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지친 얼굴로 기계처럼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한다. 나오기 전에 자료 정리도 채 못했던 것 같은데.)
방 안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과 그 너머로 보이는 평화로운 광경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다녀왔느냐는 소리 하나 없이 조용한 방은 당신을 맞이하고...
쉬어도 좋고, 따로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을 해도 좋고.
제이슨:... (옷만 대충 갈아입은 뒤 방에서 나와 우두커니 섰다. 널브러진 책 한 권을 주워들곤 한참 의미없는 눈싸움.)
(곧 한숨을 내쉬더니 책을 더미 위로 쌓아 정리 아닌 정리를 마치고, 새벽 내 반쯤 가려져 있던 커튼을 더 열어둔다.)
쉬라고는 했지만... 앉아서 조사만 하는 게 돌아다니는 것보다 도움이 될지는.
(지구와 자신이 있던 다른 세계, 거의 진전이 없는 종이들을 두고 결국 소파에 길게 눕는 것을 택했다. 이번엔 이틀 간 잠을 못 잤으니 억지로라도 자야겠지...)
가물가물해지는 정신 사이로 희미하게 작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제이슨: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제이슨:...? (가리던 팔을 치우고 여전히 누운 채 눈을 가늘게 뜬다.)
쉬라더니. 지금 시간에 찾아올 사람은 없을 텐데...
(잠깐 침묵하다가 주섬 일어나 현관문 앞으로 다가가곤,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누구시죠?
문 밖에서는 한 박자 느리게 답이 들려옵니다.
(손잡이를 잡은 손이 저절로 멎었다. 진짜든 가짜든 이런 장난을 칠 사람은 아닌데, 헛걸 들었나 싶어서. 입을 다문 채 가려진 문만 쳐다보다 한참만에 목소리를 냈다.)
그럼, 내가 누구지?
-... (답이 들리자마자 아직 몽롱하던 시야가 확 트이는 것을 느끼곤, 잡은 문을 힘주어 천천히 열었다.)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과... 햇살 속에서 서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느리게 돌아본 얼굴은...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아니 그보다 익숙한 목소리와 인영이 제이슨의 눈 앞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분명, 이곳에 있을 수 없잖아요.
도밍게즈에 있어야 할 사람이 대체 왜 이곳에?
폭스트롯:밖에 있기 좀 그런데. 들어가도 되나?
제이슨:(계속 말을 잇지 못한 채 물끄러미 얼굴을 바라만 본다. 처음은 익숙하고도 한번도 그리워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얼굴, 다음은 낯설게 느껴지는 시간의 흔적 여러군데에 눈이 가 닿는다.)
(진실을 논하기도 전에 손을 먼저 뻗으려다, 곧 조용히 비켜 서서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
폭스트롯:... 실례할게. (당신에게서 시선 떼어내고 안쪽으로 걸음 옮겼다.)
폭스트롯은 집 안을 둘러보며 인상을 가볍게 찌푸립니다.
당신은 폭스트롯과 헤어진 이후로 자신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정확히는… 엄청나게 더럽지는 않지만… 폭스트롯은 아주 깔끔한 사람이잖아요?
일전에 함께 지냈던 기숙사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제이슨이 집을 둘러본다면, 어수선한 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폭스트롯] 외에도 정리가 되지 않은 담요와 쿠션이 올려진 [소파], 잡다한 물건들이 쌓인 [서랍장] 위, 마찬가지로 엉망인 [테이블] 이라거나.. 말이죠.
폭스트롯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들고왔던 제킷을 소파 등걸이에 대충 올려두더니, 소매를 걷어부칩니다.
대체 왜 폭스트롯이 자신의 앞에 서 있냐거나, 그간은 뭘 했냐거나.
제이슨:역시라니, 잠깐만... (당황한 탓인지 다른 이유인지, 조금 갈라진 목소리로 급히 당신을 붙잡는다.) 정말로... 네가 맞아? 그럼 왜...?
폭스트롯:(방이나 둘러보고 있다가 당신에게 시선 옮겨갔다. 일전과 다름 없는 평온한 투로 잔잔히 읊길,) 할로윈 알아?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는 하루 말이야. 정확히는... 그래, 악령이 돌아오는 날이랬지. 네 입장에서 난 악령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대충 그런 것으로 하자.
제이슨:하지만 네가... 죽은 사람은 아닐 거잖아. 악령일리도 없고, 그러니까... (말문이 잠시 막힌 듯 하다가 서서히 표정이 조금씩 무너져 간다.) ...
내가 한 말이 전부 상처였을 거란 것 알아. 이제와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겠지만... 난... 돌아가서 말 하고 싶었어.
잘못했다고... 온전히 함께 있었던 '나' 의 진심이 아니라고. (하고 싶은 말을 두서없이 읊다가 불안한 시선을 여전히 당신에게 고정한 채로,) ... ...지금 보는 게 정말 내 꿈에 불과한 거야?
폭스트롯:(자신을 붙잡은 당신의 손 위에 제 손 올렸다.) 왜 그런 표정이야? 역시 다시, 만나지 않는 것이 좋았어? (입 안 꾹 물었다.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 한창을 생각하던, 갈무리하던 감정들이 일어났다가... 당신의 이어지는 말들에 다시 가라앉았다. 일렁이던 눈빛도 함께 내리 누른다.)
네가 도밍게즈로 간다면 다시 지구에 멸망이 올지도 모르는데 그런 것을 알아봤니? ... 그게 진심이 아니었다면, 난 진심이 아닌 말에 상처를 받았다는 소리겠네.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 ...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소리야. 이제는 지나간 일이잖아.
아쉽게도 뺨이라도 쳐서 깨어날 수 있는 꿈은 아니야. 더해서 내가 죽은 사람이라는 것도 거짓이 아니지. 꿈이었으면 좋겠나? 한여름밤에 꾸는 눈 뜨면 사라질 환상처럼.
제이슨:... ... 내심... 네가 약속한 데에 기대서 다시 만나고 싶었어. 기뻐해주지 못하더라도... 네 마음이 바뀌어서 밉다는 말을 듣게 되더라도. 지나간 일이라고 내 잘못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잖아. (꽉 막힌 한숨을 뱉으며 떨리는 손으로 여전히 잡은 곳을 꾹 쥐었다.) 이젠 기억 나. 다 기억 난다고...
그 때 아치를 넘으면서 온전히 기억을 곱씹어 볼 틈도 없었어. 그나마 행복하라는 부탁대로 그렇게 살아보려고는 했는데... 그것도 모르겠어.
나에게 그런 말을 남겼으면 너부터 행복한 생, 오래 이어갔어야지. (고개를 떨어뜨린 채 중얼거렸다.) ... 어차피 믿지 않아. 꿈이라면 평생을 깨지 않는 꿈으로 만들고 말테고. ...이런 말 하면 네가 수긍해주지 않으려나.
폭스트롯:다, 기억이... 난다고... (말 꼬리를 늘린다.) 차라리 기억을 못 하고 있는 편이 네게는 훨씬 좋았을 것이 분명한데... ... 기억이, 널 많이 힘들게 하지는 않았니? ... 내가, 내가 널 미워할 일이 대체 뭐가 있겠어. 나는,... ...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널 미워하고 원망한 적이 없어. (쓴 미소 흐리게 퍼진다. 아닌가, 씁쓸함 보다는 안타까워함이 맞을 것이다. 어땠더라. 나는 너를 만나고 싶어했던가?)
난 끝까지 신화생물에게 심장이 꿰뚫리는 그 순간까지 행복했어. 위태로운 이들을 돌보며 온전히 널 생각하면서. 마지막으로 잠시 보러 왔을 뿐이야. 네가 소중한 이들과 기쁘고 행복하게 사랑 받으며 지내고 있는지를. ... 마지막 약속이었는데... 노력 했으면, 됐지. 탓할 생각 없어.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럼 믿지 않는 것으로 하자. 오늘 하루는 내가 나오는 꿈 꾸며 지내. 내일부터는 이런 꿈 꾸지 말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것 같네. 내가 쉬는 것도 방해하고... 면목 없다. 금방 가야겠어.
제이슨:...아니. 어차피 떠나오는 순간을 평생 잊을 수도 없었을 거고, 잊어서도 안 되었다 생각했으니까... ...네가 좋아하지 않을 대답이지만 솔직히, 많이. 많이... 힘들었어. 처음부터 기억했다면 절대 내 손으로 포기할 리 없는 걸 내던졌으니까. 네게 끝까지 상처만 안겨줬으니까...
... 그 이야긴 듣고 싶지 않아. 네가 원하는 마지막이 그것과 같은 그림이라는 걸 알지만, 이게 꿈이라면... 여전히 내가 널 찾을 방도가 어딘가에 있다고 믿어.
(입을 움직여 평소와 같은 얼굴을 가장하려 했으나, 여전히 그렇지 못한 소리였다.) 그거야말로 악담인데. 지금이 아니라면 어차피 그때의 악몽 뿐이라는 것까지 내 입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 ...가지 말고 여기 있어.
폭스트롯:그래서, 네가 걸어온 길을 후회했나? 아치를 걷지 말고 내 옆에 남아 있을걸, 같은 후회 말이야. 힘든 것은 괜찮아. 그렇지만 후회는 안될 일이야. 알지? 과거를 탓해봤자 변하는 것은 어떤 것도 없다는 것 정도는 알 테니까.
... 네가 찾는건 누구야? 타이머이며 많은 이들의 믿음과 동경을 받는 구원자 폭스트롯? 적어도 네 눈 앞에 있는 난 아니네. 난 타이머의 각인도, 능력도 없는 단순한 일반인의 몸을 가지고 있으니까. 네 기억이 돌아왔다고 해도 나는 더 이상 네가 사랑하던 예전의 유타도 아닐 뿐더러... 널, 예전의 순수함 가득한 모습으로 사랑해주는 것도 무리야. 내 사랑의 형태는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으니까.
... 놔. 오랜만에 어렵게 만나서 이런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허락된 시간 내에서 충분히 봐두는 것으로 해.
제이슨:적어도 날 미워하는 게 아니라면 잠깐은 들어줄 수 있잖아. 너도... 예상하고 온 것 아니었나? 아니면 단순히 내가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저 지나가는 연처럼 보기만 하러 온 거야? (약간의 고집처럼 중얼거리기나 하다 손을 내렸다. 매일같이 후회가 아닌 날이 없었지만 달가워하지 않을 소리 더 해서 떠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던 터라 침묵을 지켰다. 눈 앞 연인의 바람 한 개도 들어주지 못했다는 반증 밖에 더 되나.)
...네가 소중한 이유가 타이머나 구원자여서는 아니잖아. 난 그냥 폭스트롯을 찾고 있었어. ...이런 말이 네게는 염치없을 수도 있고, 끔찍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네가 여전히 유타야. 이것도 듣기 싫어?
폭스트롯:... (한창 말 없이 당신 본다. 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더니 작게 한숨 쉬었다. 복잡한 생각 정리를 하다가 곧이어 얼굴에서 손을 떼고 당신에게 뻗는다.) 정말, 단순히 얼굴이나 보러 왔을 뿐이야. ... 나한테 주어진 얼마 안되는 시간, 말 그대로 널 잠시나마 보고 싶었던 거야. ... 너한테 상처 주고 싶지도 않았고, 너에게 죄책감 더해주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어. (뻗어진 손이 당신의 뺨에 내려 앉았다. 쓸어 내리다가 엄지로 문지르다가 이어지는 것은 희미한 미소였다.)
(지금 자신의 어떤 것 하나 당신에게 좋은 것 없음을 알았다. 악령이라고 표현한 것이 딱 맞을 정도로. 그러니, 진심이 아닐지라도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 유타는 이미 거두어갔고, 다시 받을 것이라면 이곳의 폭스트롯에게 받도록 해. 그쪽이 널 온전히 사랑해줄 수 있겠지. 그쪽은 나랑 다르게 꿈이 아니잖아.
제이슨:...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뺨을 감싼 손 위로 제 것을 느리게 겹쳐 올려놓았다.) 알아. 그렇다고 네가 그걸 안타까워 할 필요도 없는 일이고. 이건... 내가 자초했으니 내가 지고 있어야 하는 게 맞는 현실이지. 그나마 네가... 날 찾아와 준 데에 감사해야겠지.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해야지. 그게 잘못을 비는 일이든, 얼굴을 마주 보게 된 일이든... 그때부터 지금까지 널 여전히 사랑한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든.
... ...그 때... 알면서, 말 안한 거야? (다소 단호하게 들리듯 떨어지는 음성에 입매가 반사적으로 굳었다. 그러나 금방 저어지는 고개.) 나에게 유타는 한 명이야. 진짜가 아닌 이상 그 쪽이 무슨 소용이겠어. 닮았을 뿐이지, 네가 아니잖아. 난 대신할 사람을 찾는 게 아니야. ...이제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폭스트롯:아직까지 날 사랑해? ... 나도 나지만, 너도 너다. ... 아직 날 사랑한다면, 네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것들이나 죄책감들 모두 밀어두고 있어. 생각하지도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 그게 널 위한 것이고 동시에 날 위한 것이기도 해. 더 이상... 죄책감 가지고 돌아보며 사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
... ... 미안하게 됐다. 일부러 말 안 했어. 네가 어떻게 나올지 대충 예상이 되니 도저히 말이 안 나오더라. ... 그래서, 지구에 있는 폭스트롯과는 어떻게 지냈어? 설마 지금 말도, 그 폭스트롯에게 했나? 그랬다면 상처 많이 받았겠는걸. (한 걸음 다가가서 조금 더 자세히 당신의 얼굴 들여다 보았다. ... 많이 상했네. 그리 중얼거리며 눈가 문지르다가,) 시간이 얼마나 지난다고 한들 영원의 맹세를 깰 생각은 없어. 형태가 달라졌을 뿐. 예전과 다른 사랑은 싫나? 참고로 말해두지만 지금의 내 사랑은 다정하지도, 달콤하지도 않아.
제이슨:노력은, 해볼게. 널 위해서라면. ...될 지는 모르겠다. 그게 한두 가지도 아니다보니. 네가 계속 옆에 있어주면 더 괜찮을 것도 같은데. (애매한 얼굴로 겹쳐 잡은 손을 살짝 쥔다.) ... 그 때의 널 생각하면 어쩔 수 없어지는 부분은... 조금 봐줘.
기억이 없었다면 그것도 그대로... 마주 보기 힘들었겠지만, 지금도 네가 예상하는 대로야. 내가 사랑한 사람이 그 폭스트롯과는 다른 사람인데, 어떻게 받아들 일 수 있었겠어. 본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마 계속 피부로도 느끼고 있겠지. 그 이상 신경 쓸 순 없어. (들여다 보는 눈을 마주 응시하다가 조금 목이 막히는 기분이 들어 눈을 꾹 감았다.) ... ...네 얼굴을 보고도 그런 말을... 얼마나 몸 던지고 다녔길래 그 모양이야. 내가 낸 상처도 상처지만...
맹세에 얽매여서든 뭐든 괜찮아. 네가 스스로 날 사랑하기로 했다면 그걸로도 좋아. 다정하지 않아도, 네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니까. 받게 해줘.
폭스트롯:하다보면 쉬이 되는 날이 올 거야. 못하겠다면 그런 척이라도 해. 언젠가는 자연스레 하고 있을 테니까. ...곁에 남고 싶어도 여러 문제가 생겨. 무엇보다... 내가 그러고 싶지 않아. 네가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라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맞으니까. 그 행복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닐 거잖아. (당신의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가 엄지로 이마 문지른다. 최고의 애정 표현임은 틀림 없었다. 씁쓸한 미소는 떠날 새 없었음은 분명하고.) ... 아예 예전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폭스트롯:잔인할 정도로 단호하네. 혹여 상처 줬다면 나중에 사과라도 해줘. 분명... 나와 같다면 널 보는 그 순간에 사랑에 빠져서 매 순간 널 보며 크게 뛰는 심장, 주체하지 못하고 있을걸. 아무리 상처를 받는다고 해도... 없애기 쉽지 않더라. (저도 눈 감아서 이마 느리게 맞댄다. ... 얼마나 이 순간을 그려왔는지 몰라. 지난 칠 년간 이렇게 온기 느낄 수 있는 순간을 그려왔는데. 죽은 뒤에서야 다시금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인가, 혹은 재앙인가. 알 길 없었다.) 널 제대로 안을 수 있게 두 팔 남아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중이라고 하면 속상해 할 건가? 어쩔 수 없었어. 몸 던지지 않고서는 내 존재가 무의미해지잖아.
... 그래... 꿈 속에서 못 할 것이 무어겠어. 원하는만큼 받아가. 대신,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그만큼 받는 것으로 하고. 빈 구멍, 다른 이들의 조각으로 잘 이어붙여 막아보라는 소리야.
제이슨:포기한다는 선택지가 여럿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되고, 그러고 싶지도 않은 행복은 따로 있어. 그걸 위해서 뛰어다녔던 거야. 어느 것에 비하든 널 보고 있는 지금에 비할까. 아직은... 네 말대로 내가 네게 남기고 온 것들이 너무 커서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 (눌리는 감촉에 감았던 눈을 도로 슬며시 떠 바라본다.) ...
사과는 분명히 하겠지만... 네 말대로 그 애가 너와 같은 성격을 공유하고 있다면 마찬가지의 반응을 하겠지. 내 감정을 말해두었는데도 사랑해 줄 다른 이 찾아가지 않는 걸 보면. (말 끝을 흐리다 그제서야 웃을 듯 말 듯한 얼굴을 한다. 눈가가 조금 부은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엉망인 꼴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 내비칠 날이 왔으니 그저 좋을 뿐이었다. 이건 허락의 의미인가, 의혹이 조금 남았는지 슬그머니 팔을 벌려 허락 없이 갈망하던 이를 끌어 안아 본다.) ...그래. 넌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처음 본 순간부터 한결같이 걱정시키던 부분이었지.
심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멍을 여러 손이 달려든다 한들 무슨 수로 막을까. ...잊었어? 내 심장의 반쪽.
폭스트롯:끝까지 포기해서는 안될 것들을 갈망하다가 너 자신을 망치게 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어. ... 알잖아. 네 자신이 원한다고 하여도 본인이 망쳐지고 난 뒤, 손에 넣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거. 그래도... 그래도 포기 안 했다는 것이, ... 고맙네. 잘 해왔고 수고 많았어. 원하는 것이 더 있나? (그리 조근조근 말 늘어둔다. 금방이라도 다시 울 것 같아서. )
나와 같으면... 이라고 해도, 이제 나는 이전과 너무나 다른 사람이라 어떤 반응을 할지 잘 모르겠는걸. 적어도 이전의 나라면 네 행복을 빌어주는 선택을 하겠지. 앓는 소리 입에 물고 보내주는 사랑이니까. 뭐, 이 일에 대해서 내가 무어라 더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인다. 아무리 또 다른 나라고 해봤자 다른 생을 살아온 남이니까. (감싸오는 온기에 몸이 경직 되었다가 어색한 듯 손이 허공을 더듬는다. ... 어떻게, 했더라... 그러니까 예전에는... 같은 필사적으로 기억 뒤지다가 그만두었다. 한 팔로 당신의 어깨를, 다른 손으로 당신의 뒷머리 눌러 안는다.) 추웠던 시간 전부 거짓말이라 느껴질 정도로 따뜻하다. (흐린 웃음소리 냈다.) ... 지금은, 영웅이나 구원자 따위 아니니까 그런 걱정은 놔도 되겠네. 몸에 남은 습관인지라 어쩔 수는 없겠다만.
... 빈 틈으로도 햇빛은 들어오길 마련이지. 공백이 생긴 것도 나쁘지는 않더라. 심장 반쪽, 돌려줄까? 응? 어떠니? (가벼운 농담이다.)
당신이 품에 끌어안은 이는 어떠한 향도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어땠더라... 예전에는 어떤 향이 났더라...
이전, 포근하게 풍겨오던 향이 떠오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제이슨:(괜히 품에 고개를 박고 침묵이나 했다. 이곳까지 오느라 포근한 향을 쓰던 곳의 흔적이 다 날아가 버리기라도 한 모양이지. 곧 약간은 불만스러운 투의 대답을 뱉었다.) ...난 빈 곳이 못 견디게 추워서 그저 싫었는데도... 돌려주긴 뭘 돌려 주려고. 내가 준 심장, 내 발로 흔적 따라갈 생각으로 준 거였는데.
폭스트롯:(당신의 목덜미에 부비적 거리고 있다가 고개 들었다.) 어쩐다. 나는 찬 기 밖에 없는 사람이라 따스함 전해주긴 힘들겠네. (당신의 뒷머리 약하게 두 번 톡톡 쳤다. 느리게 떨어지는 것은 덤.) 자, 재회의 포옹은 했으니 난 청소 할 거야. 넌 들어가서 자. 깨지 말고 푹 자.
제이슨:그런 거라면 전부터 따뜻한 인간도 아니었던 난 최악의 연인이기라도 한 건가... 잠 다 깼어. 어차피 외출 전에 조금 자고 나간 거라 괜찮아. (떨어지자 그새 어딘가 조금 허전한 기분에 당신의 얼굴만 물끄러미 본다. 보낼 생각 없이도 간만에 본 얼굴 한참 담아두고나 싶은 마음이 앞서서.)
...오랜만에 보고 갑자기 드는 생각이 청소야? (그렇게 엉망인가..? 말을 삼키곤 아직 팔을 잡고 있는 손만 꿈질댔다.)
폭스트롯:넌 충분히 따스했었어서 괜찮았지. 오히려 좋았는데. (고개 기울이고 마주 보고나 있다가 주위 다시 돌아본다.) 네 상태 가만히 보기만 해도 알아. 잠 못 잔 얼굴은 질리도록 봤으니. (정작 질리진 않았지만.) 조금 자는 것으로는 만족 못 하겠는데.
바쁘고 피곤한 사람 잡아두고 청소하라고 잔소리까지 할 수는 없는 법이지. 난 어수선한 것, 별로 안 좋아해. 그 속에서 네가 사는 거면 더더욱.
제이슨:이미 잔소리 하려고 만나준 것 아닌가... (중얼거리다가 눈 앞의 폭스트롯을 그제서야 한 번 더 찬찬히 훑었다. 떠난 뒤 모습은 조금 변했지만 분명 제가 기억하는 그는 맞는 것 같고...) 마음이 어수선한데 손길이 더 가겠어?
잠은 뭐, 이 정도면... ... (그새 네가 가 버리겠다고 할까봐 더 못 눕겠는데.)
폭스트롯: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잔소리 더 할게. 네가 그렇게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네. (픽 내뱉는 작은 숨) 마음은 정리하면 되고 저절로 사는 곳도 정리할 수 있겠지.
너도 알다시피 이 정도면 부족하니 눈이라도 붙여. 적어도 네가 잘 동안은 안 갈 테니까.
한쪽 눈은 멀어 이전의 색도, 빛도 잃었고 선명하게 보이는 긁힌 흉은 제 모습을 감출 생각을 않습니다.
도밍게즈에서는 평소에도 언제나 단정한 정복 차림이었는데
지금은 약간 달라붙는 폴라 티에 슬렉스 바지 하나.
제이슨:... (희미하게 웃음 같은 것을 내비쳤다.) 내 몸이야 굳이 더 부정하고 싶진 않은데... 사실 지금 눈 감아도 못 잘 것 같아. 잠이 오면 말하는 걸로 타협하는 건 어때. 이 집은 같이 지내던 곳하고 또 다르니까 내가 같이 하는 편이 너도 나을걸.
...전보다 시야도 좁아졌을텐데, 어디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폭스트롯:물론 잠을 못 잔 것은 예전의 나도 그랬으니 별로 할 말은 없긴 하지만 잠을 안 자면 사람은 죽어. 이렇게 해서 날 만나려고 할 줄은 몰랐는데. (블랙조크 아무렇게나 뱉으며 조금은 짜증스레 소파 쪽으로 갔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군. 그리 중얼거렸던가.)
나도 걸음마는 뗀지 오래니까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좀 안 보인다고 해서 뭐 어려울 것도 없지. 청소기 어디있어?
제이슨:...잘 아네. 그땐 왜 그렇게 무리 한 거야? 내가 하는 헛소리 때문이라면 그럴 필요 없었는데... ...다른 곳도 많이 아팠겠다. (지은 죄가 있어서인지 말을 흐리곤 다가가 거실 모퉁이를 가리켰다.) 저쪽. 청소기는 그래도 집에 오래 있을 때... 쓰긴 해.
(아까까지 누워있던 소파를 흘끔 곁눈질 했다. 뭔가 물건 둔 줄 모르고 누운 적이 있던가...)
폭스트롯:DOT에서 장교님의 자리가 비어도 문제 없도록 하려고 했어. 정확히는 그 자리, 내가 가져가려고. 그러려면 사람들 믿음도 필요하고 DOT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알아야 할 필요도 있었지. 더해서 구원자의 일도 하고 네가 안 하겠다고 한 일들도 하고. 말했으면 그때의 넌 싫어했을 거잖아. 매번 이런 일로 말다툼 했으니 너한테 계속 상처 주는 것 같아서. 그냥... 일 했어. 단지 그것 뿐이야. 아팠나? ... 모르겠네. 치료 타이머에게 계속 케어는 받았으니 무리까지는 아니었어. (청소기 이리저리 보다가 손에 들었다. 이렇게인가...)
쿠션은 어질러져 있고 덮개는 약간 구겨져 있습니다.
음… 주변에는 책들이나 종이도 너저분하게 있기도 하고…
폭스트롯은 한숨을 푹 쉬더니, 청소기까지 뽑아와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저건… 전에 한두잔 마시고 잠들었던 술병의 뚜껑… 그리고 담배갑…?
꼼꼼히 청소중인 폭스트롯이 저것을 발견하는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물건과 익숙한 뒤통수를 한번씩 번갈아보더니... 빠른 동작으로 앉아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폭스트롯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후다닥 치웁니다.
제이슨:(주머니에 담뱃갑과 뚜껑을 냅다 구겨넣는다...)
...
너 방금 뭐 했어?
(시치미)
청소기 이리 줘. 내가 하게.
폭스트롯:(눈 가늘게 뜨고 보다가 어깨나 으쓱.) ... 넌 표정만 봐서는 잘 모르겠단 말이지. ... 넌 저기 서랍장 정리 해. 네 개인 물건 함부로 만질 수 없잖아. (단칼.)
제이슨:(다행...인가? 얌전히 끄덕이고 서랍장 앞으로 터덜 걸어갔다...)
사실 그 속도 꽤나 엉망이겠지만, 그 위에 얼기설기 놓여진 것들은 더욱 엉망입니다.
당신은 서랍장 위의 어질러진 물건 속에서, 별자리와 고래가 그려진 책갈피를 발견합니다.
이건... 당신이 구해준 누군가가 선물한 것입니다.
왜인지 당신이 온전히 다른 이들과 어울려 일을 했던 것이 까마득한 옛날 같이 느껴집니다.
분명 오늘만 해도 아침부터 얼굴을 마주하고 왔었는데.
당신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구하는 사람이었죠.
당신은 폭스트롯 없이도 분명 선명하게 살아가던 때가 있었습니다.
제이슨:... (이런 걸로 환기도 잠시 뿐이었을텐데... 그래도 보면 아마 누군가는 좋아해주겠지, 하는 생각은 열 번도 더 했던 것 같고.)
(책갈피를 꺼내 올려둔 수첩 사이에 끼워두곤, 물건을 뒤적이며 정리를 마저 이어나갔다.)
청소기를 돌리다 말고 탁자에 놓인 파란 장미를 집어든 폭스트롯은 희미하게 웃습니다.
폭스트롯:그러고 보니까... 요즘은 어떤 일 해? 지구는 이제 평화로운 것 같던데... 그 속에서도 바쁘긴 하겠지만. 유명인이잖아, 타이머는.
제이슨:그냥... 자잘한 문제가 생기면 하루가 멀다하고 불러대고, 얼굴이라도 비춰서 안심 시키고... 그런 거지. 도밍게즈에서 하던 일하고 크게 다르진 않아. 처음 거기 있었을 때도 나름 평화로웠잖아.
거긴... 어떻게 되었는지 너한테 물어도 잘 모르려나.
폭스트롯:역시 바쁘네. 평화롭던 시절에 하던 일들 그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대충 이해했어. 안 그래도 오면서 네 얼굴이 걸린 광고판 보고 왔는데 여기가 지구라는 것이 확 실감 나더라. ... 내가 시간을 거슬러서 이전의 도밍게즈로 온 것이 아니라면, 같은 생각도 했고. (장미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제 귓가에 꽂아본다. 예전에는 이러고 다녔던 것 같은데... 웃음이 조금 더 밝아졌다. 사랑하던 것의 기억을 더듬으며 행복해 하는 사람의 얼굴.)
아직 괴물들이 많아. 다들 열심히 싸우고 있고. 그래도 전보다는 덜 해. (만족했어? 원하던 거잖아. 그리 말 하려는 것이 턱 밑까지 차올랐지만 곧이어 그만둔다. 싸우기 싫어.)
제이슨:... (웃는 얼굴을 보고 저도 모르게 풀어지려던 표정이 슬그머니 도로 굳는다. 금방 서랍장으로 다시 돌린 고개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그냥... 모든 게 너무 상식 밖의 일이어서, 난 여기 도착하고도 내가 처한 게 현실인지 조차 가늠이 안되더라고. 아직까지도 종종 의심하게 돼. 다른 곳에, 거기 존재하는 사람에게 상흔을 남기고 온 것부터 지구의 타이머라는 역할까지...
그건... 역시 우리가 거길 떠나왔기 때문이겠지? 내가... 너희에게 같은 걸 겪어보라고 했기 때문에?
폭스트롯:(장미나 만지작 거리다가 내려두고 소파 정돈하기 시작했다. 쿠션 들고 만지작 거리며 모양이나 다시 잡고 있다가) 애초에 평범한 이들이라면 겪을 일 없을 일이었으니까. 혼란스러운 것도 이해해. 그냥 잊어버리라고 해도 넌 그러지 않을 거잖아. 차라리 없던 일이라 생각하고 지금 네 일인 지구의 타이머에 집중 할 수 있으면 마음 편할 텐데. 그냥 좀 긴 꿈을 꾸었구나... 로 치부 해버리면 좋았을 거야.
... 애초에 도밍게즈가 지구의 이들을 끌고 온 것이 문제였으니 너희 잘못이 아니야. 네 말 때문도 아니고. 자신들이 한 일의... 그러니까... 속된 말로는 업보라고 하지? 자신의 죄를 갚아 나가는 중일 뿐이니 네가 신경을 쓸 것은 없잖아. 난 네가 거기 남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하제 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니라.
제이슨:긴 꿈이라기엔 역시, 몇 년 간 기억이 없었던 그 때가 꿈이길 바란 적은 많지. ...내 선택이 초래한 문제에 눈 돌리는 것 같아서 금방 지운 생각이지만. 내가 없어도... 전의 내가 그렇게 소중하다던 몇 사람들은 나 없이도 잘 지내고 있더라. 돌아온 뒤로 주의는 기울이고 있지만 크게 걱정은 안돼. (내려놓은 장미를 따라 집어들고 한참을 내려다 본다.) ...
...지금의 나도 그 세계가 옳은 일은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 내게서 널 뺏어갔다는 생각도 적잖이 들었지. 돌아오겠다고 한 건 나였는데도, 그 부작용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게 그렇게 원망스러웠어. ...순전히 내 잘못이지만, 널 사랑하는 그대로의 나였으면 그런 소리를 입 밖에 내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입을 잠시 다물었다가) ...그때나 지금이나 네가 다치거나 이런 모습으로 만나기를 바란 건 더 아니었어. (깜빡) ...하제는 왜?
폭스트롯:결과를 알고 한 선택은 아니니 구태여 무어라 할 생각 없어. 그 순간을 조금 더 즐기고 싶어서 했던 거잖아. 나도, 네가 원하는대로 하라고 했었고. 그러니 나도 잘못이 없진 않아. (한창의 간극. 소파에 쿠션 내려 두었다.) 네가 삶의 일부이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겠지마는... 그렇기에 네가 돌아왔을 때 멀쩡한 모습 보일 수 있어야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었잖아, 소중한 이들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걱정하고 신경 쓰고 하루에 몇 번이고 생각나고. 분명 그랬을걸. 구태여 입 밖으로 뱉지 않아도... 애정이라는 거잖아.
... ... 그래도, 네 날 것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 날 사랑하지 않았으니 내 행동의 이기적임을 한층 더 잘 알려줄 수 있었잖아. 물론 알려준다고 한들 내가 무언가 바뀔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긴 하지마는. (눈동자 도르르 굴린다.) ...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으려나... (그리 중얼거렸다. 괜히 걱정 시키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 아직까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곳에 온 것이 정말 잘한 일일까.) ... 목이 떨어져도 살아 있더라. 하반신이 사라져도, 머리가 뚫려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오던걸. 덕분에 수아는 제정신이 아니야. ... 뭐, 그곳 타이머들도 몇 명 죽었는지라 제정신인 이들이 더 드물지만 어쩌겠어. 자신들이 선택한 일인걸. 여기에... 그러니까... 카운터, 라는 이름이던가. 그 아이들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죽은 이도 없고... 잘 지내는구나, 싶어서 조금 그리워지더라.
제이슨:그 잠깐의 대가가 너무 크지... 돌려보내 지지도 않았겠지만, 차라리 알았다면 네게 증표라도 달라고 조르기라도 했을텐데. (다시 받으라는 듯 장미를 내밀었다.) 글쎄... 다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지 모르겠어. 정작 나는 저쪽에 있을 때도 괴로웠고, 여기로 돌아온 다음부터는 더한 지옥이었는데. 내가 그들을 애정하는 것하고 너를 찾게 되는 건 별개지만 생활은... 어쩔 수가 없었어. 그렇잖아. 눈 앞의 사람들보다 두고 온 사람을 더 그린다는 게.
그건... 네 말대로 네가 바꿀 만한 환경도 아니었고, 너 개인의 문제가 아님에도 그저 화풀이에 불과했다고 생각해. 도밍게즈라는 곳이 미치도록 싫은 감정이 가장 컸으니까... 너는 그곳 사람이니 지키려 함이 당연하다는 걸 알면서도. (인상을 찡그렸다.) ... ...그런 말은 하지 마. 지금이 없어도 내가 언젠가는 나아질 거란 기대도 하지 말고. 쓸데없는 가정이니까... 네 앞이니까 정신이나 바짝 차리는 거지. (자조하듯 대답하고는 입가를 움찔거렸다.) ...죽지 못하는 거야?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던가...? 그곳에 남은 부작용 같은 건가?
...잘... 지내지만, 다들 속으로는 괜찮을지 모르겠어. 카운터도, 타이머도. 어쨌든 파트너를 두고 와서 같은 얼굴을 마주 보게 되는 건 똑같았으니까. (아마 제가 그런 꼴이 되는 걸 알았어도 남았다고 했겠지만, 이젠 눈치없이 기분을 상하게 할 소릴 속으로 삼킬 정도는 되었다.)
폭스트롯:나는 널 돌려보내려고 했을 거고, 너는 가지 않으려고 했을 거고. ... 이것도 웃긴 일이야. 지금이라도 증표랄만한 것을 주고 싶어도 줄 것이 도통 없네. 반지는 도밍게즈에 있거든. 네가 줬던 팔찌는 끊어져버렸어. ... 험한 일이잖아. 차고 다니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 (장미 보고 있다가 손으로 밀어낸다. 됐어. 더 이상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아, 라며.) ... 그럼, 나랑... 같이 있던 순간도... 많이 힘들었겠다. 말 하지 그랬어. ... 네가 돌아갈 방법을 더 열심히 찾았을 텐데. (흐린 시선을 돌린다. 청소기 정리하려는 듯 몸 굽혔다. 아닌가. 말 했던가... 흐린 기억 되짚는다. 표정을 찌푸리던 당신이 생각나서 입매의 웃음이 흐려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인간은 무언가 사라지면 그제서야 빈 자리를 실감하게 되니까.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야. ... 그러니 너무 아파할 필요 없어.
알아. 어쩔 수 없었다는 것도 알고... 네가 나에게 그런 소리들 했던 심정도 이해해. 모르지 않지. 그러니 나도 네 곁을 떠나지 않았던 거잖아. (기대, 하지 마... 인가.) 있잖아, 제이슨. 무작정 네 삶을 살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도 이보다 나빠질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아.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당신을 등지고 서서 제 눈가 문지른다.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이 몸으로도 눈가가 따가울 줄은 몰랐는데...) 저주를 받는다고 했잖아. 영원히 살아가는 불멸의 저주인 것 같던데. ... 이곳에 있는 수아나 다른 애들한테 이야기 하지 마. 얼마나 싱숭생숭 하겠어. 어떻게 알았는지도 물어보면 내 이야기도 해야 하잖아. 걔들 얼굴 볼 자신 없다.
... 어쩌겠어. 괜찮지 않다고 해도 남이 표하지 않는 일에 말 올릴 수 없는 법이지. 어떻게든 타협하며 살아가는 삶이잖아. 받아들이건 아니건 간에.
도밍게즈의 기억들이 당신의 가슴께를 쿡쿡 찌르는듯한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다음은 어디를 정리할지 둘러보는 것처럼 보고 있다가 테이블 쪽으로 가는군요.
제이슨:... (들은 이야기만 곱씹다가 반사적으로 걸음을 같이 했다. 어정쩡하게 테이블을 짚고는) ...시간이 네 문제도 완벽히 해결해주진 못 했을 거 아냐. 이쪽은 너보다 한심한 인간인데 뭘 보고 장담하라는 거야. 내 미련은 전부 너야. ...네가 말한 시간까지 생각 바뀔 일도 없고, 때가 되면 너도 설득은 포기해. (아플 필요는 없다면서 건넨 기적을 거절당한 것, 전처럼 불러주지 않는 것마저 심장 내려앉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폭스트롯:해결은 시켜주지 못했지만 한 층 성장 시켜주긴 했지. 해결을 원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고민을 해볼 수 있게 해줬고... 난 마음에 드는 결과를 얻었어.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최선의 결과 말이야. ... ... 네 모든 것을 나에게 줘버리면 어떻게 하니. ... 네가 이럴 때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 좀 해볼게. (주변 둘러보고 있다가 창가를 응시하고 눈 가늘어진다.) ... 너 이리 와 봐. (제 한 손 까닥.)
제이슨:난 보고 있는 지금도, 네가 떠날 걸 염두하고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계속 이렇게 있어야 마음에 겨우 찰 것 같은데. 내 역할도 거의 끝난 지금, 우리가 처음 맹세했던 때와 다를 것도 없잖아. (그제야 조금은 느슨해지나 싶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저 제스처는...) ...왜?
폭스트롯:가더라도 저녁에 가던가 할 거야. 갑자기 증발하거나 그러지 않으니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내는건 힘들어? ... 계속, 불안하게 만드는 거 싫은데... 그리고, 지구라고 해서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잖아. 네 역할은 계속 지속될 거고. (...) 빨리 와. 싫으면 내가 갈까?
제이슨:그냥... 당연하게 떠날 거라고 말하는 게 불안해. 이렇게 있는 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게 먼저지만... 그럼... 굳이 말하지는 않을게. 자연히 일어날 일들은 다른 타이머나 카운터들이 힘을 써주겠지.
... ... (입을 마저 달싹이려다 얌전히 다가가 앞에 섰다.) 진짜 왜..? 뭐 문제라도 있어?
폭스트롯:... 난 애초에 여기 사람도 아니거니와... 죽은 사람이라고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어?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는건 정말 우연한 일이라고. (마른세수 하다가 한숨 쉬어낸다.) ... 그래서... 너는 일 맡기고 나랑 시간 보내겠다는 소리야? (미미하게 찌푸려진 미간이라 하고 있다가 당신 꾹 잡아당겨서 제 품에 넣었다.)
(힘 주어 꾹 안고 당신 목덜미에 다시금 얼굴 댄다. 부비적 거리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두어번 깊게 숨 들이쉬고) ... 너 체향 바뀐 것 같다?
(흠...) ... ... 네 집에 다른 누구 살아? (헛다리)
제이슨:그래야만 한다면 그러겠다는 거지. 양립할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우뚝 섰다가도 곧 마주 안으며 긴장을 풀기도 잠시...) ...?
그... 아닌데. 이 꼴로 누굴 집에 들인다고...? 체향이야 뭐... (대충 얼버무리며) 같이 지낼 때랑은 아무래도 옮길 사람이 없으니 달라질 수 밖에 없지 않나...
폭스트롯:(지금 내 이야기 반쯤 흘려 듣는 거지? 눈 가늘어졌지만 작게 한숨 쉬어내는 것으로 그만둔다. 당신의 생각이 아직 확고하니 여기서 더 무어라 해봤자 입만 아프지.)
그럴 수도 있지...-. 새로운 동거인이 있을 수도 있는 거고... 그럼... 저거 누구 거야? (창가 쪽에 있는 재떨이 턱짓으로 가르킨다.)
제이슨:동거인 같은 걸 들일 이유가 없잖아. 그럴 생각 없기도 했고, 굳이 누구 신경쓰게 만들고 싶지 않기도 하고.. ...글쎄...
(시선을 슬쩍 피했다.) ... ... 어디서 옆집 타고 바람에 쓸려왔나 보지. ...아님 말고.
폭스트롯:... (미묘한 표정으로 당신 보다가 느리게 떨어졌다.) 잠을 안 자니까 애가 헛소리까지 하네.
... 안을 생각 하지 마. 금지야.
왜...? (억울한 눈)
그러니까 그런 눈 하지 마.
... ...이제 안한다고 해도 싫어?
그렇게까지 자주... 하는 편도 아니었고.
폭스트롯:... (오늘 이후에는 못 보는데... 앞으로 안 한다는게 무슨 상관이지...? 같은 눈으로 보다가) 양보해서 허그는 한다 하자. 그 이상은 고민만 해볼게.
제이슨:냄새 그렇게 안 날텐데... 많이 티 나나. (심각한 얼굴로 제 소매나 킁킁거렸다 내린다...) ...이런 것 없이 그냥 지내기엔 좀 어려워서 그랬던건데.
그 이상이면... 뭘?
폭스트롯:............................ (귀 슬쩍 붉어져서 괜히 당신 지나쳐 주방으로 갔다.) ... 됐어. 아무튼 금지야.
제이슨:(힐끔 붉어진 귀 끝 응시하다가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어떻게든 넘어올 거 같은데...)
폭스트롯:(씁... 주방에 들어간지 좀 됐어서... 머리 속 정리하고 있다가 뒤 돌았다.) 너 집에서 밥 먹어? 아니면 군에서?
제이슨:집은 자러오는 곳 아닌가. (제대로 못 자긴 하지만.) 군에서 대충...
넌 식사는 제대로 하고 다니긴 했어? 헤어진 뒤에도 잠은 제대로 안 잤을 것 같은데.
폭스트롯:그런 와중에 잠도 제대로 안 잤겠지. 그럼 집은 뭣하러 있담. ... 잠깐 장 보러 나갔다가 오자. 괜찮지?
... 기억 안 나. 대충 보급품 입에 넣었던 것 같긴 한데. 아직도 멸망 진행 중인 곳에서 휴식은 사치지 않나. 지금은 아픈 곳도 없고 피곤하지도 않아.
제이슨:(그걸 못 느낀다는 점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죽음이라는 건 역시 비현실적인 소리라 자꾸만 생각밖으로 밀려나고 만다.) ...여기라고 아니었던 것도 아닌데... 같은 처지였으면서 잔소리는 너무하지 않나.
(끄덕이며) 좋지. 뭔가 만들어 보려고? 먹고 싶은 거 있어?
폭스트롯:지금도 잘 못 자는 거 알고 있거든? 적어도 난 잘 자긴 했어. (냉장고 열어보며 기함... 있는게... 없어.......)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네가 먹고 싶은 거 할 거야. 그 외 것들도 사오고. 난 필요 없어.
제이슨:(어정쩡하게 뒤에서 건너다 보곤) ...아니라고 해도 맞다고 할 기세네. 어차피 식사 같이 할 거잖아. 가서 이것저것 고르면 되지. 지금 딱히 뭘 먹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폭스트롯:어. 박박 우겨서 장 보고 온 다음에는 잘 거야. 혼자 자라고 하면 또 안 잘 거잖아? (이게 사람 사는 집인지 놀러 온 펜션인지...) 난 식사 할 생각 없다. 너만 챙기면 될 것 같아. .
그 옷 입고 나갈 거야?
제이슨:나만 먹는 건 별론데... 너 원래 이렇게 고집 부리고 그랬던가. (제 탓인 건 생각도 안 한 채 심드렁하게 대꾸...)
그냥 나가도 상관 없어. ...왜? 보기 좀 안 좋은가...? 안 어울린다던가.
폭스트롯:네 앞에서는 꽤 선선히 굴긴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이다... 고집쟁이로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데...!)
... ... 아니. 잘 어울리는데... (손 뻗어서 당신 셔츠 슬쩍 여몄다.) 거리의 수많은 이들에게 보여줄 생각인가?
제이슨:그랬던 것 같긴 하지. 지금 꿈쩍도 안하는 것도 네가 말한 변화 중 하난가 싶기도 하고... ...?
(제 가슴팍을 한번 내려다 봤다가 당신을 본다. 진심인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정도를 누가 신경쓴다고...
(설마 계속 이쪽 쳐다보고 있었던 건...가?)
폭스트롯:(자신이 신경 쓰인다는 말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입술 달싹이다가 말 없이 여며주었다.) ... ... ... ...
.................... 가자.
제이슨:(자긴 목티 입어서 보이지도 않는다 이거지... 지긋이 보다가 얌전히 끄덕이며 손이나 꾹 잡는다.)
제이슨:당연한 거 아닌가? 포옹하는 것도 된다면서.
폭스트롯:못 본 사이에 얼굴 철판이 많이 두꺼워졌네. (별 소리 안 하고 마주 잡아주었다.) 포옹은 많이 양보해서, 라는 거 잊지 말고.
마트는 당신의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거리입니다.
대중교통을 타거나 걸어가면 분명 가는 길마다 잡혀서 사람들의 추궁을 받을 겁니다.
게다가 폭스트롯은… 지구에 한 명 더 있잖아요?
제이슨:걸어가는 편이 나아? 조금 멀기는 한데.
아니면... 차를 탈래? 네가 괜찮으면 운전하고.
폭스트롯:... 지구에서 운전하는 것은 처음이라 떨리는데... (브레이크 어느 쪽일까 좀 두근거리는걸.... 도밍게즈랑 똑같나...) 길만 알려줘. 해보지, 뭐.
사람들이 알아보고 다가오는 쪽은 피하고 싶어.
제이슨:여기 있는 폭스트롯이 신경쓰여서 그래? ... 그래, 그럼. 운전하는 법은 같긴 한데 괜찮겠어...?
(내 운전으로 괜찮겠냐는 소리였는데... 둘 다 거기서 거기인가.)
폭스트롯:(네가 운전? 어림도 없지. 운전대 잡게 둘 생각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피해주는 것은, 별로라.
제이슨:조금 소란이야 있겠지만 글쎄.. 네가 그렇다면 뭐... (주머니를 뒤적여 담뱃갑이 끌려나오지 않게 차키를 끄집어 건넨다.)
다행이게도 담뱃갑은 얌전히 주머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차키를 받은 폭스트롯은 익숙하게 밖으로 나가서 차를 잠시 응시합니다.
폭스트롯:... ... 브레이크가... 오른쪽이던가... (중얼)
제이슨:...유타. 잠깐만. (어깨에 손 턱)
역시 내가 운전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키 줘.
... 아니다. 하고 싶으면 하자... (이대로 한날한시에 가는 것도 괜찮지...)
폭스트롯:... 엑셀은 왼쪽... (눈치 보기)
오른쪽?
제이슨:...잘했어, 그래... (쓰담해주고 포기한 눈으로 조수석 앞에 섰다...)
폭스트롯:(어쩐지 불안해졌지만... 뭐... 운전 한 두 번 해봤나? 기억 더듬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의 마음으로 침착하게 운전석에 탑승.)
괜찮아. 할 수 있어. 못하면 좀 아쉬운 거지. (아님)
제이슨:(얌전히 옆에 앉아 네비게이션을 켰다.) ...일이 생겨도 키를 준 내 잘못이겠지... (중얼)
폭스트롯:(들려오는 중얼거림을 애써 무시하다.)
제이슨:... ...믿겠어. (벨트 꽉 쥠...)
폭스트롯:... ... 행동과 말이 다르긴 한데... 어. 잘못되면 한날 한 시에 가는 거지. 로맨틱하네. (별 일 없이 무사히 도착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
제이슨:(뭔가 하려던 말이 바뀐 기분이긴 한데.) 좋네 그거. 바라던 대로 가보자고.
걱정과는 다르게 능숙한 모습으로 차를 몰아 도로를 달립니다.
폭스트롯은 앞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당신에게 빛을 안겨주고, 다시금 빼앗아가려는 현실이 야속한가요?
아니면 그마저도 눈 돌리고 외면하고 있던가요?
그런 당신을 바라보며 안심하라는 듯, 부드러이 웃으며 시선을 돌리는 폭스트롯의 상이 이지러집니다.
눈을 뜨면, 당신은 온전한 백색의 공간에 앉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상, 하, 좌, 우, 모든것이 백색으로 가득 차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바닥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기이한 공간입니다.
제이슨, 당신은 앞, 뒤, 오른쪽, 왼쪽. 어느쪽이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제이슨:(초보 앞에서 잠든 걸 보니 피곤하긴 했나...)
... (인상을 찡그리다 걸음을 앞으로 천천히 딛는다.)
당신의 앞에 어느 순간 하얀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백색 일색의 공간에서 이것이 테이블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그곳에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제이슨:...? (눈을 깜빡이다 테이블 위의 종이를 줍는다. 내용이 있나?)
제이슨:... ... (담담히 읽어 내려가던 글이 끝나자, 오래 걸리지 않아 도로 종이를 테이블 위에 엎어 놓는다.)
(신뢰할 수 없는 악몽이든, 실제든 방법을 알았으니 딱히 꺼릴 것은 없지. 받아들여 줄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에 기대어서라도 믿어보고 싶었다.)
제이슨:(올려놓은 종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곧 뒤돌아 테이블에서 도로 멀어졌다.)
당신이 모든 내용을 읽은 후,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넣고 나면, 백색의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낍니다.
어렴풋하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당신을 흔들어놓으며, 어느순간 수면 밖으로 끌어내어지듯 급작스럽게 정신이 듭니다.
당신의 옆에서는 폭스트롯이 걱정스럽게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제이슨:...? 아... 괜찮아. 잠깐 잠들었나... (당신과 눈을 맞췄다가, 인상을 쓰며 시끄러운 휴대폰을 내려다 보았다. 쉬라더니 누구야?)
전화기를 확인해 보면, 타이머 중 하나인 베니입니다.
제이슨:(전화기의 통화버튼을 눌러 귀에 가져다 댔다.) ...무슨 일이야?
베니: 여보세요? 야아- 잘 들어갔어? 너 매번 잠도 못 자고 고생하는 거 생각나서 안부 차 전화했어. 분명 난 말렸다-. 자는 데 깨우는 거 아니라고. 그래도 자꾸 하라잖아.
제이슨:...방금까지 충분히 잤어. (틀린 말은 아니지.) 별 게 다 고생이네. 지금은 별 일 없지?
베니: 잤다면 다행이지만. 당연히 별 일 없지! 아, 아까 전에 길 가다가 네 부모님이랑 만났어. 네 안부 물어보더라. 연락 잘 하고 지내. 가족이잖아.
제이슨:그래도 잊지 않을 만큼은 하고 살지 않나... 유난이라니까, 그거. 다들 별 일 없었으면 됐어. 전화 하라고 한 게 누군데?
베니: 타이머 애들이 싸그리 다 하라고 하던디. 그... 뭐냐... 걔 누구냐, 요기 여우는 말렸어. 피곤한 사람 괜히 신경 쓰이게 할지도 모른다고. 여기서 제일 걱정하는 사람은 자기면서 말이야. 찬성 24표 반대 4표~. 난 잘못 없다?
제이슨:... (힐끔 옆자리를 바라보고는) 그래, 잘했다. 걱정하는 건 누구랑 똑같네... 아무튼 별 일 없고 오늘은 연락 받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알아.
베니: 너 아직도... 하... 아냐. 됐어. 오늘은 푹 쉬고 내일은 괜찮아? 다같이 만나서 시간 보낼까 하는데. 오랜만의 휴일이잖아. 혼자만 있으면 우울한 생각 더 나고 그렇다? 같이 있으면 덜 외롭고 우울한 생각도 안 나고.
제이슨:내일, 도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 (말 끝 흐리며) ...사실 내가 지금 누구랑 같이 있어서. 그런 이유라면 괜찮아. 이틀 뒤엔 시간 날 것도 같은데.
베니: ... ... ... 너...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어떤 놈팽이...
전화기 뒤쪽에서 우당탕 소리가 나더니 다른 목소리들이 들려옵니다.
은수아: 이틀 뒤도 괜찮으니까 그때 보자~. 다시 연락할게! 그때까지 잘 쉬어-.
그냥 잘 쉬라는 연락... 이네.
폭스트롯:... 그래. 네 시간 뺏고 있는 나는 놈팽이가 맞긴 하지.
따지고 보면 내가 조른 건데...
폭스트롯:잘 들리던걸. 베니였나? (어깨나 으쓱) 뭐 어때. 하루 같이 있겠다고 했잖아. 네가 조르지 않았어도 같이 있었겠지. 다음에는 폭스가 아니라 놈팽이라 불러줬으면 좋겠네.
제이슨:...내가? 다른 애들이? (어느쪽이든 별론데...)
하루 뿐이면 진짜 놈팽이가 되는 거고.
그런데... 엑셀 위치도 기억 못하면서 대담하네, 너.
제이슨:(진짠가?) ... ...그때부턴 고려해 보지.
폭스트롯이 당황했는지 급히 브레이크를 밟는 탓에...
몸이 앞으로 크게 기울었지만... 주차장이었고... 사람도 없었고... 벨트도 했고...
폭스트롯:(핸들에 머리 박고 있다가 하...) ... ... ... 농담한 것으로 생각할게.
제이슨:... ... (심장 속으로 쓸어내리곤) ...왜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아닌데)
폭스트롯:프러포즈 안 했잖아. 그러니까 농담이지.
제이슨:...그래? 참고해야겠군. (곰곰...)
폭스트롯:... ... 뭘 참고하고 있는 거야...
(잘 주차해서... 냅다 후다닥... 내리기)
제이슨:(이 정도면 걱정보단 양호하네... 따라서 느릿하게 내린다.)
장 볼 거라면 이쪽이야. (마트 층을 가리켰다.)
폭스트롯:... 응... (한 손으로 마른세수하고 꾸닥.)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고르는 것이 고작인 장소.
제이슨:이런 데 온 건 얼마 만이지... (카트 하나를 끌고 와서 옆에 섰다.) 뭐 해보고 싶은 게 있어?
폭스트롯:(처음인지라 이리저리 둘러보며 호오...) ... 네가 좋아하는 거... 어느 쪽에 있을까?
제이슨:내가 좋아하는 거... (뭘 좋아하더라?)
저런... 거? (손가락으로 음료 코너를 가리킨다...)
폭스트롯:카페인이나 알콜 말고. ... 알지?
폭스트롯:... 차라리 티백을 사자. (이번에는 한 손으로 당신 손 덮어 잡고 한 손으로 카트 끌어 먼저 걸음 옮겼다.)
제이슨:아니. (잘라 말하고 딴청이나 피웠다.)
폭스트롯:(웃음 나오려는 거 꾹 눌러 내리고는 티백 모인 곳에서 눈 반짝...) ... 많네. 뭐가 좋아?
제이슨:(레몬티와 눈싸움 하다가 그 옆에 있는 홍차 티백을 하나 고른다.) ...이거면 된 거 같아. 너도 마셔보면 꽤 괜찮다고 할걸.
폭스트롯:레몬 싫어하면서. (웃긴다...) 차는 종류 안 가리고 다 좋아하니 뭐든 좋지. 장미차가 그 중 제일이긴 하지만... 오늘은 네 거 사러 온 거니까. 그럼 간식이나... (아.) 먹고 싶은 것은?
제이슨:(말을 듣고 당연하게 장미차도 하나 집어 넣으며) 전에 마시던 것 하고 비슷할진 모르겠네.
먹고 싶은 것... (고민...) 식사는 잘 생각이 안 나. 저런 건? (과자 매대로 성큼 다가가 진열된 쿠키를 가리켜 본다.)
폭스트롯:뭘 자연스럽게 넣고 있어? (당신 머리 작게 꽁. 앞으로 말 안 해야겠다. 빼낼 각 보고 있다가)
제대로 된 식사를 해야 몸을 챙... 아, 쿠키. 전에 너 잘 먹던 거 있지 않았던가...
제이슨:아. (엄살처럼 머리를 긁적이곤) ...네 말 들으니까 나도 오랜만에 마셔보고 싶고, 너도 마시고. 좋지 뭘.
전에... 이런 거? (여러 종류의 잼 쿠키가 든 상자를 들어본다.) 네가 좋아하는 거라고 나 줬었잖아. 마음에 들어서 자주 찾아 먹었지.
폭스트롯:... 고민 좀 해볼게. 덕분에 생각할 거리 더 많아지잖아. (한숨이 늘었다.)
... 거의, 10년 가깝게 되지 않았나. 그것보다는 좀 덜 됐나. 그게 좋다면 그것으로 하자. 복숭아 잼이 있으려나... (잠시 보다가 레몬필 올라간 쿠키를 본다. 당신 힐끔)
제이슨:이젠 식성이 좀 바뀌었나? 너 편식하던 기억은 나는데 커서는 덜했던 것 같기도 하고... (시선 따라 레몬쿠키를 똑같이 보고는 슬쩍 외면한다...)
복숭아, 딸기, 살구, 포도... 이런 건 보통 있으니까. (자연스레 카트에 넣는다.)
폭스트롯:(무시하네.) 예전에 가족 중 한 명이 좋아했던 거라서 문득 생각났던 거야. 정말 자연스럽다. 네가 다 먹고 포동하게 살 찌도록 해.
(진심 가득.)
제이슨:리베가 좋아하던 거지? ... 잘 지내? (흐린 눈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다 못 먹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좀 도와줘.
브로콜리라도 먹여야 되나.
폭스트롯:... 그거 대답해야 하는 거야? (눈 반쯤 내리 깔고 있다가) 전부 다 네 거야. 어림도 없어. 나중에 두고두고 먹어.
저녁에 갈 생각이었는데 장만 보고 갈게.
제이슨:...하기 싫으면 굳이 할 필요 없어. 내가 궁금해 하긴 좀 그런 주제였나.
... ... 안 살 거니까 그런 농담 안 하면 안되냐고.
폭스트롯:... 너도 아는 거 아니었어? 봤잖아, 환상. 환상이 아니라 미래라고 해야 하나. ... 그러니까 이야기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
(끄응...) 농담이 농담으로 끝나길 바라지... (카트 끌고 느리게 걸음 옮겼다.) ... 식사는 뭐가 좋으려나...
제이슨:보통 그런게 예지처럼 지나가면 실제라고 믿기는 어려우니까... 믿고 싶지 않은 것도 많고. ...그럼 안 해.
식사...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맡기는 건 좀 그런가? 가리는 건 없는데.
폭스트롯:나한테 남았던건 도밍게즈 하나 뿐이었어. 매달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던 일이었지. (당신 머리 헝클듯 쓸고는) ... 그럼 가볍게... 계란이랑 당근이랑... 아, 피망이랑... (쌀도 없나? 있는게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
제이슨:(약간 흐트러진 머리를 한번 가만히 털곤) ... ...밀가루랑 쌀은 있... 을걸? (먹어도 괜찮은가? 기억이 안난다.)
폭스트롯:거기는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와서 살아야 하는 곳을 정정을 하자.
(곳을-곳으로)
제이슨:잘만 살았는데... 있을 건 다 있었잖아. 먹을 거 빼고.
폭스트롯:사람이 살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게 뭔지 알아?
제이슨:...아직 살아있으니 합격인 거 아냐?
폭스트롯:지금까지 대체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었지? 챙겨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제이슨:어차피 거의 군에 나가 있으니까 그 쪽에서 다들 챙겨줘. ...그럼 쌀도 살까? (모른 척)
폭스트롯:거기 사람들이 챙겨줘서 다행이네... 정말로... 좀 감격스러우려고 해... 우리 애가 다 커서 독립 할 시기가 다 됐지... (훌쩍거리는 시늉이나 하다가 자연스럽게 쌀을 카트에 담았다.) 이 정도면 되려나.
제이슨:자꾸 은근슬쩍 독립 운운 하는데, 너... (옆구리를 쿡 찌른다.) ...뭘로 만들어 주려고?
폭스트롯:독립 해. 내 품에서 나가서 살아. (악.) ... 오무라이스. 처음 시도하는 거지만 간단하잖아?
제이슨:못 해. 하루만 더 늦었으면 사람 아니게 됐을 수도 있으니까 조용히 하지? (찌른 곳 찰싹 가볍게 치기)
메뉴 괜찮네. 오랜만이라고 불 내지는 말고. (농담)
폭스트롯:이게 대체 무슨 말이람. 이러다가 내가 네 인생계획까지 다 세워주고 가게 생겼어. 알아? (주절주절 허튼 소리나 하다가 아야.)
주방에 안 들어간지 7년 정도 됐나? 운전도 했는데 요리라고 못할 게 뭐야.
제이슨:인생계획 옆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세우지도 못하겠는데 어쩌지. 어차피 여태 너 보려고 세운 게 전부라고 해도 말 안듣지... (꿍얼)
... ...운전급이면 요리도 한번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폭스트롯:시작은 내가 아니었지만 끝은 나로 끝나게 생겼어, 네 인생계획. 네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 넣어. 나 말고. (널 만나고 한숨이 늘었어.....)
... ... ... ... 너가 알아서 먹도록 해. (삐짐)
제이슨:너 없으면 채워질 일 없을 텐데 왜 자꾸 가정하는 거지... 한숨 좀 그만 쉬어.
... (힐끔 보다가 찌른 옆구리가 미안해서인지 뭔지, 슬그머니 손을 도로 잡으며 달래는 투.) 농담인데. 진짜 안해주려고?
폭스트롯:덕분에 한숨이 늘었네. 고맙다. 앞으로 한숨 쉴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협조 할 생각 있어?
(한쪽 볼에 공기 넣고 있다가 가늘어진 눈으로 힐끔.) 두 번 하면 정말 안 해줄 거야.
제이슨:그건... 장담 못 하지. 네가 바라는 게 뭔지 네 입으로 말해놓고. ...나하고 같이 있는 게 네게 싫은 선택이라면 더.
정말로 이제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실력 발휘 해 봐. (볼 콕)
폭스트롯:너랑 있는 것이 싫다는 것이 아니야. 오히려 싫은 것보다 좋은 편이지. 대체 누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있는 것을 싫어해? 정확히 말해서 오늘 저녁에 떠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 뿐이야.
폭스트롯:(볼에서 바람 픽 빼고 슬쩍 기댔다. 당신 머리에 부비작) ... 잘 하면 칭찬 해주기 어때?
제이슨:(가만히 생각하는 얼굴이 되었다가) ... 다른 최선이 있다면 같이 있어줄 거야?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어떤 칭찬이 받고 싶은 건데. (부벼진 고개에 조금 웃었다가 머리 위로 입술을 꾹 눌렀다.) 이런 거면 돼?
폭스트롯:다른 최선이 뭐길래? 그 최선이라는 방법이 너와 나에게 있어서 모두의 최선이라면 생각해볼게.
음... 예를 들어서 나름 맛이 있다던... 아? (멈추어서 사고 회로가 정지 된 얼굴이나 했다.) ... ... 지금 이게 무슨 귀여... 아니 무슨 짓이지요? 내가 분명 허그 이상은 생각만 해본다고 했는데. (귀 끝 붉어져서는 괜히 당신의 한쪽 볼 약하게 꼬집었다.)
제이슨:나한테는 지금 기댈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되도록 너도 납득해줬으면 해. 나중에 말해 줄 테니까.
네가 한 거면 뭐, 못 볼 정도로 태운다거나... 그런 게 아닌 이상 맛있지 않으려나. (귀여? 꼬집힌 곳 문질이며 다소 뚱한 얼굴...) 싫었어? 싫으면 다시 안하고.
폭스트롯:어째 내가 납득 못할 것 같지만 널 위해서라도 납득 해달라는 소리로 들리는데. 이게 맞아? 열심히 설득 해보던가. 절대 안 넘어갈 거지만. (단호한 소리 했지만, 글쎄.)
어디서 나온 믿음일까, 이건. 평균은 치겠지. (뚱한 얼굴 내려다 보다가 일자눈 됐다. 잠시의 침묵이 지나고 당신의 머리에 스치듯 입술 대었다가 멀어졌다.) 됐어. 슬슬 가자.
제이슨:(혼자 죽어가는 것보다 백번 낫다는 이야길 하면 좀 굽혀주려나. 괜히 풀어진 흐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입은 다물었지만.) ...너무한 소리네, 진짜.
... 아예 놓고 있기보단 나도 옆에서 거들거고. 어떻게든 먹을만은 하겠지. (뻔히 보다 의아한 표정으로 입이 닿은 머리에 손을 올렸다.) ? ...그래...
당신의 시선에 문득 쇼핑카트 속의 내용물이 보입니다.
어느것 하나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적어도 폭스트롯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확연히 다가옵니다.
폭스트롯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 뿐입니다.
제이슨:(원하는 게 이젠 내 행복도 아니고 단순 자립인건가... 그런 거라면 좀 슬픈데. 어차피 동시에는 이뤄질 수 없다는 걸 모르는지, 아닐 거라 눈 돌리는 건지.)
...갑자기 조금 배고픈 것 같네. 얼른 가자.
어렴풋이, 오는 길에 보았던 꿈 속의 주문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폭스트롯은 알까요?
다정하게 차곡차곡 준비되어가는 이별을, 이번에는 바로 맞이할 각오가 되었나요?
상념에 빠진 당신을 폭스트롯이 툭 건드립니다.
제이슨:아. ...돌아갈 땐 내가 운전해야겠다는 생각?
폭스트롯:(입 삐죽... 그렇게 못했나...) ... ... 그러던가.
운전 잘 해?
제이슨:(삐졌나? 귀엽긴...) ...글쎄. 그래도 엑셀이랑 브레이크를 헷갈리진 않지.
폭스트롯:(한 단계 진화해서 오리 입) ... 알겠어. 빨리 가자. 피곤해서 쉬고 싶어.
제이슨:(계산도 마치고 오더니 오리입을 손바닥으로 챱 때렸다.) 그러면서 요리는 할 수 있겠어? 그냥 쉬고 있지.
폭스트롯:(흐앙! 자기 입 손으로 만지작...) 자고 일어났다가 하면 그만이니까. 눈 뜨자마자 새벽부터 움직였단 말이야. 낮잠이 필요해.
제이슨:그러고보니... 눈 떴을 때 그냥 이 주변이었던 거야? 여긴 어떻게 알고... 그걸 못 물어본 것 같은데.
폭스트롯:... 눈 뜨고 만났던 사람들이 알려줬어. 안타까운 사람들이었는데... 내가 뭐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어서... 그냥... 왔네. 따지고 보면 그 사람들 덕에 내가 네 앞에 있는 거고.
제이슨:...어쩌면 내가 하려는 것도 그 사람들하고 관련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나면 감사의 표시라도 해야겠어.
(짐이나 뒤에 던져넣고 질문 날아올세라 얼른 조수석을 열어준다.) 일단 타.
폭스트롯:너 뭐 하려고 그래? 어째 불안하네... (찜찜한 느낌 가득 안고 당신 물끄러미 본다. 한 손으로 당신 볼 두어번 쓸고는 얌전히 조수석에 올라탔다.) 이것도 불안하고 저것도 불안하고...
제이슨:(빤히 시선만 마주하다) 안 불안한 게 뭐야... 그럼 더 못 가겠네. 그럼 나야 좋지.
(운적석에 올라 당신의 안전벨트도 꼭 매준다...) ...운전을 잘한다고까진 장담 못해.
폭스트롯:... 내 목숨이 끝나는 날이 자정이 아니라 지금이 될 수도 있다는 거지?
출생 시간은 네가 정하지 못했으니... 가는 시간은 네가 정하겠다는 건가... 하.... 로맨틱하네...
제이슨:이런 소릴 하는 걸 보면 내 제안도 꽤 가능성 있지 않을까 싶다... (중얼거리며 시동을 건다...)
폭스트롯:...?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필사적으로 모른척 해야 할 것 같은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이것저것 여러가지 음식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내려두고, 폭스트롯은 냉장고를 꼼꼼이 채워넣기 시작합니다.
냉장실, 냉동실, 찬장. 폭스트롯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습니다.
허리를 편 폭스트롯은 제 목 부근의 옷자락 한번 늘리고 당신 봅니다.
폭스트롯:잠깐 잘 건데... 괜찮아? 넌 네 일 해도 되고.
제이슨:너 자는 거 보는 것도 괜찮지. 침실은 이쪽.
제이슨:내가 지금 잘 것도 아닌데... ...같이 눕는다는 선택지도 없어? 거기까지도 별로야?
폭스트롯:... (씁...) ... ... (그러면 진짜 가기 싫어질 것 같은데...) 같이 눕는다고 네가 잘 수 있어?
제이슨:그건... 누워봐야 알지 않을까. (사실 잘 생각은 없다.)
폭스트롯:(끄응...) ... 알겠어. 옆에, 누워. 그 정도는 괜찮겠지. (재울 것이다. 반드시.)
제이슨:(꾸닥... 치워놓은 침실 문을 열고 등을 느리게 떠민다. 너무 고집 피우는 것 같지만 좋으면 그만이지.)
폭스트롯:(이 옷으로 누워도 괜찮나... 같은 생각이나 했지만 침대 걸터 앉았다. 꿈질꿈질... 쏙 들어가기...) 이리 와. (자기 옆에 톡톡)
제이슨:(한결 편해진 얼굴로 냅다 옆자리로 기어들어간다. 외출하고 온 건 생각도 안 나는 듯...) 오랜만에 이러고 가까이서 보네.
오늘은 내가 자장가를 불러줘야 하는 쪽인가?
폭스트롯:(당신 가만히 보고 있다가 그대로 끌어서 제 품에 쏙 넣었다. 머리 도닥도닥.) 너 재우려고 자겠다고 한 거야. 자장가 불러줄 테니까 눈 좀 감아. 아까 전에 자는 것도 방해했잖아.
제이슨:(눈 앞의 팔을 꼭 잡은 채로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이번엔 악몽처럼 들리지 않을 게 분명하지만.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불러주다 네가 더 못 자는 건 아니고?
폭스트롯:(바람 빠지는 웃음소리 내고는 느리게 흥얼거렸다.) 네가 자면 자연스럽게 잠들어. 푹 자고 일어나서 다른 일 하자. ... 네가 불러주는 것도 듣고 싶긴 한데... 그래도, 오늘 하루는 널 위해 쓰는 날이니까. 눈 감고 좋은 생각만 해.
제이슨:...나도 널 위해 쓸 날이 남아있다면... 들을 테니까. (미약하게 긴장이 빠져 노곤한 투) ...너무 오래 자진 않을 거고...
귓가에서 익숙하고 그리운 노래자락이 들려옵니다.
You are my sunshine...
얼마나 오랜만의 제대로 된 잠인지 모르겠습니다.
들려오는 그리운 노래 소리, 도닥이는 손길, 가까이서 들려오는 익숙한 심장 박동.
피곤함이 가득하지만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이슨:(가물거리는 눈꺼풀을 들고 조용히 앞을 올려다 본다.) ...
커튼을 친 창문 너머에서는 다홍빛의 노을이 넘어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앞에는 곤히 잠에 빠져있는 폭스트롯이 있어요.
당신이 계속하여 내 옆에 있었더라면 우리는 분명 함께 눈을 감고 함께 눈을 뜰 수 있을 것이라고.
바로 지금처럼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무언가를 희생해서라도 얻고 싶은 행복이잖아요.
제이슨:(이미 지나가고 늦은 것은 너무 많지만, 현실이라면 역시 저를 빚고 제 간절함을 알아준 신의 뜻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희생해야 하는 것이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이라면 더욱 꺼릴 것도 없는 교환이다. 긴 고통보다 짧디 짧은 행복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을 조금쯤은 이해해주겠지.)
... (상대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손을 들어 뺨을 건드려본다. 아직 낯선 흉터라든가, 피곤해 보이는 눈 밑이라든가... 익숙한 이목구비같은 곳까지. 여전히 애틋한 얼굴이 전부 눈에 담겼다.)
당신의 손길에 떨리던 눈꺼풀이 열리고 폭스트롯이 깨어납니다.
폭스트롯:... 좀 잤어? (피곤한 듯 느리게 눈 끔박.)
제이슨:너무 잘 자서 탈이지. (검지로 눈가를 슬슬 쓰다듬어준다.) ...내가 깨웠어?
폭스트롯:그럼 다행이고.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손길에 흐린 웃음이나 냈다. 느리게 고개 저었고) ... 일어날 때 된 거야. ... 너 일어났을 때 깨우지...
제이슨:그냥 피곤해 보여서 더 자게 두려고 했는데... 더 누워 있을래? 식사는 내가 준비해도 되니까.
폭스트롯:잠이 안... 깨긴 한데... 누워있으면 또 잘 것 같아서 싫어. ... 같이 해. (한창 안고 있었으면서 자연스레 당신 품에 파고들었다.)
제이슨:(이런 건 예전 같네... 좀 더 바짝 끌어안고는 느리게 토닥여준다.) 피곤해서 괜히 다치거나 엎으면 어떻게 하려고. ...알았어.
(웃음 꾹) ...그런 것 치곤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폭스트롯:다쳐도 뭐... 상관 없어. (칭얼거리듯 부비적 거리고 있다가) 정신 차려 볼게... 지금 너무 몽롱하다. 이 몸, 피로에 약한 것 같아...
5분만 이러고 있자... 오랜만이잖아... 싫어?
제이슨:뭐가 상관이 없어. (뺨 주욱 잡아당기곤) 타이머랑 일반인 정도의 차이인가...? 차라리 운전이라도 처음부터 내가 할 걸.
싫을 리가. 오히려 이쪽은 더 좋지. 자고 나니까 배는 조금 덜 고픈 것 같기도 하고... (뺨을 놓곤 머리를 꾹 끌어안았다.)
폭스트롯:브에... (뺨 잡아당겨져서 죽 늘어났다. 이상한 소리나 냈다가) 아직 적응을 못한 거야. 적응할 필요는 굳이 없을 것 같긴 하지만... 타이머 몸이 좋았지. 피로도 그리 쌓이지 않고 체력도 좋았고... 기준이 너무 높은가?
그럼 계속 이러고 있게? 안되는데-. (얌전히 안겨 있으면서 눈 감았다.) ... 나 가야 하는데...
제이슨:(바보같고 귀엽다...) 이제 조금쯤은 적응해야지. 타이머 몸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그런 몸으로 피곤한 게 보일 정도로 과로를 했었다 이거지. (눈을 가늘게 뜬다.)
...그것도 전적으로 내 탓이긴 했었네. 어쨌든... 가긴 어딜 가. (안은 팔에 꽉 힘주곤 어깨에 고개 묻었다.)
폭스트롯:어차피 오늘 지나면... 형체도 안 남을 텐데... 적응 해야 하나..... (말 주욱 늘리다가 끄응.) 어쩔 수 없잖아. 일은 많고 평화로웠다고 해도 찾는 곳은 많았는걸. 목표도 이루어야 했고.
아, 아파아...-. 힘 좀 풀어. (당신 팔 툭툭 쳤다.) 머리 찌그러지겠어.
제이슨:(우뚝...) ...그러지 못하게 만들어야지. 그러니까 날 위해서라도 적응해 봐. (다소 뻔뻔하게 대꾸하고는) 네가 바라는 대로 됐다면... 뭐.
(슬금 힘을 풀고 얼굴을 들여다본다.) 타이머라 힘 조절 안 돼서 그런가보지. 주방으로 가는 거라면 보내줄게.
폭스트롯:뭐 어떻게 하게? 방법이라도 있어? 납득 될 만한 방법이면... 적응하려 노력 해볼게. (작게 하품하고 눈 뜬다. 하...) 이루었으니 그만이지.
(눌려서 빨개진 얼굴로 당신 보았다.) 연약한 일반인이라 힘조절 안 하면 두부처럼 으깨어 질 것 같아.(농담이다.) 다른 곳 가는 거면 안 보내주게?
제이슨:그건... 잠깨고 식사도 다 하고 여유가 생기면 말 해줄게. 계속 신경쓰게 하긴 또 싫어. (얼굴 조물...) 유리처럼 다뤄야 겠네. 다른 곳이면 당연히 안 되지. 뒤도 안 돌아보고 갈 줄 누가 알아.
폭스트롯:그때면 가야 할 시간 다 됐겠는데. 얼마 안 남았어. 한... 두 시간 남았나... 못 볼 꼴 보이기 전에는 갈 거야. 그 전에는 말 해줘. (얌전히 쪼물 당하기) 껌딱지도 아니고. 구질구질하게 잡는 사람은 매력 없대. (물론 아니지만.)
제이슨:매력도 없고 애정도 안 느껴질 정도면 좀 많이 슬프겠지만... 이젠 아예 못 보는 것보다야.
(가만히 보다가) ...내 삶을 너에게 나눠줄 수 있다고 하면?
폭스트롯:그럼 슬퍼할 일은 없겠네. 말했잖아. 사랑한다고. (끔박.) .... 무슨 말을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자세히 말 해봐.
제이슨:사랑한다면 역시 내 행복도 여전히 빌어준다는 의미? 그냥 말 그대로야. 혼자 남아선 쓸데도 없는 생명 깎아서 같이 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어떤 의식 같은 걸 알게 됐어. 그게 통할 지 어떨 지는 모르지만, 난 시도라도 해보고 싶어. ...해야겠어.
폭스트롯:여전히 그러하지. 나는 네가 여전히 소중한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 받으며 기쁘고 행복한 일생을 보내길 바라. (한창 입 꾹 다물고 고개 내렸다. 조금 더 파고들었나. 아무 말 없이 그저 조용히 침묵을 유지한다.)
정말 그 것이 진짜고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언가를 포기하면서까지 얻어야 하는 것은 정말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 끝이 있기 때문에 함께 있던 순간들을 있는 힘껏 소중하게 여길 수 있던 거야. 정말 너의 생을 깎아서 나를 위한다 한들... 너와 함께 있는 나 또한 행복할 수 있을까?
제이슨:(입을 꾹 다물고는 반쯤 일그러진 얼굴을 했다.) 그 소중한 사람에 널 포함하지 않은 건... 역시 내가 한 번 포기한 적이 있기 때문인거야?
난 길고 더딘 불행보다 찰나여도 행복이고 싶어. 네가 내게 바라온 것처럼. 새로운 끝을 바라보고 다시 소중히 여겨줄 수는 없을까. 어차피 네가 보내주지 않았으면 기억나지도, 오래가지도 못했을 정신인데... ...내 심장을 줄 수 있게 해줘.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게 기회를 주면 되잖아.
폭스트롯:그야 나는, 더 이상 없는 존재가 맞고... 너와 나 모두 서로를 떠나 보냈었잖아. 네가 날 포기했었기 때문이 아니야. 서로가 서로를 놓았었기 때문이지. ... 서로가 서로를 불편하게 생각하던, 생각했던 이들이 어떻게 다시 상대를 잡을 수 있겠어? 그것이야말로 떨쳐내야 할 미련이라고 봐.
길고 더딘 불행보다 찰나의 행복을 찾는 것이 인간이며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답일 거야. 있잖아...-. 있잖아? 나는 아직도 널 아리라고 부르는 것이 무서워. 네게 입 맞추는 것도, 품에 안는 것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한 순간에 사라질 신기루일 까 싶어서, 그동안 너무 원해와서 신이 장난질을 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숨 쉬는 순간순간이 무섭다. 이런 내가 너의 뛰는 심장을 받아 살아가며 두려움 잊고 온전히 웃는 날이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너를 보고 두려움이나 아픔이 섞이지 않은 애착이나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제이슨:놓아줄 수 밖에 없게 만든 원인이 나한테 없지 않은데, 어쩐지 그 말이 더 힘들게 들린다. 나한텐 이제 불편함 따윈 남지도 않았고 버텨 온 시간은 죄다 후회뿐이야. ...그럼 물을게. 넌 여전히 내 존재가 불편해?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게? 그저 살아있는 꼴 보고 돌아가면 일말의 거북함만을 남기고 아무 미련이 없을 정도로?
네가 말한 최선의 답이 이거야. 내가 짧은 시간이나마 오늘같이 숨을 쉬고 살아가길 바란다면 제발 외면하지 마. ...유타. 지금이 그저 신기루에 불과하더라도 네가 손을 놓고 절벽이 무너지길 기다리는 것과 오르다 무너질 확률에 기대는 것은 달라. 난 도밍게즈에 있던 순간을 떠올리면 신의 장난 중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내게 선택할 기회마저 뺏어갔던 그 때가 유일했어. 내 존재가치의 의미를 잃었을 때도 네가 있어서 손을 잡고 시계 바늘을 돌릴 수 있었고, 기억 한 채 내가 이곳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네게 의지해 그곳에서 어떻게든 몇 년을 불행하지는 않았겠지. 이대로 네가 가버리면... ....적어도 아픔은 느끼지 않게 할게. 못하겠다면, 적어도 웃는 나를 보고 안도해주었으면 좋겠어. 온전한 애착이 아니어도 괜찮아...
어떤 말을 전해도 네게 이기적인 요구가 될 거란 걸 알아. (숨이 답답하게 한차례 막힌 듯 약하게 뱉어졌다. 다시금 끌어안는 손이 떨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난 포기하기 싫어... 내 옆에서, 다시 널 위해서 살아줘.
폭스트롯:단순히 네가 나를 잊고, 혹은 나를 기억하며 너를 위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너는 다정하고 정 많은 사람이라 분명 도밍게즈의 기억을 가지고 한창 힘들어 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응, 이거 봐. 자신을 위해 지내도 모자랄 시간에 곱씹으며 후회하고 있잖아. 너는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좋아하는 것들도 있고, 너를 사랑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러니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네가 불편하느냐 묻는다면 그 또한, 난 모르겠다. 아주 조금이라도 네가 홀로 서서 주변의 행복을 느꼈더라면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어떤 행복도 느끼지 못하고 후회만 반복하는 네 모습이 불편해. 눈에 자꾸 밟혀.
... 네 생각이 그러하다면 나는 더 이상 말릴 수 없어. 내가 이대로 떠나간다면... 내가 아는 너는 분명 더욱 후회하고 무너지며 지금보다 더 엉망인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니까. 웃는 너를 보며 희미한 안도하는 삶을 연명한다는 것은 내게 힘들지도 몰라.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을 위해 살아왔고 끝내 목숨 끊어지는 순간에도 나의 존재 가치와 의의는 이들을 위한 무너지는 벽이 되는 것이라 곱씹었으니까. 한순간에 달라지지 못할 거야. ... 오로지 너만을 위해서 살겠다고 다짐을 한다 하여도 나라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하나만을 위해지 못해. 너도 나도 다른 방향으로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이라... 어쩔 수 없나 봐. 분명 또 다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날이 오겠지. 지금의 나는 이전에 네가 사랑하던 이의 다정함을 잃은지 오래라 네가 원하는 사랑은 주지 못해. ... 내 사랑은, 놓아주는 사랑이고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한 사랑이 되었으니까. ... 널 사랑해서 그랬어. 널 사랑해서 변할 수밖에 없었는데... (눈가가 뜨겁다. 한창 비벼 까진 눈가가 따가워지는 것을 보아 스며드는 모양이지. 겨우 숨 고른다. )
다시 죽고 싶지 않아. ... 널 다시 떠나고 싶지 않아. ... 그렇지만... 내가, 네 목숨을 받아서 연명하게 된다면 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을 살아가게 될 텐데.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거야?
제이슨:서로 맹세를 나눴던 순간부터 나만을 위해 지내는 건 불가능했어. 같은 이유는 아니겠지만... 네가 그쪽의 사람들을 포기할 수 없었듯이. 아니, 어쩌면 그마저도 철저하게 날 위해서라고 생각해서 너에게 생떼를 부리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고. 네가 장담 못하는 행복을 오직 날 위해서 머물러달라니, 역시 뻔뻔한 이야기지만... ...네가 자꾸만 사라져버릴 사람처럼 아른거리니 나도 온전히 지금의 행복을 다 누릴 수가 없어. 나는 너처럼 수많은 이들이 아닌 고작 몇의 사람을 바라보고 서있는 사람이니까. 제일 큰 물레가 빠지면 그걸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조차 어디에도 없게 되지 않겠어.
(어떻게든 입 끝을 움직여 웃어 보였지만 어쩐지 서글픈 얼굴이 될 따름이었다. 널 흔들고 있는 것이 옳다고 여겨서가 아닌, 해야만 하는 제 발악같은 것임을 안 까닭에.) 네가 바라는 모습대로 고쳐보면 네가 안도하지 않을까. 너에게 다정함을 바라는 것도, 어떤 것도 아니야. 오히려 네가 나에게 사랑이라는 것을 꺼내보일 일말의 가능성이 남았음에 감사해. 그 마음을 돌리는 것도, 어쩌면 실망시키는 것도 내가 하기 나름일테니... 이번에는 내가... ...네가 더 이상 가지지 못하는 형태의 사랑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널 다시 상처 입히는 날이 오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그걸 보여주고 싶어. 지금 하는 이야기들도 어쩌면 이미 네게 상처가 되었으려나. ... 나는 네 삶의 방식을 존중해. 내가 준 숨이라 한들 어떻게 쓸 지는 역시 네 몫이야. 그저... 다시 내 옆에서 웃고 숨쉬는 모습을 더 보고 싶어.
... ...그건 당연한 거야. 시전자의 각오, 따위의 말이 적혀있었지만. 애초에 각오가 필요한 일도 아니지. 그저 내 생을 힘껏 살아가려 나누어 놓은 것 뿐인데. (드디어 바라던 답의 끄트머리를 얻어서인지, 그제야 눈 밑이 붉어진 채 시선을 바르게 마주했다.)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것을 왜 마다하겠어. 네 옆에서 함께 눈 감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런 것까지 알 수 없는 점은 아쉬운가.
폭스트롯:장담할 수 없는 미래를 함께 하겠다고 맹세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어. 사랑이라는 것은 알면서도 함께 손 잡고 기껍게 어리석어질 수 있는 것이겠지. ... 괜찮아. 네가 어떤 생떼를 부리던 그마저도 난 받아들일게. 알지 못하는 미래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함께 나아가보자. 분명 잘할 수 있을 거야.
나에게 맞추지 않아도 돼. 내가 사랑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너이기에 어떤 모습이든 너이기만 하다면, 사랑할 수 있어.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고치려는 너는... 사랑스럽겠지만 네 본질마저 포기할 것 같아서 싫다. ...무섭지 않고, 불편하지 않은 티끌 하나 없는 애정 담긴 마음으로 널 볼 수 있기를 바라. 그러니 기대할게. 네가 어떻게 내 마음 돌려낼지 말이야. 나 또한 너의 삶의 방식을 존중한다.
이번에야말로 네가 소중한 이들의 곁에서 사랑을 가득 받고 행복하게 웃으며 기뻐할 수 있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 모두 다 네가 너답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위한 값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모든 시간, 모든 순간,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순간순간을 네가 행복해지는 길을 위해 사용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라. (흐리게 웃는다. 붉은 눈가에 가벼운 입맞춤을. 그대, 울지 말기를. 우는 일은 기쁨 넘쳐 흐를 때 뿐이기를.) 온 마음 다해서 사랑해. 눈 감는 그 순간 이후까지도 말이야. (입술에 입 맞춘다. 그대, 영원히 행복하기를. 그 속에 나 또한 함께하기를.)
폭스트롯은 당신에게 순순히 팔을 걷어 내밉니다.
함께함을 허락 받았으니 이제는 당신의 생을 나눌 차례입니다.
제이슨:(나는 네 행복을 바라면서도 내 것을 빌미로 내놓았는데, 너는 끝까지 내 웃음을 위하는구나. 그래서 일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마음 온전히 다 내주고 일생을 벗어나지 못해 이 꿈을 현실에 붙잡아 두게 된 것은. 입술이 닿자 오래되어 낯설고도 익숙한 온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아직은 그럴 수 없는 찬 몸이라는 걸 아는데도, 네 몸짓이나 뱉어지는 숨에서 느껴지는 애정과 따뜻함이 그것이겠지.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이 제게 과했는지, 그 말이 또한 아프기도 해서인지, 맞붙은 피부가 떨어졌을 때는 처음으로 조금 물기가 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오히려 네게 받아온 남은 생은 널 사랑하는데 전부 쓸게. 네가 불편도 불안도 느끼지 않으며 온전히 나를 봐줄 때까지. 네게서 다시 '아리' 가 될 수 있을 때까지.
(당신을 붙잡지 않은 손을 들어 작고 예리한 얼음날을 만들어 내곤, 빠르게 제 손가락을 비비듯 그었다. 곧 실같은 상처 사이가 벌어져 흐르는 피로 내밀어진 팔 안쪽을 따라 긋고, 남은 손으로 잠시 어루만지던 손바닥 위에 느리게, 그러나 단정한 글씨로 제 이름자를 빠짐없이 적어넣었다.)
그 손바닥에 한 획씩 당신의 이름이 그어내려집니다.
모든 문자가 새겨지면, 그것은 마치 영혼에 새겨진 각인처럼 피부 속으로 스며듭니다.
이제는 오롯이 당신의 것 만이 아니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