러니까... ...미안.
 
폭스트롯:(별 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다가 흐린 미소 지어냈다.) 이 정도 가지고 뭘-. 어차피 이것도 조금 있으면 아물 거야. 음... 어떤 부분에서 사과를 하는 걸까? 네가 날 다치게 한 거? 아니면... (눈 굴리다가) 기억을 잃은 것? 어떤 것도 네 잘못이 아닌데.
 
제이슨:솔직하게... 둘 다. 일차적으로 다른 원인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판단을 똑바로 못해서 굳이 위험에 노출되게 한 건 내 잘못이 맞으니까. (머뭇거리다가 빤히 마주 응시하던 시선을 조금 돌렸다.) ... 기억은... 할 말이 없네.
...어떤 관계였는지는 알고 있어.
 
폭스트롯:...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건 내 고집도 있던 거야. 내 미련함이 날 다치게 한 것 뿐이고 적어도 나는 그것이 너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어쩌다가 난 사고를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미동 없이 있다가 그제서야 끼고 있던 장갑을 만지작 거렸다.) ... 솔직히 말해서... 충격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야. 난 거짓을 좋아하지 않고 네 앞에서는 더더욱 입에 담고 싶지 않으니까.
알고 있다면 다행이네. 이야기가 빠르겠어. (작게 심호흡 했다. 무언가를 결심하는 것처럼.) 지금 네게는 이전과 같은 마음은 없다는 것이... 맞을까? 다른 사람의 입이 아닌 네게서 직접 듣고 싶어.
 
제이슨:글쎄... ...정말로 우리가 그런... 사이가 맞았다면. 아마 기억이 있는 나도 네 말에 전부 동의하진 못했을걸. (이런 말을 하는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낯선 환경부터 시작해서 너에게 이르기까지 전부.
(짧지 않은 정적 뒤에 입을 열었다.) 나도 거짓말은 좋아하지도 않고, 너까지 경계할 마음은 없으니 솔직하게 말할까. ...당장 느끼기엔 그래.
아마... 전과 같은 걸 내게 기대한다면 실망할 확률이 크겠지. 네 감정까지 내가 어떻게 할 마음은 없어.
 
폭스트롯:언제나 그랬고 이런 것들로 가벼운 말다툼 했었으니... 모르지 않지. (입 안에 퍼지는 것은 쓴 맛 뿐이었다. 그럼에도 울지는 않으려고 해. 적어도 네 앞에서는. 한참 말 없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당혹의 연속인 네게... 이 이상으로 혼란을 주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 이전의 우리 관계는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감정의 크기가 같지 않고 우리는 이전과 같지 않아졌으니 이전의 관계는 너와 나 모두에게 짐만 될 뿐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이와 마주할 수는 있으나 손 맞잡고 웃을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손을 뻗는다. 당신의 앞에 내밀었다.) 그러니 증표는, 내가 가져갈게. 내가 주었으니... 내가 거두어 가는 것이 맞아. ... 우리에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잖니.
나도 마음은 정리해야 함이 앞으로를 위해 조금 더 좋겠다. 네가 날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더 싫어.
 
제이슨:(앞에 선 낯선 이를 보며 감정이 여럿 교차하는 것이 꽤 이상한 기분이었다. 어차피 지금의 제게는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관계인데. 아마 여러번 고민하고 꺼냈을 저 이야기 때문이겠지. 당신의 말이 맺어지자 제 손가락의 반지를 한참 만지작거리는 듯 싶더니, 곧 느리게 빼어 내밀어진 손 위에 올려놓는다.) ...불편하게 생각한다기 보단 연인이었다는 사실이나, 파트너였다는 사실이나 느껴지는 건 비슷해. 어느 쪽이든 그런 결정을 하게 만든 건... 미안하다.
파트너 사이는 어떻게 해볼 문제가 아닌 것 같으니까, 내 쪽에서 더 조심해보도록 하지.
 
폭스트롯:(손 위에 올라온 반지를 내려다본다. 지금까지 있던 모든 추억이 이 안에 담겨 있고, 더 이상 당신은 이 것을 끼지 않을 것이다. 알지. ... 왜 모르겠어. 입 안을 깨문다. 씁쓸함이 아닌 비릿함이 감겨온다.) ... 네가 불편하다면 상부에 이야기해서 따로 행동할 수 있도록 요청 해볼게. 행사에는 함께 참가를 해야겠지만. 네가 사과할 일도 아니니 이후에 사과하는 것도 듣고 싶지 않다, 제이슨. (익숙하지 않은 이름 뱉는다. 분명 당신의 이름인데 어째 무엇보다 먼 것 같아서.)
그렇다고 착각은 말아줬으면 해. 나는 아직 너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널 포기한 것도 아니야. 정리하려 노력을 하긴 하겠지만... 동시에 너와 관계를 처음부터 쌓는 노력 또한 같이 할 거다. 다시 한번 네게 다가가겠다는 소리야. 네가 할 일은 어떤 것도 없어. 밀어내고 싶다면 밀어내도 좋아. 불편하다면 있는 그대로 말 해. 내 사랑이 한계에 다다르면... 나도 네게 다가가는 것을 멈추겠지. (사랑은 인내심이다. 그 바닥을 보이는 순간 알량한 관계도 끝이 나겠지. 그렇지만 지금의 당신은 모른다. 당신을 향한 인내심은 바닥이 없으니까.) ... 앞으로 편하게 불러. 유타를 제외하고는 어떻게 부르든 신경 쓰지 않을게.
 
제이슨:(제 손을 떠난 물건을 바라보다 가라앉은 시선으로 도로 당신을 마주했다.) ...그럴 필요 없어. 뭔가 오해하게 만든 모양이지만... 내게는 아직 불편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문제가 되었다는 뜻이야. 내 기억과 다른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든, 너를 더 알게 되든 한 뒤에야 고민해 볼 일이지. ...조금 너무한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연인 사이의 어떤 것들 외에는 굳이 네 행동 하나하나 바로 바꿔가며 불편을 자처할 필요도 없어. 그게 네 뜻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이어진 말에 조금 당황했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가) ...그것도 네가 알아서 하겠지. 가까운 관계였던 만큼 내가 싫은 것 굳이 인내하는 쪽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테니. 널 다 신뢰한다고는 못 하겠지만 기억이 있을 때의 내가 너에게 마음 준 사실 자체는 믿어볼만 하니까. ...내가 전에 너를 유타라고 불렀나? (담담히 끄덕였다.) 난 아무렇게나 불러도 상관없어.
 
폭스트롯:(어떻게 당신과 이리저리 합을 맞추어야 하나 잠시 고민에 빠졌다.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 다시금 생각이 나서. 우리, 맞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지. 정말 운이 좋았네. 그저 슴박일 뿐이다. 배려인지 아니면... 아니다.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나 혼자일 뿐임에 조금 더 가까울지도 모르니.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 가장 잘 하는 것이니까.) 이건 이후에 조금 더 생각을 해볼게. 솔직히 지금 여러 일들로 머리가 터질 지경이라. ... 구태여 네 문제 뿐이 아니라도. 오히려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서 기쁠 뿐이야. 감정적으로 질질 끌면 남는 것 하나 없지 않나.
(자신의 왼손에 낀 장갑을 벗어낸다. 안에서 곱게 끼워져 있던 반지와 손목에 걸쳤던 비즈 팔찌를 빼내어 손수건에 싸 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장갑을 끼더니) 좋아. 네 허락은 받은 것으로 할게. ... 네가 이전에 날 유타로 부르긴 했지. ... 그렇지만 그것은 내가 내 심장을 바칠 수 있는 이들을 위한 이름이야. 쌍방으로 소중할 때에만 불러주었으면 하는 것이고. 그러니 지금은 곤란해.
(작게 심호흡이다. 다시 당신에게 손 내민다. 이번에는 다른 의미를 품고.) .... 완전히 타인인 내가 네게 청할게. ... 내 프롬파트너가 되어주지 않을래? (내밀어진 손을 한 번 튕김과 동시에 푸른 장미 만들어낸다. 눈속임 마술. 단순한 것이지만... ... ... 나에게는 이제 락스퍼보다는 이 꽃이 어울리지. 내게 남은 것은 구원자로서 치켜 올리는 이들 뿐이니까. 당신에게 붉은 장미를 전할 수는 없는 법이 되었다.)
 
제이슨:뭔가 더 서두르려고 하지는 마. 아직 몸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내가 걱정해도 되는 처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건넨 것과 같은 반지와 낯선 팔찌가 가려지는 것을 잠자코 응시한다. 이름도, 증표도, 감정도, 무언가 나눈 것이 많기는 했구나 생각하며. 이전의 나는 너에게 그 정도로 의미가 있는 사람이었나? ) ...그런 거라면 네 뜻대로 하지. 원래 이름으로 부르는 쪽이 덜 헷갈릴 것 같기도 하니까.
(굳이 타인임을 자처하는 이에게 더 이상 제 껄끄러움을 전할 필요도, 걱정을 표할 이유도 없어 그저 내밀어진 장미를 받아들었다. 오히려 지금의 당신에게 좋지 않을 것을 예감해서인지, 그저 회피하고 싶었는지 모를 심정으로.) ...마술도 할 줄 아는지는 몰랐는데. 프롬 파트너 정도야 기꺼이.
사실은... 오늘 눈 뜨자마자 나올 줄 몰랐어. 힘든 것 같으면 도중에 먼저 쉬러 가도 돼.
 
폭스트롯은 잔잔한 미소와 함께 제이슨의 손을 잡고 댄스 플로워로 나갑니다.
 
때마침 새로운 곡이 시작되었네요.
 
경쾌한 박자, 발랄한 음계.
 
왈츠입니다.
 
퍽 익숙한 멜로디군요.
 
제이슨:
예술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입니다.
 
유명한 곡이니 모르기 쉽지 않죠.
 
곡의 제목처럼 도밍게즈는 새 계절을 맞았습니다.
 
구원자들은 박자에 맞추어 걸음을 옮깁니다.
 
어깨를 감싼 손과 허리를 끌어안는 팔, 익숙하게 스텝을 밟는 구두 굽 소리, 시샘 추위에 파르라니 떠는 꽃잎처럼 활짝 펼쳐지는 드레스의 치맛자락…
 
…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낭만적인 순간입니다.
 
샹들리에의 빛 망울이 머리 장식에 부딪혀 찬란하게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품 안에 가까이 닿은 몸 은 지나치게 따뜻해서 떼어 놓기 싫을 지경입니다.
 
한껏 고양된 감각에 취한 사이,
 
제이슨: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제이슨이 한 바퀴 턴을 할 차례가 찾아왔습니다.
 
겨우 떼어놓고 팔을 들어 겨우 빙그르르 돕니다.
 
정신 차리지 않았다면 발을 밟을 뻔했군요.
 
음악을 따라 봄의 꽃잎처럼 흔들리기를 여러 번, 어느새 폭스트롯과 제이슨은 자연스럽게 궤도에 오릅니다.
 
왈츠곡은 경쾌하게 샹들리에를 스쳐 지납니다.
 
드레스 자락이 꽃잎처럼 파르르 펼쳐지고 자켓의 꼬리가 제비의 것인 양 흔들렸습니다.
 
시간은 무르익고 분위기는 편안합니다.
 
눈은 소리 없이 내리므로 눈 깜짝할 새 이만큼 쌓여있곤 했습니다.
 
겨울은 안식의 계절.
 
세상을 뒤흔드는 재난과 재앙도 잠시 숨을 돌리는 시기예요.
 
종종 타이머와 카운터의 손길을, 발걸음을 구하던 이들도 잠잠했습니다.
 
졸업식이라고 해봐야 별달리 설렐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할 일은 정해져 있으니까.
 
자유는 축소 당하고, 책임은 멍에가 되며, 의무는 발목을 잡겠죠.
 
마땅히 휘두를 수 있는 권리도 마뜩잖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는 건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
 
언젠가, 두 사람은 오늘을 그리워하게 될까요?
 
혹은 빨리 어른이 되길 잘했다고 안도하게 될까요?
 
알 수 없는 미래만 남은 가운데, 유난히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분 탓이라기엔 미묘하게 공기가 느슨합니다.
 
이 순간에 우리를 붙잡고 싶은 것처럼…… 꼭 시간에게 자의라도 있는 듯.
 
DOT에서 하루하루를 보낼수록 기묘한 위화감과 애매한 기시감은 중첩됩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넘겼고, 두 번째에는 세계의 멸망이라 여겼으며,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카운터의 정체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새파란 장미도, 아치문도 다시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일 이 일어난 것도 축제의 그 날이 마지막이었어요.
 
시간은 다시금 멈추지 않았 으며…… 두 사람은 여전히 그 일의 주모자를 모릅니다.
 
그것은 무엇이 안배한 발견인가.
 
카운터에게 자신의 근원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을까요?
 
그래서 다시는 나타 나지 않는 걸까요?
 
날의 파란 장미가, 시곗바늘이 가리킨 것이 불가능이었 는지 기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의문 틈새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들어온 것은 정복을 차려입은 하인리히 장교였습니다.
 
리슬러 부관은 꼬리처럼 그 옆에 선 채, 품 안 가득 꽃을 안고 있습니다.
 
하인리히: 충분히 즐기고 있으신가?
 
하인리히 장교는 여유롭게 웃으며 샴페인으로 목을 축입니다.
 
이런, 논 알콜이군. 덧붙이는 목소리가 퍽 아쉬운 듯했습니다.
 
그는 상투적인 문장으로 서두를 엽니다.
 
하인리히: 우선 졸업을 축하하네. 시간이란 금세 뛰어가는 법이지. 어린애들이란 특히 빨리 크니까. 우리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으리라고 믿어.
 
어떤 기회도, 자유도 없는, 선택을 박탈당한.
 
축하해줄 사람 없이 형식적인 졸업장만 끌어안게 될 졸업식이건만, 그에게는 감회가 퍽 새로운 모양입니다.
 
하인리히: 타이머와 카운터로서, 자네들이 받는 기대와 애정, 지지가 어떤 것인지 좀 실감하나?
 
짐을 얹어주겠다는 티가 노골적인 질문입니다.
 
이전 세대 타이머가 가지고 있던 책임감도 이런 식으로, 눈처럼 한 겹씩 쌓여갔겠죠.
 
시선은 집요하게 제이슨을 좇습니다.
 
제이슨:... (뭘 봐?)
 
폭스트롯:(느른한 웃음 지으며 있다가 소곤.) ... 대답하래.
 
제이슨:(기억 못 하는 거 알고도 저런 질문을 하나.) ...책임감은 느끼고 있습니다.
 
대답을 듣자 하인리히 장교의 시선이 느리게 떨어집니다.
 
하인리히: 자네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제일 큰 팬으로서 보내는 축하 선물일세.
 
하인리히 장교가 드디어 한 걸음 물러섭니다.
 
리슬러 부관이 폭스트롯과 제이슨에게 꽃다발을 안겨줍니다.
 
오로지 푸른 장미로만 이루어진 꽃다발과 락스퍼와 푸른 장미가 섞여 꾸며진 것입니다.
 
제이슨에게는 락스퍼와 푸른 장미가.
 
제이슨:(얼려버릴까... 5초 생각하다가 관둔다.)
 
폭스트롯에게는 그저 푸른 장미가.
 
꽃은 계절을 잊고 흐드러졌습니다.
 
사랑을, 순결을, 헌신과 매력을 상징하는 향기가 홀을 떠돕니다.
 
폭스트롯:(가만히 내려다 보다가 한 송이를 자신의 귓가에 꽂았다.) 어때요? 잘 어울립니까?
 
하인리히: 도밍게즈의 국화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이가 또 어디에 있겠나? 가장 뛰어난 타이머잖아. 모두가 널 믿고 있다.
 
폭스트롯:... 그럼요. 노력하겠습니다.
 
한 박자 늦게 나온 대답과 폭스트롯은 제이슨을 보며 눈웃음 지어냅니다.
 
제이슨:... (옆에서 덤덤한 얼굴로 장교를 쳐다본다. 곱지 않은 시선만 숨긴 채.)
 
하인리히: 본격적으로 성인이 되면 자네들에게도 더 많은 임무가 부여되겠지. 부디 그것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어른, 어엿한 군인이 되길 바라네.
 
진부한 당부가 마지막까지 쫓아옵니다.
 
한 걸음 성큼 다가온 하인리히 장교가 폭스트롯과 제이슨의 목덜미에 무언가 걸어줍니다.
 
소속과 인식 번호가 적힌 군번줄입니다.
 
하인리히: 새 제복과 계급장은 새로운 개인실에 보내두었으니, 돌아가면 확인해보게. 이제 방도 둘이라 지내기 편할 거야.
 
은색 표면이 매끄럽게 빛나고, 패인 각인이 선명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제이슨:(목줄...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데. 걸린 군번줄을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다 내려놓는다.)
 
폭스트롯:(군번줄 빤히 보다가 가볍게 입 맞추고 내려두었다.) 감사할 따름이죠. 그동안 한 방에 한 침대 쓰게 하셨던 것이 신경 쓰이셨나 봅니다.
 
하인리히: 이제 다 큰 성인들 아닌가. 이제와서, 라는 감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편히 지낼 수 있게 해야지. 우리의 구원자들이 불편하게 쉴 수는 없으니.
 
일정이라도 있는 걸까.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한 그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봤습니다.
 
하인리히: 그리고, 일러둘 것들이 몇 가지 있어.
첫째, 오늘부로 카운터의 외출을 허락하지. 타이머와 되도록 동행하기를 바라는 바이나 강요하지는 않아. 대신 외출 시 사전에 외출증을 작성하고, 외 박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하인리히 장교는 마찬가지로, 군에서 지급한 휴 대폰의 연락 제한 또한 풀리리라고 선언했습니다.
 
그 말은 즉…… 외부와 연락이 가능하단 소리일 텐데.
 
띵동.
 
때마침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외부와의 연락이 허가되었습니다. 군내 기밀을 유출할 경우 군법에 의거, 합당한 처분을 받게 되며······]
 
길고 긴 안내사항입니다.
 
첫 줄이 특히 눈에 띕니다.
 
... 연락, 해볼까요?
 
가족이나 친했던 친구의 연락처 정도는 기억하고 있잖아요.
 
제이슨:(의미가 있을까?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곳에서 이 기억에 의존해 찾아간다 해도...) ...감사합니다.
 
폭스트롯:(가볍게 톡톡 두어번 화면 쳐서 연락 보내는 듯 했다가 오, 소리 냈다.) 전에는 매번 안 보내졌는데. ... 리베랑은 언제나 됐지만. (끔박.) 괜찮아?
 
제이슨:...글쎄. 애초에 타이머... 아니, 카운터가 된 뒤로는 얼굴도 못 봤지만. 보내보기나 할까. (화면을 몇 번 톡톡 두드려 기억하는 번호로 연락을 보낸다.)
 
폭스트롯:(... 타이머?)
 
답장은 금세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이라서일까.
 
무언가 어색하기 짝이 없지 만……
 
분명히 번호도, 상대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순순히 기뻐하기엔 걸 리는 것이 많았지만, 전혀 기뻐하지 않기엔 기대치 못했던 소식입니다.
 
나쁜 일이 연달아 온다면, 기쁜 일도 연달아 쏟아지는 걸까요?
 
카운터의 해우를 잠시 기다리던 하인리히 장교가 마지막으로 스치듯 제안했습니다.
 
하인리히: 그리고…… 볼 일이 있어 당분간 12구역에 출장을 다녀올 예정이네. 마침 졸업도 했겠다,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자네들도 데려갈까 하는데 어떤가? 폭스트롯의 고향이잖아. 바닷물 한 번 오랜만에 밟아 봐야지.
 
제이슨:...너한테 나쁘지 않은 이야기 같은데. 갈 거지?
 
폭스트롯:갑작스럽긴 하지만... 좋지. 어차피 가족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바다를 보는 거라면. 너랑도 같이 겨울 바다를 보고 싶기도 했던 참이라.
 
하인리히: 좋아, 그러면 그렇게 알겠네. 마저 좋은 시간 보내고 내일 보지.
 
제이슨:(그런 약속도 했던가? 자연스레 그 생각부터 떠올리고는 끄덕인다.)
 
그들이 돌아간 뒤에도 음악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밤도 이제 막 무르익고 있었습니다.
 
원하는 만큼 방종을 누리고, 새해의 종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물론... 몸 상태가 괜찮다면야.
 
폭스트롯:(반쯤 기력 나간 공허한 눈)
 
제이슨:...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같이 들어갈래?
 
폭스트롯:지금까지 며칠을 계속 내리 잤는데 자도자도 피곤한게 말이야. ... 더 있지 않아도 괜찮겠어?
 
제이슨:뭐... 내가 여기 혼자 있어봤자 뭘 즐기겠어. 사람들이야 다른 데서도 다들 마주칠 얼굴들이고.
 
폭스트롯:그럼 너도 일찍 쉬는 것으로 하지. 이제 새로운 개인실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 거실이나 부엌은 하나겠지만 침실이나 욕실은 따로 있다고 하니까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 짐 정리 다 끝났던가... (어째 커플로 맞춘 것들이 많은지라...)
 
제이슨:여태 뭐하다가 새삼스럽게 방을 나눌 생각이 든 거지... (애들이나 성인이나.) 뭐... 다행이네. 돌아가서 더 정리할 게 있으면 마저 하면 되지. (아, 새 개인실에는 이걸로 꽂아두면 괜찮겠다. 중얼거리며 품의 꽃다발을 내려다본다.)
 
폭스트롯:성인이라고 신경이 쓰였나 봐. 이성끼리인 파트너들도 있으니까. 걔들 전에 지낼 때 한 명은 소파에서 자거나 했을걸. ... 첫 날 때에는 방 밖으로 쫓겨난 애들도 더러 있었고. (우리는 아니었지만.) ... 뭔가 맞춘 것이 많아서 처분하는 것도 시간 오래 걸릴 거야. 정리하면서 다 빼놔. (꽃다발에 잠시 시선 두었다가 제 꽃다발 본다. 저 멀리서부터 함성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거대한 사랑 받을 곳은 이제 한 곳 뿐이니 인정 해야지.)
 
그렇게 새로운 개인실로 걸음을 옮깁니다.
 
본래 지내던 개인실보다 넓고 거실과 조리가 가능한 부엌, 따로 달려있는 꽤 넓직한 침실과 각각 딸려있는 욕실까지.
 
이전 개인실은 언제나 포근한 향이 났던 것 같은데... 이곳은 그저 싸늘하기만 합니다.
 
깔끔하게 정리가 된 짐들과 분류를 할 수 없는 짐들은 거실에 있지만... 침대 위에는 새 제복이 놓여 있습니다.
 
폭스트롯:(거실에 있던 하프물범, 고래 인형과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형을 품에 안아들었다.) 아주 섞어두셨군...
 
제이슨:(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대강 남은 것들을 집어든다. 가오리 인형에 여러 사람들을 흉내낸 인형... 모르는 새에 뭔가 많이도 갖다 놨었네.) 그 방에 있었을 때도 딱히 구분없이 올려져 있었으니까...
... (모든 것이 낯설어 딱히 버리거나 처분할 만한 것은 눈에 띄지 않았는지, 처음보는 악세사리나 노트같은 것도 알아서 전부 챙겨들었다.)
 
폭스트롯:(음... 이거 버리고... 이것도 버리고... 흐앙 시○모롤아 잘 가... 눈물 겨운 이별을 하며... 물건 고르고는) 방 치우고 나서 제복 입어봐주면 안되나? 내가 가장 먼저 보고 싶은데. (최대한... 반짝이는 눈...)
 
제이슨:(귀여운 것 좋아하는 거 같았는데... 왜 버리는 거지? 생각만 하며 지켜보다가) ...뭐... 안 될 건 없는데. 졸업 하자마자 입고 돌아다니게 되는 건가? (설마 실내에서도?)
 
폭스트롯:(그렇게 물건 절반 넘게 처분행을 시키고는) 그렇겠지? 애초에 군복이고... 우리는 군인이며 이곳은 군대 안이니까. 개인실 외에는 모두 입어야 할 거야.
 
제이슨:... ...옷이 불편하지만 않길 바라야겠군... (대강 기다리라는 손짓하고는 터덜 제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들어서자마자 침대 위에 새로 놓여 있는 옷을 집어 들어 앞뒤로 펼쳐본다.)
원래 입던 것처럼 타이머들도 색만 다르려나. (중얼거리며 슥삭... 옷을 어렵지 않게 갈아입었다.)
오랜 시간 입기에 편한 제복으로 갈아입자 방의 거울에 비치는 제이슨의 모습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닌 군인이입니다.
 
DOT의 군인, 구원자, 그리고... ■■■.
 
모두 제이슨을 이루는 말이죠.
 
제복으로 탈바꿈한 기분은 어떤가요?
 
제이슨:(새삼 강제로 지워진 책임이 별로긴 한가...)
(거울 앞에서 대충 매무새를 가다듬고는 방 밖으로 나섰다. 이 밖에 누구보다 더 구원자에 어울려 보이는 사람이 서 있었지.)
 
방 밖에서는 푸른 장미 다발을 품에 안고 꽃병을 만지작 거리는 폭스트롯이 있습니다.
 
인기척에 제이슨에게 시선을 돌린 폭스트롯의 움직임이 멈추고...
 
폭스트롯:(한창 말 없이 가만히 보다가 입술 달싹. 겨우 목소리 냈다.) ... 잘 어울려, 제이슨. 너를 위해 준비된 옷 같아. (짓궂게 웃음 내지었다. 꽃 한 송이 짧게 꺾어내 당신의 귓가에 꽂아주고 히죽.) 군인 태가 나네! 나만 보고 싶을 정도야.
 
제이슨:뭐... 너만 보는 거야 어렵겠지만 이 모습은 어차피 앞으로 계속 볼 텐데. (어색한 손짓으로 귓가에 손을 올렸다가 내린다.) 군인에게 군복이 어울린다는 게 칭찬...인가?
넌 안 입어? 나도 조금 궁금한데.
 
폭스트롯:앞으로 쭉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지. 말은 이리 했지만... 널 독점할 생각은 애당초 없었으니까. 그러고 싶지도 않고. 군복이라고 해봤자 옷일 뿐인걸. 안 어울리면 그건 그것대로 아쉽지. (마른세수 했다가 몸 돌려서 방문 잡았다. 끄응...) ... 조,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금방 갈아입고 나올게. 네가 보고 싶다는데 못해 줄 것도 없지.
 
폭스트롯이 방 안으로 들어가자 다시 거실은 조용한 침묵에 휩싸입니다.
 
방 안을 둘러봐도 좋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도 좋습니다.
 
제이슨:(가만히 있기도 뭣하니 새 방이나 조금 둘러볼까...)
(앉지도 않고 어정쩡하게 거실을 서성거린다.) ...
 
[제이슨의 방], [거실], [욕실], [폭스트롯의 방]이 있습니다.
 
거실은 아직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짐들 덕분에 조금 어수선합니다.
 
제이슨:(폭스트롯의 방을 흘끔거리다 거실이나 더 둘러보기로 했다...)
(옷 입는데 들어갈 순 없지...)
 
[소파], [TV], [탁자], [안쪽의 문] 이 있습니다.
 
제이슨:1년 동안 짐이 뭔가 늘긴 늘었는데... (기억에 없어서 그렇지. 웅얼거리며 소파에 털썩 앉아본다.)
(이 소파는 과연 푹신한가)
 
푹신한 소파입니다.
 
보들보들하고... 오래 앉아있기 좋아요.
 
제이슨:... (만족)
 
귀여운 쿠션과 말랑한 모찌 인형들이 올려져 있습니다.
 
제이슨:(쿠션 하나 집어 든 채로 TV를 켜 본다.)
 
TV를 키면 언제나와 같은 뉴스가 흘러 나옵니다.
 
지긋지긋한 타이머와 카운터를 찬양하는 이들, DOT를 향한 의심을 비추는 이들, 각종 사고들을 다루고 있군요.
 
그 외로는 드라마, 예능, 영화 등이 흘러 나옵니다.
 
제이슨:(카운터... 아직도 뭔가 낯가리게 되는 단어긴 한데.)
(채널을 몇 번 더 돌려보다가 끄고 탁자로 시선을 내린다.)
 
탁자에는 푸른 장미가 가득 들어있는 꽃병이 올려져 있고 유리판 밑에 여러 사진들이 끼워져 있습니다.
 
익숙한 얼굴, 본 적은 있지만 아직 어색한 얼굴들이 찍혀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긴 머리카락의 폭스트롯과 제이슨, 당신이에요.
 
제이슨:(조금 가라앉은 얼굴로 사진 위의 판을 톡, 톡 불규칙하게 건드렸다.) ...긴 머리 쪽도 어울리는데. 역시 지금은 나 때문이겠지...
이건 생각보다 더 전이겠고. (손과 귀가 허전하지만, 똑같이 사이가 좋아 보이는 사진 하나에 조금 오래 시선이 머문다.)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폰케이스.
 
같이 꽂아둔 장미 장식.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배경.
 
모두 기억에는 없는 옛 발자취입니다.
 
사진은 시간의 박제품이잖아요.
 
박제된 시간은 올곧게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이슨:... (잃어버린 1년이 담겨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아니면... 불쾌해 해야 하나.)
(사진과 한참을 눈싸움 하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쪽 문을 들여다 본다.)
 
문 안쪽에는 달빛이 쏟아지는 창문과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엌, 식사가 가능한 식탁 등이 있습니다.
 
다이닝룸...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요?
 
식사는 식당에서 할 수 있지만 따로 재료를 부탁해 이곳에서 직접 요리해서 먹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이슨:...확실히 넓어지니까 별 게 다 있네.
(얌전히 문을 닫고 돌아와 이번에는 욕실 문도 활짝 열어본다...)
 
욕실 안에서는 포근한 냄새가 가득 퍼져 있습니다.
 
깔끔하고 넓은 욕조와 반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샤워부스, 깨끗하게 닦인 거울과 세면대 등...
 
모든 것이 새것 같아요.
 
제이슨:(이것도 어차피 전에 쓰던 것 하고 다 비슷한거겠지? 방을 쓰는 사람이 우리 둘이니...)
...(괜히 세면대에 따뜻한 물을 3초 틀어봤다가 수도꼭지를 도로 잠갔다.)
아직... 아닌가? (중얼거리며 흘끔 바라보기만 하던 폭스트롯의 방 문 앞으로 다가가더니... 손을 들어 노크를 두어 번 했다.)
 
안쪽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문이 열립니다.
 
제복을 차려입은 폭스트롯이 물끄러미 제이슨을 보다가 눈꼬리 휘어 웃습니다.
 
폭스트롯:너무 오래 걸렸나? 어째 몸 움직이는 것이 찌뿌둥해서 말이야.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제이슨과 색만 다른 제복을 차려 입은 폭스트롯이 어색하다는 듯 제 소매를 만지작 거립니다.
 
폭스트롯:어때? 잘 어울려?
 
제이슨:미안할 게 있나... 내가 못 기다리고 그냥 보고 싶어서 노크해본 건데. (웃는 얼굴을 한번, 천천히 눈길로 발끝까지 당신의 모습을 훑기를 한번.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약하게 끄덕인다.) ...나보다는 역시 네 쪽이 더 그럴싸하지 않나?
그나저나... 아직 몸 불편한 건 아니고? 찌뿌둥하다며. 그럼 쉬는 쪽이... (말 끝을 흐린다.)
 
폭스트롯:(괜히 목카라 만지작 거리며 당신 내려다 보고 있다가) 갑자기 왜 자신감이 없어졌어? 너도 카운터... (아.) 그러니까... 타이머잖아. (이게 맞던가. 눈을 잠시 굴린다. 아직 복잡해서.) 자신감 가져. 자신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잖아.
움직임이 불편하긴 하지만... 아니, 괜찮아. 정말 괜찮아. 네가 피곤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냥... (말 느리게 끌다가) 그냥 너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 ... 네 이야기 듣고 싶은데... 피곤하면 쉬어도 괜찮아. 며칠 뒤에는 바다에 가니까 그 전에는 일정이 없을 거야. 원하면 네 가족을 만나러 가도 좋고.
 
제이슨:(살짝 눈치를 보듯 흘끔 올려다 보다가 저도 모르게 당신의 목을 감싼 거즈에 손을 댄다. 아차 싶었는지 손이 닿자마자 내려버리고 말았지만.) ... ...
...굳이 나한테 이것저것 맞춰 줄 필요 없어. 너희에게 카운터라는 이름이 익숙하기도 할 테고... 왜 그런 괴리가 생긴 건지는 내가 알아볼 일이지.
난 딱히 피곤하진 않아. 그런데... 음. 나한테 듣고 싶은 이야기라도 있어? 난 재미있을 만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는 없는데. (머쓱하게 보다가) ...가족들을 오랜만에 보는 것도 좋고. 네 고향은 마침 그 근처에 있다고 했었으니까, 둘 다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폭스트롯:아, 이거? 금방 아물 거라고 그랬어. 지금은 혹시 모르니까, 의 이유로 하고 있으라고 하더라. (흉이 남겠지만... 멋쩍게 문지르다가 갈색 테이프를 두어번 긁적인다. ... 신경 쓰여? 작게 속닥인다.)
혼자 말고... 같이, 는 안될까? 나도 알고 싶어. 너 혼자만의 일로 생각하지 말고 같이 알아보자. 나름 네게 도움이 될 거야. 도움 되기 위해서 열심히 했으니까. (지금까지 뭘 위해서 그리 뛰어다녔는데.) 네게 맞추는 것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네가 뭐든 난 상관 없어.
1년의 기억이 없는, 그러니까... 내가 모르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하나씩 차근차근 듣고 싶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DOT의 소집에 별 말 없이 널 보내준 부모님께 서운함을 품고 있는 너... 외에는 없는걸. 아, 형제가 하나 있다고 했던가. (고개 까닥이다가 제 머리 끝을 문지른다.) 오랜만에 가는 것도 괜찮겠네. 동생에게 한소리 듣겠지만.
 
제이슨:신경... 쓰이지, 아무래도. 면목 없다고 생각... 해. 혹시 모르니까 너무 건드리지는 말고. 무리도 하지 말고... (어쩐지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
네가 원한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사실 네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일에 끌어들이는 것 같아서. 이미 일전의 내 잘못으로 네게 그럴 일이 생겨버렸고. 워낙 믿음 안 가는 곳이지만 네가 좋지 않은 부분을 들춰보는 게 더 정신 건강에 좋진 않을 것 같단 생각도 들어. ...만일 전에 들었다는 것처럼 내가 만들어진... 그거라면, 역시 내 기분도 온전하진 못하겠지만.
여기 사람들의 의도대로든, 뭐든... 어쨌든 기억하는 거라면 들려줄 수는 있지. (제 귓가에 여태 꽂혀있던 꽃을 도로 당신의 머리에 마주 얹어준다.) ...음. 형제와는 사이가 좋은 편이었어. 하지만 내가 타이머... 그러니까 너희 말대로라면 카운터ㅡ 가 된 시점에서 너무 데면해져서. ...네 동생도 내가 만난 적이 있었나?
 
폭스트롯:물론 신경 쓰지 말라고 한들 네가 정말 신경을 쓰지 않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아. 회복력 좋으니까 금방 괜찮아지겠지. 9시 애들이 도와주면 더 일찍이겠지만 괜히 부탁하고 싶지도 않고. (정말 괜찮다는 듯 당신의 어깨를 두어번 도닥이고 거실의 소파로 걸어가 풀썩 앉았다. 오, 푹신해. 자신의 옆을 톡톡.) 이리 와. 나 아직 오래 서 있는 게 힘들어.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괜찮은 일이 뭔데? (나긋한 말투였다. 너에 관한 것? 가볍게 덧붙여 묻는다.) 난 진실이 아무리 어둡다한들 모르고 있는 것보다 알고 무너지는 것을 택함이 옳다고 봐. 내가 구하고 싶은 세상의 어둠을 외면한다 한들 내가 결과적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은... 한쪽면 뿐이니까. 그러니 어떤 것이든 외면하지 않아. 오히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네 기분이지. 무례하고 차가운 이들이 만들어낸 죄악이 네게 상처를 남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어. ... 네게 다가오는 아픔도 죄 막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 무엇이든 좋아. 네 입에서 나오는 것이면 난 믿을 테니까. (제 귓가에 꽂힌 장미에 두어번 슴박이다가 시선을 돌렸다. 저 너머를 바라보는 것처럼.)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해? 네가 너무 멀어졌다고 생각이 들었을까나? (작게 고개 끄덕였다.) 널 꽤 좋아했던 것 같은데 아쉽게 됐지. ... 걔가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겠다. 나 혼자 다녀올게.
 
제이슨:그런 건 좀 부탁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꽤 오래 보고 지낸 사이라면 네가 골골대는 걸 더 안 좋아할 걸. (힘들다는 말에 약간 더 빠른 동작으로 옆에 냉큼 앉았다.) ...차라리 누워 있는 편이 나은 거 아냐?
나에 관한 것을 아는 거야 네 마음이지만... 괜히... 음. 나에 대한 생각이나 감상이 바뀐다거나, 혹은 네가 몰라야 더 좋을 것들을 알게 된다던가...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잖아. (언뜻 알기로는 눈 앞의 파트너는 이곳을 꽤 좋아한 모양이니까.) ...그게 네 어떤 선택에 망설임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그런 게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나에 대한 건, 솔직히 충격적이라 해도 이미 지나간 일이고. 상처를 덜 받기 위한 선택지가 앞으로의 길에 있기를 바라야지.
나조차도 평생을 믿었어도 의심가는 일을 넌 꽤 쉽게 믿네. ...그건 역시 '나'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인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모르겠어. 내가 떠난 뒤로 갑자기 형도 군인이 되기를 희망했다는 소식을 보면 네 말과 비슷할 수도 있겠고. ... ...오히려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네 동생을 보고도 사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데. 오히려 더 못할 말처럼 보일까...?
 
폭스트롯:내가 이런 거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래. 9시 타이머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고 기억도 없는 카운터 애 잡고 있기 뭣해서. 못 참겠으면 말이라도 붙여볼게. (나른하다는 듯 눈 슴박임이 느려졌다.) 누우면 또 잠들 것 같아. 좀... 이러고 있다가 자러 갈게. 아주 오랜 꿈 꾸다가 일어난 기분이란 말이야. 그동안 네 목소리 못 들어서 아쉬웠어. 그러니까 조금만. (익숙하게 당신 쪽으로 제 상체 숙이다가 멈칫. 어디까지 괜찮지... 고민하며 상체 원상태로 되돌린다. 처음 봤을 때부터 손 잡고 이리저리 다녔으니까... 거리감을 잘 모르겠다.)
걱정이라도 해주는 건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마저도 괜찮다고 답할게. 내가 애착하고 애정하며 사랑하는 곳은 도밍게즈 자체지 DOT를 특정하지 않으니. 애정하는 것을 위해서 작은 것에 조금 실망한들 큰 문제는 되지 않아. 내 안의 너에 대한 생각이나 감상이 바뀌는 것이 네게 문제가 될까? (흐린 웃음소리 냈다. ... 농담이야. 라며.)
나는 '너'라는 이유로 믿고, '사람'이라는 이유로 믿어. 내 믿음은 무한하지 않지만 적어도 네 앞에서는 밑바닥이 없다. 평생을 믿었어도 의심을 한다면 널 믿는 나를 믿어. 단순한 일이잖아. 그럼 넌 확신을 가질 수 있겠지. (제 손을 마주 잡아 깍지를 낀다. 한창 침묵하다가 고개 끄덕이고) ... 둘이서만 이야기를 해봐. 사람은 터놓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하잖니. 그것이 상처가 되든 득이 되든지 관계의 발전이 있을 거야. ... 리베는 자신에게 왜 사과하는지 모를걸. 기억을 잃든 잃지 않든... 너는 너로서 존재하니 아무래도 좋다고 답할 애야.
 
제이슨:...네가 싫다면 굳이 더 할 생각은 없지만, 가끔은 누구에게 부탁하는데도 조금은 익숙해지는 것도 괜찮지. 구원자라고 사람 아닌 거 아니잖아. 서로 도울 수 있으면 좋은 게... 좋은 거지. (눈 끔뻑이며 영문을 모를 얼굴로 바라보다가) ...난 궁금했어. 나하고 그 정도로 친밀해 보이는 사람은 눈 떴을 때 어떤 얼굴을 하는지, 실제로는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어차피 기억 잃은 걸 알게 되더라도 좀 더 늦게 일어나서 오래도록 모르는 게 나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거야말로 불필요한 도피의 말이겠지. 생각하며 바라본다. 곧 태연한 얼굴로 손을 뻗어 제복의 어깨 즈음을 살짝 잡아 제 쪽으로 당겼다.) 벌써 좀 졸려 보이는데. 차라리 기대고 있을래?
걱정...이라면 걱정인가. 내게는 DOT에 애착갖는 다는 개념만큼 도밍게즈를 끝없이 위한다는 것도 조금 불안하게 들리지만. ... (뒷말에는 잠시 멈칫하더니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어 한참을 바라본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 오히려 조금의 문제도 없을 거란 가정은 네게 비관적인 관점 아닌가. 난 그런 농담은 별로 안 좋아해. ...
날 믿는 너를 믿으라고... ...네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지를 먼저 생각할 일이긴 하지만. 내게 확신은 아직... 여러모로 먼 이야기야. 그게 너와 나에 대한 것이든, 내 정체에 대한 것이든... ...그 사람은 내가 몇 번 연락을 시도해도 얼버무리고 받아주지도 않아서 잘 될 지는 모르겠다. 너나 네 동생이나... 둘 다 어째 비슷하네. 역시 혈육이라 그런지. (고개를 기울이곤) 피곤함이라도 좀 가시면 너도 뭔가 이야기 좀 해 봐. 내 쪽에서 더 궁금한 게 많을 걸. 가령 지난 1년 간 내가... 혹은 우리가 겪은 일에 대한 것만 자세히 풀어도 할 이야기가 꽤 될 것 같은데.
 
폭스트롯:나 혼자 서 있는 것이 아니니 언제든 필요하면 청할게. 내가 청하기 전에 매번 손 내밀어주는 좋은 이들을 곁에 두고 있으니 안심이기도 한가. 난 복 받았어. (그럼에도 결국에 구원자는 구원을 받는 이들에게 있어 사람을 박탈 당하는데. 그래도 넌 사람으로 봐줄 건가? 목에 걸려 나오지 않은 말이다. 잔잔한 미소나 내고 있다가) 이제 네 궁금증이 풀렸어?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목소리를 하는지. 네게는... 초면이니 첫인상이라던가 생겼으려나? 나쁘지만 않았으면 좋겠네. (힘 주지 않고 있다가 자연스레 툭 기대었다. 눈 동그랗게 떠서 동시에 몸 굳었다가 힘 풀어본다.) ... 응. 편하다. 네 향이 나.
사랑 받았으니 그에 답해야 하는 법이야. 어릴 때부터 그리 배우며 자라왔고 그리 될 생각이야. 적어도 나는. ... 평생을 바쳐도 갚을 수 없는 거대한 사랑을 받았는걸. (당신의 시선이 닿음을 알았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고개 돌려 당신과 마주할 뿐.) 이미 한 번 바뀐 관계인데 내게 비관적일 것이 어디에 있어?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떤 방향이든 서로에 대해서 하나 더 알게 되었다, 뿐이잖아. (아니면... 내가 마음을 완전히 접는게... 네게 좋나? 계속해서 드는 의문에 입술이나 달싹이다가 당신의 손을 제 손가락으로 두어번 문질렀다가 거두었다.) 좋아하지 않는다니 그만둬야겠다. 미움 받기는 싫어.
확신이든 믿음이든 시간을 먹고 살이 찌는 법이니 편한대로 해. 시간은 아직 많고... 네게 판단할 수 있는 순간도 많을 테니까. 네 혈육은 그런 사람이구나.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면 아쉽겠지만...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아. 네가 괜찮을만큼만 다가가고 노력하면 되니까. (끄응...) ... ...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 데이트 가서 어떤 일이 있었다, 를 말하면 되니? 교회에서 처음으로 반지를 낀 네게 입 맞췄던 거라던가? (농)
 
제이슨:... 파트너 잘못 둔 게 가장 운이 나쁜 거 아닌가 싶을 정도긴 한데... (중얼거리다가) ...태생이고 근본이 어찌 되었든... 내가 사람이고 싶긴 한가봐. 네게도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고 싶은 걸 보면. 궁금증은 이제 어느 정도 풀렸는데, 약간... 미묘하긴 하네. 이미 사진으로 먼저 보고 들어온 사람이 눈 앞에 실재하는 느낌이 커서. (사실은 이상하게도 끌리는 감각이라든가... 마냥 크게 낯설지 않은 것도 한 몫 했지만. 기억을 잃었음에도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역시 전에 가까운 사이였다는 반증일까, 혹은 파트너의 상관관계가 있는 탓인가. 혼자 고개나 두어 번 젓고는 기댄 머리를 내려다본다. 타인과 닿는 게 익숙하진 않지만 저도 느른하게 있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사랑을 받는 게 좋았다면야. 하지만 그걸 네가 철저하게 되갚을 의무도 사실은 없는 거잖아. 같은 환호와 눈길 앞에 서도 너처럼 생각하는 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텐데. ...네게 소중한 몇 사람들과 도밍게즈를 저울질하라고 한다면? (묵묵히 바라보며) ...글쎄... 그냥, 아무리 기억에 없 다해도 굳이 네게 밉보이거나 전혀 다른 것 취급을 당하는 게 달가울 리는 없으니. (제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기는 한가. 어차피 기억도 못하는 이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다시 관계를 돌려놓을 수 있냐는 기만적인 말도 아니고, 전과 같은 사이를 약속할 수도 없으면서 내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아달란 요구도 해선 안되는 것을 안다. 저 때문에 애정하던 것을 내려놓고 마음 비운 것이 못내 신경쓰이는 것은 맞지만...)
...뭐... 그나마 들은 대로라면 우리가 같이 행동할 시간이 많은 게 다행인 일인가. 전의 그... 연인 관계는 둘째치고 라도, 낯설게 느껴지는 데서 믿을 상대 하나 없는 건 그것대로 나도 좀 불안하니까. (제 뺨을 약하게 긁적이다 말고 정적) ... ... 교회에서... (...) 대체 뭘... 내가 그러는 걸 가만히 뒀다고? (뜬금)
 
폭스트롯:충분히 만족할 파트너니까 자신감 가져. 지금까지 안 싸우고 지내온 것은 너랑 나 밖에 없어. 난 언제나 운이 좋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넌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니까. 흐린 미소 내었다.)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하면 사람일 수 있고 사람이고 싶지 않다면 사람이지 않는 거야. 넌 사람이야, 제이슨. 다를 것이 하나 없는 이니까 자신의 근본과 태생에 매몰되지 마. ... 그건 아직도 실감 안 난다는 소리인가? 그렇게 거리감이 큰걸지도 모르겠네... (고른 숨소리 내다가 눈 감았다. ... 편한데 가슴 한 쪽 구석이 따가워서.)
나는 날 때부터 타인에게 사랑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또 그만큼 똑같이 주지 못하면 안절부절 못하고 답답해하는 성향이기도 하지. 부모님 대신 날 키워주시던 대부께서 항상 나에게 하시던 말씀이 있어. 타인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이고 그들은 무한하지 않고 무한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받는 이가 어떻게 하는 것에 달렸다고. 외로도 난 누군가 슬퍼하는 것도 싫고 괴로워하는 것도 싫어. 이 세상에서 누군가 외면 당하고 구석에서 우는 것이 마음 아프더라. ... (하...) 그거 꼭 대답 해야 해? 내 행동만 봐도 나올 답인데... (말 꼬리를 늘리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진 명확했다. 그러나 입 밖으로 내지 않는 이유란 단지 명확하게 하여서 당신에게 선 긋고 싶지 않아서, 막상 당신 앞에 서면 결심이 흔들려 버리고 마니까. 이것을 마지막 남은 인간성이라 부르기로 했다.)
들어보니 네 기억 속에 있던 이들도 있는 거 아니야? 다른 이들을 믿는 것에 시간이 걸린다면 기억 속에 있는 이들이라도 믿어봐. 나쁘지 않은 마음의 안식처가 될 거야. (푸하! 웃음소리 내더니 상체 원상태로 돌린다.) 그럼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몇 초 전에 마음 확인한 이가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입 맞추고 싶다고 했는데 거절할 사람인가, 넌? 지금의 너라면 밀어낼 것 같긴 하지. (읏샤,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심란하게 만들기 싫으니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할래. 들어가서 자. 시간 늦었어. 피곤하잖아.
제이슨:다들 제 짝한테 그 정도로 야박한 편인가..? (갸웃하지만 이내 끄덕인다. 하긴, 제가 아는 '카운터' 들이라면... 저도 처음에는 분명 어느 정도 눈 앞의 이와 거리를 두려고 했겠지. 그럼에도 감화될 만한 사람이었던 거고.) ...다른 사람의 입으로 그런 말을 들으니까 그냥 이상한 기분도 들고. 물론 나쁘다는 건 아냐. 오히려 듣고 싶었던 말일 지도 모르고. 하지만... 역시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인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어색한 손동작으로 앞머리를 건드려 보려다 그냥 툭 떨구었다.) 너는 당장 변해버린 거리감으로 실감이 나겠지만... 기억 못 하는 내 입장에선 오히려 좀 가깝게 느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 어쨌든 네 흔적을 먼저 보아서 그런지.
...누가 널 보고 구원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린 듯한 영웅은 맞네. 나는... 잘 모르겠어. 네 대답이 어떨지 짐작은 가지만 확신은 못하겠고. (네게 그럴 바랄 수 있는 사람도 아니지. 아무 사이도 아니니 단지 그 정의가 궁금했을 뿐.) ...어떤 기로에서든 네가 힘들 만한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 그게 다야.
물론 내 기억 속의 그들은 믿지. 하지만... 워낙 다들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기억도 달라서. 가진 정보를 믿기엔 다들 미심쩍어 하는 게 비슷하긴 했어. 가닥이 잡히면 좋겠지만 너무 서둘러서 좋을 것도 없겠지... (잠깐 입을 벙긋거리며 말문이 막힌 듯한 얼굴이었다가 변명처럼 덧붙인다.) ...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니지. 그냥... 난 네가 교회라고 하기에 사람이 있는 야외를... (거기까지 말하고 한 손으로 제 얼굴을 덮는다. 이거 말로 하기 꽤 이상해...) ...아니다.
(따라 주섬 일어나) ...너야말로 피곤하겠다. 들어가. 걷기 불편해졌거나 하면 말해. 어느 정도 옮겨줄 기운은 있으니.
 
폭스트롯:야박... 하다기 보다는 그냥 성격의 차이 아닐까 싶은데. 그럼에도 진심은 닿는 법이야. 사람의 감정은 그러한 것이니까. (아직도 야박한 몇이 있긴 하지만... 나름 애정이 쌓였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본다. 그마저도 다시 금이 간 편이긴 한데...) 시간은 많으니 네가 직접 생각해서 답을 내렸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은 생각을 추후 들려주었으면 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널 존중할 테니까. (손길이 닿지 않고 떨어지자 한쪽만 슬금 떴던 눈을 꾹 감아냈다. 느리게 부비적 거리듯 고개를 움직이다가 입가에 느긋한 호선이나 그린다.) 네가 그렇다면야 기쁜 일이야. 조금씩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해볼게. 출발선이 네게서 아예 멀지는 않은 것 같네.
그린 듯한 영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빛을 발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네 답을 궁금해 하지만 듣겠다고 칭얼거리지는 않을 생각이야. 내가 네 말대로 그린 듯한 영웅이 되었을 때 들려줘. 난, 괜찮을 거야. (괜찮아야지. 못할 것이 무어가 있어? 웃음소리 냈다.) 너희가 있잖아. 너희가 있는데 뭐가 힘들고 뭐가 못할 일이겠어?
(손 뻗어서 당신의 볼을 감싸 두어번 엄지로 문지르고 눈썹 올렸다가 내린다.) 아무도 없었으니 어울려줬던 거야. 불편하지 않으니 혼자 갈 수 있어. 금방 괜찮아질 거기도 하고. 밤잠 설치는 일 없이 푹 자. 어떤 꿈도 꾸지 말고 꿈 없는 깊은 잠 잤으면 좋겠다. 너 조금 피곤해 보여.
 
제이슨:...그런 걸로 외부의 의견에 쏠리는 성격은 아니니까. 물론 영향이야 받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기억하는 마지막까지는 그랬기에 약간 가벼워진 투로 대꾸했다. 간질거리는 것이 나쁜 기분은 아닌지 묵묵히 내어준 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네 감정에 얽매인 문제 치고는 꽤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 같아서 그건 좀 신기했어. 네 입으로는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런 배려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난 그린 듯한 영웅보다는 인간미 있고 자기중심적인 이단아를 더 좋아해서 한 말이었는데. 전자는 꼭 개인이 괜찮지 않을 일이 너무 많을 것 같단 말이지. 정작 중요한 때 기대오리란 믿음도 옅어진다고 해야하나. (지긋이 보더니 약하게 한숨을 내쉰다.) ...그냥 너희를 보기만 해도 기운이 난다, 같은 속 빈 말만 아니길 바란다.
누가 누구 보고 피곤하다고 하는 건지... (뺨에 닿은 감촉에 눈을 깜빡이고는, 그제야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하던 짓에 두 번 놀랄 뻔했네. 잠 안 오면 약이라도 받아다 줄 수는 있으니까 필요하면 오고.
...자라.
 
익숙한, 혹은 낯선 뒷모습이 멀어집니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어쩐지 다시금 이 공간이 시린 것 같아요.
 
기분 탓이겠죠.
 
슬슬 잠들기로 합시다.
 
제이슨:... (저도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고는, 문을 조금 열어둔 채 자리에 누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폭스트롯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가벼운 발소리가 들립니다.
 
제이슨은... 착한 아이처럼 코야하고 있을까요?
 
제이슨:(안 그래도 잠도 안 오는데 그럴 리가)
... (소리 없이 스르륵 돌아누운 척 하고는 귀 기울인다... 설마 밖으로 나가나?)
 
제이슨의 방 근처에서 잠시 멈추었던 인기척은 곧이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갑니다.
 
제이슨:(걸렸군...)
(5초 정도 기다렸다가 벌떡 일어나 겉옷을 챙겨 조용히 따라 나선다.)
 
환하게 불이 켜진 복도, 아직도 연회장에 있는지... 혹은 이미 자러 갔는지 복도는 썰렁합니다.
 
제이슨:(어디로 갔지? 복도를 눈으로 훑는다.)
 
저 멀리 코너에서 속닥이는 소리들이 들려오는 것 같아요.
 
제이슨:(숨 죽이고 벽면 뒤에 서서 조용히 들어본다...)
 
제이슨: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나 피곤한가)
 
"그러니까... 네 생각은 DOT에서 일부러 ... ... ... 하고 있다는 거야?"
 
"... ... 아니면 ... ... 가지 않아요. ... 당신도 알고 ... ... 하는 거 아닌가요? DOT는..."
 
"이런데도 DOT를 ... ... 거야, 포키?"
 
"... ... ... 하잖아. 나도 모르는 것은 아니... ... "
 
두어명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러니까... DOT에서 카운터 애들을... ... ..."
 
제이슨:(언뜻 다 들어본 목소린가...? 조금 더 집중해본다.)
 
모두 들어본 목소리 입니다.
 
목소리를 특정하자면... 멜, 아르갈리아, 폭스트롯, 은수아... 정도겠습니다.
 
"난 아르갈리아 말에 ... ... 해. 폭스는 아직도 ... 야?"
 
"아직 판단하기는 ... ... 하네. 장교님은 내 ... ... 란 말이야."
 
"멍청이! 언제까지 보류하고 있을 거야?!"
 
"목소리가 커, 멜. ... 그 사람 목을 치는 것은 나야. ... 이건 양보 할 생각 없어."
 
단호한 끝맺음과 함께 발걸음 소리는 멀어집니다.
 
제이슨:... (그 사람? 장교 이야기라면... 지금이라도 나가서 물어봐야 하나...?)
 
곧이어 제이슨의 뒤쪽에서 옅은 인기척과 함께 어깨를 건드리는 느낌이 납니다.
 
무슈: ... 여기서 뭐 해요?
 
제이슨:...아. (약간 놀란 얼굴로 돌아본다.)
그냥... 잠이 안 와서 나와봤는데 말소리가 들리길래. 넌?
 
무슈: 노, 놀래켜서 미안해요. 다름이 아니라... 아르갈리아가 나가길래... 따라 나왔는데... (우물쭈물 있다가) 뭐 하나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제이슨:(머쓱한 얼굴로 말을 고르다가 살짝 목소리를 낮추고) ...사실은 나도 폭스트롯이 나오길래. 타이머...들 끼리 뭔가 중요한 이야길 하러 온 모양이던데.
언뜻 듣기로는 DOT의 신뢰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 같았고...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르갈리아가 혼자 나섰다는 건 너도 모르는 일이겠네.
 
무슈: 꼭 저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걸요. ... 저들끼리 DOT의 무언가를... 파고 다니는 것 같... 았어요. 위험하다고 말려도... 괜찮다고만 하고... (말 끝을 늘리다가) 자세히는... 몰라요. 그래도 제이슨은 폭스를... (이어지는 침묵이다. 손 뻗어서 어색하게 당신의 옷자락 잡고) 혹시, 제이슨은 소중한 사람과... 수많은 사람... 더해서 당신의 또 다른 소중한 사람들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느 쪽을 고를 것 같아요...?
 
제이슨:(찰나에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가, 곧 미심쩍은 얼굴로 당신을 응시했다.) ...그런 건 왜 묻는 거지? 꼭 그런 선택지가 놓이기라도 할 것처럼. 나라면 아마... 후자를 고를 확률이 높겠지.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다른 사람들보다 중한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같지만.
 
무슈: 당신의 생각은 그렇군요...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가 입술 꾹 물었다.) ... 이건... 예언이에요, 제이슨. 방금 전에... 당신이 나오는 미래를 봤어요. 그래서, 내일이라도 알려주려고 했는데 지금 만나게 되어서... (옷자락 놓고 고개를 크게 흔들었다. 곧이어 속삭임에 가까운 소리 낸다.) 언제일지 모르는 미래에 당신은, ... 당신은 폭스를...
죽이게 될지도 몰라요.
 
제이슨:(놀란 것인지, 놀란 것도 잊은 것인지 모를 아리송한 얼굴로 침묵하고는) ... ...어떤, 가능성만을 말하는 거야? 혹시 그게 이번에 내가 폭스트롯을 다치게 한 것과... 관련이 있어?
아니면... (입을 한번 꾹 다물어 목을 축인다.) ...내가 소중한 것을 저울질 하다가 자의로 죽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야?
 
무슈: 후자에 가까울... 거예요. 미안해요... 저는 아르갈리아처럼 정확한 상황을 예언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부디... 막을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 좋겠어요. 그럼... 머, 먼저 들어갈... 게요. 괜히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붉어진 눈가를 옷소매로 꾹꾹 누른 무슈는 인사를 한 뒤 다시 복도를 되짚어 걸어갑니다.
 
갑작스럽게 먼 곳에서 도착한 예언은 황당한 것이었습니다.
 
제이슨이, 폭스트롯을.
 
저울 위에 올려 저울질하는 날이 올 것임을.
 
그렇게 될 운명이라는 예언이 귓가를 울리는 듯 합니다.
 
제이슨:(같은 선택지가 있다면 그도 역시 비슷한 선택을 할 것 같지만... 왜 그 갈림길이 내 앞으로만 떨어진다는 거지.)
(예언의 상황을 예방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닌 것은 알지만 그 어느 쪽도 버린다는 선택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자명했다. 뒷맛이 좋지 못한 기분에 제 뒷덜미를 손으로 주무르고는, 다시 아까 말소리가 들리던 코너 안쪽으로 슬쩍 곁눈질 했다.)
 
이미 떠난 모양인지 코너 안쪽에는 누구도 없습니다.
 
깜빡이는 전등만이 누군가의 인기척을 지우고 있을 뿐입니다.
 
제이슨:... (설마 그대로 전부 방으로 돌아갔나?)
(괜히 서성거리며 고민하다가... 잠시 들러나 볼 생각으로 훈련실로 향했다.)
(타이머들이 더 모여있는다면 아마 거기 밖에 없겠지... 없으면 잠이나 자자.)
 
훈련실이 있는 복도로 향하니 훈련실 중 하나가 삐끔 열려 있습니다.
 
제이슨:(진짠가? 조용히 숨죽이고 훈련실 문틈을 들여다 본다.)
 
넓은 훈련실에는 아까 전 떠들던 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곧이어 폭스트롯의 발 밑에서 서리가 뻗어가더니 그로부터 얼음으로 된 나뭇가지가 자라나고 얼음꽃을 피워냅니다.
 
멜: 아~! 멜 이거 알아! 전에 이스랑 같이 퍼포먼스 했던 거잖아!
 
은수아: 예뻤는데 말이야. 능력 사용을 얼음꽃으로 정한 거야?
 
폭스트롯:사슬이랑 꽃으로 할 거야. ... 이거, 예전에 아리가 만들어줬던 꽃이라 바꾸고 싶지 않아. ... 나 미련 많이 남은 것처럼 보여?
 
멜: 아무래두 그렇긴 하지만... 이스는 기억 못 하니까...
 
폭스트롯:그럼 됐어. 이대로 굳힐래. 사슬과 꽃... 음... 무기는 뭘로 할까...
 
앞으로 있을 임무들에서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단지, 그 뿐이에요.
 
제이슨:(그런 걸 왜 나하고 상의하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한 얼굴로 안쪽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곧 고개를 돌린다.)
(뭐가 됐든 아직 그만큼 거리 좁히기는 어렵다는 의미인가? 스스로가 판단한 일이니 참견할 건 아니지만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더랬다. 특히 여기로 오기 전에 오간 이야기들이.)
... (방으로 돌아가기 직전, 문 틈으로 느리게 손짓해 폭스트롯의 발치에 얼음장미를 한 송이 만들어 놓고 떠났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언제나처럼 다정하게 구는 파트너와 낯설고 차갑기 짝이 없는 공간.
 
신경 쓰이는 일전의 대화들과 예언.
 
며칠 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며칠은 무언가의 변화가 있을 정도로 큰 시간이기도 하며 동시에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언제나와 같은 일상, 그리고 그 속에 있는 희미한 줄타기.
 
제이슨이 느끼지 못할 것도 없을 겁니다.
 
제이슨:(스스로를 본다면 저 치고는 거리를 꽤 좁힌 듯 싶어도... 상대에게는 와닿지 않는 시간일 수도 있을 테다. 준 것을 포기하기 싫다는 이에게 작게 화답도 해주기는 했지만 그걸로 뭔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니까. 예언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DOT도 늘 주시하고는 있지만, 글쎄...)
 
오후 느즈막히, 타이머와 카운터를 실어 나를 버스가 DOT의 입구에 도착 합니다.
 
바다에 데려가 주겠단 하인리히 장교의 약속 때문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운전사와 리슬러 부관이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입니다.
 
제이슨: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1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운전사: 역시 두고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운전사가 묻자
 
리슬러: 괜찮습니다. 이미 일차적인 처리는 끝났어요. 그냥 둘러보고 올 뿐입니다.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습니다.
 
다가오는 타이머와 카운터를 발견했는지, 리슬러 부관이 사람 좋게 웃으며 (이건 그가 거짓말을 하거나, 어떤 일을 벌이고 있을 때의 습관입니다) 운전사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리슬러: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리슬러 부관이 가벼운 눈인사와 함께 사라지고, 운전사가 우리를 부릅니다.
 
운전사: 타시죠.
 
제이슨:(뭘 두고 가? 여전히 심드렁한 얼굴로 부관을 한번 보다가 이내 관심을 끄고는 당신에게 고갯짓 한다.) ...가자.
 
폭스트롯:(애들이랑 되지도 않는 헛소리 농담이나 하고 있다가 당신 말에 꾸닥.) 응-. 오랜만에 바다라서 어째 기대되는 기분이네.
 
버스에 타면, 좌석마다 간단한 간식이 놓여 있습니다.
 
물과 음료수, 주먹밥과 과자 같은 것들입니다.
 
긴 운행을 대비한 수면 안대나 담요도 있습니다.
 
폭스트롯:좀 걸린다고 들었는데... 잘래? (안대 쨘 보여주기)
 
제이슨:글쎄... 잠이 오려나. (사실 별로 잠은 못 잤지만... 어물쩍 넘기며 밍기적 손을 내민다.)
바다기도 하고... 고향이니 너한텐 더 감회가 새롭겠네.
 
폭스트롯:못 자겠으면 내가 자장가라도 불러줄게. (손 위에 안대 올려주었다.) 음...~. 고향이라고 해봤자... 나는 집 밖에 많이 나간 편도 아니고... 내 집은 13구역 근처라서 사람이 많았던 것도 아니라. 그래도 그리움은 있지. 가족들은 뭐... 동생이랑 대부님 빼고 모두 군대에 있어서 원하면 만날 수 있는걸.
 
제이슨:...노래 잘 부르는 편? (궁금하긴 한지 멀뚱히 보다가 중얼거린다. 역시 군인 집안이라 그런지...) 네 동생은 내 쪽에선 안 만나는 편이 나으려나... ...대부님하고 사이가 가깝다고 했던가?
 
폭스트롯:(후후후...) 어린이 노래 자랑 대회에서 상도 탔지. 지금도 잘 불러. (뿌듯하다는 얼굴이나 했다. 히죽거리며 웃고 있다가) 연락은 해뒀는데 기숙사 학교에 있어서 못 올 가능성이 높아.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괜찮으니 편하게 대해. (잠시 눈 굴렸다.) ... 내가 타이머 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셨긴 하지만 부모님보다 가까운 분이고 지금도... 잘 지내. 좋은 분이야. 음, 내 롤모델이라고 해야 하나.
 
제이슨:... ...그것 참... 타이머 되기도 전부터 열심히 살았다고 해야 하나... (조금 황당한 얼굴로 보다가 고개를 슬슬 끄덕인다.) ...어차피 언젠가는 마주칠 수도 있을 테니 만나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리고... (머뭇거리다가 덧붙인다.) ...너하고 떨어져서 좋을 거 없는 것 같았으니까. 그냥 따라갈래. 대부님께선 왜 반대하셨는데?
 
폭스트롯:혼자 있는 거 싫어했고 집은 너~무 심심했어서 말이지. 어쩔 수 없었어. (목 두어번 가다듬다가 오.) 갑자기 그런 생각을 왜 했담? 떨어져 있을 생각은 없었지만... (창에 기대어 있다가 턱 괴고 당신 봤다. 다른 손으로 당신 손 근처 톡톡. 잡아도 괜찮냐 묻는 것처럼.) 처음 봤을 때부터 잘 지냈으니 이번에도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을 걸. 물론 성격 좋은 편은 아니라지만... (말 끌다가) 예전에 DOT에서 연구원으로 일하셨다고 들었어. 사고로 그만두셨다고 들었지만. 이런저런 일 다 알고 계셨고 완전히 질리신 것 같더라. 그런 곳에 자신의 대자를 보내고 싶지는 않으셨겠지. ... 내 성격도 잘 아셨으니까 더더욱.
 
제이슨:(뭐지. 미리 잘 준비라도 해야 하나? 목 가다듬는 모습을 보다 손에 쥔 안대를 제 눈에 주섬 올려놓는다...) ...그냥. 만일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나 혼자서는 대처하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우리끼린 접촉이나 거리도 컨디션에 영향 준다는 말도 들은 것 같아서. (물론 지난번 같은 일이 생기면 그냥 내다 버리라고. 툭 대꾸했다.) ...잘 지낼 정도면 성격이 안 좋다는 생각은 하기 어려운데. 음... 연구원이셨다면 더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셨던 모양인데, 굳이 반대를 꺾으면서 까지 오려고 한 거야? 지금도 네 선택에 후회는 없고?
(안대 속에서 눈을 깜빡이다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중얼거린다.) ...믿지 못할 곳이라는 거, 대강 알 만 했을텐데.
 
폭스트롯:(안대 속에 눈이 가려지자 당신을 빤히 본다. 슬그머니 몸 기울여서 안대 위에 스치듯 입 맞추어본다. 곧바로 떨어져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굴었지만.) 아, 그 이유? 하긴... 맞는 말이야. 네가 오랜 시간동안 멀리 떨어져 있으면 날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에 듣고 경험한 바 있긴 해.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떨어져 있을 생각은 없었으니 안심하고. ... 안 버릴 거야. (무슨 일이 있던지. 중얼거리듯 덧붙인다.) 잘 보이고 싶은 이들에게 열심히 순한 척을 하는 것은 알렉산더의 특징이지. 물론 나는 아니지만-. 마음에 걸리는 일은 있으셨을 거야. 인체 실험까지 하던 곳이잖아, DOT는. 일 년 전까지만 해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난 후회한 적 없어. 앞으로도 없을 거야.
... 믿을 수 없는 곳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 다들 내가 DOT에게 믿음이 가득한 것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 내가 믿는 것은 그들의 도밍게즈를 위하는 마음이지 다른 것이 아니야. 한번 더 믿어보고 싶다는 필사적이고 미련한 내 짝사랑이지.
 
제이슨:... (스치듯 느껴진 감촉 탓에 미약하게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물론 가려져 있어 정말 시선을 마주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방금 닿은 것은 손가락인가? 아니면... ...) 그런 말을 들으면 보통 섬뜩해 하는 게 먼저일 텐데. 애초에 너희가 타이머인 것도 나에게 새로운 사실이지만... 군의 의도인지 태생인지, 그런 충동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도 들고. (깜빡) ...그럼 넌 그냥 본성이 얌전하다는 뜻?
사실 이해는 잘 가지 않아. DOT를 믿는 것, 그들이 도밍게즈를 위하는 마음을 믿는 것... 너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이곳에 속한 우리도 도밍게즈의 구성원, 즉 사람이라는 걸 잊지는 마. (나를 사람으로 볼 지는 생각해볼 문제지만 적어도 너는 확실하니까. 짧게 덧붙인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던 듯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 그들은 우리를 위하지 않아.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도밍게즈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자유도, 윤리도, 다수의 사람들ㅡ 네 소중한 사람들까지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이 닥쳐도 옳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폭스트롯:그때는... 그마저도 받아 삼킬 수 있을 정도로 널 사랑했던 것 뿐이야. 섬뜩함 보다는 슬픔이 앞섰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네. 애초에 파트너를 죽이고 싶다는 충동이 예사는 아니잖아. ... 파트너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드는 감정이라니. (음?) 그건 처음 듣는 소리다. 완전 반대야! 모두한테 얌전히 굴라고 배워서 지금의 내가 있는 쪽에 가깝지.
다르게 보이는 것도 이해해. 너희의, 너의 이해를 바라는 것도 아니야. ... 그들이 위하지 않는다고 해도 손 뻗어내던 이들까지 포기 해버린다면 골은 깊어지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려. 물론 그들이 저지른 죄악을 모른 척 하겠다는 것도 아니야. (한창 침묵했다.) ... ... 그건 아직 고민 중이야. 옳은 길은 아니지. 최선의 길일 뿐. ... 다수를 위해서 소수를 희생한다는 말은 안 믿어. 다수를 위해 소수를 버린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니. ... 그런 일 없게 노력하는 것이 내 일이기도 하잖아. 그들을 버릴 바에는... (차라리 날 내버려서 조금이라도 희생을 줄이는 것이 낫지. 입 속에서 맴돌던 말을 삼켜냈다.) ... 이런 이야기 계속 해야 해?
 
제이슨:...그래도 네게 위협이 되는 거라면 스스로를 먼저 생각하는 게 좋을걸. 물론 네 감정이니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널 보면 왠지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네. 지금부터라도 내가 조심해서 해결 될 문제이기만을 바라야지. (흠...) 그전엔 지금같진 않았다는 얘기구나. 순간 순한 척이라기에 너도 내 앞에서 아닌 척을 하는 건가 고민은 좀 했는데. (솔직하게 뱉어버렸다.)
네가 갈 길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야. 애초에 이해하지 못할 상황에 놓인 우리니까. 난 사실 그 말도 마음에 들진 않는다. 결국 돌이킬 수 없고 골이 깊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너나, 너와 같은 이들이 감내하고 무조건 숙여야 한다는 뜻이니까. 솔직하게는 그 점을 DOT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교묘하다고 해야할까... (고개를 천장에 두고는) ...그것이 정말 최선일까? 네 마음에게 있어서 최선이라면 그나마 다행인 일이지만. 그들을 버릴 바에는, 뭐? 너를 버린다든가 그런 소리라도 하려고? 너를 내버린다고 그들을 건져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그럴 건가? 지금의 DOT를 본 지 며칠 되지 않은 내가 할 이야기는 아닐 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네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하고, 도밍게즈를 위한다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달리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을 뿐이야. (기이한 끌림 탓인지 원래의 신념 때문인지, 그저 당신이 당신을 먼저 위하기를 바라는 이야기였다.)
...그러게. 그냥 지켜보다 보니 나도 내 감상 늘어놓을 사람이라도 필요했나. 잊어버리든가. ...너도 잠, 별로 못 자지 않았어?
 
폭스트롯:앞으로는 더더욱 그렇게 하지. 다들 내가 그렇게 위험해 보이나 봐. 나름 내 몸 정도는 건사할 수 있는데. 지금도 그런 충동을 느끼면... 둘 다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 나도 조심할게. (윽....)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 진심이 하나도 닿지 않았다는 소리인가... (한쪽 눈썹이 꿈틀. 입꼬리가 올라갔다가 굳었다.)
DOT에서는 그것을 이용하고 있음을 나도 모르지 않아. 그렇지만... 따르면서 숨 죽이고 기회를 보는 것 외에 무슨 선택지가 있는데? DOT의 주요 인물들한테는 우리의 힘 따위 통하지 않고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한 곳에서... 사랑하는 이들까지 잡힌 상태로... 우리가 대체 뭘 할 수 있는데? (완전히 시선을 돌린다. 손으로 눈을 가리고는) 차라리 그게 쉽지. ... 타인을 버리는 것 보다는 내 자신을 버리는 것이 쉬우니. 나라도 DOT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야. 속해 있는 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그들이 가려는 길을 조금이라도 비틀어서 예전의 길이 아닌 더 나은 길로 바꾸고 싶었을 뿐이야. 내가 위하고 싶은 도밍게즈에는 너도 있고,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과 DOT의 사람들도 있으니까. ... 모르지 않아. 외면할 생각도 없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심정이었다. 깨어난 뒤로, 아니... 일 년 전, DOT의 죄악을 마주한 그 날부터 자신을 지탱하던 모든 것들이 깨어져 부수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계속되던 자신과의 싸움일 것이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머리 속을 겨우 눌러낸다. 반사적으로 제 붉은 눈가 문지른다. ... 전부터 너무 문질렀나 봐. 따가워.)
... 속 털어둘 상대가 되어서 기쁘네. ... 이전에 잔 만큼 잤어. ... 괜찮아. 그래도 좀 쉬어야겠다. 도착하면 일어날게.
 
폭스트롯은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습니다.
 
들려오는 것은 일정한 숨소리, 다른 아이들이 소근거리며 떠드는 소리, 덜컹거리는 버스 소리 뿐입니다.
 
제이슨:... (안대 안쪽이 어쩐지 더워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불편한 마음이 굳이 얼굴 위로 떠오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다행이라 여기면서.)
 
덜컹, 덜컹.
 
밤을 가르고 차가 도로 위를 내달립니다.
 
위아래로 들썩일 때마다 창밖의 풍경이 바뀌어 갑니다.
 
수도의 다닥다닥 붙은 건물이 스쳐 지납니다.
 
보랏빛과 쪽빛으로 오묘하게 물든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 빛납니다.
 
제4구역과 제12구역은 꽤 거리가 있는 편이었고, 차는 멈추지 않을 것처럼 재빠르게 달려나갔습니다.
 
14명의 타이머와 14명의 카운터를 실은 차 안은 조용합니다.
 
하인리히 장교와 리슬러 부관의 차는 따로 있었으므로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운전사도 말이 없습니다.
 
창문을 조금 열면 따가운 겨울바람이 쏟아집니다.
 
슬금슬금 소금기가 배기 시작한 것이 바다가 지척에 있는 듯했습니다.
 
어렴풋이 파도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울음소리처럼 쏴아아, 쏟아지는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창에 서리가 서리기 시작합니다.
 
창 너머, 저 멀리에 덩그러니 선 등대와 방파제를 쌓아 올린 테트라포드 가 눈에 들어옵니다.
 
흰 새들이 아직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바다를 헤매고 있습니다.
 
완벽한 겨울 바다의 풍경입니다.
 
끼익,
 
느리고 끈적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차가 멈춰 섭니다.
 
하인리히 장교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대신 차를 완전히 주차한 운전사가 당부를 대신 전합니다.
 
운전사: 장교님과 부관께선 먼저 들릴 곳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늦지 않게 숙소로 돌아가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차 너머로 커다란 숙소가 보입니다.
 
늦은 밤임에도 방마다 불이 켜져 있어 화려하게 반짝이는 호텔이었습니다.
 
퍽 높이 솟아 있네요.
 
고개를 다 들어도 까마득한 그것은, 바닷가 근처 절벽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철썩.
 
그 아래 모래를 적시며 바다가 긴 호통을 칩니다.
 
파도가 이만큼 왔다가 저만큼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발끝에 아슬아슬하게 닿는 파도는 꼭 바닷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해변의 모래가 보드랍네요.
 
공기가 차가운 탓에 오래 나와 있는 건 고역이 될 테지만.
 
운전사: 휴식을 위해서 방문한 만큼. 별다른 일정은 없다고 전달받았습니다.
그럼 먼저 들어가서 체크인해둘 테니, 천천히 들어오십시오.
 
깍듯하게 인 사하고 운전사가 먼저 떠나자, 파도만 한층 요란하게 울어댑니다.
 
머리 위에서 새가 까악까악, 안 어울리는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불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귀소본능이 없는 건지, 길을 잃은 건지 모르겠어요.
 
날씨 탓일까. 해변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곧이어 제이슨의 휴대폰이 울립니다.
 
제이슨:? (휴대폰 화면의 발신인을 확인한다.)
 
화면에는 줄리엣 이라는 이름이 떠 있습니다.
 
제이슨:...아. (동생이랬지. 이거 전환가...? 일단 화면을 열어본다.)
 
전화는 한 번 끊어졌다가 다시 벨이 이어집니다.
 
제이슨:(폭스트롯을 한번 흘끔 쳐다보고는, 이번엔 통화 버튼을 눌러 받았다.) ...네. 제이슨입니다.
 
휴대폰 뒤에서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줄리엣: 왜 전화를 재깍재깍 안 받아!!!! 거기 오래비 있으면 네 폰은 장식이냐고 좀 전해줄래???!!!!
 
제이슨:(흠칫) ... ...예... 그러겠... 그럴게. (자기도 모르게 말을 높이려다 고쳤다. 휴대폰에서 귀를 조금 떼고는) ...네 동생이 왜 전화 안 받냐는데? 휴대폰은 장식이냐고.
 
폭스트롯:(움찔...) ... ... 안... 가져왔는데...
 
제이슨:...외출하면서 휴대폰을 안 들고 왔어? 깜빡한 거..? (조금 황당한 얼굴)
 
폭스트롯:깜빡했어. 애초에 외부랑 연락도 거의 안됐었고 사진 찍는 용으로만 들고 다녔으니까. (마른세수...) 무, 무슨 일이래? 혹시 화 난 것 같아?
 
제이슨:...아무래도? 소리가 엄청나던데... 바꿔줄까. (양쪽 동의는 모르겠고 일단 폰을 당신에게 불쑥 내민다.)
 
폭스트롯:... 사신의 전화를 이렇게 내미는 사람은 너 밖에 없을 거야... (조심조심 받아서 소근소근) ... 어, 유타야. (곧바로 팔 쭉 빼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린다.)
 
휴대폰에서 한창 동안 짜증내는 고함 소리가 들려오고 잠시 뒤 폭스트롯은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전화를 받는 듯 합니다.
 
가볍게 웃고 투덜거리는 모습은 그가 원하던 구원자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평범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잠시 뒤, 폭스트롯은 휴대폰을 제이슨에게 내밉니다.
 
폭스트롯:잘 썼어. 기숙사에서 허락을 못 받아서 나오기 힘들다나 봐. 대신 무슨 일 있으면 연락 하라고 당부 하더라. 어째 나보다 널 걱정하는 것 같네.
 
제이슨:(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주머니에 넣고는) ...그건 안타깝게 됐네. 너 다쳤던 건... 알아?
 
폭스트롯:몰래 담 넘겠다는 거 겨우 말렸어. (후.) 이미 가족들 귀에는 다 들어갔을걸. ...잘 일어났으니 다음에는 이런 일 없게 해라... 뭐 이 정도 말로 끝났지. 애초에 우리 집안 분위기가 대부분 이래. 네 일은 말 안 했어. 할 거면 직접 하는 것이 나을 거 아냐?
 
제이슨:...그건... 면목 없네. 너한테 이런저런 이야기 해도 내 잘못인데... (제 뺨을 긁적이다가) ...그렇긴 한데, 이번에도 못 나온다니 직접 이야기 할 기회가 언제 올 지는 모르겠다. 아까 통화로라도 짧게나마 먼저 하려다가... 음... 너무 화나보여서...
 
폭스트롯:... 과연 걔도 그렇게 생각을 할지... (그걸 가만히 맞고만 있냐며 때려 박히던 잔소리를 겨우 잊으려는 듯 눈 꾹 감았다.) 내일 즈음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우리 여기서 조금 있다가 갈 것 같으니... 다시 물어보면 될 거야. ... ... 전적으로 내 탓이네... 무릎이라도 안 꿇으면 후려 맞게 생겼다... (한숨 폭)
 
제이슨:(차라리 저항하거나 때려 기절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뭐라고 그걸 맞고 있었는지... 한숨 푹 쉬고는) ...그래. 바로 숙소로 들어갈 거야? 아니면 온 김에 바다라도 먼저?
 
폭스트롯:밤바다 조금 보고 들어갈까 싶어. 추우면 먼저 들어가. 바람이 좀 불어서 감기 걸릴까 걱정 된다. 너 추위 잘 타는 편이잖아.
 
제이슨:뭐... 잠깐 정도야 괜찮지 않을까. 나도 마침 바다는 보고 싶었어서. (시선을 느릿하게 바다에 두었다가) ...불편하면 따로 가고.
 
폭스트롯:추워지면 말 해. 내 외투라도 줄게. (당신의 마지막 말에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의 손 내밀었다.) ... 같이 가.
 
제이슨:(자연스럽게 내밀어진 손을 응시하다가, 잠시 시간을 두고 제 손을 위에 얹었다.) 넌 추위는 안 타나 보네... 지금은 괜찮아.
 
폭스트롯:(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힘 주어서 당신 가볍게 끌어 당겼다. 가자.) 살면서 추위를 타본 적이 있어야지. 그래도 겨울에 여기 바람은 매서운 편이라서... 너 데리고 올 거면 여름에 오려고 했는데. 아쉽다. 바다 좋아해?
 
제이슨:바다는 별로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좋아하는 것도 있어. (걸음을 따라 종종 걷다가) ...또 올 거라면 앞으로도 기회가 더 있겠지. 외출도 불가능한 게 아니고.
 
폭스트롯:... 많이... 안 본 거면 좋아하는 거야? (나도 많이 못 보면 좋아해주나? 이런 요상한 거나 생각하며 표정 미묘해졌다. 흠... 그건 내가 힘든데... 아니 그래도 좀 고민을...) 임무 없는 화창한 날에 오자. 그럼 바다 색이 네 눈 색이랑 비슷해 보일 때가 있어.
 
제이슨:그냥 몇 번 오가며 본 게 어렴풋이 좋았던 기억이 있으니까. 그리 가깝지 않으니 신비롭다는 기분이 더 강한 거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빤히...) ...그래? 나한테는 바다색이란 게 좀 맑다는 느낌이라 거리가 있지 않나 싶은데...
 
폭스트롯:... 아쉽게 됐군... (중얼거리기나 했다. 젠장. 난 저런 기억 애한테 못 심어줬으니 패스. 신비? 어림도 없다. 어쩐지 느껴지는 시선에 슬그머니 눈 마주쳤다.) 푸른색이면서 언듯 보면 녹빛 섞인 바닷물이 얼마나 예쁘게? 가만히 물 그림자 지는 거 내려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
 
제이슨:아까부터 이상한 소릴 하네... 뭐가 아쉬워서? (괜히 자기 눈가나 꾹 한번 눌러보며 곰곰...) 원래 좋아하던 부분 중에 이런 것도 다 포함인건가. 밤에 보는 바다는 좀 많이 다를 것 같아서 그 점도 기대는 돼. 어두운 색이 비치면 오히려 나보단 네 쪽에 가까워지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폭스트롯:나도 많이 못 보면 네가 더 좋아해줄까, 같이 허튼 생각 좀 해봤어. 신비랑은 거리 먼 사람이라서 아쉽게 됐지. (솔직하게 툭 뱉었다.) 좋아하는 것은 그때의 기억을 사랑하는 거라고 하잖아. 밤바다는... 까맣고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다고들 하던데... (음?) 어떤 면이?
 
제이슨:(잠깐 말문 막힌 얼굴로 바라보고는) ... ...아무래도 어떤 장소에 대한 감상을 느끼는 것하고 사람은 좀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애초에 전에도 어쩌다 한 번 널 봤다고 해서 좋아졌던 건 아닐 거 아냐. 오히려 가까이서 자주 봐왔을테고 어떤 확신이 있었을텐데. (이전의 내가 그런 건 이야기를 안해줬었나? 같은 소리나 중얼거려 본다.) 시커매서. ...는 농담이고, 눈이 어둡게 반짝인다는 점에서. 수면이 밤을 반사하면 대체로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어.
 
폭스트롯:(이 드러내며 장난스레 히죽 웃는다.) 사람이든 장소든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같지. 어... 난... 난... 처음 보자마자... 좋았는데. (뒤 끝 붉어져서 당신 잡은 반대 손으로 뒷목 문질렀다. 하긴. 정말 첫 눈에 반한 것처럼 빠져들어서 말이야.) 너랑 눈 마주치자마자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좋아져서 말이야. 정작 네가 어떤 확신을 가지고 날 좋아했는지는 못 들었던 것 같네. (끔박.) 이런... 소리는 처음이다. 좀 더 아껴줘야겠네. 빛이 사라지면 수면의 밤을 품을 수 없게 될 거 아냐-.
 
제이슨:호기심 갖기에야 충분한 시간은 지났다고 생각하는데... 이걸로는 또 성에 안 차? (건조한 농담이나 던지다 당신이 하는 양을 보고 왠지 비슷하게 머쓱한 기분이 되었다. 그래도 좋아한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건 새롭기는 한지 시선은 거두지 않은 채다.) 아마 나라면... 어땠을지 짐작가는 바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제와서 대답해 줄 수 없는 건 미안하게 됐어. 적어도 고이고 파도 치는데 방해는 되지 않게 노력하지.
 
폭스트롯:매일 얼굴 보면 궁금한 것이 생기고 너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부족해. 욕심쟁이한테 성에 안 차냐고 묻는 거 아니랬어. 년 단위의 시간이 지났지만 매번 궁금한걸 어떻게 해-. (좋아하지 않으면 궁금하지도 않다잖아. 그러니 많이 궁금해. 그리 조곤조곤 덧붙인다. 느지막이 ... 싫어? 라며 당신의 답을 구한다.) 구태여 답을 원한 것은 아니야. 앞으로 네가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만들어 볼게.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제이슨:(궁금한 것만 한가득인 사람 내버려두고 상실감만 안겨준 꼴인가. 미묘한 얼굴이 되어선) ...지금이라서 오히려 새로 궁금해질 만한 것도 있을 수 있고... 그렇겠지. 적어도 알고 싶다는 사람한테 나도 박하게 굴 생각은 없으니까. 나라고 네가 궁금하지 않은 것 아니고. (물론 네가 좋으니 궁금하다, 라고 말하는 것과 차이는 있겠지... 중얼거리곤 싫지 않았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옆에 있는 거야 어렵지 않고. 뭐... 방금 생각해보니 마음에 드는 게 하나쯤은 더 생기긴 했네. 네 눈이라던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좀 피곤해 보이는 얼굴?
 
폭스트롯:너 표정 이상해졌어. 갑자기 무슨 일이람. 내가 뭐 마음에 안 드는 소리 했어? (망충한 표정으로 꿈박이기나 했다.) 예전과 같은 질문을 했어도 넌 다른 대답을 줄 테니까 그것도 좋아해. 꼭 상대가 너로 한정하지 않아도... 사람이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인 것 같거든. 무언가 연결 고리가 생긴 느낌이고. (아무래도 좋은 듯 헤실거리는 것이 오랜만에 기분 좋은 모양이다.) 내 눈이 좋구나! 그럼 나도 내 눈 좋아. (그러다가 한창 뜸.) ... ... 나 피곤해 보여? 잘 잤는데... 왜지이...
 
제이슨:내 표정이 뭐 어때서. (금방 덤덤한 얼굴로 돌아와선 눈썹이나 까딱였다.) ...그 연결 고리가 전처럼 긍정적이었으면 하는 거고? 그래서 당장에 또 궁금한 건 있어? 지난 번에 시시콜콜한 개인사까지는 대강 이야기 해줬던 것 같은데. (웃는 얼굴을 관찰하듯 힐끔거리다) 음... 아팠어서 그런 것도 있겠고, 그 일 전후로 최근에 무리한 적 있는 거 아닌가? 그냥 그런 느낌 들어서.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폭스트롯:방금 그 표정은... 뭔가 마음에 걸린다는 표정이었는데... (눈 가늘게 뜨고 보다가) 꼭 전처럼이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것이 좋잖아. 물론 내 입장에서는 전과 같은 것이 좋겠지만 네게 부담 주고 싶지도 않고 더해서 내 감정과 같기를 강요하고 싶지 않다니까. 궁금한 거라... 복숭아랑 포도 중에 뭐가 좋냐, 같은 것도 궁금하고... 초콜릿이랑 사탕 중에 어느 쪽이 취향인지도... (아주 사소한 궁금증.) 아픈 다음에 며칠 누워서 쉬라고 듣긴 했는데... 아, 이거 때문인가? 놀러 왔으니 푹 쉬어야지. 침대가 푹신했으면 좋겠다.
 
날씨 탓일까.
 
해변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두 사람이 거닌 발자국만 도장 자국인 양 바닥에 남아있습니다.
 
밤하늘과 맞닿은 수면의 경계선을 구별할 수가 없어서, 위와 아래가 뒤집힌 것처럼 보입니다.
 
짭조름한 바람을 타고……
 
제이슨: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장미 향기가 스며듭니다.
 
염분이 짙은 땅에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장미가 필 턱이 없는 곳이에요.
 
그럼에도 익숙한 장미의 향이 코 끝을 감돌고 있습니다.
 
제이슨:(멀찍이 보이는 수평선에 시선을 두다 문득) ...어디서 꽃 향기 같은 거 나지 않아?
 
폭스트롯:(바다를 바라보는 당신을 물끄러미 보다가 두어번 킁.) ... 그러게. 장미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 저기인가?
 
폭스트롯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절벽 아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린아이가 장미꽃을 한 송이씩 바다로 내던지고 있습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탓에 이리 로 흘러든 듯 싶습니다.
 
이제 막 열 살이 됐을까?
 
싶을 정도로 어린아이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긴 머리카락이 마구 흩날립니다.
 
아이는 눈을 내리깔고 수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종종 찬물이 신발을 적시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신발의 둥근 앞코에 거뭇한 물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한참 울었는지 눈가가 불그스름합니다.
 
오래 나와 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야, 코끝도 그랬으니까.
 
제이슨:이 시간에 아이가... 설마 혼자 나와있는 건가?
 
폭스트롯:근처에 보호자가 안 계시나? (주변 둘러보다가 손 조심스레 끌었다.) 걱정 되는데... 잠깐 괜찮을까?
 
제이슨:잠깐 보는 정도야... (끄덕이며 순순히 끄는 대로 따라갔다.)
 
가까이 다가가면 아이가 고개를 듭니다.
 
아이는 낯선 사람을 보고도 당황하는 법 없이, 짧게 고개를 까닥입니다.
 
아이 답지 않은, 지나치게 일찍 철이 든 행동이었습니다.
 
폭스트롯:(아.) ... 어쩐지 낯이 익다 했는데... 그... 이름이... (음. 기억 안 나.)
 
아이: 아리아예요. 또 만나서 반가워요, 오빠들.
 
제이슨:(또? 설명이 필요하다는 얼굴로 당신을 물끄러미 본다.) ...만난 적 있어?
 
폭스트롯:(끄응...) 전에 건국 기념 축제 때 호수에서 만난 적 있어. 아주 잠깐 만난 거였는데. 그때 나 멜이 환각도 걸어줘서 다른 모습이었는데 바로 알아봐서 엄청 놀랐단 말이야.
 
제이슨:너도 기억력 좋은데? 어쩌다가 스친 아이를 알아 볼 정도면. (아이에게 시선을 흘끔 돌리고는) ...이 시간에 혼자 이렇게 나와있으면 무섭지 않아? (집이 근처인가?)
 
폭스트롯:그야... (네가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였으니까... 말 하려다 말고 입 꾹 다물었다.)
 
아이: ... 무섭진 않아요. 아빠한테 인사를 하러 왔거든요.
 
한참 말이 없던 아이는 마지막으로 꽃다발을 품에 꽉 끌어안습니다.
 
아이: 우리 아빠가 여기에 있어요.
 
아마 화장한 후, 유골을 바다에 흩뿌린 모양이에요.
 
요새는 꽤 흔한 장례방식이었고,
 
아이: 흰 국화여야 한다고 했는데, 아빠는 이걸 더 좋아할 거예요.
 
파란 장미의 목을 꺾어 던지는 방식도 퍽 흔한 것이니.
 
아빠의 죽음을 추모하러 온 건지,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었던 것 인지…
 
… 아이의 바람을 알 것 같았지만, 확실히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본인 조차도 어느 쪽이 우선인지 구별할 수 없을 테죠.
 
제이슨:(무어라 말해야 좋을지 몰라 품 안의 꽃과 아이의 얼굴 만을 번갈아 본다.) ...
네가 드린 거니 분명 더 좋아하시겠지.
 
아이: ... 그럴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이는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멍하게 다른 이야기를 툭 털어둡니다.
 
아이: 아빠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었대요. 아빠에게, 아직도 나보다 중요한 것이 뭐였는지 모르겠어요……. 나한테는 아빠가 제일 중요했는데. 물론 엄마도 중요하지만.
 
두서없는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제이슨:어디에서 일하고 계셨길래... ...아버지에게 섭섭해?
 
아이: (고개 느리게 저었다.) 아빠는 연구원이었어요. 섭섭하지는 않아요. ... 아닌가... 이제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제가 섭섭하다고 하면... 오빠들, 정확히는 (제이슨 봤다.) 오빠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제이슨:연구원... 광범위하네. DOT의 연구원들 같은 분인가. 두고 떠나간 사실이 슬프고 섭섭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잠시 멈칫) ...나? 갑자기 여기서 내가 왜...
 
아이: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아빠는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어요. 장미가 가득한 아치문이라고, 축제 때, 아빠를 보러 놀러 갔었거든요. 공원에 기인 터널이 있는데, 그거랑 똑같이 생긴 문을 만들겠다고…
항상,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야 한다고 했어요. 자주 그런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몇 송이 남지 않은 장미를 꺾다가, 아이는 이쪽을 바라봅니다.
 
아이: 있잖아요, 장미로 만든 아치문을 본 적 있어요?
 
제이슨: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머리 속에서 뒤죽박죽인 무언가가 지나갑니다.
 
공원에 있던 푸른 장미의 아치 터널,
 
모든 것이 멈춘 순간 건넜던 장미가 가득한 아치문,
 
옆에 있던...
 
어째서 지금에서야?
 
대화 끝에, 아이는 고개를 숙입니다.
 
어느새 모든 꽃송이는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파란 물결과 파란 꽃잎. 한데 어우러져 경계를 구별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아이: 사실, 오빠들을 만나려고 기다렸어요. 이곳에 오면 만날 수 있다고 했거든요.
 
물끄러미 고개를 든 아이가 제이슨에게 작은 상자를 건넵니다.
 
아이: 아빠가, 마지막으로 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제이슨:(상자를 얼결에 받아들고는) ...만날 수 있다고 한 것도 너희 아버지야?
 
아이: (고개 끄덕이며 베시시 웃었다.) 엄마가 걱정할 거예요. 들어가 봐야겠어요. 오늘 밤에 떠나기로 했거든요.
 
배시시 웃는 얼굴은 결단코 앳되지 않았습니다.
 
툭툭, 신발에 묻은 모래를 걷어낸 아이가
 
아이: 안녕히 계세요.
 
꾸벅 인사하곤 저 멀리 달려가 버립니다.
 
흰 상자에는 어떤 무늬도, 글씨도 쓰여있지 않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왜 이것을 전하라고 한 걸까요?
 
제이슨:... 저 아이가 말한 문이라는 거, 공원에 있던 것과 다른 걸 우리가 지나온 적이 있는 거지?
(상자 귀퉁이를 매만진다.) 저 아이의 아버지라는 연구원에 대해 넌 짐작가는 게 있어? 알다시피 난 들은 정보가 한정적이고 기억하지 못 하니까.
 
폭스트롯:(무언가 고민을 하는 듯 생각에 잠겨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응. 한 번 있어. 건국 기념일 축제 마지막 날에... 다른 애들이랑 다같이. 그때는 아르갈리아가 세계의 멸망을 예언했던 날이었는데... 좀 많이 놀랐었지. (다시 기억 되짚다가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 닮은 사람... 을 아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 그보다 뭐 들어있어?
 
제이슨:예언이라... 실제로 그런 상황이 왔었던 것도 사실이고? 카...운터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 것도 그 무렵인가. ... ... (의문만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다 곧 손에 든 상자를 열었다.)
 
폭스트롯:아르갈리아의 예언은 꽤 확실하니까. 무슈도 그 날 동시에 예언을 했었으니 더 신뢰가 갔지. ... 정말 그 날 우리 빼고 모든 것이 멈추는 바람에... (끄응...) ... 면목 없지만 맞아. 그 날이야.
 
뚜껑을 열자, 제일 위에 놓인 것은 사원증 이었습니다.
 
제이슨: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머리가 깨질 듯 아픕니다.
 
분명 익숙하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아, 그래요. 모자이크로 엉망이 된 뉴스 속에서, 였죠.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었습니다.
 
선량한 얼굴의 남자는 어색하게 웃으며 이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이의 얼굴이 왜 낯익었던지, 그 이유를 알 것 같군요.
 
상자에는 장미 향기가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상자 속은 겉보기와 달 리 상당히 단출했는데, 사원증 옆에 누워있는 것은 익숙한 그 앰플 뿐입니다.
 
DOT에서 연구원들이 제이슨에게 주입하려고 했던 그 앰플 입니다.
 
그것을 보자 폭스트롯의 미간이 단박에 구겨집니다.
 
제이슨:이건...
(분명 이것 때문에 그 난리가 났었는데... 덩달아 미간이 좁혀졌다.)
이 사람... 분명 살해되었다고 뉴스에 나온 그 연구원 아닌가? 할 일을 하다 죽은 거라면 역시... DOT가... (말 끝을 흐리며 앰플을 집어들었다.)
 
그렇다면 그의 죽음은 우연이었을까요?
 
DOT의 수작이었던가요?
 
그도 아니라면 제3의 계획 중 하나였던 걸까요?
 
불친절한 선물은 오히려 의심만 가중합니다.
 
앰플 속의 그 액체는 여느 때처럼 느릿하게 흔들립니다.
 
그때와 꼭 같은 색입니다.
 
제이슨이 앰플이 담긴 병을 만지는 순간,
 
미끄러진 그것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고,
 
쨍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파도가 고개를 듭니다.
 
마치 바닷속에 잠자는 괴물을 깨우기라도 한 것처럼 커다란 파도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야에 들어온 것은 급히 당신을 감싸 안는 폭스트롯이었습니다.
 
파도는 순식간에 둘을 쓸어가고,
 
철썩, 바닥을 내리치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축축하게 젖은 모래만 남았을 뿐.
 
천지에 짠 내음이 가득합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천장과 바닥이 거꾸로 빙글빙글 돌고, 흰 포말 터지는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망망대해에 난 파된 배처럼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휘둘리며 사지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움직였습니다.
 
바다에 빠져 죽는 감각이란 이런 것인가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숨을 쉴 수 없으나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 때.
 
깜빡.
 
불을 켜는 것처럼 눈이 떠집니다.
 
눈꺼풀을 파르라니 털면 소금기와 물기가 후두두 털려 나갑니다.
 
조금 따가운 것도 같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방금, 앰플이 깨졌고, 바다가 요동쳤으며, 파도가 휩쓸더니……
 
그보다... 몸이 무겁습니다.
 
당신을 꽉 안고 있는 폭스트롯은 아직 눈을 뜨지 못한 모양이에요.
 
제이슨:(눈을 간신히 끔뻑이다, 곧 정신이 번쩍 든 듯 당신의 어깨를 쥐고 아프지 않게 흔들었다.) 폭스트롯, 폭스. 괜찮아?
 
폭스트롯:(작게 침음 흘리고 눈가 움찔. 겨우 눈 떠냈다.) ... ... 와... 목 따가워... 상처에 물 들어갔나 봐... 주님이랑 하이파이브 하고 온 기분인데. (푹 젖은 거즈 문지르다가) 괜찮아? 다친 곳 없어?
 
제이슨:...그건 안 괜찮은 것 아냐? 나도 지금 젖어서 닦아줄 만한 게 없는데... (떼는 게 낫나? 목에 붙은 거즈에 손을 댔다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한테 물을 말이야...?
굳이 답해주자면, 누구 덕에 멀쩡하고 물 세례나 좀 맞은 정도.
 
폭스트롯:떼는 것이 낫겠다. 거즈가 물 먹어서 더 따가워. (떼줄래? 톡톡 건드렸다.) 젖은 것으로 끝나서 다행이다. 갑자기 파도가 그렇게 쳐서 엄청 놀랐지 뭐야. 수영은 자신 있었는데 그럴 정신도 아니었어. ... 감기 걸리겠다...
 
제이슨:그럼 잠깐만 그대로 있어봐. (끄덕이고는 조심조심 거즈를 붙인 접착 부분을 떼어냈다. 아직 흔적이 눈에 보이는 상처에 인상을 찡그리고 만 건 당연했지만. 최대한 손의 습기를 날려 짠기가 가신 손으로 바깥 부분을 슬금 닦아낸다.) ...난 됐어. 그것보다는 빨리 몸 말릴 곳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방금 뭐였지?
 
폭스트롯:(아픈 것인지 반사적으로 찌푸리긴 했으나 금방 평온한 평소의 얼굴로 돌아왔다. 어째 목을 타고 온기가 퍼져서 간질거리는 것은 애써 무시했다. 얌전히 손길이나 받다가) 그러게... 그보다 여기 어디람...
 
둘이 눈을 뜬 곳은 아주 작은 섬입니다.
 
한달음에 섬 한 바퀴를 둘 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눈앞에 서 있는 것은 커다란 등대가 유일합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밤과 겨울, 바다와 모래.
 
모든 구성 요소는 똑같았으나, 그 무엇도 같지 않았습니다.
 
밤하늘에는 별 대신 먹구 름이 가득했고, 바다는 썩어들어가는 것처럼 새까맸고, 모래는…… 질척거립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휘이잉, 길고 가느다란 곡소리가 났습니다.
 
파도가 키만큼 솟았다가 꺼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어디를 둘러봐도 배며, 사람, 마을, 우리가 타고 온 차라거나 묵기로 한 호텔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직 바다, 바다, 바다뿐입니다.
 
어두워서 주변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제이슨:...설마 사후 세계같은 농담은 아닐 테고. 정말 어디지...? (끔뻑.) ...그 앰플에 이런 성능까지 들어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어차피 그렇게 피해다녀서 이 사달이 났어도 기절하는 동안 분명 맞았겠고. 뭘 꾸미는 건지... 괜히 제 팔뚝을 한차례 주무른다.)
 
제이슨: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섬의 테두리, 질척한 회색 모래 위로 낡은 배가 쓰러져 있고, 그 위로 사람의 뼈 같은 것 이 굴러다니는 광경이 보입니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스칩니다.
 
제이슨: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배라곤 해도 어찌나 오래되었던지 먼지가 자욱하고, 손을 대면 부스스 부서지는 수준입니다.
 
무엇 하나 성하지 않았습니다.
 
배를 타고 돌아가기엔 거친 바다이기도 하지만, 애당초 타고 갈만한 배도 아니에요.
 
영문을 알 수 없어 주위를 둘러보면, 등대에 쓰여있는 숫자를 발견합니다.
 
13.
 
…배의 파편과 시체의 뼈, 검고 자욱한 안개 같은 먹구름, 거세게 흔들 리는 성난 파도까지.
 
제이슨: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설마 제 13구역인가?
 
당혹스러움이 성큼 다가옵니다.
 
제13구역이라니.
 
제12구역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이 살아서는 갈 수 없다는 곳이 아니던가요.
 
등대의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들어갈 수 있을 듯 합니다.
 
제이슨:...조금 불길하긴 한데... 이렇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 둘 다 젖었으니 저쪽이라도 들어가 보는 건? (손으로 등대를 가리켜 보인다.)
 
폭스트롯: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아. (제 겉옷 벗어서 주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젖었으니.) ...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으니 조심해서 가자.
 
등대 안에는 나선 모양의 계단이 위로 이어져 있습니다.
 
소라의 껍데기처럼 둥글게, 둥글게……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엘리베이터도, 내려가는 계단도 없으므로 올라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제이슨:원래 있던 구역에서는 얼만큼 떨어진 곳인지 감도 안 잡히는데... ...힘들면 이야기 해.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바다를 얼려서 건너는 건 너무 끝도 없으니 무리려나.
 
폭스트롯:이 정도로 힘들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힘들면 난간 잡고 갈게. (슴박이며 반 박자 느리게 계단 올라갔다.) 망망대해를 건너가려고 하는 것은 신박한 생각인걸.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
 
섬의 광경과 달리 등대만은 새것처럼 깨끗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13 구역이라면…… 등대는 누가 세운 걸까요?
 
어떻게 이런 곳에 등대를 세운 거죠?
 
반지르르한 난간은 깨끗하기 짝이 없어서,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제이슨:하지만 다른 변화가 없는 한... 누군가 알아채고 발견할 가능성이 있을까? 여긴 정말 13구역인가? (중얼거리며 차라리 자신이 뒤에 있는 편이 안전하겠다 뱉고는 걸음을 느리게했다.)
 
폭스트롯:13구역이면 큰일났네. 여기는 정말 아무도 오지 못하는 곳이라 구조가 올 수도 없는데. (조금 미련하게 당신의 뒤를 좇다가 그만둔다. 응, 알겠어. 부탁할게. 그렇지 않아도 아직 걸음 옮기는 것이 불편해서.)
 
마지막 층에 도착할 때까지, 회칠한 벽은 깨끗했고, 나무 계단도 얌전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외려 불안을 부추깁니다.
 
오르고 올라, 마침내 가장 높은 층에 도착합니다.
 
제일 먼저 탁 트인 바다가 보입니다.
 
주위는 여전히 어둑어둑합니다.
 
구경 할만한 풍경도 없지만요.
 
여태까지와 달리 바닥은 먼지가 자욱합니다.
 
등대에는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등대에는 여전히 폭스트롯과 제이슨 뿐이었고, 바다는 황량했습니다.
 
수면은 너무 어두워서, 여태껏 가라앉았을 모든 것들을 완벽히 숨기고 있습니다.
 
어두운 사위에서 제이슨은 '그것'을 발견합니다.
 
제이슨: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째서인지 [천장]으로 시선이 향합니다.
 
제이슨:..? (위를 천천히 올려다 본다.)
 
고개를 젖힌 제이슨의 눈에 천장이 들어옵니다.
 
흰 천장에는 기묘하게도 먼지 한 톨 앉지 않았습니다.
 
천장은 깨끗하건만 바닥은 엉망이라니.
 
어쨌건,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천장이 깨끗했기 때문입니다.
 
천장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제0구역부터 제13구역까지……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입니다.
 
세계의 위, 구역마다 파란 장미가 한 송이씩 피어있습니다.
 
생생하게 피어난 모습이, 여름의 한 조각처럼 자연스럽습니다.
 
날은 이토록 싸늘하게 얼어가고 있건만……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천장의 지도] 를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제이슨:저거... 보여? (천장의 지도를 손 끝으로 가리키며 미간을 좁혔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려는 듯.)
 
폭스트롯:으응? 어떤 거? (천장 보았다가 당신 본다.) ... ... 들어줄까? (이런 소리나 했다.)
 
장미가 핀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세계 지도입니다.
 
제이슨: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 ...됐어. 무겁게. 좀 더 하면 잘 보일 거 같은데...
 
지도 곳곳에 피어난 [장미]가 어쩐지 불길하게 느껴집니다.
 
제이슨:장미는.. 그냥 단순히 구역 표시를 해 놓은 건가?
 
폭스트롯:(끔박.) 14송이니까... 아, 이거 구역마다 가장 높은 것들이 있는 위치 아닌가?
 
세계의 위, 파란 장미는 정확하게 14송이가 피어있습니다.
 
아니, 만개한 것이 14송이고 그 옆에 피어나는 새 봉오리까지 치자면 정확히 28송이입니다.
 
그것이 놓인 위치들을 바라보자면……
 
제이슨: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렵지 않게 무엇을 표시한 건지 알 수 있습니다.
 
그 14개는 분명히, 구역마다 가장 높은 것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으니까요.
 
기묘한 광경입니다.
 
가장 높이 선 14개의 무언가.
 
그것은 꼭, 신화에서 등장하던…… 신의 손가락과 같습니다.
 
세계를 이렇게 살펴보자니, 신의 손아귀에 놓인 꼴입니다.
 
이상한 점이라면, 장미가 모두 두 송이씩 피어있다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봉오리에 불과했지만, 분명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구역의 탑을 가리킨다면 분 명히 한 송이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바닥]을 볼 수 있습니다.
 
제이슨:(이상한 기분이 되어 고개를 바닥으로 내린다. 신의 손가락은 14개... 새로 피어나는 것은 어쩌면 카운터를 말함일 수도 있으려나.)
 
바닥의 먼지를 쓸어 버리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세계입니다.
 
발아래 그려진 [지도]에는 어느 곳에도 꽃이 피어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래도록 관리되지 않은 건지, 드문드문 지워지고 번지기까지 했습니다.
 
멸망한 세계의 유적처럼!
 
제이슨:(대략적인 지도의 모습은 같은가?) ...위 아래에 지도가 따로 놓인 것은 어떤 의미지?
천장에는 장미마저 두 송이 씩 피어있는데. 여긴 왜 그래야 했을까. (바닥의 번진 부분들을 손바닥으로 쓸어낸다.)
 
자세히 살펴보노라면, 도밍게즈의 지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척 비슷하게 생겼고, 똑 닮았지만…
 
섬의 모양이라던가 해안선의 둘레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쌍둥이처럼 교묘해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제이슨: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더러워진 지도가 불길합니다.
 
이유 모를 불안감에...
 
제이슨: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97
판정결과: 대실패
 
세계, 세계, 세계.
 
분명히 같은 세계인데…….
 
한쪽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한쪽은 소홀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입니다.
 
제이슨이 익히 알던 세계와 어딘가 달라 보였다면, 이렇게 더러워졌기 때문일까요.
 
무언가 이상합니다.
 
정말로, 이상합니다!
 
그러나 무엇이 이상한지 채 알아채기 전에, 파도가 들이칩니다.
 
거센소리에 귓속이 먹먹해지고, 생각은 잡아 먹힙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짠 내음이 숨 을 파고듭니다.
 
바다는 신의 눈물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눈물 의 냄새를 맡은 걸까요.
 
그저 눈이, 숨이, 어떤 경고 신호가 깜빡일 때.
 
탕.
 
바닥으로 상자가 떨어집니다.
 
아까 아이가 건네주었던 그 상자입니다.
 
그 거친 물살을 함께 헤맸을 것이 분명한데도 상자는 깨끗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탓에 완전히 뚜껑이 열려 있습니다.
 
사원증을 꺼내고, 앰플을 꺼냈었죠.
 
그렇다면 상자의 안은 텅 비어있어야 하는데……
 
상자의 바닥 면이 미끄러지고, 먼지를 긁어냅니다.
 
등대의 바닥에 지도를 따라 홈이 패여 있었고, 상자의 안에는 또 다른 바닥이 있습니다.
 
상자가 뱉은 것은 [낡은 서류 봉투]입니다.
 
제이슨:(바다에 젖은 상대의 몰골이 괜찮은지 살피기를 잠시, 눈에 걸린 서류 봉투를 주워들어 미심쩍은 얼굴로 내용물을 꺼냈다.)
 
봉투를 열자 종이 냄새가 훅 끼칩니다.
 
오래도록 읽어보고, 넘겨본 것인지 너덜너덜합니다.
 
군데군데 빈 페이지도 있고요.
 
급하게 복사했는지 글씨가 비뚤어서, 정식으로 얻어낸 서류가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서류의 첫 면에는 앰플의 사진과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네, 우리가 본 그 액체이자 투여받은 앰플의 정체입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듭니다.
 
이것을 보노라면, 원래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그렇게 외칩니다.
제이슨:(어차피 눈이 가려진 상태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사람이지... 서류의 페이지를 천천히 넘긴다.)
 
DOT에서 지을 법한 이름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앰플의 제조 방법
 
-앰플의 역할
 
-앰플의 사용 방법
 
-앰플의 부작용
 
제이슨:(조금 망설이다가 당신을 부른다.) ...어쩐지 너도 봐야 할 것 같은 내용인데. (나만 알아서 대처가 안될 수도 있는 물건이고. 덧붙이며 첫 항목으로 넘어간다.)
 
폭스트롯:(당신의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말 없이 옆에 와서 섰다.) ... 뭐가 적혀 있길래...
 
첫 장에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도밍게즈의 공용어도, 오래전에 사장된 문자도 아닙니다.
 
이 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모독적인 글자입니다.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음에도 찝찝하고 불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앰플의 제조 방법이라고 했는데, DOT에서 개발해낸 것이 아니었던 건가?
 
그렇다면 누가?
 
다음 장에는 도밍게즈 공용어로 적혀 있습니다.
 
내용은 어렵지 않습니다.
 
제이슨:지구의 바닷물...?
 
폭스트롯:... 지구가 뭐야...? (꿈박...) 또 다른 행성 이름인가...? 처음 듣는데.
 
제이슨:앞에는 무슨 글자지...?
 
폭스트롯:이런 글자 처음 봐. 예전에도 이런 글자는 없었을... 텐데.
 
제이슨:(물끄러미) ...정말 본 적 없어?
알 수 없는 글자도 그렇고... 그들이라는 건 누굴 말하는 거지.
 
폭스트롯:정말 본 적 없어. 나름 역사나 이런 것은 좋아했다고 자부한단 말이야. 글자가 개편이 된 것은 알아도... 예전 글자는 이거 아니었어. (눈 가늘어진다. 어쩐지 심장이 빨리 뛰는 기분이다.) ... 넘겨보자.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제이슨:... (복잡한 얼굴로 '앰플의 역할' 내용으로 넘어간다.)
 
설명은 그게 다입니다.
 
연구 보고라고 말하기엔 허술하지 않나요?
 
반대로 말하자면, 그 설명만으로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연구였단 소리겠죠.
 
제이슨: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1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뒷장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습니다.
 
제이슨:(손에 만져진 포스트잇을 뜯어 내용을 읽었다.)
 
제이슨: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14개의 손가락, 그리고 28송이의 장미.
 
손가락이 상징하는 것은 신의 분신, 타이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장미가 왜 28송이인지는 너무나 자명하잖아요.
 
옆을 바라봅니다.
 
폭스트롯이 보입니다.
 
혹시, 지금 손을 잡고 있었나요?
 
제이슨:... (잡은 손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묵묵히 '앰플의 사용 방법' 으로 페이지를 넘긴다.)
 
카운터가 아니라 타이머라니.
 
오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타이머에겐 주입할 수 없다고 했잖아요.
 
제이슨:타이머를 붙잡을 방법...
(다소 가라앉은 음성으로) ...넌, 이 내용이 말하는 타이머가 누구라고 생각해?
그냥 실수일까?
 
폭스트롯:(입가에 걸려있던 희미한 미소가 스러졌다. 동시에 자신의 입을 가려내며 검지로 두어번 입가 톡톡. 별 말은 없었다.) ... ... 이런 것에 실수를 할 리 없지. ... 타이머... 그러게. 답은, 하나지 않을까.
 
제이슨:네가 낸 답도 궁금하네. ... 되도록 아니었으면 좋겠고. (가만히 응시하다 말고, 마지막 내용으로 페이지를 넘긴다.)
 
지구의 바닷물.
 
타이머를 붙잡을 방법.
 
얽어야만 하는 손가락.
 
그리고…… 지구의 타이머.
 
일련의 상황이 절묘하게 들어맞습니다.
 
머리 위의 세계에는 장미가 흐드러지고, 두 사람은 발아래의 다른 세계를 짓밟고 서 있습니다.
 
생각해 봐요.
 
그 실험은 분명히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카운터들은 태어났죠.
 
어떻게 태어난 거죠?
 
분명히 전 세대의 타이머도, 타이머의 시체도 내놓은 부위라곤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신은 아담 의 갈비뼈로 하와를 창조했지만, 그들은 신이 아닙니다.
 
가벼운 두통과 함께 '그'장면이 떠오릅니다.
 
숨도, 뼈도 얻지 못해 허물어지던 괴물이 바닥을 기던 장면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14개의 숫자와 14명의 타이머, 그리고 14명의 카운터.
 
그것들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규칙을 따라 그곳에 서 있었고, 일정한 규칙 사이 우리는 발견했습니다.
 
.
 
.
 
.
 
천장의 스물여덟과 바닥의 부재.
 
너무 명확한 사실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신이 우리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닥으로 시선이 떨어진 순간이었습니다.
 
운전사: 안 들어오세요?
 
뒤에서 운전사가 폭스트롯과 제이슨을 부릅니다.
 
그 목소리를 눈치채고 고개를 돌리자 등대도, 세계와 장미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파도가 들썩였습니다.
 
해골도, 난파된 배도 없는 평온한 해안가예요.
 
떠나간 아이의 발자국이 작달막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새로운 모래가 그 위를 덮으며 자취를 감췄습니다.
 
절벽 위, 숙소 입구에서 운전사가 큰 소리로 이쪽을 부르고 있습니다.
 
손은 텅 비어있고, 상자와 앰플, 서류도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으므로 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허탈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지만 않았다면 분명히 귀신에게 홀렸나 봐, 하고 넘어갈 수 있었겠죠.
 
그야……
 
하늘은 공전하고 자전하며 땅은 온전히 버티고 섰습니다.
 
별은 이토록 반짝이고, 파도는 이토록 상냥합니다.
 
사라진 능력은 실상, 돌아갔던 것뿐이에요.
 
평화로운 세계의 파문이 입니다.
 
물결은 멀리 퍼져나가지만, 인생이란 언제나 불합리한 것.
 
할 수 있는 것도, 돌이킬 능력도 없습니다.
 
두 사람은 그저, 추위에 떨며 숙소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바닷가에서 휴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버스의 TV에서는 뉴스가 한 편 지나갑니다.
 
제12구역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어떤 건물의 화재 소식과 일가족을 태운 자동차의 불운한 전복사고 따위가 눈에 띕니다.
 
어떤 건물은 정부와 구역이 허가 하지 않은 불법 건물로 모종의 실험, 연구 시설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다 불살라 진 탓에 무엇도 복구할 수 없게 되었다는군요.
 
타이머와 카운터가 복구를 위해 출동하는 일은 결단코 생기지 않습니다.
 
일가족을 태운 자동차는 휴가를 왔다 수도로 돌아가던 길목이었습니다.
 
자동차 불량으로 간주하고 수사에 들어간다는군요.
 
사망자 중에 어린아이가 포함되어있다며, 아나운서는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이는 제이슨이 알 수도, 모를 수도, 알지만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카운터는 주기적으로 앰플을 투여받습니다.
 
6개월에 한 번씩. DOT도 더는 거부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7년 동안 그렇게, 카운터는 붙잡혀 있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