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할 시간도 없어 먹은 음식이라고는 초코바 몇 개와 뒤집어쓴 크리쳐의 체액 뿐입니다.
노동법이 뭔가요?
아무래도 크리쳐 군인의 권리는 보호 받기 힘든 편이죠.
리엘:(인권없어?)
(아.)
아무래도.
이러한 피로와 총의 상태, 그리고 상처를 보니 아무래도 불침번을 서는 도중 잠든 모양입니다.
그것도 안전 장치가 해제된 총에 몸을 기댄 채로.
리엘:어떤 빌어먹을 상부 녀석이 저딴 머저리를 불침번으로 고른건지... (중얼)
(상처는 알아서 회복할테니 냅두고 불침번서는 사람에게 터벅터벅 걸어간다.) 저기요.
그 머저리 너야 귀염둥이야...
리엘:(아?)
(머리를 탁탁 치며) ... ... ... 슬슬 잘 때도 됐죠. (총 고쳐잡기)
정말웃긴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기대고 앉은 텐트가 몇 번 꾸물거리더니 지퍼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낯익은 머리가 튀어나옵니다.
잠이 덜 깨서 눈을 거의 감고 있는 아벨이 목만 쑥 내놓고 이쪽을 봅니다.
머쓱한 상황에 눈과 눈이 마주친 채 잠깐의 정적.
부스스한 머리 아래 덮인 자다 깬 얼굴은 어디 설명해봐라… 라는 듯한 표정입니다.
이러는 동안에도 하얀 눈밭 위로 붉은 웅덩이가 지고 있습니다.
아벨은 텐트의 지퍼를 마저 열고 공간을 낸 후 리엘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합니다.
약간 한심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되는 건 기분 탓일까요.
리엘:... 잠이나 자시죠.
아벨:... 빨리 오기나 하시지?
리엘:(불퉁한 표정.) 불침번 서라면서요? (총에 안전장치 걸고.)
아벨:치료를 해주겠다고 해도 왜 싫어하는질 모르겠네... 싫으면 그냥 그러고 있으세요. (이런 소리나 했다.)
리엘:그 눈부터 고치고나 그 소리 하시죠... (한숨 푹쉬고 텐트로 걸어간다. 걸어가는 길에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아벨:내 눈은 멀쩡하거든? (그리 투덜거리고 한숨 푹 쉬어냈다.)
응급 치료 상자를 열어 붕대와 소독약을 찾아낸 아벨은 침낭에서 꾸물꾸물 벗어나 리엘의 상처를 지혈해줍니다.
아벨:많이 피곤한 것 같기도 하고... 슬슬 본부로 돌아갈까?
피로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 번 돌아갈 생각이긴 했어. 위에서 소집이랑 공문 내려와서.
리엘:(가만히 치료되는 걸 보면서 총기를 점검하고 있다.) 크리처도 참 불편하네요. 저쪽 크리처들은 지침이라는 걸 모르는 거 같던데. 연구원들 실력 부족이에요. ... 무슨 공문이요?
아벨:저들한테 지침이 있었으면 멍청하게 조금씩 오지 않고 한번에 몰려들지 않았을까? (낄낄...)
아벨은 들고 다니는 작은 노트북을 꺼내 열곤 그대로 돌려 리엘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의아한 기분으로 화면을 보면 ‘승급전'이라는 세 글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리엘 역시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게, 승급전은 아벨이 입사 직후,
일반 대원에서 단박에 최강의 인류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얻고 이 구역의 대표로 임명된 계기니까요.
이렇듯 말단조차 이 모의 전투에서 능력을 증명하면 크게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권위 있는 시험입니다.
리엘:그렇게 몰려왔다가 시간 좀 지나면 알아서들 돌아가던지, 아니면 움직임이 굼떠져서 죽이기 편하던지는 되겠죠. (노트북의 내용을 속독으로 읽고 네게로 고갤 돌린다.) 같이할 사람이나 있어요? (당신이? 그런 무례한 표정이다.)
아벨:난 간간히 오는 게 좋아-. 이렇게 과로하는 것도 개같지만 빌어처먹을 것들 많이 보면 내 미관에 해로워. (흥. 새침하게 고개나 돌렸다가 눈썹 꿈틀...) ... ... 내 성격에 불만 있나보다, 리엘...? 그래~ 나 같은 사람이랑 파트너 할 사람이 이 세상에 대체 어디 있겠냐. (입술 삐죽이기나 한다.) ... ... 그럼 내 파트너 너 외에 지금 누가 있어? 다른 놈이랑 파트너 해서 싸울까? 엉?
리엘:용케 AOC에 들어올 생각을 했네요. 눈 뵈렸다 생각하면 거울이라도 꺼내보시던가요. (누가봐도 미인이긴하니. 삐죽이는 입술 보고 피식 웃으며) 뭘 또 불만까지야. 저야 성격은 둘째치고 당신의 능력이 좋은 거라서요. (살아남기에 성격같은 건 뭐가 중요하겠나. 크리처나 잘 잡으면 됐다.) 거기서 낮은 성적을 내면 당신은 퇴출되고... 그럼 나도 폐기되나요?
아벨:무슨 당연한 말을 새삼스럽게 하고 있담. 얼굴에 상처 나는 순간 다 쓸어버리고 나도 죽을 거야. (제 열굴을 양 손으로 감싸고 투걸거리다가) 뭐야? 그럼 나보다 능력 좋은 사람 있으면 갈아타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눈 가늘게 뜨고 있다가) 너도 승급전 허가는 떨어졌으니 가야지. 내 이전 파트너가 일반 대원으로 밀려났으니... 나도 일반 대원이 될 거고... 너는... (흠...) 나로서는 모르겠다만, 최악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까? 솔직히 나는 순위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적 나쁘면 좌천될 수도 있으니 그건 싫네.
리엘:연고같은 약은 뭣하러 들고 다니시는지. 크리처한테 써줄 거 있고, 당신 쓸 거 없다고 하면 치료해준 거 전부 다 뜯어버리는 수 있어요. (한쪽 눈썹을 꿈틀이며 말하다 피식.) 눈치도 좋으시지. 알면 잘하시죠. 내 목숨말고 아까운게 없는 사람인지라. 뭐, 반대로 말하면 당신이 계속 능력이 좋다면 제가 당신을 붙잡고 있겠죠. (...) ... 손해보고 사는 건 성미에 안 맞는데 말이죠. 여기나 거기나 나는 언제나 목숨걸고 싸워야 하네요. (애초에 크리처와 싸운다는 점에서 비슷하겠지만. 본부에서도 푹 쉬진 못하겠거니 어림짐작하고 한숨을 쉰다.) 언제 출발하려고요?
아벨:뭔 소리야? 나도 쓸 거는 있어야지. 얼굴 다치면, 이라고 했잖아. 지금 내가 해준 응급처치를 뜯어버리겠다고... (하... 마른세수나 대충 했다.) 누구는... 인정 받으려 열심히 하는데... (계속 능력이 좋아야 해? 언제까지? 그래. 여기 있을 때에는 계속 좋아야지. 희미하게 중얼거림을 이어가더니 자리에서 느리게 일어났다.) ... 언제 온 공문이람...
라는 말과 함께 그가 노트북을 조작해 페이지의 맨 아래까지 내리면,
리엘은 소집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소집은 오늘 오전 7시까지입니다.
그리고 현재 시각은 오전 5시 55분입니다.
잠시간의 적막이 흐릅니다.
텐트와 짐을 아무리 빨리 정리해도 5분,
여기서부터 숙소까지 전속력으로 뛰어가야 시간 내로 도착할까 말까,
심지어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탈영으로 간주해 무거운 처벌이 내려옵니다.
멍하니 화면을 보고 있으면, 어깨에 손이 올라옵니다.
아벨:그렇게 됐으니 1시간 내로 달리면서 회복해. 할 수 있지? 못 하면 최강 크리처 이름 떼라.
의자가 넉넉하게 비어있어, 적당한 자리에 앉아 목이라도 축이며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판기에는 온갖 종류의 음료수가 있는데, 옆에 붙은 판넬을 보니 요즘 사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건 팥사과사이다라고 하네요.
리엘:... (뭔 저런 음료가 다 있지? 하는 표정으로 그냥 물 뽑습니다.)
물을 마시고 있자면... 복도 너머에서 한 무리의 대원들이 걸어옵니다.
절도 있는 발걸음 소리는 익숙하지만, 전혀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애초에 크리쳐 출신에 정식 입사 시험을 거치지 않아서 동기가 없는 리엘은 아는 대원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요.
가장 키가 큰 대원 하나가 이쪽을 보더니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콘라드:반갑습니다. 실물로 뵙는 건 처음이네요, 리엘 씨. 우리 구역을 대표하는 대원이라 그런가, 정말 얼굴 한 번 보기 힘드네요.
낯선 얼굴의 대원은 싹싹하게 웃으면서 말을 걸어옵니다.
리엘:(가만히 얼굴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처음보는 얼굴이네요. 아무렴 말대로 늘 구역 최전방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으니 말이죠. (눈웃음 지으며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성함이?
콘라드:(당신의 손 꾸욱 잡아서 흔들었다.) 제 이름은 콘라드 입니다. 일을 워낙 잘 해주셔서 최전방까지 나갈 일은 별로 없지만, 크리쳐 몇 체 정도는 잡아본 적 있어요. 그러고 보니... 파트너랑 합을 맞추기 힘들지 않나요? 아벨하고는 입사 동기라서 잘 알거든요.
리엘:(가늠하는 듯이 위아래로 재빠르게 훑어보곤 다시 눈 웃음.) 아무래도 오지 않으시는게 좋죠. 지원이 올 정도면 최전방은 뚫렸다는 뜻 아니겠나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최전방까지 오실 일은 없을 거에요. (안 그래도 피곤한데 신경쓸 건 적을 수록 좋다.) 썩 평판이 좋진 않은가보죠?
콘라드:그건 다행이네요. 보통 구역 대표라고 하면 대대적으로 실력을 인정 받은 사람이 차지하는데... 처음 보는 대원이 갑자기 임명되어서 다들 수군수군 했거든요. 물론 당신의 실력이 의심된다는 것은 아니고요. 실력이 애매했으면 아벨이 얌전히 있지 않았을 거니까. (하하! 웃음소리 내며 손 거둔다.) 걔 성격 아시잖아요-.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 같다느니 인간 취급 안 한다느니... 여러 말 많거든요. 그래도 전 나름 친했긴 하지만. 지금 파트너랑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리엘:어쩌겠나요. 상부의 지시는 따르는 것이 밑 사람의 미덕이죠. 의심하지 않으셔서 다행이네요. 최전방은 역시 실력 우선 아니겠나요. 여지껏 문제도 없었고, 저도 지금껏 잘만 살아있고. 믿음에 잘 보답해드리고 있는 거 같아 다행이죠. 저도, 제 파트너도.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말하다 가볍게 고갤 기울인다. 곧 나른하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냥 당신을 바라보고) 이런 식. 으로요? (하하.) 성격이 무슨 문제겠나요. 능력이 좋다면 사소한 것 하나 둘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죠. 그렇죠? (싱긋 웃으며 고갤 바로한다.) 전 파트너, 라. 일반 대원으로 밀려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었죠.
콘라드:실력이면 따로 할 말이 없는 거죠. 솔직히... 낙하산? 이라고 하나... 그런 소문이 돌길래 혹시나 싶었어요. 아시겠지만... 저희 소장님이 워낙 여기저기 정치계 쪽에 입김이 세다 보니, 아하하. 화내지는 말아요! 그냥 웃자고 하는 이야기니까. 당신의 진짜 능력을 모르는 것도 사실이고. (음~) 그래도 파트너는 성격 합이 잘 맞아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아닌가요? 걔가 그은 선 이상으로 들어가려 하는 순간 손찌검 날아오는 일상을 다들 보냈거든요. ... 솔직히 혼자 있는게 좀 안쓰럽기도 했어서. (잠시의 간극이다.) 네. 아벨한테 밀려서요. 당신도 버려지는 장기말 안 되게 조심하라는 소리예요.
그가 말하는 내용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리엘이 크리쳐 군인이라는 사실은 AOC내에서도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군사기밀이므로….
하지만, 듣다보면 슬금슬금 속에서 짜증이 밀려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놈이 뭐라는 거냐… 이 몸은 크리쳐라고…
까진 아니더라도, 새벽까지 크리쳐를 잡고 왔는데 이런 소리를 듣고 싶진 않을 테니까요.
콘라드:그런데 그 초커는 뭐예요?
콘라드는 리엘의 목걸이형 폭탄을 보며 관심을 표합니다.
알아서 뭐할건데, 이게 리모콘으로 폭파시킬 수 있는 단두대라는 사실을…….
리엘:낙하산이었다면 진즉 크리처에게 갈기갈기 찢어져 눈밭에나 구르고 있었겠죠. 뭐, 그렇게 말하는 본인들도 같은 생각일테죠. 최전방에서 나라를. 도시를. 사람을. 친구를. 가족을. (권태로운 눈빛이 나른하게 당신을 본다.) 지킨다는 명예는 참으로 손에 넣고 싶은 법 아니겠나요. 실질적 지위는 내려두고 단지 그 명예만으로 영웅이 된 기분일테니까. (싱긋.) 화낼 일이 있나요. 인간으로써 당연한 욕망 아니겠어요? 오히려 써먹을 수 있는 수단으로는 최고의 욕망이죠. 나쁘지 않네요. (눈 끔뻑.) 애초에 그은 선 이상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나 이해가 안가는 편이라서요. 그런 의미로는 편하죠. 서로 살기 위해 등 맞대는 전우로써는 사사로운 것에 신경쓰지 않아도 될테니까. 아마, 저 같은 성향일 수록 아벨에게도 나을 거에요. (터져 죽든, 찢어져 죽든. 몇 번이고 되살아나는 인간도 아닌 것에게 동정을 가져봐야 방해다. 그러다 효율적인 행동에 반대하면 귀찮기만 하고. 실제로 지금도... 충분히 귀찮다.) 제가 쓰다 버릴거란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보셨는지. (툭. 튀어나온 말. 그냥 의미심장하게 미소짓고 말았다. 저 놈 머리가 터지든 말든 내 알빠인가.) 상부에서 준 선물이랍니다. 갖고 싶으신가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코너에서 아벨이 한 걸음 걸어 나옵니다.
아벨:얼씨구. 싸우지 말랬더니 기 싸움을 하네...
콘라드:아벨. 왔구나? 넌 매번 발소리가 없으니까 왔는지 안 왔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재미있는 소리 해주어서 고마워요, 리엘 씨. 아벨도 왔으니 슬슬 헤어져야겠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나중에 봐요!
아벨:뭐 어때. 어차피 죽일 시간이었고 하나같이 고까운 이들 시선에서 보면 맞는 말이잖아. 그런 거 신경 쓸 타입이었나, 너? (손목 만지작 거렸다.) 아, 승급전 좌표 왔네. 가자.
그 말을 들은 리엘 역시 손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니터가 반짝이며 몇 가지 텍스트를 흘려 보내고 있습니다.
텍스트는 타야 하는 헬기와 도착 장소로, 리엘 역시 아는 곳입니다.
리엘:멀쩡한 상태도 아니고, 잠깐 눈 붙이려던 중이어서요. 상대도 썩 긁히는 거 같지도 않고. (성격 나쁘다. 뽑았던 물을 마시고는 버리려다 당신을 본다.) 필요하신지?
아벨:다 나은 거 아니었어? 네가 무슨 싸움꾼이냐.(맞긴 한데.) 저 자식들 질 별로 안 좋아-. 그냥 무시하고 상대를 하지 마라. (손 휘적거렸다.) 됐네요-. 쓰다 버릴 패한테 뭐 이리 잘 해주려고? 응? (툭 뱉고는 입술 대빨 내밀었다. ... 짜증나게...)
아벨은 먼저 소리 없이 집합 장소로 걸어갑니다.
하여간 성격하고는...!
리엘:... (역시 들었네. 남 머리 터지라고 하는 짓에 왜 딴 사람이 걸려들고 있는지... 이유모를 곤란함에 뒷머리를 짧게 털고는 물통을 버리고 뒤쫓는다.) 나은 것과 정신적 피로는 별개 아니겠나요. 질 나쁜 사람 머리 터지라 하는 것에 신경쓰지나 마시죠. 말했잖아요. 당신이 없으면 곤란하거든요.
아벨:정신적 피로 안고 승급전 할 거야? 가면서 좀 자던가 좋아하는 거 생각이나 해. (톡 쏘아 붙이고는 미간 찡그린다.) 순순히 이용 당해주는 파트너가 없어서 곤란하시겠지! 누가 신경이나 쓴대? 능력 좋은 사람이니 난 알아서 좋은 성적 낼 거고 너한테 이득만 주면 되는 거잖아.
리엘:... 좋아하는게 있어보여요? (태어나길 실험실에서 태어나 본 것도 시끄러운 기계더미에 차갑기만한 눈더미 밖에 없거늘.) 그 말하는 거부터가 이미 신경 쓴다는 투잖아요. (삐뚜름한 표정. 한숨.) 이리 와보시죠. (손 휘적휘적.)
아벨:... ... (그렇네. 그러고 보니까 어딜 데려가질 못했군. 입이나 꾹 다물었다.) ... ... 하나도 신경 안 쓴다고. 패배자 말 따위 누가... (얌전히 쪼르르 가서 내려다 보았다.) 왜?
아벨:곰팡이? 최악이다. 감염되어서 진짜 죽을지도 몰라... (윽...) ... 춥진 않네. 불은 어떻게 피웠어?
리엘:당신 라이터 좀 빌렸어요. 꽤 소중한 거 같던데, 함부로 쓴 건 사과하죠. 아니었음 당신도 나도 진작 동사였겠죠. (들고 있던 지포 라이터를 당신에게 건네준다.)
아벨:... 죽지 않을 수 있다면 상관 없어. 소중하든 아니든 내가 죽으면 말짱 도로묵이잖아. (끄응... 소리를 내며 라이터 받아들고 짤깍거렸다.) 그보다 내 등 뒤에? 뭔가 깔고 누운 것 같은데... 좀 불편하거든. 빼줄래?
리엘:등 뒤에 뭐요? (뭐가 있길래? 봄.)
아벨이 제 몸을 약간 일으키자 종이 묶음이 보입니다.
서류인가?
리엘:(저걸 못 봤을 줄이야. 순순히 종이 묶음을 꺼내 바닥에 내려둔다.) 흠. (읽어볼 수 있나?)
놀랍게도, 그 뒤로는 그가 델타에게 모스 부호로 대화를 시도하다 어느 정도 라포 형성에 성공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두 사람은 크리쳐와 인간인데도요.
하지만, 연구 일기는 1년 전에 뚝 끊겨 있습니다.
리엘:... 시시포스산이면 여기일텐데? (눈을 가늘게 뜨며 턱을 쓸었다. 이걸 정부에서 알았을텐데도 승급전을 여기로 잡았단 말이야?) 아벨, 혹시 이거에 대해 아는 게 있으신지. (서류를 당신에게 넘겼다.)
아벨:어엉? (서류를 가만히 보며 팔랑팔랑 넘겼다.) 이 사람 크리쳐한테 당했겠네. (물끄러미 서류나 보고 있다가) ... 몰라. 들어본 적 없는 실험이야. 애초에... 이런 것을 공공연하게 발표할 리도 없잖아? 너도 극비 사실인데, 이것도 극비겠지. 우리는 말단 현장 대원이란 말이에요, 리엘 씨. ... 그러고 보니... (잠시 뜸 들인다.) ... ... 흠... 그건가?
중간에 동료 몇 명이 사라졌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긴 해. 그 중 하나가 콘라드였어서 기억하지. 그 외의 쩌리들은 몰라.
리엘:공공연하게 발표할 일은 없어도 당신이라면 어느정도 아는 게 있을 줄 알았죠. 극비인 저라는 존재를 당신은 제대로 알고 있으니까요. ... 콘라드요? (콘라드가 이 시시포스산에 파견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 (머리를 굴리다 축 늘어진다.) ... ... 그 사람이랑 또 만나서 대화를 해보고 싶진 않은데 말이죠.
아벨:널 아는 것은 너랑 파트너니까 아는 거고. 그 전에는 뭔 듣도 보도 못한 애랑 파트너 하라는 소리 듣고 길길이 날뛰었던 기억 있던 것 같걸랑. 이제는 제대로 기억 안 나지만. 1년 전이던가? )흠...) 나름 실력 좋았으니까. 정예라면 정예지. 좌천 되는 김에 그쪽으로 들어갔을 거라고 했었어. 성격 짜증나긴 하지만... 궁금해? (당신 슬그머니 옆눈으로 본다.) 네가 하기 싫으면 뭐- 내가 할 수도 있고.
리엘:당신 용케도 첫만남에서 띠껍게 안 굴었네요. (띠껍게 굴었었나? 그렇다면 내가 잊을리 없긴 한데. 곰곰...) 동족 혐오라 해두죠... 만나기 싫은 건 그런 이유밖에 없어요. (...) 우리가 이 시시포스 산에 올 일이 얼마나 많겠나요. 승급전 이후에 언제 다시 오게 될지도 모르고, 이 승급전 기간 중에 만나게 될지 어떨지도 모르는데 굳이 시간과 체력을 써가면서 까지 파헤치고 싶지도 않아요. 다만... 그 사소한 만약을 무시했다 무슨 일이라도 나게 된다면? 그 이후 우리가 파견된다 할 때 아는 것이 많이 없어 대처할 수 없게 된다면? 적대적이게 굴지 않았음에도 공격 받는다면? 그 '설마'와 '만약에'에 속하는 것들은 늘 저를 신경쓰이게 만들어요. (후.) ...일단은 쉬시죠. 지금 구조 요청해서 승급전을 끝낼 거 아니라면.
아벨:나도 사회 생활이라는 것을 해. 게다가 그것이 이후에 계속 파트너를 맺고 지내야 하는 녀석이라면 더더욱. (헹...) ... 걘 지금 허세 부리고 있는 거야. 원래는 무시 당하기 싫어서 몸집 부풀리고 있는 그런 모습이라고. 하여간... 너도 되게 복잡하게 산다. 그리 머리 굴리면 피곤하지 않든? (작게 한숨 쉬어낸다.) 그래. ...좀 쉬어야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아벨과 리엘의 손목에서 신호가 반짝거립니다.
본부의 알림입니다.
벌써 승급전의 절반이 지났다는 건조한 공지와 함께 중간 순위가 공개됩니다.
1위는 콘라드입니다.
그 다음은 굉장히 생소한 이름이 이어지는데, 아마도 콘라드의 파트너인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이름을 찾아 한참 내리면, 거의 맨 아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크리쳐 사냥은 한 번도 하지 못 했으니, 나란히 최하위권입니다.
적막이 감돕니다.
아벨이야 좌천되면 그만이지만, 리엘은 쓸모 없다고 상부에 찍히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AOC 소속 연구소의 최대 걸작.
인권이라곤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 전투 병기 크리쳐,
그게 리엘 입니다.
적어도 좋은 꼴이 되지 못 하겠죠.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리엘:... 저라고 허세를 안 부리는 것도 몸집을 안 부풀리는 것도 아니라서. (순위 알림을 가만히 보다 꺼버리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피곤해도 해야죠. 크리처라고 해도 난 진심으로 살고 싶거든요. 살아서 무얼 하고 싶은지도, 무얼 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목표가 확실해서요. 당신은 여기서 쉬고 있어요. 저는 크리처를 조금이라도 더 잡아올테니.
아벨:너가 애야? 대체 누구한테 인정 받고 싶어서? 아니면 살아남으려고 그러나. (당신이 일어나자 이 꾹 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것 좋네. 나쁘지 않아. 전에도 말했지만, 너 혼자 성적 잘 받는다고 해도 그건 곤란해. 결국 나랑 떨어지잖아?
단단히 선 아벨이 바닥에 있던 총을 주워듭니다.
이곳은 새하얀 설산,
아벨은 리엘을 향해 총을 겨누며 말합니다.
아벨:같이 싸우자. 너는 내 파트너잖아.
마지막에는 한 마디 덧붙입니다.
아벨:그리고, 지금은 싫어도 총을 쥐는 게 좋을걸.
리엘:... 그럼 뭐 어쩌라는건지. 제 목숨의 주인이 제가 아닌 기분을 당신이 알아요? 뭐든 증명해내지 못하면 실험실로 돌아가서 폐기 당할지, 아니면 다른 크리처를 위한 재료로 쓰여질지. 그딴 것들을 생각하면서 체력도 정신력도 다 무시한 체 뛰어야 하는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가 자리에서 일어선 당신을 본다. 쓸데없이 피가 쏠렸다. 죽었다 깨어났다고 무슨 애도 아니고.) ... 선수치지 마시죠. 일어난 것도 제가 먼저고, 나서려는 것도 제가 먼저였으니까. (겨눠진 총구를 옆으로 밀어내며 총을 주워든다.) ... 뒤처지면 다시 이 통나무 집에 넣어버릴 거니까, 무리같으면 지금 얘기하세요. 먹을 것도 있겠다, 회복할 수단은 많으니까요.
리엘:아벨! 이, 빌어처먹을 구렁이 자식이... (다시 한 번 힘차게 살상용 무기로 크리처를 찔러본다.) 이거, 놔...!!
이 메시지는 숨겨졌습니다.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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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성공
피해2
느슨해진 틈을 타서 빠져나옵니다.
조금만 더 잡혀 있었다간 전신이 부러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엘을 놓친 델타가 포효합니다.
뱀 같이 긴 몸을 뒤로 한 번 젖히더니, 끈적끈적한 살덩이를 다시 어딘가로 향해 길게 뻗습니다.
표적이 된 콘라드는 찰나의 순간 창백하게 얼어붙은 채, 그쪽을 쳐다봅니다.
그러나, 그의 뒤에서 후드를 뒤집어 쓴 사람이 콘라드를 밀치고 대신 잡힙니다.
그를 포획한 델타는 재빠르게 몸을 돌려 빠져나갑니다.
아마 둥지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콘라드:오데트!!
콘라드가 소리 지릅니다.
아마도 콘라드의 파트너였던 것 같습니다.
다른 대원들이 따라가려는 콘라드를 만류하지만, 콘라드는 미친 사람처럼 그들을 떨치고 달려가려고 합니다.
아벨이 자리에서 바들바들 떨다가 겨우 일어나 너덜너덜한 장갑을 벗어 던집니다.
사나운 욕설이 들려오는 것 같아요.
리엘:(쿨럭쿨럭... 몸을 일으켜 아벨에게로 뛰어간다.) 아,벨. 살아있어요?
아벨:이 정도로 안 죽어. 이 씹... (거친 욕설 와장창 내뱉고는) 어깨도 아프고 갈비뼈도 하나 더 작살난 것 같아. 아오! 이래서 내가 이딴 일... (작게 심호흡) ... 최악이야. 하... 저거 말리기나 해야 하겠는데...
리엘:그딴 몸 상태로 뭘 말려요. 거기서 앉아나 있어요. (퉤. 입에 고인 핏물을 뱉어내고 콘란드에게로 걸어간다.) 거기. 들려요? 지금 당신 혼자 쫓아간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거 아닌 거 알잖아요.
콘라드:그렇지만... 그렇지만... 저라도 가지 않으면... 내가 가지 않으면...!
리엘:(총구 쪽을 잡고 개머리판을 높게 들어올리며) 누가 구하러 가지 말자 그러던가요? 알아서 진정하세요. 지금 저도 파트너도 누구 덕분에 너덜거리는 상태라 곱게 말리진 못할 거 같거든요.
콘라드가 리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떨굽니다.
같이 구하러 가주는 것을 받아들였는지 얌전해지는군요.
근처에 있던 다른 대원들은 안타깝게 됐지만 그건 좀...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한 두 걸음 뒤로 물러섭니다.
리엘:쯧.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크게 혀를 차며 총구를 내리려다 다른 대원들과 눈이 마주친다.) 니들은 뭐 잘 한 줄 아시는지...? (눈을 부라리는 것이... 기세가 상당히 거칠고 사납니다...) 아까 총 갈기다가 실수로 아벨 맞춘 놈 당신이시죠?
알아서 자백하고 나오시죠. 아니면 여기 있는 대원들 싹다 험한 꼴 볼테니까.
다들 한 걸음씩 물러나고 있습니다...
아벨이 총에 기대서 불편한 걸음으로 걸어옵니다.
아벨:어우... 어우 짜증나... 어우 빡쳐......... 그래서 뭐야? 어떻게 된 건데?
리엘:(한 걸음씩 물러나는 대원들 사납게 꼬라보다가) 뭐긴 뭐겠나요. (콘란드 가리키며) 이쪽은 알아서 진정했고. (대원들 가리키며) 저쪽들은 이제부터 개인 면담을 좀 할 예정이고. (크리처가 사라진 곳을 가리키며) 상급 크리처는 아무래도 둥지로 간 거 같으니, 어느 정도 회복하면 구출하러 가죠.
(부축해주며) 몸 상태는 어때요?
아벨:여기든 저기든 어째 바쁘다? (당신에게 슬쩍 기댔다.) 살아는 있으니 아무래도 좋아. 움직임에 큰 영향이 있는 것도 아니고. ... 갈비가 다 나갔으면 움직이는 순간 고통으로 기절했을 듯 한데... (말 끝 흐린다.) 그래... 이렇게까지 되었읜 묻는 건데, 우리한테 왜 그런 거야? 성격은 되바라지고 삐딱하긴 해도 이딴 일 저지를 정도로 근본 없진 않았잖아.
콘라드는 상급 크리쳐의 연구 자체에 못마땅했으며, 이런 벽지로 보내진 것 자체가 좌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델타와의 만남은 많은 것을 바꾸었습니다.
처음에는 델타가 당장 연구원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 게 전부였지만, 모스 부호를 주고 받게 된 날 이후로부터 많은 게 변했습니다.
연구원과 경호원, 그리고 실험체는 세 사람만의 공간에서 교류를 나누며 남들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유대를 쌓았습니다.
그러나, 팀의 다른 대원이 델타를 오인 사격한 사건을 계기로 델타는 폭주했습니다.
그러나, 팀의 다른 대원이 델타를 오인 사격한 사건을 계기로 델타는 폭주했습니다.
폭주가 가라앉은 이후, 델타는 연구원 옆에서 떠나지 못하고 울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콘라드는 연구원의 유언을 듣습니다.
델타에게 자신의 가방에 있는 특별 연구 시약을 사용해 인간형으로 만들 것,
그리고 책임질 것.
그 말을 남긴 연구원은 그 자리에서 사망합니다.
콘라드:델타, 아니… 오데트는 인간이 된 상급 크리쳐입니다. 상부에는 델타가 도망친데다, 총 책임자가 사망해 연구가 무산되었다고 알리고 팀을 데리고 긴급 귀환했습니다.
오데트는 인간이 되었지만, AOC의 전례 없는 특별한 연구 대상이 되었습니다. 심한 실험을 당하진 않았지만, 폭주를 억제하기 위해 매주 주사를 맞는데다 어딘가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다못해 저와 오데트가 이 구역을 대표하는 최강의 자리를 차지한다면, 조금이나마 자유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리엘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처지의 사람이었네요.
이야기를 들은 아벨은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리엘을 봅니다.
아벨:... 어쩔래?
리엘:... 뭐. 솔직히 어쩌라고 싶네요. (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처지인게 무슨 상관인가. 자신에게도 그 델타에게도 동정은 사치였다.) 사과할 거면 똑바로 하세요. 머리를 땅에 박던지, 두 손을 싹싹 빌어서. 그렇게 원하는 자리 얻겠다고 당신의 전 파트너를 죽일 뻔 했던 걸 평생 그 어리석은 뇌에 쑤셔넣어 기억하시길. (한숨.) 오데트에 대한 정체와 진실이 구출에 도움이 되던가요? 적어도 폭주가 일어날지도 모르니 서둘러 가야하는 건 알겠네요. 그런 거 말고. 방금 나타난 상급 크리처에 대해서는 아는 거 없어요?
콘라드:(입술을 짓씹으며 느리게 고개 끄덕인다. 땅에 시선 처박고 있다가 겨우 눌린 목소리 끄집어내는 듯 했다.) 모...모릅니다. 이 부근에서 새롭게 생겨난 상급 크리처인 듯 해서요. 델타가 있을 때에는 다른 상급 크리처가 이곳에 없었습니다.
아벨:(물끄러미 콘라드 보다가 리엘 쪽에 소근.) ... 상급이면 잡고 나서 얻는 점수가 높겠지? 솔직히 용서는 내 알 바가 아니야. 할 생각은 도통 없는데다가(내 몸에 상처나게 만든 놈이니까.)... 뭐, 아무튼... 빚이라도 만들어두면 좋지 않을까?
리엘:(아벨에게로 눈동자만 쓱 돌아가더니 동감이라는 듯 눈을 끔뻑인다.) 상급 근처에 하급들도 있겠죠. 상급이 머리를 썼던 걸 생각하면, 이번에도 하급들을 이용할 확률이 커요. 그렇다면 점수를 버는데는 좋은 시기죠. 그런데... (눈동자가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인다. 마땅찮은 눈길로) 그 몸으로?
아벨:내 감, 나름 좋거든? 이번 건은 대박이라는 촉이 와. 죽어도 이건 먹고 죽어야 해. 다른 놈들을 이용하는 녀석이라면... 하급이 많은 쪽에 이동하면 이동할수록 점수 보따리 아냐, 이거? (자기가 당할 생각은 없는 듯 했다.) ... 왜? 네가 나 대신에 몸빵 해줄 거잖아. (뻔뻔)
리엘:먹고 죽은 귀신이 떼깔도 곱다 그건가요? 노잣돈 안 챙겨줄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한숨을 쉬다 뻔뻔한 모습에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게 제가 바라던 파트너상 아니던가.) 그렇게 말하고 제 뒤에 숨는게 늦어지기만 해보시죠. 당신은 안전지대에 던져두고 혼자 1위하고 올테니까요. 약속은 안 잊었겠죠?
아벨:난 귀신 되어서도 언제나 떼깔 좋을 걸? 기왕 더 살 찌워서 가겠다, 이 말이지. 노잣돈은 무슨. 내가 갈 때 너도 간다. (물론 농담이나 지어냈다. 주먹 꾸욱 쥐었다가 피길 반복하나. 긴장을 누르는 모습이다.) 날 버리고 어딜 가려고!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 휴가 가야지. 휴-가. 아주 길게 잡아주마. 나만 믿어.
리엘:지금도 떼깔 좋은데 어디까지 떼깔 좋아질 생각이에요? 혼자 가세요. 아니면 제가 죽을 때까지 구천에서 떠돌던가요. (평생 떠돌게 되겠지. 영양가 하나 없는 생각과 말을 하며 가만히 행동을 지켜본다. 주먹을 피는 때에 손을 뻗어 꽉 쥐었다 놔준다. 그대로 손바닥을 탁 치곤) 그렇다면 저도 당신이 덜 떼깔 좋게 해드리죠. 믿어보세요.
아벨:이렇게 외로움 타는 사람을 혼자 막 어 보내버려도 괜찮은 거야?! 너는 피가 파란색이지, 아주? (떽떽거리며 짜증이나 내다가 손에 힘 꽉 들어가자 아팠는지 온 몸을 비틀었다.)
이 메시지는 숨겨졌습니다.
(찌그러진 손을 보다. 이게 뭐이?) ... 아무튼... 함 믿어보겠어... 가자고...........
아벨:야아, 그래도 병원에서 이래저래 방해 받으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 것 보다는 낫지~.
리엘:(한숨.) ... 당신도 이래저래 끝까지 무리하는 사람이니까요. 지금은 좀 어때요?
아벨:그렇게 안 하면 인정 못 받는 곳에서 지내고 있어서요-. (끄응...) 희미하게 흉 남을 것 같아... 안 보이는 곳이라 그나마 다행이지...
잠시 떠들고 있으니 콘라드와 오데트가 들어옵니다.
오데트는 추가 연구를 위해 잠시 실험실로 돌아갔고,
콘라드는 오데트를 멀리서나마 지키기 위해 실험실 가드에 지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같습니다.
오데트:콘라드는 과보호가 심하다니까. 연구 시간 외에는 이렇게 건물 내를 돌아다닐 수 있고, 아픈 실험은 하지 않아.
콘라드:애초에 그렇게 연구되는 게 싫은 거라니까.
오데트:AOC 사람이 말은 잘하네.
아, 일어나 있었구나! 과일 가지고 왔어. 같이 먹자.
리엘:그러게요. AOC사람이 말은 잘하시지. 무슨 과일인데요? 석류 있으면 그건 아벨 주시고.
오데트:석류랑 사과랑 체리랑... 포도도 있고... 리엘은 좋아하는 거 있어?
리엘:달지만 않다면 뭐든 상관없어요. (석류를 집어다 까서 아벨 입에 넣어준다.) 귤 있나 오렌지 있나요? 신걸로.
아벨:(오물오물... 으득으득.........) 마히따.
오데트:오렌지 있어. 금방 까줄게. (콘라드에게 내밀었다.)
콘라드:결국 까는 것은 나잖아. (익숙한 손길로 까서 리엘에게 내밀었다.) 신 거 좋아하나 봐요?
리엘:생레몬 먹을 만큼은 아니지만요. (받아다 입에 넣으며.) 정신이 번쩍드는게 맘에 들었거든요. 커피 다음으로.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사실 예정이신지. 다음에 또 승급전같은 곳에서 팀킬 당하고 싶지는 않아서 미리 준비해두려고요. (싱긋 웃으며 콘라드를 빤히 본다.)
콘라드:오데트는 연구소에서 지낼 거예요. 저는 그 연구소의 가드를 지원했고요. 승급전은 이제 더 이상 탐내지 않을 테니까 걱정은 안 하셔도 괜찮아요. 오히려 미안합니다. ... 되지도 않는 욕심을 부렸다는 것 정도는... 아니까...
리엘:알면 됐어요. 솔직히 최전방도 그쪽이 생각하는 것 만큼 자유롭지 못하거든요. (제 목에 새로 걸린 폭탄 목걸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친다.) ... (가만히 오데트와 콘라드를 보다가 두 사람 입에 오렌지 하나씩 넣어준다.) 오데트를 좋아하시나요? 콘라드.
콘라드:가본... 적은 없으니까 잘 몰랐어요. 주로 어떤 느낌인가요? 최전방에는 항상 아벨이 나가 있었는데 이야기를 도통 섞어주질 않았어서... (무심코 오렌지 받아서 오물오물 씹고 있다가 컥... 콜록임 두어번 이었다.) 오데트는 제 가, 가족이에요! 다... 당연... 당연하죠...
오데트:(오렌지 받아먹고 아벨한테 석류 발라주고 있다가 눈 똥글...)
아벨:(입에 넣고 있던 석류 알 투둑....)
어머. 언제 이렇게..... 너희 아직 상견례도...
콘라드:넌 제발 찌그러져 있으면 안될까, 아벨?
리엘:최전방은... 뭐. 요약하면 인권은 개나준 장소랍니다. 궁금하다면 다음에 자세히 알려줄게요. 당신이라면 괜찮겠죠 뭐. (세 사람의 반응을 권태로운 건지 무료한건지 알 수 없는 눈으로 보다 슬쩍 미소짓는다.) 아껴줘요. 오래 살 수 있게. (쩌면 그 눈은 미약하게 나마 부러움을 담은 눈일지도 모르겠다.) 저야 여기서 태어나서 모르지만 가족은 둘도 없이 소중한거라잖아요.
아, 혹여라도 깊은 관계까지 생각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불러주시고. (농.)
콘라드:정말 그래주신다면 즐겁겠네요. 다음에 시간 맞추어 봐요. 어차피 제가 직접 겪을 것도 아니니 이야기 정도는 들어도 나쁘지 않겠죠. (당신 빤히 보고 있다가 느리게 고개 끄덕였다.) 물론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무엇보다 소중하게 아끼겠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