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에는 팀 라퓨타 저자의 [12시의 도밍게즈 확장판 1부] 에 대한 강력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또한 페어의 서사에 맞추어 일부 개변이 된 부분이 존재합니다. 

*맵시트, 탐사자 시트는 배포된 것을 사용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KPC 폭스트롯 니콜라오스 유스티티아 알렉산더 PC 제이슨 리드 데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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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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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급박한 고함이 귓전에 달라붙습니다.
 
?: 야! 머리!
 
목소리의 출처를 파악하기도 전에 제이슨은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여 몸을 낮춥니다.
 
날카로운 파열음이 아슬아슬하게 머리가 있던 자리를 때리고 지나갑니다.
 
한 박자만 늦었어도 목 위가 통째로 날아갔을, 무시무시한 파괴력입니다.
 
목표물을 놓친 신화생물의 혓바닥은 애먼 주택가 담벼락을 때려 부수며 분풀이를 일삼습니다.
 
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점액질을 태우던 불의 타이머가 한걸음에 달려옵니다.
 
베니: 위험하게 전투 중에 한눈을 팔아? 뒤지고 싶어서 환장했어? 머리 좋은 놈이 오늘은 왜 이래?
저게 마지막 남은 놈이야. 끝까지 집중해! 난 너 병실에서 보기 싫어, 임마!
 
제이슨의 현재 위치는 제5구역에 얼마 없는 큰 시가지.
 
눈앞에는 크게 벌어진 [검은 게이트]와 이를 드러낸 사나운 [신화생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방금까지 한참 접전을 벌이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전원이 나간 것처럼 정신이 끊겼습니다.
 
제이슨:
 
 
지능
4
80 40 16
극단적 성공
 
 
강렬한 파열음과 폭발음 사이로 아주 작은,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대피하지 못한 인원이 남아있던 건가 싶어 반사적으로 돌아본 거였는데.
 
참 이상하죠.
 
제이슨:... 방금 무슨 소릴 들었는데. 더 남은 사람이 없는 건 확실하겠지?
(질문인지 중얼거림인지 모를 한마디와 함께, 눈 앞의 신화생물로 다시 눈길을 둔다.)
 
푸르스름한 외피가 매끄럽게 빛나는 괴물.
 
꺾인 관절의 형태와 사족보행이란 점은 빼면 닮은 구석이라곤 없는데도 틴달로스의 ‘사냥개’라고 불리는 신화생물입니다.
 
눈도 코도 없이 길게 찢어진 입만이 얼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들락거리는 혓바닥은 채찍처럼 길고 팔뚝만큼 두꺼운 데다가 끝이 추보다 무겁습니다.
 
잘못 맞으면 어디든 혹독한 구멍을 냅니다.
 
현재 남은 개체 수는 2 마리 입니다.
 
제이슨:(저런 것 앞에서 한눈을 판 나도 지치긴 한 모양이지. 벌어진 게이트에 이변은 없는지 곁눈질 했다.)
 
NO. 2032-17.
 
등장한 신화생물은 틴달로스의 사냥개.
 
약 30분 전 제5구역에 발생했습니다.
 
사람 서넛은 거뜬히 드나들 수 있는 규모입니다.
 
살아있다고 주장하듯, 일정한 속도로 박동하는 게이트는 칠흑처럼 새카맣습니다.
 
너머의 풍경이라곤 보이지 않고 불온한 어둠만 번들거립니다.
 
...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다시 공격 태세를 갖춥니다.
 
머리를 땅에 처박고 근육을 한껏 긴장시킨, 사냥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태도입니다.
 
함께 파견된 불의 타이머가 수신호를 보냅니다.
 
전투 준비.
 
베니: 저 점액질 때문에 시간을 끌수록 우리한테 불리해.
한 방에 가자, 한 방에. 가능하지?
 
제이슨:그거야말로 어렵지 않지. 빨리 치우자고.
 
이미 강림한 신화생물이므로 전조->기습 공격 생략.
 
전투는 제이슨 - 틴탈로스의 사냥개 - 베니
 
제이슨:(주먹을 한 번 꽉 쥐었다 펴며 손을 뒤로 당긴다. 곧 위로 들어 올려진 그것에는 길다랗고, 명백히 살의를 띄고 있는 얼음 창이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힘주어 행하는 행동 하나 없이, 손에서 무기를 놓는 것만으로도 그 섬광은 빠르게 적을 향해 떠나간다.)
 
 
창백한 섬광
43
80 40 16
성공
 
피해 44
 
권능을 휘두르자 기괴하게 뒤틀린 등뼈가 재조립됩니다.
 
우득, 우드득. 단단한 것이 구겨지고 부러지며 뒤집히는 파열음입니다.
 
키에에엑―――!
 
새된 비명과 함께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몸부림치다 쓰러집니다.
 
틴달로스의 사냥개:(침 뚝뚝 흘리며 바닥 산화 시킨다. 머리로 추정되는 부분을 거칠게 흔들더니 쇠 긁는 듯한 소리 내며 제이슨에게 혀 휘둘렀다.)
 
 
25
90 45 18
어려운 성공
 
피해 14
 
제이슨:(짧은 찰나에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들었던 손가락을 접어 이계의 생물을 뚫었던 창을 도로 돌아오게 했다. 그 궤도에 달려드는 한 마리가 포함되어 있음은 당연지사.)
 
 
창백한 섬광
24
80 40 16
어려운 성공
 
피해 51
 
베니: 한 방에 조지랬다고 진짜 한 방에 모가지를 따버리네.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시간 여행자의 천적이지만, 타이머에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근방 100m정도만 파괴가 된 것으로 그쳤으니 다행이지요.
 
갑각류와 포유류를 억지로 합성한 것 같은 사체가 시가지에 즐비해 있습니다.
 
회색 연기가 자욱하게 하늘로 피어오르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크지 않은 것 같고.
 
한 바퀴 휘 둘러본 불의 타이머가 전투 종료를 알리려는지 무선 이어폰을 두드립니다.
 
베니: 대피 못 한 잔류 인원 있는지 확인해 봐. 나도 보고한 뒤에 저쪽 살펴볼게.
 
제이슨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임시 소강상태에 들어선 시가지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틴달로스의 사냥개 사체]와 사방에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보입니다.
 
제이슨:그러니까, 그 질문은 아까 내가 했다니까... (중얼거리면서도 결국 사람이 남았는지는 확인해야하니 주위를 둘러본다. 잔해 사이를 파고들기 전, 이미 숨을 다한 생물의 사체에 잠깐 시선이 머물렀다.)
 
표면을 덮은 끈적한 액체는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이 점액질은 소량으로도 무엇이든 부식시키는 치명적인 독성이 있습니다.
 
꽤 성가신 위협이지만, 방치하면 서서히 말라붙으니 신경 쓸 일은 아닙니다.
 
사체 수거는 사후처리반 담당이니까요.
 
수거한 사체는 제10구역에 설립된 DOT 과학 기지에서 철저히 조사합니다.
 
게이트 탐사가 번번이 실패하니 이렇게나마 우주의 위협을 간접적으로 조사 중인 셈이죠.
 
제이슨:
 
 
듣기
43
75 37 15
성공
 
 
숨이 끊어진 사체들을 대충 눈으로 훑고 있을 때, 미세한 숨소리가 들립니다.
 
그르렁, 가래가 낀 탁한 호흡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의 것입니다.
 
마지막 개체가 최후의 일격을 날립니다.
 
제이슨:
 
 
회피
96
40 20 8
대실패
 
 
억센 송곳니는 질긴 군복을 끊임없이 짓이깁니다.
 
피와 살점을 탐하는 기세가 형형합니다.
 
이성이라곤 없고 오직 사냥 본능으로 들끓는 꼴입니다.
 
이미 목숨이 경각에 달한 터라 팔을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쉬 떨쳐낼 수 있습니다.
 
특수 소재로 만들어진 군복은 질기기 짝이 없어, 피부를 한 점도 드러내지 않고 꽁꽁 싸맵니다.
 
멍은 들지언정 큰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겠군요.
 
제이슨:... (슬쩍 물린 부분을 문질러보다가, 인상을 쓴 채 건물 잔해 사이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긴다.)
 
아야했구나...
 
표면을 눈부시게 빛내던 전면 유리창은 산산조각,
 
위풍당당하게 섰던 기둥들은 깨진 돌멩이,
 
직전까지 분주히 움직였을 사람들은 차가운 시체가 되어 한 데 섞였습니다.
 
커다란 보울에 온갖 종류의 시리얼을 쏟아붓고 대충 휘저은, 무질서한 풍경.
 
그야말로 죽음의 풍경입니다.
 
제이슨:
 
 
이성
60
50 25 10
실패
 
3
 
게이트가 열리면 신화생물이 강림할 때까지 약간의 시차가 발생합니다.
 
즉시 대피 경보를 발령하고 경찰과 군부대가 피난 경로를 지휘하지만, 그렇다고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인파는 북적거리고, 피난길은 까마득한 데다가, 변수는 호시탐탐 등장할 때를 노리니까요.
 
재난을 피하지 못한 자들의 말로는 참담하지만, 시체는 말이 없습니다.
 
베니: [여기는 2시, 2시. 본부 응답하라.]
 
본부: [여기는 본부, 연결됐다.]
 
베니: [게이트 NO. 2032-17의 폐쇄 확인. 출몰한 사냥개는 모두 사살했다.]
 
본부: [전투 종료. 본부로 복귀하라.]
 
불의 타이머와 무전 너머 본부의 교신만 이 적막한 도시를 채웁니다.
 
제이슨:
 
 
관찰력
20
80 40 16
어려운 성공
 
 
아슬아슬하게 쏟아지기 직전 멈춘 잔해 아래, 눈을 홉뜬 시체가 보입니다.
 
군복의 색깔을 보아하니, 마지막까지 게이트를 경계하던 최전선 부대입니다.
 
미처 도주할 틈도 없이 게이트가 열렸던 것 같습니다.
 
제이슨:(그 잠깐의 틈도 피해가지 못한 사람인가... 군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었으니 새삼 참담하다는 감상이 든 것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예로나마 다가가 시체의 눈을 감겼다.)
 
시체의 눈을 감겨도 두꺼운 장갑에 가로막힌 손끝은 식지 않습니다.
 
뻑뻑한 눈꺼풀을 힘주어 내려놓은 후에야 제이슨은 숨은, 아니, 틀린 그림을 하나 찾아냅니다.
 
비슷비슷한 암녹색 군복 사이 [눈에 띄는 군복]이 하나 섞여 있습니다.
 
제이슨:...? (눈에 띄는 그 군복 차림을 향해 다가간다.)
 
남색과 흰색을 배치해 깨끗한 느낌을 풍기는 디자인.
 
목을 꼼꼼하게 둘러싼 차이나 카라, 상체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어깨띠와 은색 훈장.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DOT, 타이머 특유의 복식입니다.
 
눈을 감은 얼굴은 낯설기만 합니다.
 
DOT의 연구원이거나 근처 군부대의 인원이라면 한 번쯤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는데,
 
완벽하게 인생에서 단절됐던 상대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러니, 결단코 특별할 수 없는 상대이건만…….
 
문득 그와 호흡의 속도를 맞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명령 한 토막 없었는데, 밑바닥부터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각, 기분, 생각, 언어, 감정과 본능이 상대에게 쏟아집니다.
 
제이슨:
 
 
이성
67
47 23 9
실패
 
 
상대를 깨우고 싶다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욕구가 고개를 쳐듭니다.
 
정신을 차리면 이미 어깨를 붙잡아 흔들고 있습니다.
 
맥없이 따라오고 멀어지는 몸이 내는 “으음.” 낮은 소리에 찬물을 맞은 것처럼 퍼뜩 정신이 깨어납니다.
 
아, 그래요.
 
제이슨은 죽음으로 가득 찬 무덤에 순장된 산목숨을 발견하고 만 것입니다.
 
아까 들은 건 이 자의 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베니: 야, 돌아오란다. 슬슬 복귀할, 뭐야. 생존자 있어?!
 
불의 타이머가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울퉁불퉁하게 팬 바닥을 딛는 발소리가 이 순간을 쿵쿵 울립니다.
 
911이니 추가 보고니 떠들어대는 목소리가 귓전을 의미 없이 스치고…….
 
여즉 닫혀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열립니다.
 
???: ……제이슨?
 
딱, 당신의 이름을 단말마로 바치는 찰나 동안만.
 
대답을 하기도 전에 상대는 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생김새], [복장], [쓰러진 위치] 무엇 하나 수상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제이슨:살아있는 것 같지만...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그런 의문을 말로 내지는 않은 채 의식없는 이의 생김새를 다시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짙은 푸른 빛의 머리카락,
 
햇빛에 약간 탄 듯한 피부,
 
얼굴 여기저기 나 있는 흉터,
 
평균 이상으로 큰 체격과 신장을 가진 사람입니다.
 
나이는 얼추 잡아 20대 후반…
 
아니면 30대 초반 즈음으로 보입니다.
 
정신을 차리자 상대를 떼어놓을 수 없단 걸 깨닫습니다.
 
의식을 잃은 채로도 제이슨의 망토를 꽉 붙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악력이 어찌나 센지,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제이슨:(망토를 슬 잡아당겨보던 시도는 진즉 포기했다. 다시 생각이 미치는 곳은 그의 낯익은 듯 아닌 듯한 복장이다.)
 
비슷한 듯 다른 군복을 입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소재의 신축성이나 내구성은 떨어집니다.
 
군복보단 정복에 가까운 차림입니다.
 
소매가 닳고 헤지거나 덧댄 흔적도 흔히 보입니다.
 
제이슨:
 
 
행운
76
50 25 10
실패
 
 
별 다를 점은 없군요.
 
제이슨:(여전한 의문점만 안은 채 그 사람이 쓰러져있는 자리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생존자가 있다는 추가 보고를 아직 정확하게 한 건 아니었는데...)
 
게이트 NO. 2032-17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건물입니다.
 
군인들이 바리게이트를 친 지점이라 어설픈 흉내를 내는 민간인은 여기까지 접근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의문으로 눈가를 좁히면,
 
제이슨:
 
 
관찰력
20
80 40 16
어려운 성공
 
 
상대에게서 풍기는 기이한 향기를 감지합니다.
 
먼지와 재, 피 냄새가 지독하게 뒤섞인 장소에는 어울리지 않는……. 화한…….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꽃향기?
 
비슷한데 조금 다릅니다.
 
제이슨은 한참 후에야 그 정체를 알아챕니다.
 
‘술 냄새’.
 
제이슨:뭔... 주정뱅이라서 여기까지 용감하게 숨어들었나. (인상이 조금 더 구겨졌다.)
 
전쟁터 한복판에 숨어든 취객이라니.
 
제정신은 아닌 모양입니다.
 
설마, 타이머 코스프레인가?
 
유행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데까지 쫓아오는 건 좀 과한 것 같은데.
 
어느새 코앞에 다가온 불의 타이머가 불만스레 바닥을 툭툭 찹니다.
 
생존자가 맞냐고 묻는 눈치입니다.
 
제이슨:일단 살아있는 사람은 맞는 것 같은데. 일반 시민인지 뭔지 신원은 아직 잘 모르겠고. (어깨를 으쓱했다.)
 
베니: 허엉? 이게 무슨 소리람. 그러니까... 타이머 군복이랑 좀 비슷... 한가? 미친 녀석이네, 이거.
 
제이슨이 귀에 끼고 있던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본부: 생김새로 추정되는 신분이나 나이, 특이사항이 있습니까?
 
제이슨:일단 20대에서 30대까지 잡아볼 수 있는 나이에... 체격이 크고, 타이머의 군복과 비슷한 복장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인계할까요?
 
본부: 확인했습니다. 불의 타이머는 복귀하고 얼음의 타이머는 생존자를 병원으로 인계 하시길 바랍니다.
리히트 장교와 닥터 오프-화이트가 병원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제이슨:네. 인계 후 신원 파악 마친 뒤 복귀하겠습니다.
 
...
 
페이지를 넘기면, 소란스러운 병원으로 배경이 바뀝니다.
 
화한 소독약 냄새가 흰 천장에 안착하고,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병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제이슨은 한 침대 앞에 앉아 있습니다.
 
사정은 간단하고도 복잡합니다.
 
정체불명의 상대가 당신의 옷자락을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고,
 
정체불명의 상대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고,
 
정체불명의 상대가 당신과 비슷한 차림새였기 때문입니다.
 
일인 문제도 있었지만요.
 
커튼을 열고 익숙한 얼굴이 둘 들어옵니다.
 
DOT 본부 소속, 타이머 담당의 오프-화이트와 리히트 장교입니다.
 
리히트 장교는 제이슨에게 다가오고, 닥터 오프-화이트는 정체 모를 상대의 옷소매를 걷어 주삿바늘을 찔러넣습니다.
 
붉은 피가 투명한 관을 반쯤 채웁니다.
 
리히트 장교: 아는 사람인가요?보고받은 대로, 범상치 않은 복장이네요.
생김새만이 아니라……. 재질도 타이머의 군복과 유사해요.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좀 듣고 싶군요.
 
제이슨:(자연스럽게 채혈하는 모습을 보고 한쪽 눈썹만 들어올린 채 답변했다.) 보고한 상황대로, 나타난 게이트 주변의 잔해 속에서 발견했습니다. 전투 중에도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에 생존자가 남아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살아있었고요.
저를 아는 것을 보면 단순히 타이머를 따라한 행색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리히트 장교는 태블릿에 빠뜨린 정보가 없도록 꼼꼼히 메모합니다.
 
닥터 오프-화이트는 혈액 검사부터 해보겠다며 커튼 밖으로 퇴장합니다.
 
리히트 장교의 펜이 멈추고 그제서야 입을 엽니다.
 
리히트 장교: 잘 들으세요, 데이라이트.
이 사람, 도밍게즈 국민이 아닙니다.
 
나지막한 목소리는 담담하기 짝이 없어 내용과 먼 거리를 유지합니다.
 
도밍게즈는 이 별의 이름이자 유일한 국가의 이름.
 
그런데 도밍게즈 국민이 아니라면 대체 어느 별에서 떨어진 거란 말인가요?
 
리히트 장교: 홍채와 지문을 스캔했지만 신원 조회에 실패했습니다.
DOT에 사진을 전달하고 CCTV를 되감아 봤지만……
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은 일절 찍히지 않았어요.
군이 말한 곳에 어느 순간 나타나 있더군요.
꼭, 텔레미터를 사용한 것처럼.
 
 
순식간에 어떤 좌표에 도착할 수 있다면 텔레미터라고 밖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텔레미터는 DOT의 군용 물품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게 관리하는 품목입니다.
 
허튼사람의 손에 들어갈 리 없을 텐데.
 
잠든 상대의 정체는 점점 더 미궁에 빠집니다.
 
리히트 장교: 일어나면 얘기를 들어보는 게 가장 빠르겠죠. 담당의의 소견에 따르면 경증 외상성뇌손상이라고 하니.
쉽게 말하면, 가벼운 뇌진탕이요. 큰 부상은 없으니 곧 깨어날 거라고 합니다.
 
리히트 장교는 자기 머리를 가리킵니다.
 
손가락 끝으로 시선을 옮기던 도중, 누운 사람과 눈이 마주칩니다.
 
초점은 희미하지만, 분명히 제이슨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깨어난 건지도 모르게.
 
그 손아귀는 여전히 제이슨의 망토를 꾹 붙잡고 있습니다.
 
채 묻기도 전에 그가 마른 목소리를 냅니다.
 
???: ……여기가 어디입니까?
 
질문 내용과 달리 시선은 이곳에 못 박혀 있습니다.
 
제이슨:(이 손은 언제 놔주려나.) ...군의 병원이죠. 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어요?
 
병원이라는 대답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던 그는 한 템포를 쉰 후 다시 묻습니다.
 
???: 제 이름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백치처럼 깨끗한 눈동자엔 한 톨의 자아도 없습니다.
 
기억상실.
 
드라마나 영화에나 나올 법한 병명을 떠올린 순간, 커튼이 빠른 속도로 열리고 오프-화이트가 뛰쳐 들어옵니다.
 
한껏 목소리를 낮췄는데도 그에게 닥친 흥분과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닥터: 이 사람, 사람이 아니에요!
유전 정보가 타이머와 똑같다고요!
 
타이머는 신의 그릇.
 
인간과 마찬가지로 한낱 피조물이지만 구성 성분과 구조 체계는 엄격히 다릅니다.
 
범접 못 할 권능을 다루고, 중력을 무시하며 물속에서도 호흡합니다.
 
치명상을 입더라도 쉬 죽지 않는, 명백한 인간의 상위종입니다.
 
병상을 둘러싸고 침묵이 고입니다.
 
처음 보는 타이머가 존재한다는 건 어떤 타이머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타이머의 세대교체는 정교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도밍게즈 탄생 이래, 그 어떤 때에도 타이머는 오직 14명이었으므로.
 
리히트 장교: 정말로…… 열다섯 번째란 말인가요.
 
그러나 리히트 장교는 여태까지 세계를 지탱한 절대 법칙을 의심합니다.
 
타이머를 사칭한 사람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제일 먼저, 모든 타이머의 무사를 확인한 참이었거든요.
 
리히트 장교는 급히 그의 가슴팍 주머니와 목을 살핍니다.
 
곧이어 끌려 나오는 [군번줄].
 
군번줄을 확인한 리히트 장교는 미간을 짚습니다.
 
제이슨:(힐끔 분위기를 살피더니 자신도 장교의 뒤에서 군번줄을 건너다 보았다.)
 
퇴색한 은빛으로 새긴 이름은 아마 상대의 것 같습니다.
 
제이슨이 소지 중인 군번줄과 생김새도 표기도 얼추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런 얼굴은 본 적 없습니다.
 
현세대 타이머 중에서도, 역대 타이머들 사이에서도.
 
…?
 
군번줄에 두꺼운 반지 하나가 걸려 있습니다.
 
은색과 푸른색으로 만들어진 반지가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제이슨:
 
 
관찰력
14
80 40 16
극단적 성공
 
 
유독 두꺼운 이 반지는 마치 반지 2개를 억지로 열을 가해 붙여둔 모양새 입니다.
 
두 개가 하나라는 듯.
 
반지 하나만 반바퀴 돌린다면 하트 모양이 될 것 같기도 한데… 왜 이런 모양인지.
 
리히트 장교와 닥터가 심각하게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고받는 이야기엔 시큰둥하게 굴던 상대는 제이슨의 망토를 잡아당깁니다.
 
폭스트롯:... 제이슨.
 
제이슨:...여기 국민이 아니라면 내 이름은 대체 어떻게 아는거지. 당신 이름은 아직도 기억이 안 나나요?
 
폭스트롯:... 안타깝게도... 전혀요.
 
그 손가락은 거슬러 올라 손목에 닿습니다.
 
쳐낸다면 황급히 손목을 붙잡습니다.
 
장갑과 군복 소매 사이로 드러나 짤막한 틈.
 
무방비한 피부에 낯선 체온이 옮겨붙자,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권능이 폭발합니다.
 
수갑의 형태를 한 사슬이 제이슨과 정체 알 수 없는 이를 단단히 감아 옭아 맵니다.
 
상대를 찾는 것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갔던 견고한 사슬은 묶인 것을 제외하고 박살나 허공에 얼음 조각을 흩날립니다.
 
얼음꽃이 엮여 피어난 얼음 사슬의 형태가 선명합니다.
 
제5시.
 
제이슨과 똑같은 속성의……. 아주 비슷하고 거의 똑같지만 절대 제이슨의 것은 아니라고 외치는 권능입니다.
 
폭발의 궤적은 시릴 정도로 선명해서 부정할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이슨:
 
 
회피
60
40 20 8
실패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속박 당하고 맙니다.
 
몸을 휘감은 사슬, 피어난 얼음꽃.
 
두 사람은 들이닥치는 서로의 존재감에 휘둘리고 맙니다.
 
당황하거나, 놀라거나, 혹은 이끌리거나, 밀어내거나,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쓸려가길 반복합니다.
 
그야, 당연하잖아요.
 
눈앞의 사람이 제5시의 타이머라면 제이슨은 이미 죽었단 뜻이니까!
 
혼란을 채 갈무리하기도 전에
 
제이슨:
 
 
관찰력
7
80 40 16
극단적 성공
 
 
홀린 듯 시선을 빼앗깁니다.
 
검사탓에 약간 드러나 있던 가슴팍.
 
제이슨의 각인과 똑같은 곳에 있는, 똑같은 두 자리 숫자.
 
고작 숫자에 불과하건만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강한 끌림을 느낍니다.
 
...
 
이곳엔 첫 만남을 강제할 작자 따위 없는데도.
 
폭스트롯:할 말이 있어. 꼭 전해야 할 말이.
 
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폭스트롯:다가오는 마지막 계절에, 세계가 멸망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과 불길한 예언은 또다시 이 별에 불시착했습니다.
 
우주를 돌고 돌아 사랑과 멸망의 시발점에.
 
...
 
리히트 장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정체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소요될 것 같군요.
알아낼 때까진 안전장치가 필요하니, 제이슨에게 맡기겠습니다.
당분간 제이슨의 숙소에서 머무는 걸로 하고, 일거수일투족을 동행하세요.
 
간단한 신문 후, 리히트 장교는 뱀처럼 친절한 얼굴로 웃으며 통보했습니다.
 
도밍게즈를 혼란케 할지도 모르는 요소는 무턱대고 풀어놓을 수 없다는 견고한 뜻.
 
즉 이것은 대의이자 책임.
 
항거할 수 없는 명령이었습니다.
 
... 미친걸까?
 
노망이 나기엔 아직 젊은데...
 
제이슨:(미친걸까...)
 
...
 
그리하여 두 사람은 DOT 입구에 서 있습니다.
 
그 존재가 확실해질 때까진 외부에 유출할 수 없는― 걸어 다니는 일급기밀 폭스트롯은 어쭙잖은 군복 대신 연구원의 가운을 걸쳤습니다.
 
종종 지나가던 연구원들이 낯선 얼굴에 갸우뚱거립니다.
 
순백과 감청이 교차하는 본부는 출동할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열린 문턱을 넘으면 윤이 도는 대리석이 깔리고 가짜 별자리로 채워진 천장이 펼쳐집니다.
 
원한다면 제이슨은 폭스트롯에게 DOT의 구조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겁니다.
 
제이슨:어차피 의심스럽긴 매한가지인데 굳이 연구원 옷을... (중얼거리다 흘끔 돌아본다.)
 
폭스트롯:(맹한 표정으로 주변 두리번 거리다가 고개 기웃)
 
제이슨:일단 여기선 아무에게나 필요 이상으로 말 걸지 말아요. 돌발 행동도 하지 말고 되도록 나와 동행하는 걸로. 그래야 제대로 보고할 수 있으니까.
뭐...최소한의 안내는 필요하겠죠?
 
폭스트롯:으음... 네. 알겠... 습, 니다. (어째 말투가 입에 안 붙는 듯 입가 만지작 거리기나 하다가 순순히 고개 끄덕.) 얌전히 있어 볼게요.
기본적으로 구조 정도는 알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음, (잠시 뜸,) 도서관... 이라던가... 프론트라던가.
 
제이슨:갑자기 폭탄같은 발언 던진 사람 치고는 얌전하네. (마주 끄덕이며 앞서 걸음을 옮긴다.) 프론트는 이쪽. 궁금한 게 있거나 나와 떨어진 상황이라면 여길 찾으면 대부분 알고 있을 거고요.
 
폭스트롯:(당신 따라 걸음 옮긴다. 한 걸음 옮기고 어색한지 내려다 보기를 반복. 무언가 표정이 미묘하다.) 이곳에서 제가 일을 치면 곤란한 것은 제이슨 이잖아요.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야죠. (프론트에 있는 이들에게 작게 손 흔들어 인사한다. 안녕~) 제이슨은 이곳에서 중요한 사람인가 봐요?
 
제이슨:이미 지목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곤란해요. 난 이름을 알길래 뭔가 속속들이 조사하고 온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죠? 당신과 같은 지위... 라고 해도 기억을 못 하니 이해가 어려우려나. (따라서 어딘가 해괴한 표정이 되었다. 붙임성은 좋군...) 나이도 기억 안나요?
 
폭스트롯:...역시 그런가요? 생각나는 이름이랄까... 얼굴이 제이슨 뿐이라 무심코 불렀던 것인데. 그 외로는 최대한 폐 끼치지 않게 해볼게요. (완전히 백지인 머리 탓에 뺨이나 긁적인다.) 군대니까 지위가 있을 법도 한데...~ 중요한 직책이 라고 이해하고 있을게요. (해괴한 표정에 나 뭐 잘못했나? 슬그머니 손 내린다.) ... ... 이마저 안타깝게도.
제가 기억하는건 제이슨 뿐이라.
 
제이슨:그런가. 어쨌든 다시 부름이 있을 때까지는 편하게 있어도 좋아요. (프론트의 사람들과 대충 인사를 나누곤 알아서 편의를 봐주라는 듯 옆사람을 곁눈질 했다. 다음은...) 대충 이 정도면 대충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을 해결하는 직책...이라고 이해해주면 될 것 같고요. 그쪽은 폭스트롯이라고 부르면 되나?
 
폭스트롯:라져-. (장난스레 답하며 싱긋 웃어낸다. 이쪽의 첫 인상은 구기지 말아야지,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을 해결하고 있으면 일이 많겠어요. 히어로- 뭐 그런 건가요? (영웅이라, 눈 굴리다가 잠시 멈칫. 군번줄 꺼내어 보더니 반지를 익숙하게 손가락 사이로 굴린다.) 폭스트롯이 길면 폭스도 괜찮을 것 같죠?
 
제이슨:(그 속내는 생각지도 못한 채 어딘가 수상할 정도로 적응력 좋고 어리버리한 사람...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내 입으로 이야기하기 싫지만 보통 그런 취급이죠. 그럼 폭스라고 할까요. 괜찮으면 말 편하게 해도 상관은 없고. (어딘가 익숙해보이는 동작에 시선이 머무르면,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태연하게 서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사소한 거라도 생각나는 게 있으면 곧바로 이야기해요. 이 기밀은 전부 내 책임과 연결되는 거니까.
 
폭스트롯:(아주 망하지는 않은 것 같은? 첫인상을 자신은 모른 채 다시 느긋하게 뒤를 따라간다. 어째 시야가 익숙하지가 않다. 거리감이라고 해야 하나.) 영웅이라 불리는 것을 싫어하나 보네요. 아니면 스스로 영웅이라 하기 싫은 것일 수도 있겠고... 아, 고마워요. 안 그래도 입에 안 붙던 차였는데. (곧바로 한결 편해진 꼴이다.) 기억을 전부 찾게 되면 네 책임이 되지 않을 수 있으려나. 그런 것이면 빨리 되찾아 보도록 노력 해볼게.
 
제이슨:...던져줬다고 너무 바로 받아버리는 거 아닌가? 나야말로 입에 붙는 말들은 아니긴 했지만. (떨떠름한 표정을 곧 지우고 고개를 끄덕인다.) 스스로 그런 영웅 심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그 역할 수행만 하고 있는 감각이지. 어쨌든 힘이 있으니까 썩힐 수도 없고. (별 소릴 다한다는 듯 조금 누그러진 투.) 못 찾는다고 해서 질타받을 일은 아니겠지만, 아는 것이 생기면 그때나 이야기 해 달라는 말이야. 애쓴다고 돌아올 기억도 아니니까.
 
폭스트롯:... 친해질 기회를 놓치는 기분이잖아.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이지. 다른 사람들도 좋고 너라면 더욱 좋고. (연구원 가운의 주머니에 손 찔러 넣었다. 물끄럼...) 힘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소리네. 하긴... 대부분의 이들이 그러려나. 일에 보람을 느낀다던가 그런 적은 없고? (빤히 보고나 있다가 반사적으로 미간 찌푸린다. 미세한 두통.) ... 너에 관한 것들도?
 
제이슨:뭐... 지금이야 네가 관찰 대상이니 나쁘지 않다 치더라도, 사람을 너무 좋게만 보지 않는 게 좋아. 그래도 사람들과는 적당히 가까이 해서 나쁠 건 없겠지. 도서관을 향해 걷다 말고 변한 표정에 눈 앞에 손을 흔들어 보인다.) 나에 관한 것들도 생각나는대로. 오히려 궁금한데. 네가 아는 내가 이름만 같은 사람일지, 아니면 나도 기억 못하는 새 만난 적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보람은...가끔 고마움을 표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행이다 싶기는 하지만 그때뿐이려나.
넌 그 보람이나 영웅적인 행적에 꽤 매력을 느끼기라도 하는 모양이지?
 
폭스트롯:여기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넌 믿을 수 있지 않으려나. 물론 그랬으면 좋겠다, 지만... 내가 여기서 의지랄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 그런 의미에서. (손가락 엮어서 꿈지럭 거리다가 제 시야에 들어온 손에 곧바로 미간 핀다. 괜찮아, 라며.) ... 동일 인물일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없군. 하긴... 넌 날 모르는 것처럼 보이니까. (그때 뿐인가. 가만히 납득 하다가 반쯤 뜨고 있던 눈이 둥글게 커진다. 어, 나?)
... ... 매력을... 느끼는 것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무언가 받은 만큼은 돌려주고 싶지? 호의라면 더더욱 그렇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뿐이라면 열심히 하겠다는, 뭐 딱 그 정도. 내 가치가 달려 있는 일이면 필사적이게 될 수도 있지만.
 
제이슨: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너무 그렇게 희망하는 대로만 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날뛰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물론 최대한 편의를 봐줄 생각이지만. (그리고 여기가 도서관. 꽤 커 보이는 입구를 고갯짓으로 가리키고는 말을 잇는다.) 나름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고 자부하는 만큼, 너만한 특징의 사람을 만난 적 있다면 기억 못할 리가 없거든. 일방적으로 아는 것이라면 모를까. 군에서 손을 댔을까...도 생각해봤지만 윗사람들도 모르는 눈치였지.
가치 증명인가... 그런 관점도 있을 수 있겠네. 거기에 목숨이 달린 사람들도 적진 않으니까. 어쨌든, 나와 같은 그 능력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나? 기억에 없다기엔 몸이 반응했잖아.
 
폭스트롯:(아, 선 그어졌다. 어쩔 수 없지. 이번에도 얌전히 고개나 끄덕인다.) 각박한 세상은 믿을 사람 하나 없다고 봐야겠군... 명심하지. (도서관을 보자 슬그머니 한 걸음 먼저 가 당신에게 문을 열어준다. 몸에 익숙한 에스코트, 그런 거. 나 여기 갈래. 라는 것처럼 눈빛도 보내본다. 통할까?) ... 난 지금 내가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데... 특징이라고 해봤자...~. (반사적으로 얼굴 더듬는다. 장갑 탓에 느껴지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제법 궁금해진다. 과거에 뭐하고 지내던 사람인지. 어쩌다가 너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같은 것도.
(이어지는 말에는 다시 어깨나 으쓱인다.) 제이슨은 눈 깜빡임을 의식하고 하나? 그런 거야. 반사적인 거. 붙잡아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는걸.
 
제이슨:나도 내게 호의적인 사람에게 날 세울 생각 없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으니까. 상황의 특수성이라는 것도 있고 말이지. (눈치라는 것이 없다시피 했지만 지금 자신 앞에 있는 것은... 누가봐도 원하는 게 있는 이의 눈빛이다. 작은 한숨과 함께 조금 열린 문 사이로 선뜻 발을 들이민다.) 숙소로 가면 거울부터 보게 해야겠군. 어디를 쓰게 할 지는 모르겠지만... (있다가 숙소와 식당 위치도 대충 알려줘야겠다, 생각하며 주억거렸다.) 아마 위에서 추측하는 것들이 맞다면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었겠지? 그 얼굴에 있는 흉터도 그렇고 신빙성은 꽤 있으니.
그럼 그 반사적인 본능을 지금도 똑같이 사용할 수는 있고? ...아. 지금 실제로 하라는 뜻은 아니야. 그나저나 단순히 열다섯 번째라기엔... 능력도 같고, 넌 너무 뚝 떨어진 감이 있어서 잘 모르겠단 말이지.
 
폭스트롯:생각보다 내가 사람이 제법 좋은 것 같아서 문제라면 문제려나. ...사람이 있으면 일단 말 걸고 싶고 그렇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다는 것 정도는 머리에 넣고 살기는 할게. (정말이야. 라며 당신의 뒤로 쏙 이어 들어간다. 문도 잘 닫고... 가득한 책들의 광경에 익숙하게 동화 있는 곳으로 가서 이리저리 살폈다.) 남는 방이 없다면 그 장교님한테 따로 이야기 해볼게. 애초에... 다 큰(것 같은. 일단 내 나이가 좀 있다고 했으니...) 남녀가 같이 있으면... 네가 좀, .... 좀 불편할 것 같으니까... (심호흡 가볍다. 신경을 쓰는 것은 이쪽인 편.) 그럼 타이머라고 불린 것으로 예전의 내가 활동 했었다, 정도로 추측하고 있으면 되겠다.
지금은... 조금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감 잡기가 어려운 편이랄까...
 
폭스트롯:
 
 
관찰력
12
75 37 15
극단적 성공
 
 
도서관을 둘러보던 폭스트롯은 동화책 한 권을 뽑아냅니다.
 
곧이어 미간을 찌푸리죠.
 
제이슨:
 
 
듣기
15
75 37 15
극단적 성공
 
 
폭스트롯:... 저번엔 내가 소개 시켜줬던 것 같은데... 아, 그러니까 타이머... ... 카운터랑...
 
그리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제이슨:뭘 소개시켜 준다고? (동화같은 장르가 취향인가? 옆으로 건너다보며 묻는다.)
 
폭스트롯:(헛. 숨 들이키며 한 발 물러난다. 당신 빤히 보다가 슬금 허리 숙여 당신과 눈 마주쳐보고.) ... ... 제이슨. 너 여자 맞지?
 
제이슨:(심드렁한 표정.) ... ...이건 뭐지? 초면에 신종 시비인가?
 
폭스트롯:아니, 아니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말 주욱 늘리며 조금 더 떨어진다. 허리 펴내고 붉어진 귀 끝을 가려본다. 이미 얼굴에 의미 알 수 없는 홍조가 퍼졌다만.) ... 기억이랑 다르네... 조심해야겠다. (그리 중얼거리고나.) 화, 확실히 예전의 나는 타이머가 맞던 것 같기도 해. 지금보다 어린 너를 만났던가.
 
제이슨:...난 또 무슨, 기억 얘기였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신선한 질문?에 구긴 표정은 가시지 않은 듯 했다.) 네가 알던 제이슨은 여자가 아닌 모양이지? 카운터는 또 뭐고.
 
폭스트롯:방금 조금 기억 났어서. 너... 라고 해도 되려나. 아무튼 너랑 만난지 얼마 안되었을 때네. 낯부끄러운 말을 잘도 했군. (반사적으로 뛰는 심장에 동화책을 집어 넣었다. 자신도 모르게 허공을 짚는다. 그러다가 제 목덜미 덥썩.) ... 왜 짧... (머리카락을 이야기 하는 모양. 하나같이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음, 성별에 큰 신경을 쓰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적어도 남자긴 했어. 카운터... 는 내 운명의 짝이라고 소개를 받았다고 설명하는 것이 좀, 편한가.
... 내 심장의 반쪽이었던 것 같은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제이슨:그 이후는 기억이 안 나고? (당황하는 모양새를 보니 기억이 전부 최근의 것들은 아닌 낌새라고, 어렴풋이나마 짐작하며 묻는다.) 머리를 관리해주는 사람이라면 불러줄 수 있지만... 짧은 머리를 자라게 하는 건 아마 무리일 거라 네가 견뎌야겠네. (미묘하게 변한 얼굴로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 ...확실히 낯간지러운 소리를 잘도 했구나. 상대가 진짜 나였으면 반응이 그렇게 좋진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
여긴 카운터라는 존재는 없으니 확실히 여기 사람은 아니겠군. 남자여도 어지간히 닮긴 했나 봐. 그 제이슨도 같은 능력을 썼나?
 
폭스트롯:DOT를 안내해줬던 기억까지가 끝이야. 그 전에 뭘 하고 지냈는지는 다 기억 나거든. 나랑 같이 타이머였던 이들 포함해서 이곳이랑 똑같이 생긴 건물들이라던가... (머쓱해졌다...) 으응... 분명 머리 길었는데 왜 이 꼴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네. 싸우다가 잘렸나? 스스로 자를 일... 이 있을 리 없고. (이번에는 이쪽이 표정 미묘해졌다.) ... ... 그, 음... 손 잡고 다닌... 것은 그리 나쁜 반응은 아니지 않... 아? 아까 전부터 심장이 너무 세게 뛰는데... 진정 좀 할게. (입술 꽉 문다. 숫자 하나씩 세어가다가 나만 좋았던건가, 같은 결론을 내린다. 금세 차분해진 모습.)
응. 똑같은 능력이었어. 능력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얼음 쓰는 것은... 똑같았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제이슨:손을 잡고 다녔다고... 뭐... 싫어하는 사람 손을 잡아줬을리는 없을테니, 그렇겠지? 아니면 그런 것에 무뎠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심장은 왜 뛰는데. 어디 안 좋나?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자면... 받은 메시지를 확인 후 상대에게도 화면을 보여준다.) 이런 이유라니까 일단 갈까. 여긴 나중에 다시 와도 되고.
연구 보고에 협조하라는 건 아마 나말고도 널 데려오란 뜻이겠지.
 
서관 훈련실로의 호출입니다.
 
리히트 장교가 15번째 타이머 가설을 벌써 본부로 전달한 모양입니다.
 
DOT의 절차는 두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신속히 흐릅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폭스트롯:(눈 찡그리며 분자를 본다. ... 그렇군.) 지금의 너는 스킨십에 무딘 편은 아니야? 아니라면 내가 각별히 주의를 해볼게. 여성에게 쉬이 손 대는 사람은 아니다만... 혹시 모르니까. (마른 세수 하더니 고개 끄덕인다.) 그러자. 어차피 별 일 아니겠지.
... 그래서 훈련실이, 서관이었나?
 
제이슨:그렇지. 여기서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될 거야. 훈련실은 아마 3층이던가... (이젠 실전이 훈련과도 같으니 그렇게 자주 쓰지는 않는 쪽에 가까웠다. 나가자고 손짓하며 먼저 문을 나서며 덧붙인다.) 접촉에 딱히 별 생각이 있는 쪽은 아니야. 아마 처음의 네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잡은 게 아니었다면 남자 쪽도 마찬가지였을걸.
 
호출을 따라 훈련실로 걸음을 옮기면, 문 앞에서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닥터: 왔어? 아침부터 바쁘지?
 
닥터 오프-화이트가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친근하게 굽니다.
 
손에 들린 일지에는
 
15번째 타이머?
 
물음표가 커다랗게 쓰인 낙서가 잔뜩 적혀 있습니다.
 
어지간히 호기심에 들뜬 모양입니다.
 
닥터: 음,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 리히트 장교님의 말에 따르면 저 친구가 15번째 타이머일 수도 있다며?
그래서 일단은 X라고 부르기로 했어. 미지수니까.
 
어깨를 으쓱인 닥터는 연구 내용을 간단히 설명합니다.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연구원들은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익숙한 패드가 뺨, 귀 뒤, 목덜미나 손목 안쪽 등에 달라붙습니다.
 
폭스트롯도 의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제이슨:
 
 
이성
9
47 23 9
극단적 성공
 
 
연구원: 봐봐, 잘 됐어?
 
연구원이 묻자 폭스트롯이 부드러운 미소 지어내며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두 사람, 분명히 처음 보는 사이일 텐데……. 왜 이렇게 다정한 거죠?
 
유난히 거리가 가까운 것 같습니다.
 
연구원이 폭스트롯의 심장부근에 있는 시간의 각인을 만지는 걸 보자, 팍 기분이 상합니다.
 
제이슨:능력이 중복되는데 15번째라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뭔가 미심쩍은 눈.)
(가벼운 농담 투로) 연구라지만 너무 거리낌없어도 그거, 추행이 될 수도 있다고요.
 
폭스트롯:(헤헤 웃고나 있다가 멈칫.) ... ... 그, 그렇구나?
 
닥터: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친해졌어?
 
제이슨:처음 보는 사람이 막 더듬어도 그러려니 할 거야? 지금보니까 무딘 건 내가 아니라... (눈썹 들어올림.)
 
폭스트롯:... 연구...연구를 위한 거잖아...? 명령이면 어쩔 수 없지. 여성 분도 아니니까 별 생각이 없었을지도.
 
닥터: X 는 여자애 손 잡으면 불타는 고구마 되겠다. 장담할게!
 
폭스트롯:뭐, 뭔 소리....
 
제이슨:뭐... 그러든가. 그리고 친해진 게 아니라 충고라고요. (아까보니 잘 익긴 하겠더라.)
 
폭스트롯:(아랫입술 삐죽.)
 
닥터: (으하하 웃어내고는) 우선…… X가 제이슨과 같은 값의 수라는 전제로 몇 가지 실험을 해볼 거야!
이레귤러인 만큼 DOT에서도 DB가 없으니 두 사람의 협조가 꼭 필요해.
 
훈련실 내부는 단출합니다.
 
스크린 속 영상에는 우주의 느긋한 한때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성간구름은 바람에 나부끼는 먼지처럼 한껏 부풀었다가 폭삭 꺼집니다.
 
달칵.
 
문이 완전히 닫히자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닥터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닥터: 가볍게 인터뷰부터 시작할 건데,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X는 기억이 아예 없는 거야? 원래 뭘 했는지, 언제부터 권능을 쓸 수 있었는지, 여기 오기 전엔 어디에 있었던지. 어떻게 오게 된 건지.
 
제이슨:(팔짱끼고 앉아 덩달하 궁금한 눈.) 아까 보니 뭔가 어릴 때의 기억은 돌아온 모양이던데.
 
폭스트롯:무언가를 답해 달라고 하셔도 그닥 생각나는 것은 없습니다. 있다고 한다면... 도밍게즈의 제 5시 타이머로 있었다는 것 정도려나요. 2032년이라는 해까지 기억이 납니다. 어릴 때부터 군에서 자랐고 12살에 능력 발현 후 DOT로 완전히 넘어왔습니다.
 
폭스트롯이 떠올린 기억을 토대로 대답하더라도 명쾌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같은 연도, 같은 행성, 같은 곳에서 같은 존재였다는 폭스트롯의 주장은 완벽한 역설에 불과하므로.
 
폭스트롯:... 정말 이게 끝이에요.
 
닥터: 흠, 좋아. 그럼 능력은 다시 사용할 수 있겠어?
 
폭스트롯:(해도 되나? 당신 힐끔 본다. 눈치라도 보듯)
 
제이슨:(멀뚱히 보다가 끄덕인다.) 여긴 훈련실이잖아. 밖에서만 아니면 괜찮지.
 
폭스트롯:(내려온 허락에 심호흡 하고 능력 사용하는 것 시도해본다.)
 
 
권능
패널티 주사위 -2
94
45 22 9
실패
45
67
94
 
 
이전과 같은 위력은 나오지 않습니다.
 
해봤자 얼음 알갱이 몇 개가 허공에 있다가 사라진 정도예요.
 
제이슨:...뭔가 되기는 하는 거 같은데...
(옆에서 보란 듯이 큰 얼음꽃 만들어본다.)
 
타이머 특유의 파동은 느껴지지만... 다른 동료에 비하면 훨씬 미미한 정도입니다.
 
게다가 어딘가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다는 불편한 감각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폭스트롯:..................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제이슨:...어? 아니 뭐, 그러려는 생각은 아니고. 따라해보라는 거지.
 
폭스트롯:(입술 삐죽이며 시도는 해보지만 처참하게 망해서 작고 소중한 얼음 알갱이나 손에 쥔다...)
 
애매한 출력값을 보고 아쉬운 한숨을 내쉰 닥터가 묻습니다.
 
닥터: 두 사람, 처음 만났을 때 특별한 느낌을 받았어? 역대 타이머의 기록을 살펴보면 세대교체를 미리 예감한 경우도 종종 있더라고.
분할되거나 교체되려던 거였다면 두 사람도 뭔가 느꼈을지 모르잖아.
 
제이슨:글쎄.. 딱히 교체되어간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요. 이상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폭스트롯:... 끌어당기는 느낌이라던가... 들긴 했던 것 같은데... (마른세수. 아 좀 부끄럽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귀가 스물스물 붉어진다.)
 
닥터: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럼 이번에는 말이야, 우선 둘이 양쪽 벽 끝에 등을 대고 서줄래? 완전히 떨어져 줘. 그리고 화면에 뜬 순서대로 진행하면 돼.
 
스크린을 채운 우주는 어느새 새파란 알림창으로 축소되었습니다.
 
또박또박한 픽셀로 쓰인 글자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소 황당한 단어의 배열을 닥터는 태연하게 설명합니다.
 
닥터: 아까 제이를 붙잡았을 때의 위력은 대단했잖아. 반복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어서.
 
제이슨:...그래서 거리를 좁혀보라는 이야긴가요? 그냥 다가가는 정도로?
 
닥터: 그런 거야~. 일단 가장 먼저 떨어져서 능력을 써보고 조금씩 거리 좁혀보자, 이런 소리. 이해했어?
 
제이슨:능력의 사용은 폭스만? 아니면 저도 포함하나요? (우선 시키는대로 떨어져 섰다.)
 
닥터: 폭스트롯만! 제이의 능력은 확실하게 알고 있으니까.
 
폭스트롯:(순순히 벽 즈음으로 다가가 선다.)
 
닥터: 우선 폭스트롯, 이 상태로 권능을 사용해볼래요?
 
폭스트롯:(집중하는 듯 미간 찌푸렸다가 능력 사용해낸다.)
 
 
권능
패널티 주사위 -2
93
45 22 9
실패
66
70
93
 
 
이런. 이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타자를 두들기는 효과음이 요란하게 지나고, 닥터 오프-화이트는 두 사람 사이 거리를 좁혀 봅니다.
 
제이슨:... (전에 죽을까봐 간절해서 우연히 폭발한 건 아니었을까...)
(조금 더 가까운 벽으로 붙어 빤히 쳐다본다.)
 
닥터: 그냥 능력이 약한 건가? 이상하네... 그럼 전에는 어떻게 했담? (흠흠) 그럼 이번에는 둘이 중앙에서 만나 봐. 가까워지되 닿지는 않을 정도로만.
 
폭스트롯:(물끄러미 시선 마주하고는 조금 가깝게 다가간다.) 이 정도면 될까요?
 
지시를 따르는 로봇처럼 상대를 향해 다가가노라면.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건만 심장박동이 점차 선명해집니다.
 
쿵쾅, 쿵쾅, 쿵쾅.
 
이제는 귓가에서 심장 박동이 들릴 지경입니다.
 
닥터: 자! 이제 그 상태로 권능을 써보자! 이번에는 제이도!
 
제이슨:(이게 누구의 심장소리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덤덤한 얼굴로 손을 들어 간단히 얼음 구체 생성을 시도했다.)
 
 
권능
보너스 주사위 +1
66
80 40 16
성공
72
66
 
 
폭스트롯:(귀 끝이나 문지르고 있다가 저도 별 일 아니라는 것처럼 능력 사용 시도 해보았다. 되려나.)
 
 
권능
패널티 주사위 -1
74
45 22 9
실패
65
74
 
 
보다 편안하게 권능이 나옵니다.
 
이상할 일이죠.
 
폭스트롯은 여전히 능력 사용에 애를 먹지만 방금 전의 얼음보다는 제법 형태감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닥터: 우연의 일치라기엔 확실히, 눈에 띄는 차이가 있네.
이젠 손을 좀 잡아 볼래? 내키지 않는다면 옷자락도 좋고. 일단 접촉해 봐.
 
폭스트롯:...? (미묘한 표정...) ... 손을...?
 
제이슨:(그럼 왜 괜히 애 의식하게 그런 말들을 해선... 눈을 흘기다가 이쪽이 먼저 태연하게 손을 덥석 잡았다.)
 
폭스트롯:(악! 소리 없는 비명 내지르고 얼굴 새빨갛게 달아올라서 입술 꽉 문다. 미묘했던 표정이 멍청한... 아무튼 당황으로 바뀌어서 손이 달달 떨리고...) 그, 어... 아... 이, 이 상태로...? 괘, 괜찮아...?
 
제이슨:(뭔 내외를 이렇게...) 혹시나 해서 묻는데, 네가 아는 제이슨 앞에서도 이러고 살았어? 아니면 혹시 여자 손 잡으면 큰일 나?
괜찮으니까 잡지, 무슨 질문이...
 
폭스트롯:... 내가 아는 제이슨 손은... 내가 먼저 잡, 았던 것 같은데... (
(그러니까... 한참 우물쭈물 거리다가) ... 레이디의 손은 함부로 잡는 거 아니라고 대부님이. 그것만은 아니지만... (꾸물...)
 
장갑이나 군복 위로도 신체를 접촉하면 권능은 압도적으로 몸을 부풀립니다.
 
고양감이 온 몸을 휘감습니다.
 
닥터: 어때? 능력에 변화 있는 것 같아?
 
제이슨:아까보다는, 확실히... 무슨 상관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조금만 움직여도 발현될 수 있을 정도로는?
 
닥터: 좋아. 그럼 그대로 능력 사용 해볼래?
 
제이슨:
 
 
권능
보너스 주사위 +2
42
80 40 16
성공
42
95
60
 
 
폭스트롯:
 
 
권능
100
45 22 9
대실패
 
 
집중을 해야만 나오던 능력이 꼼짝도 않습니다.
 
지금 모양을 보면 그냥... 집중을 못하는 모양이에요.
 
그러거나 말거나... 제이슨은 닿은 부분으로부터 새로운 권능이 넘어오는지 열감이 느껴집니다.
 
외부로부터 충전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폭스트롯:
 
 
정신력
97
80 40 16
실패
 
 
제이슨:
 
 
정신력
보너스 주사위 +2
48
50 25 10
성공
93
65
48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편안함이에요.
 
어쩐지 제이슨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은 기분탓일까요?
 
제이슨:...긴장하라고 이러고 있는 게 아닌데... 아직도 영 감 안 잡혀?
 
폭스트롯:(마른세수 한 번, 장갑으로 작게 맺힌 눈물방울 닦아낸다. 팔자눈썹 되어서는 조금 억울하다는 눈으로 당신 흘겨본다.) ... ... 감이 안 잡히는 것이 아니라... 나만 그런가 해서... 좀, 억울해.
 
닥터: 지금 관측되는 상승 곡선 기록해! 변화 수치 계산하고, 혹시 모르니 CCTV 영상 백업해둬.
 
쉴 새 없이 지시하던 닥터가 한 단계 다음을 요구합니다.
 
닥터: 좋아, 좋아! 잘하고 있어. 아직 힘들지 않지? 하나 더 해보자!
 
폭스트롯:(고개 다시 돌려서 CCTV나 바라본다.) ... 별 거 아니야.
 
제이슨:다음은 뭘 하면 되죠? (뭐가 되었든 먼저 할 기회를 주겠다며 덧붙였다.)
 
닥터: 이번엔 양쪽의 권능을 접목해 보자. 서로 단단히 붙들고……. 두 사람이 함께 같은 권능을 휘두르는 거야.
 
권능의 접목은 DOT에서 끊임없이 시도하던 연구입니다.
 
타이머들의 팀플레이를 넘어서, 권능끼리 접목해 새로운 지경을 연다면 더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2032년에 이르기까지 번번이 실패한 연구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속성의 권능은 절대 융화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대로라면.
 
타이머와 미지수라면……. 닥터의 기대심리가 스피커 너머로 생생하게 맥동합니다.
 
닥터: 제이, 네가 리드해 줘. X는 처음일 테니까.
 
제이슨:그럼... 아마 이쪽이 처음 보여줬던 것과 비슷한 쪽이 더 익숙하겠죠. (잡은 손에 똑같이 힘준 그대로 다른 손을 들어올렸다. 그렇게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은 저를 잡은 적 있던 얼음 사슬이다.)
본능이었다던 그 능력 말이야. 다시 떠올려보면 좀 괜찮지 않겠어?
 
폭스트롯:(당신 잡은 손에 힘 빼지 않은 채로 순순히 고개 끄덕인다.) 그것이라면 못할 것도 없지. 가장 익숙한 것이니까. 같이 사용하면 되는 거야?
 
제이슨:아마 그렇지 않을까. 준비 됐으면 먼저 써보도록 해. 난 그대로 흐름에 맡길테니까.
 
폭스트롯:(눈 감고 손 뻗어낸다. 잡고 싶은 타인을, 그러니까 한 사람을 생각하고. 아, 이렇게 되면 또 당신을 잡을까 하여 생각 떨쳐내고 이미지에 집중한다. 괜찮아. 할 수 있어.)
 
 
권능
80
45 22 9
실패
 
 
제이슨:
 
 
권능
보너스 주사위 +2
21
80 40 16
어려운 성공
49
21
34
 
 
사방으로 뻗어간 얼음 사슬이 훈련실을 빽빽하게 채웁니다.
 
반짝이며 빛나는 얼음 알갱이, 사이사이 피어난 수려한 얼음 꽃.
 
투명한듯 파리한 장미가 존재를 뽐냅니다.
 
이는 기적의 상징.
 
뒤섞여 퍼진 권능 또한 기적.
 
제이슨:
 
 
정신력
41
50 25 10
성공
 
 
폭스트롯:
 
 
정신력
27
80 40 16
어려운 성공
 
 
안락하기 짝이 없습니다.
 
왜 이렇게 완벽하게, 편안하지?
 
의구심마저 멀게 느껴질 정도로 그렇습니다.
 
동시에 이상한 충동이 느껴집니다.
 
꽉 끌어안다 못해,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떨어지기 싫어.
 
눈 앞에 있는, 온기 맞붙이고 있는 이 사람과.
 
닥터: 대단해! 여태 우리가 찾아 헤매던 해답일지도 몰라!
 
온 세상이 들뜨는 것처럼 환희에 찬 목소리였습니다.
 
제이슨:(큰 목소리가 들리자 동시에 잠식되는 듯하던 충동에서 눈을 돌렸다. 그렇게 싫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낯설고도 멀다는 생각이 먼저 앞서 잠깐뿐이었다.) 좀 성과는 괜찮을 것 같아요?
넌 어때. 별 부작용은 없어? (앞의 이에게 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닥터: 기적이야! 완전 이건 기적이야, 제이!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니까? 살면서 이런 기록은 본 적이 없어! 과거에도 지금도 이게 유일무이할 거야!
 
폭스트롯:(큰 소리 속에서 담담하게 고개 끄덕인다. 웃어보이는 것도 잊지 않고.) 괜찮아. 오히려 편하네.
 
그다음 지시는 직전과 반목하는 행위였습니다.
 
각자의 권능으로 서로에게 대항하라.
 
같은 속성의 다른 주인이 다루는 권능들이 충돌할 경우를 살피기 위한 실험입니다.
 
제이슨:나야 군 소속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누군지 모를 사람한테 너무 어려운 걸 요구하는 거 아닌가. (살짝 인상을 쓴다.)
다치지 않게는 하겠지만... 이번에야말로 괜찮겠어?
 
폭스트롯: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 몸도 중요해. 게다가 나는 네게 떠맏겨졌으니 군소속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나. 그러니까 표정은 풀어. (당신의 미간을 툭 건드리고는 느리게 떨어졌다. 음, 이 정도면 되려나.) 살살해주기야.
 
제이슨:뭐, 노력은 해보지. 노력은.
 
닥터: 폭발 조짐이 보이면 안전장치가 자동으로 작동 될 거야. 그래도 X의 상태가 불안정하니 제이는 출력 수준 맞춰줘!
들리지, 제이? 알겠지, 제이? 믿는다!
 
다시 한번 공격 지시가 울립니다.
 
제이슨:
 
 
얼음 사슬
65
80 40 16
성공
 
피해 36
 
폭스트롯:
 
 
얼음사슬
94
45 22 9
실패
 
피해 46
 
제이슨의 권능은 성공적으로 표적을 겨냥하고 쏘아져 나갔지만, 목표물에 닿는 순간 봄날의 눈처럼 맥없이 녹아내립니다.
 
자아를 가지고 피아를 구분하는 것처럼.
 
타이머의 권능이란 위대하면서도 폭력적인 자연재해와 같아서, 손끝을 떠난 후에는 컨트롤할 수 없습니다.
 
손발이 맞지 않으면 아군이 더 무서운 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명백히.
 
권능이 폭스트롯을 식별한 양 굴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즉, 이보다 완벽한 파트너가 있을까요?
 
스피커 너머가 부산스럽습니다.
 
닥터와 연구원들의 목소리가 너무 높아 한 문장씩 알아듣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당장 보고해야 한다며 소란을 피우는 것 정도는 확실해 보이네요.
 
믿기 어려운 결과입니다.
 
홀로도 부족하다 느낀 적 없건만……. 제이슨과 폭스트롯이 닿을 때마다 빈구석이 있었던 것처럼 권능은 계속해서 몸집을 부풀립니다.
 
더욱 광범위하고 정교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지경이 있단 걸 체감합니다.
 
제이슨:
 
 
정신력
32
50 25 10
성공
 
 
지직, 지지직.
 
스크린에 노이즈가 섞이고 화면 전체가 미미하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새로운 글씨가 떠오릅니다.
 
접근 → 접촉 → 접목 → 접전,
 
그다음은 접문입니다.
 
원래 총 다섯 단계였던가?
 
근본적인 의문 대신 자극적인 질문이 고개를 듭니다.
 
접문이라면…… 지금 생각하는, ‘그거’ 맞나요?
 
폭스트롯은 아직 확인을 하지 못했는지 만들어냈던 얼음 사슬이나 툭툭 건드리고 있습니다.
 
제이슨:(화면을 보는 눈이 가늘어졌다. 아직 영문을 모르는 사람은 그대로 둔 채 묻는다.) ...아무리 훈련이라지만 이래도 되나요? 나는 몰라도 저쪽이 안 괜찮을 거 같은데.
 
스피커 너머에서는 부산스러운 소리가 계속될 뿐 아직 별 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폭스트롯:(얼음꽃 하나 똑 따서 당신에게 가다가 음?) 왜그런 표정이야?
 
제이슨:저거. 너 할 수 있어? 내 생각엔 아닐 거 같아서. (손에 들린 꽃 한번 보고, 당신의 얼굴을 보다가 스크린을 턱짓했다.)
 
폭스트롯:(꽃을 당신의 귓가에 꽂아주다말고 스크린 본다. 이내 얼굴이 달아오르며 한쪽 눈썹 올라갔다. 어?) ... ... 며, 명령... 인, 거야... 저거?
 
제이슨:(부끄러워 하는 것치곤 이런 행동도 너무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 멀거니 제 귓가나 매만진다.) ...저렇게 해놨다는 건 하라는 뜻 아닐까? 아마 그럴걸. 그래도 강요까지는 아닐테니 네가 불편하면 불복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어.
 
폭스트롯:(말 잇지 못하고 잠시 뜸. 한참을 혼란스럽다는 듯 있다가 당신 본다. 그러니까...) ... 제이슨은... 괜찮아? 그러니까, 저런 행위를 나랑, 하는 거 말이야.
 
제이슨:...이번엔 좀 유별나다 싶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유가 있으니까. 서로에게 나쁘지 않을 일이라면 괜찬겠지. (답하는 표정은 어딘가 미묘했으나 제법 평온했다.)
 
폭스트롯:(당신의 표정에 주저하는 모습이었으나 허공 배회하던 손을 당신의 뒷머리 감쌌다.) ... 무리 시키고 싶지는 않은데... (그러니까...) ... 이유 있는 훈련, 이니까. (허리 가볍게 숙였다. 숨 가까이, 한 손으로는 당신의 눈을 덮어 가린 채. 짧게, 조금은 아쉬워서 스치듯 한번 더. 입 눌렀다가 떼었다.)
 
제이슨:(뭐라고 이렇게 망설여질 일인가, 입을 떼려다 곧 다물었다. 보통은 그럴만한 것이 맞으니 이쯤되면 정말 자신이 무딘 것인지, 아니면 그여도 괜찮을 일인지 분간은 제대로 되지 않는 형편이었으니까. 눈 덮는 손이 유난이라 생각하면서도 나름의 배려임을 알아 얌전히 닿는 감각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곧 눈을 뜨면... 아까보다 더 가까워진 얼굴에 열기가 돌고 있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조금 웃는다.) ...누가 무리라고?
 
폭스트롯:
 
 
정신력
9
80 40 16
극단적 성공
 
 
제이슨:
 
 
정신력
6
50 25 10
극단적 성공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순간마저도 길고 긴 찰나처럼 느껴집니다.
 
상대를 다시 잡아당기고 맙니다.
 
가지 마.
 
나를 떠나지 마, 이 세계 일부에 나만 두고 가면 안 돼…….
 
절박한 심정이 되어 매달리고, 매달리고, 매달리게 됩니다.
 
……왜 이렇게 외롭고, 두렵지?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이슨:(전부터 제 신경을 갉던 낯선 기분의 출처는 다름아닌 눈 앞의 당신이란 것은 알겠다. 그러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꼭 그 뿐만은 아닌 듯 제게도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이 서린 것에는 조금 미간을 구기게 된다. 하지만 그 또한 당장 문제는 아니었으니 아무래도 좋았다. 잠시나마 닿는 동안 잡고 있던 옷 소매를 슬그머니 놓아주며 말을 잇는다.) 이제 결과를 보고 나면 끝이지 않을까 싶어. 불쾌한 점이 있었다면 전달해 둘 테니까 말해. 지금 아니면 기회 없으니.
 
폭스트롯:(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손등으로 제 하관 가리며 허리 핀다. 미미하게 찌푸려진 미간이었으나 불쾌, 보다는 낯부끄러움에서 나옴이 더 컸다.) ... 불쾌했던 것은 아니야. 그냥... 미안할 뿐이지. 어째 담담해 보인다, 너는. ... 표정 관리에 능숙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폭스트롯:
 
 
심리학
87
70 35 14
실패
 
(마른세수 박박 하고는 하하, 웃음 흘린다.) ... 넌 이전이나 지금이나 매번 이런 얼굴이네. (나 혼자 설레고... 어째 씁쓸한 탓에 한 걸음 물러난다.) 나 혼자 유난인건 정말 어느 곳이든 같은가 봐.
 
말이 끝나기 무섭게 훈련실의 문이 벌컥 열립니다.
 
닥터: 고생했어!
 
활짝 웃는 얼굴은 닥터가 이번 실험 결과에 얼마나 만족했는지 알려줍니다.
 
제이슨:글쎄... (꼭 그렇지만도 않을텐데. 들리지 않을만큼의 중얼거림이 지나고 나면 그 시선은 닥터에게로 향했다.)
다 좋은데, 다음부터 이런 곤란한 접촉은 사전에 내 쪽으로 먼저 언질 줬으면 해요. 상대가 받아들여서 다행이었지.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닥터: 으응? 무슨 소리야? 혹시 손 잡는 거나 이런 거 별로였어? 그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이랑 X는 의외로 섬세하구나...
 
제이슨:...아니, 그거 말고. 한 단계 더 있었잖아요? 그 뒤의 이야기인데.
 
닥터: 헝? 접전 말이야?
 
제이슨:...... 이거 모르는 척인가? 그 다음 거.
 
닥터: 정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고개 갸웃...) 너희 무슨 짓 했어?! 빨리 나도 알려줘!
 
제이슨:...됐어요. 궁금하면 저쪽에 물어보든가요. 그럼 이제 우린 가봐도 되는거죠. (빠른 발뺌.)
 
닥터: ...? 응. 일단 다 끝나긴 했는데... 나중에 알려줘야 해, X! 궁금하게! 영상 돌려보는 수가 있어!
 
폭스트롯:뭐야? 하지 마세요, 그거. (도리도리 거리며 후다닥 훈련실 나가버린다. 당신 손목 잡아서 끄는 것 잊지 않고...)
 
제이슨:(해보기만 하라는 얼굴로 돌아보곤 잡힌채로 토돗 빠져나간다...)
 
기억을 잃은 폭스트롯이나 기억을 떠올린 폭스트롯이나... 답답하긴 마찬가지 입니다.
 
그 기억 안에 있는 사람과 당신은 같은 사람인지, 혹은 다른 사람인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도통 알 길이 없어요.
 
그가 말하는 기억 속에는 분명 당신의 이름이 있는데... 당신은 전혀 모르는 이야기.
 
정작 이곳에 왜 오게 됐는지도, 어떻게 오게 된 것인지도, 중요한 항목은 모두 공백입니다.
 
빠른 걸음으로 가던 폭스트롯은 이내 제이슨의 손을 놓습니다.
 
폭스트롯:... 미안. 걸음이 너무 빨랐나?
 
제이슨:딱히. 따라가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역시 신경쓰여서 그래?
 
폭스트롯:... 음, 아니... 네 말대로 이유 있는 행위였고 큰 의미는 두지 않아. 단순히... 그, 알려지면 너한테 폐가 갈까봐서.
 
제이슨:괜찮아. 기껏해야 저들이 신나서 사람 놀려먹는 데나 쓰이겠지... 너만 괜찮았다면 됐어. 아직 더 둘러볼 곳이나 있으면 가자고.
 
폭스트롯:네가 놀림거리가 되는 것은 싫단 말이야. (이내 자연스럽게 방이 있는 기숙사로 걸음한다. 어차피 구조는 같으니까.) 방에 가자. 혹시라도 불편하면 장교님께 갈 테니까. 음, 그보다 뭐 하나 물어봐도 괜찮을까?
 
제이슨:(아, 그러고보니 사소한 기억이 돌아왔다면 이곳도 이젠 익숙하려나. 새삼스럽게 든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갔다.) 뭐가 궁금한데?
 
폭스트롯:제이슨은 이런 생각 해봤어? 타이머가 사라진다면... 세계는 멸망할까? 같은 것.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태초의 진리지만, 제이슨도 타이머 가설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도밍게즈 국민이라면 대체로 그 가설을 정설로 배우죠.
 

 

 
제이슨:아... 그러고보니 처음 봤을 때 네가 그런 말을 했지. 다가오는 계절에 세계가 멸망한다고 했던가. 그것과 연관되는 질문인가?
내가 아는 가설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당장 타이머가 없어지면 저 이상한 생물들에게 대항할 자도 사라지는 꼴이니 당연한가.
 
폭스트롯은 애매모호한 얼굴로 하늘에 뜬 별을 바라봅니다.
 
고대한 대답이 아니었던 걸까요?
 
폭스트롯:나도 모르겠어. 분명히 그렇게 배우고 자랐는데……. 왠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것 같아서.
 
생각해내려 노력하더라도 머리만 아파질 뿐입니다.
 
폭스트롯은 괜히 제이슨의 손을 잡아 끌고 기숙사 문 앞에 섭니다.
 
위치까지 딱 들어맞는 것을 보니 기분이 이상할지도 모르겠어요.
 
폭스트롯:... 비, 비밀번호 까지는 몰라.
 
제이슨:그야 그렇겠지. 내 방이니 나 말고 누가 안다고. (익숙하게 비밀번호 네 자리를 띡, 입력하고 문을 연다. 성의없는 동작이 누가 봐도 생일 따위로 지정해 놓은 듯...)
 
폭스트롯:(정말 자기 같은 번호. 정도로 실례?될지도 모르는 생각을 했다.) 여자애 방에 들어가는건 처음인데. 심호흡 좀 할게.
 
제이슨:(황당하다는 낯) 너 정말... 태어나서 여자 처음 만나보는 사람도 이 정도로 반응하진 않을걸. 그게 그렇게 큰 결심이 필요해?
빨리 들어가기나 해. 여기서 여자 남자가 어디있어, 다 군인이지. (냅다 등 떠밀어 몰아넣었다.)
 
폭스트롯:난 내 동료 여자애 방도 들어가 본 적이 없... 아! (고대로 떠밀어져서 넣어졌다. 요리조리 둘러보며 거실 구석에 찌그러진다.)
여기서 혼자 지내?
 
제이슨:그렇지. 타이머들은 아마 다 1인 1실이 보장되어 있을걸? 각자 프라이버시도 있고.
 
폭스트롯:하긴 그렇네. 나는 신경 안 써도 괜찮아. 공기처럼 있을 테니까 평소처럼 지내도... (괜찮겠지?) 괜찮아.
 
제이슨:그야 나는 괜찮지. 방이 있으니 네가 막 들락거리는 것만 아니라면... (그런데 내가 아니라 그쪽을 걱정해야 하지 않나? 싶었지만 말로는 굳이 하지 않는다.)
어쨌든 네가 강하게 요구하는 게 아니라면 한동안 여기서 지내게 되지 않으려나. 차라도 줄까?
 
폭스트롯:개인 프라이버시는 지키니 그 정도야 쉽지. (찌그러져 있던 몸 풀고 당신에게 슬그머니 다가온다.) 응. 평소에 무슨 차 마셔?
차 마시는 거 나름 좋아해.
 
제이슨:평소엔 차보다 커피를 마시는 일이 더 많긴 해. 나갈 일이 많아서 잠은 최소화 하다보니. 원하면 그쪽을 줄 수도 있고. (적당히 코트만 벗어두고 물을 올려둔다. 꺼낸 찻잎은 알 만한 홍차 종류가 대부분.)
아마 당분간은 나만큼은 아니어도 너도 바쁘긴 할 거야. 뭐... 낯선 곳에서 눈 뜨자마자 유감인 말이지만.
 
폭스트롯:(당신 뒤에서 기웃 거리고나 있다. 도와줄 것 있나, 싶어서.) 커피가 잠 깨기엔 확실히 좋긴 하겠네. 커피를 마시면 그 날은 잠을 못 자서 나는 괜찮아. 역시 이래저래 바쁘게 지내는구나. 역시 내 기억은 어릴 때 까지라 호출이 거의 없는데.
음, 그러니까... 제이슨은 몇 살이야? 성인인 것 같은데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네.
 
제이슨:됐어. 다 되면 부를테니 방 구경이라도 하든가. (팔꿈치로 툭 쳐서 쫓아내는 시늉이나 했다.) 그럼 대충 다즐링이나 아삼 정도로 할까. 어릴 때는 훈련 일정만 소화하면 되지만 커서는... 저런 위험한 임무도 그렇고, 여러모로 매체에 얼굴 비출 일도 많아지니까.
나이? 스물 다섯. (힐끔.) 넌 어차피 아직 기억 안 나지?
 
폭스트롯:엇, 네에. 뭐든 잘 마시니까 편하게 해줘도 좋아. (고대로 슬리퍼 끌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당신 방처럼 보이는 곳은 부러 확인하지 않고 고개 삐끔 들이 밀었다가 빼기를 반복한다.) 네가 간다고 하면 따라가고 싶어. 나는 몰라도 네 힘이 강해진다면 조금 더 쉬이 일이 끝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 역시 난 공표되지 않겠지? 조용히 지낼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내 기억은 열 일곱에서 멈춰 있는지라-. 기억 맞춰서 보면 우리 열살 차이네-. 누나라고 하면 되나? (농담조.)
 
제이슨:음... 대뜸 공표하기엔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니까. 이제와서 열 다섯 번째라는 것도 말이 안되고, 심지어 같은 능력의 짝이 있는 거라면 왜 다른 타이머가 아니라 나에게만... 이라는 의문점도 남아있지. (중얼거리듯 답하며 드디어 김이 올라오는 찻물을 따라 놓고 고개를 돌린다. 얌전히 구경이나 한다던 이가 왜... 굳이 방 앞에서 저러고 있는지는 모를 노릇이긴 한데.)
위험을 감수할 자신만 있다면 말리지는 않겠어. 상부에 묻기도 해야겠지만 아마 거긴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지. (어이없다는 얼굴.) 누나는 무슨 문짝만한 몸으로... 차나 마셔.
 
폭스트롯:구구절절 맞는 말이야. 같은 능력의 짝이라고 하니까... 그러게. 난 정말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네. 내가 있던 곳의 타이머들은 모두 잘 있을련지도 모르겠고. (고개를 급히 빼고는 옆눈이나 한다. 한 것도 없으면서 찔리는 모양.) ... 신화생물이랑 싸우다가 게이트에 빠지기라도 한 걸까-. (내 기억에는 신화생물이라는 거 없었는데. 그리 덧붙이기나 하며 쭈뼛거리며 다가갔다.)
나야 못할 것도 없고... 네가 다치지 않을 수 있다면야 아무래도 좋아. (찻잔아나 만지작...) ... ... 기억 속의 시야보다 너무 높아, 지금. 문짝... 아니, 그렇게 큰가? (거울을 보지 않은 자의 최후다.) 화장실에 거울 있지?
 
제이슨:뭐... 거기도 날 닮은 사람이 있었다면, 다른 타이머랑 닮은 이들도 있다던가, 그러진 않았고? 그 정돈 기억 날 거 아냐. 네가 있던 곳이 신화생물도 없는 세계였다면 굳이 왜 어릴 때부터 타이머가 둘 씩이나 있어야 했던 건지도 모르겠고... (얌전히 테이블 위에 찻잔을 밀어준다.) ...지금 고민해봐야 어차피 우린 아는 게 없으니까, 역시 기억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나.
우리 본 지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까지 헌신적이지 않아도 돼. 네 몸 간수나 잘 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라고. ... ...아까 문 지날 때도 아슬아슬하다는 느낌 못 받았어? (어디 한번 보라는 듯 화장실 턱짓한다.)
 
폭스트롯:있었어. 베니랑 무슈랑... (손 꼽으며 세다가) 타이머가 아니라 카운터라고 불렸을 뿐이지. 어느 날 갑자기 능력이 각성 했다며 DOT에서 데리고 왔었던가. 멸망을 막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라고 하면서 말이야. (찻잔 들고 향 두어번 맡았다. 눈에 감돌던 이채가 일렁.) 모두 돌아온다면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해.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거니까. 본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할 수 있는 일이면 하고 싶단 말이야. (흐리게 웃으며 한모금 넘긴다. 곧이어 찻잔 내리고 화장실 쪽으로 슬그머니.) 의식 안 하면 자연스러워서 모르겠어. 의식을 안 하면. 전에도 키는 컸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곧이어 화장실 문이 닫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 수 초 지났던가요?
 
가벼운 비명 아닌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폭스트롯:(문 꽝! 연다.) 나 꼴이 이상해!
 
제이슨:? 뭐야...... 갑자기 뭔데? (아무리 어릴 때랑 다르다지만 그 정도라고? 느지막하게 일어나 화장실 문을 벌컥 연다.)
(문 앞에서 딱 마주치자마자 해괴한 얼굴을 했다.) 뭐가 이상해? 멀쩡하게 눈코입 다 있잖아.
 
폭스트롯:원래 머리색은 옅은 회벽색이었단 말이야. 기장도 허리 넘게는 오고! 피부도 이렇게 타지는 않았는데... (제 왼쪽 눈 가르킨다.) 눈도 안 보이고... 얼굴이나 목에 흉도... (아찔!)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 있는 줄 알았어.
 
제이슨:음...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군이 좀 험한 곳이기는 한데 그 정도로 난리날 만한 일은 여태 없었던 것 같은데... (확신은 없는지 말끝을 흐린다.) 아까 네가 능력 쓰던 걸 보면 저쪽에서도 좀 걱정되기는 했겠네.
흉이야 둘째치고.... 머리색은 글쎄. 혹시 누구랑 헤어졌다든가. 그런 거 흔하게 있잖아.
 
폭스트롯:스스로의 입으로 말하기는 뭣하지만 내 외모를 나름 좋아했단 말이야...-. 관리도 열심히 했는데. (찔끔 난 눈물을 겨우 훔쳤다. 하... 허탈하다.)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제법 험하게 지냈나 봐. 어쩔 수 없지. 받아들이고 사는 수밖에. (눈물 닦던 손으로 미간이나 꾹 누른다. 급격히 피곤해진 모양.) 나름 능력도 자유롭게 썼었는데 능력도 안 나오는 거 보면 웃기지도 않아...
... ... 헤어지고 염색까지 할 정도면... (당신 가만히 봤다가 눈 굴린다.) 음, 연인 즈음은 되어야 하지 않으려나? 보통은 연인이랑 헤어지면 그러잖아. 머리 자르고 염색하고...(.......) ... 난, 애인 없었을걸. 짝사랑 상대는 있었을지 몰라도.
 
제이슨:머리도 피부도 옅은 색이었다면 뭐... 지금하고 확실히 느낌이 다르기는 했겠네. (그럴 것 같진 않아보이는데, 예쁘게 가꾸는 걸 좋아하나보다... 생각만 하며 나름 위로랍시고 어깨나 두드린다.) 다 그런거지. 흉 한두개 쯤이야 나도 없는 거 아니고. 지금 나오는 능력이 어릴 때 쓰던 것보다 못하단 소리야? 그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뻔히 보다가 눈 굴리는 모습을 보고 태연히 묻는다.) 어린 애가 무슨 연애를 했겠어. 다 자란 다음의 일이야 그때의 너라 해도 몰랐을텐데. 꼭 기억 속에서 이미 짝사랑 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같은 타이머야?
 
폭스트롯:머리 높게 묶고 파란 장미도 꽂고 다녔어. 나한테는 도밍게즈가 모든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머리 뒤쪽에 손 올려보기도 했다. 이내 내려서 짧동한 꽁지머리나 만지작. 어깨 두드려지자 하하, 멋쩍은 웃음소리나. 너도 파란 장미 잘 어울렸어. 가볍게 덧붙인다.) 흉터는 군인의 훈장이라고 부르면서 납득은 했겠지만 어째 슬픈건 사라지지가 않네. 기왕이면 얼굴 정도는 깔끔하게 남기면 좋았을 텐데. ....어, 능력...- 이면 응. 예전에는 잘만 썼는걸. 엄청 자유롭게. 지금은 뭐랄까... 능력이 다 닳았다고 해야 할까, 잔재만 남았다는 느낌에 가깝네.
(어린 애. 하긴, 그렇지. 눈 앞의 상대도 저를 어린 애로 생각할까, 싶어서 어쩐지 초조해졌다. 역시 몸만 큰 어린 애려나.) 내 인생에 연애라는 것은 없는 일이나 다름 없었겠는데... 정말 많이 좋아했다면 했겠지? 인생을 줘도 아깝지 않을 사람이어야 해. 정말로. (눈 피하며 다시 걸어가 찻잔 잡는다.) 카운터,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타이머 중에 하나였어. 누구인지는 비밀.
 
제이슨:뭔가, 역시 군인보다는 일반적인 셀럽에 가까운 이미지 아닌가, 그거? (지금 모습에 달아도 어울리긴 했을 것 같은데. 중얼거리며 그제사 찬찬히 얼굴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얼굴을 미처 가리지 못했을 정도로 좋지 못한 상황이 생겼었다는 거겠지. 살아있는 데 좀 더 감사하는 게 어때. (으쓱인다.) 그럼 붙어 있어서 나만 이득을 보는 모양샌가? 같이 능력을 사용했을 때 정말 조금도 나아지는 느낌은 없었어?
(아무래도 제 나이보다는 속알맹이가 어린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사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번듯한 인간이란 소리이니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았다.) 나한테 하는 것만 봐도 네 연애길이 그다지 순탄하진 않았을 것 같네. 그 사람이랑 손이나 제대로 잡아봤을까... (악의없이 한마디 툭 던진다.)
여기서 이런 소리 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좋아하던 사람한테 돌아가고 싶어도 좀 참아. 언젠간 방법이 있겠지.
 
폭스트롯:... 아무래도 성인이 아니었으니 군인보다는 광고를 찍는다거나 이래저래 출연을 한다던가 등이 컸지. 싸움 자체보다는 DOT의 얼굴마담, 정도의 이미지였던가. (느껴지는 시선에 이리저리 눈 피하기 이어가다가 이내 조심스레 당신 마주한다.) 살아 있음을 감사하긴 하지만... 아쉽다는 거지. 보통은, 이렇게까지 흉이 있으면 주변에 걱정 많이 끼쳤다는 소리가 되잖아. 9시 애들이 고치지도 못한 상황이면 더더욱 그렇고. (보이지 않는 눈가나 만지작. 의식을 하니 거리감이 제법 다른 탓에 허공에서 다른 손이나 뻗었다가 거두어본다. 괜히 당신 볼이나 콕, 찔러보던가.) 능력 자체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좀 더 부푸는 느낌은 있었어. 아예 사용이 안된다, 보다는 가까이 있으면 사용할 수 있게 되긴 한다, 에 가깝나?
(들려오는 소리들이 전부 사람 뼈를 갈아서 뿌려버릴 정도로 아픈 말들 뿐인지라 반박도 못하고 고개나 끄덕이고나 있다.) ... 그렇게까지 내가 연애를 못할 상이야? 나름... 그래도... (입술 삐죽. 아닌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궁시렁 거리고나.)
... 돌아갈 수 있다면 좋은 거고... 아니면, 뭐... 마는 거지. 그 애는 내가 좋아하는 거 모를 거니까 나만 마음 정리하면 되는 일이잖아.
 
제이슨:거기도 어릴 때부터 노출시키는 건 비슷했던가......... 지금 정도로 성장해서는 역시 원래 의도대로 군에서 더 열심히 써먹었던 모양이지만. (왜 피해? 약간 오기가 생겨서 집요하게 따라가다가 도로 맞는 시선에 그제야 평온한 얼굴을 한다.) ....그렇겠지. 너와 같이 있었다던 사람도 나와 비슷한 성향이었으면 분명 걱정했을테고. (적어도 동료가 자꾸 다쳐오는 걸 아무렇지 않아 할 위인은 못 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다. 지내는 데 불편함이 있으면 언제든 검사를 요청해도 된다며 눈 앞에서 손을 슬, 흔들다가 제 볼을 찌르는 손가락을 덥석 잡는다.) 그럼... 역시 환경이 달라져서 불발된 것일지도 모르겠네. 차라리 네 몸 지키려면 역시 같이 다니는 쪽이 낫겠어. 너무 위험한 임무만 아니라면 그게 도움되겠지.
(자기가 무슨 소릴 했는지는 개의치도 않은 채 멀거니 본다.) 연애를 못한다기 보단... 그냥, 지금 하는 것만 보면 좀 답답하게 굴 것 같아. 이성하고 있는 것만 해도 이렇게 난리 칠 거면서. (삐죽이는 모습이 좀 웃기긴 한지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처럼 말한 것치곤 포기가 빠르네. 돌아가야 할 이유가 그 사람만 있는 건 아닐 거잖아. 애초에 보이던 사람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 알면, 그쪽도 오히려 속 타들어갈걸? 같은 마음인지 아닌지와는 별개로.
 
폭스트롯:어딜가나 DOT에서는 아이였을 때부터 노출을 시키는 모양이야. 굿즈도 만들고 팔면서 돈벌이로 쓰나? 세계의 영웅이라는 이름의 이들이 있어야 상징성이 있다 볼지도 모르지. (슴박. 이내 얼굴 여기저기를 뜯어본다. 정말 똑같이 생겼구나. 조금은 선이 얇나? 겹쳐서 보는 것은 아니나 이 모습도 괜시리 좋아서 웃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입꼬리 올라갔다.) 역시 걱정 시키기 싫다. 걱정 많이 할 것 같으니까... 일이 있으면 숨기게 될지도 몰라. 그걸 더 싫어하겠지만... 나랑은 생각이 다를 테니까... 조금은 의견 마찰도 있을 거고. (수긍하다가 잡힌 손가락 접으려 했다가 잡고 있기 쉽게 펴서 고정한다. ... 싫은가? 만져보고 싶었는데.) 응. 같이 가. 나도 너 걱정할 거니까. 벌써 정 들었는걸.
이성이 아니었다면 크게 반응도 안 했을걸-. 네가 여자애니까 더 조심스러운 거야. 이상형이 정해져 있긴 했지만 그 애는 이상형이랑 완전 달랐고. 확신하면 일직선일 수 있다고, 나. (허리 숙여서 당신과 이마 살짝 마주대었다가 떨어진다.) 익숙해지면... 너도 문제 없어. 정말이야. (아니? 심장은 아니라고 하지만 필사적으로 무시했다.)
... 응. 걱정 시키기 싫으니까 최대한 빨리 가야지. 너한테 정이 더 들면 진짜 가기 싫어질 것 같아.
 
제이슨:아무래도 그런 게 있는 쪽이 사람들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영향을 줄 거란 생각이었겠지... 영웅이란 존재에 쉽게 열광하기도 하고. (얘가 왜 저런 얼굴로 보는 거지. 이유도 모른 채 눈이나 깜빡이며 마주한다. 이렇게 보면 흉이 있어서 그렇지 얼굴도 멀끔하니 호감을 사기는 괜찮을 것 같은데... 외부인임에도 다들 그래서 경계가 옅은 것도 없지는 않을테고. 잡은 손가락이 확연히 제 것과 크기 차이가 나는 것이나 관찰하다 슬금 놓아준다. 딱히 싫어서는 아닌 듯.) 돌아가서 어떻게 하든 상관없는데, 여기서는 되도록 숨기지 마. 싫어할 것을 알면서 그러는 것도 몹쓸 짓이야.
뭐... 그럼 대충 여자애 말고 네가 살던 곳의 제이슨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조심스러울 필요없어. 어차피 싫으면 무력으로 제압 가능한 건 내쪽이라는 걸 잊지 않아줬으면 좋겠군. (진짜로 싫었다면 애초에 발부터 얼렸을 것이다.) 그래도 아까보단 나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네.
뭐든 적당히 해. 사람이니 의식해서 정 붙이지 않는 쪽도 어렵겠지만, 여기저기 사람들도 만나보고. 다 네 편의 봐줄 사람들이니까.
 
폭스트롯:어딜가나 사람은 다 똑같구나-. 다른 것이 더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너도 이래저래 피곤하겠다. 저들의 열광을 받아주긴 해야 하는데 그닥 원하지 않는 것 같으니. (손가락 풀려나자 얼굴 감싸고 엄지로 볼 문지른다. 히히... 귀엽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나 하며 좋아하기나. 사심이나 채워보자는 속셈이다.) ... 그럼-.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바로 알려줄게. 숨기는 것 하나 없이.
... 네가 허락한 거다? (어떻게 대했더라. 기억 되짚다가 고개나 까닥. 이내 조심스럽게 입 열었다.) 나는, 역시 네가 좋은가 봐. 그냥... 어디서든 제이슨이라는 사람이 좋을지도... (말 주욱 늘리는 것이다. 옅은 홍조는 덤인가.) 이건 무력 제압이 필요할 정도로 싫은 일이야? (조금 쫄리니 확인 차 덧붙인다.)
명심할게. 기본적으로 사람 좋아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내일은 일어나서 여기를 쭉 둘러보려고.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으니까.
 
제이슨:싫은 것까진 아냐. 좀 피곤하긴 하지만... 이러는 편이 여러모로 나한테도 평화로우니 감내하는거지. (볼에 다시 손가락이 닿자 조금 미심쩍은 얼굴이 된다. 뭔가... 남의 얼굴을 가지고 촉각 놀이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착각인가? 본인이 좋다는데 괜히 내치면 기죽을까봐 냅두기나 한다.) 그래. 사실은 철천지 원수다ㅡ 라는 플롯이어도 숨기는 거 없어야 해. 약속했으니까.
정 붙이지 않겠다고 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소릴... (얼굴을 붉히는 걸 보자니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지만. 네 볼을 톡톡 건드린다.) 아니. 싫지는 않지. 음... ...그런데 어딘가 너무 좋다는 얼굴은 밖에서 안하는 게 좋겠어. 그런 게 있으면 누구한테 말로 휘둘리기 쉬우니까.
또 보고 싶은 곳이 있어? 도서관 같은 곳 외에도. 식사할 때도 어차피 몇 곳 더 안내해 주겠지만.
 
폭스트롯:네가 그렇다면 내가 무어라 더 말할 것은 없지. 다행이다. 싫은 것이 아니라서. 싫어하는데 의무적으로라도 해야 한다면 많이 힘들잖아. 그러니까. (쪼물거리던 것을 이내 그만두고는 이마 쓸어본다. 앞머리 조금 넘겨봤다가 이렇게 저렇게... 곧이어 손 내렸다. 사심 가득 채웠으니 더 하면 당신이 세모눈 뜰까 싶어서.) 알겠다니까-. 약속이야.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너에게 제일 먼저 이야기 할게. 뭐가 기억날지는 모르겠지만... 아, 완전 개인적인 것은 안 알려주어도 되나...? 귀찮을지도 모르니까... (개인적인 것은 빼고 일이 있던 것만 추릴까. 곰곰...)
뭐 어때~. 네가 좋은 것은 사실인데. 이야기 해달라며? (볼에 가볍게 닿은 온기에 뭐가 그리 좋은지 헤벌쭉 해졌다.) 안 믿기겠지만 나 나름 표정 관리 잘 해. 공석에서는 특히 말이야. 아닌 곳이면... 뭐, 음... 노력은 해보겠지만 어쩌겠어-. 네가 너무 좋은 탓이지. (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흠.)
보고 싶은 곳 보다는,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있네. 자연스럽게 만날 수도 있겠지만 인사는 먼저 할까 싶어서. 타이머들이라던가... 안내데스크의 사람들이라던가. 될까?
 
제이슨:의무라는 인식은 있지만 이제 일상이 된 정도지. (점점 대담해지는 손동작에 미간에 힘을 줄 찰나, 드디어 손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얼굴 근육을 풀었다. 제 머리카락을 다시 부스스하게 털어 내린 것은 덤.) 뭐... 개인적인거라면, 네가 이야기한 짝사랑같은 거? 일이나 현상에 영향이 갈 내용만 아니라면 생략해도 상관은 없긴 한데.
너... 되게 표정 숨길 줄 모르는 것 같은데. (믿어도 되나?) ...좋다는 사람한테 면박 줄 것도 아니기는 한데... 이런 식으로 누구한테 얕잡아 보일까봐 그게 걱정이지. 애도 아니니 알아서 잘 하려나 하기엔 네게 머무는 기억이 어린 시절 뿐이라니까 더. (자기 몫의 차를 들어 좀 더 마시고는 내려놓는다.)
안내데스크도 어차피 돌아다니면서 거쳐갈테니 어려운 일은 아니고... 아, 다른 타이머들은 직접 소개시켜줘야겠지. 지금도 괜찮긴 할 텐데. (언제 만나볼래? 하는 시선.)
 
폭스트롯:역시 군인은 힘들어. 원하는 사람만 애정하면서 지낼 수 있으면 참 편했을 텐데. (타이밍 잘 맞췄군. 속으로 가슴이나 쓸어 내리며 느리게 떨어진다. 따뜻한 잔이나 양 손-어째 잔이 작아 보이는 것은 덤-으로 쥐고 한 모금 넘겼다.) 응. 그런 거. 하나하나 이야기 하면 너무 개인적인 사정 같잖아. 궁금해 할 부분도 아니고. 알아서 잘 걸러볼게.
엄, 음... 그 정도인가...? 네 앞에서만... 일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 앞에서만 자제심이 흐릿해져. 괜찮아. 얕잡아 보이면 네가 알아서 쳐내주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믿음도 있으니까. 그래, 누나야. 어린애가 사기 당하지 않게 해줘. 여기 안에서 그럴 간 큰 사람이 있겠냐만 싶지만... (아닌가.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 은 씨로 시작해서 하제의 이름을 가진 누군가가 생각난다. 급히 지워버리는 것은 덤.)
지금은... 조금 피곤해서...- 내일 괜찮아? 다들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다같이 있을 때 인사하면 편할 것 같기도 해서. 늦었으니까 너도 쉬어야지. 오늘 전투도 있었다며-.
 
제이슨:사실 정부에 있으면서 여길 지키는 게 곧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득이니 있는 거지. 아니었으면 굳이 남아있진 않았을 거야. (직접 이야기하면 큰일날 소리를 태연하게 한다. 어디가서 내가 이런 이야기 했다고 떠벌릴 위인은 아니라 믿는다는 소리나 농담처럼 하면서... 금새 바닥을 보인 차를 보고 눈 앞의 상대를 보자면, 꼭 어디서 소꿉놀이라도 하는 크기의 대조를 보고 웃을 듯 말 듯한 얼굴이 된다.) 뭐... 정보의 취사 선택이야 말하는 사람에게 달렸으니까.
그것도 네가 혼자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막아줄 수 있는 거지만. ... ...누나 소리는 언제까지 할 생각이야? 같은 타이머들이 털어먹는 건 나도 막아주기 힘들다. (아마 비슷한 생각 중일 것이다.)
아, 그러네. 시간도 시간이고... 꽤 힘을 썼으니까 지금은 눕는 게 나을지도. 오늘 전투야 별 일 아니었지만 너한테는 상황 자체가 피곤했을테니까. (턱짓으로 닫힌 방문 하나를 가리켰다.) 저쪽을 쓸래? 물건이 많이 없지만 매번 정리해둬서 지낼 만은 해.
 
곧이어 초인종이 울립니다.
 
띵-동!
 
제이슨:? (이 시간에? 하필 애 쉬게 해주려니까... 잔 내려놓고 현관으로 나간다.) 누구세요.
 
직원 하나가 여러가지 물건이 들어있는 가방 하나를 들고 있습니다.
 
직원: 안녕하세요! 다른게 아니라 이거 기본적인 생필품이랑 갈아입을 옷인데 장교님이 가져다 주라고 하셔서요.
 
제이슨:아아... 새로 온 사람이 쓸. 고맙습니다. 장교님께도 감사 전해주세요. (자연스럽게 건네받는다.)
(고개만 돌려 어깨 뒤를 본다.) 어쩐지 뭔가 잊었나 싶었는데. 네 거란다.
 
폭스트롯:(으어?) 아... 그래? 확실히 갈아입을 옷 정도는 필요했지. 감사합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빵긋 웃기나 하며 손 흔들~)
 
직원: (둘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오... 소리나 냈다.) 그, 그럼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직원은 문을 닫고 이내 후다닥 가버립니다.
 
폭스트롯:이 옷 입고 잘 수는 없긴 해-. (두 손 내민다. 주세요~)
 
제이슨:(저 사람은 또 뭔 반응이지? 옛다, 소리없이 든 짐을 묵직하게 올려놓는다.) 기본적인 잠옷이나 일상복이나, 세면도구나... 그런 것 정돈 다 들어있을걸. 씻고 빨리 잠이나 자자고...
 
폭스트롯:라져-. 이 몸에 맞는 옷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진심이다.) 내일도 바쁠 것 같은데 빨리하고 쉬자. 오늘 수고 많았잖아. 안마라던가 필요해?
 
제이슨:아마 아까 데려갔을 때 대충 네 사이즈를 봐두지 않았을까. 가운도 빌려입었고. ... ...안마? 그런 것도 해?
 
폭스트롯:안 맞는 옷이면 따지러 갈 거야. (얼추 품 맞는 가운을 믿는다. 제발 사이즈가 맞길...) 씻고 나오면 해줄게. 근육 풀기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제이슨:.. 그땐 자는 사람들 깨워서 치수 재 달라고 하든가. (아마 넙죽 갖다 바칠 거 같은데.) 묘하게 자신있어 보인다. 알았으니까 들어가기나 해. (툭툭.)
 
폭스트롯:이건 항의니까 자는 사람 깨우는 거 합법이라고 봐. (받아든 것 그대로 들고 화장실로 쏙 들어간다. 들어가다가 문에 머리 박은 것은 덤.)
 
제이슨:? (뭔가 엄청난 소리가 난 방향을 보다가 피식거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 뒤 화장실 문이 열리고 따끈해진 얼굴로 머리를 탈탈 털며 나오는 폭스트롯 입니다.
 
폭스트롯:들어가면 됩니다-.
 
제이슨:(역시 처음보다 묘하게 생기가 도는 것 같은데... 흘끔 보다가 욕실 안쪽으로 들어간다.) 옷은 좀 맞아?
 
폭스트롯:제법 품이 있네, 이거. 뭐랄까... 음, 어디서 구했나 싶을 정도로. 보통 이런 체격이면 맞춤 제작을 하니까. (손 반짝 들어 올린다. 물론 천장 조심하고.)
 
제이슨:타이머는 아니어도 네 덩치 쯤 어딘가에 한둘은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눈대중으로 구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겠지. (아슬아슬 손이 안 닿게 하는 걸 보고 고개 절레 저으며 욕실 문을 닫았다.)
(문 너머로) 피곤하면 그냥 먼저 자.
 
폭스트롯:(욕실 문 너머로 고개 끄덕.) 알겠어. 천천히 씻고 나와.
 
제이슨:(들어가자마자 얼마 안 있어 먼지나 씻어낼 요량으로 물이나 한참 끼얹는다...)
 
뽀독뽀독...
 
먼지를 씻어내면 깔끔하고 촉촉-축축-해졌습니다.
 
거울에는 조금 피곤해보이는 당신이 비추어집니다.
 
오늘 전투도 있었고 내일도 이리저리 불려다닐테니 얼른 잠에 드는 것이 좋겠죠.
 
제이슨:(커피는 내일 아침에나 마셔야지... 대충 뽀득뽀득 닦고 거울에도 괜히 물이나 끼얹고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조용한데. 자나? 욕실 문을 소리없이 열고 밖을 본다.)
 
밖에는 작게 피어난 얼음꽃을 쥔 채 앉아서 잠든 폭스트롯이 보입니다.
 
이전보다는 나아졌지만 형태가 엉성한 꽃이에요.
 
제이슨:이거 연습했다고 그새 피곤했던 모양이지... (가까이서 자는 얼굴이나 잠자코 뜯어보다가 꽃에 슬그머니 눈이 간다. 제 손으로 툭 건드려서 꽃을 조금 더 그럴 듯 한 모양으로 만들어 주고는 만족한 얼굴.)
 
폭스트롯:(미간 찌푸렸다가 곧이어 눈 뜬다. 바로 앞까지 온 당신의 모습에 끔벅...) 어, 다 씻었어? 잠깐 졸았지 뭐야.
 
제이슨:연습하느라? 그냥 자게 둘지 들여보낼지 고민 좀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네.
여기서 불편하게 눕지 말고 들어가. 그렇게 잠 붙어서 될 것도 안된다고.
 
폭스트롯:그래야겠다. 여기서 잠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만든 꽃을 본다. 음? 모양이 괜찮아졌네. 요리조리 보다가 당신의 귓가에 다시 꽂아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근육통 올 뻔 했네. 그럼 먼저 들어갈게. 잘 자, 아...(음, 이게 아니지.) 잘 자, 제이슨.
 
제이슨:내일 늦게 일어나면 버려두고 나갈 수도 있으니까. (귓가에 꽂아지는 꽃 보고 얼굴 한번 더 쳐다본다. 이건 돌려줘야 하는 건가? 저도 네 머리 위로 콕콕 건드려 비슷한 꽃 하나 올려두고 손 설레설레 흔들며 들어갔다.)
 
방의 시계는 벌써 11시를 가르키고 있습니다.
 
평소에 일이라고 하면 밤에 시작한 것이 아닌 이상 8시 전에는 끝났는데 말이에요.
 
늦은 퇴근이군요!
 
제이슨:(사람이 둘이라 일이 두 배가 된 느낌이다.... 다 뒤로 미뤄두고 일단 눕는다.)
 
...
 
분명 잠에 든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채 어둠이 물러가지 않은 새벽.
 
제이슨은 요란한 호출 벨에 번뜩 깨어납니다.
 
불 꺼진 방안에서 텔레미터가 번쩍번쩍 빛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불그스름한 경고등과 듣기 싫은 경고음.
 
아닌 밤중에 홍두깨지만, 제이슨에겐 익숙한 신호.
 
게이트 발생, 신화생물 출현을 알리는 긴급 호출입니다.
 
[스마트폰], [텔레미터], [군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이슨:...이 시간에 귀찮게... (여전히 졸린 눈으로 일어났지만 몸은 착실하게 군복을 꺼내 챙기고 있다.)
 
작일 입고 있던 군복은 이미 엉망이 되었지만, 옷장에는 각 맞춰 다려둔 군복이 여러 벌 대기 중입니다.
 
군복의 단추를 채우고 장갑을 손목에 딱 맞게 조인 다음 허리춤엔 텔레미터를, 귓바퀴에는 무전기를 걸면 출동 준비가 끝납니다.
 
제이슨:(이 상황은 역시 그거 아니려나. 이 시간이라면 폭스는 굳이 깨우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다시 한 번 텔레미터를 확인했다.)
 
위기를 경고하는 시계는 본래의 창백한 은빛 대신 핏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뚜껑을 열면 날카롭게 벼려진 시곗바늘과 촘촘한 눈금이 보입니다.
 
가야하는 장소를 안다면 곧바로 이동 가능합니다.
 
제이슨:(필요한 지시는 이미 할당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 스마트폰에 온 메세지가 있는지 확인한다.)
 
제이슨의 출동 구역은 가장 마지막, 제1구역입니다.
 
연달아 쏟아진 메시지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게이트 오픈을 알립니다.
 
곧 DOT 관사 창문 여기저기에 불이 켜집니다.
 
복도는 새벽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수의 발소리와 목소리로 소란스럽습니다.
 
한 번에 게이트가 여럿 열리는 경우가 없진 않았습니다만, 어제도 하나가 닫혔으니 며칠은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요.
 
곧이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폭스트롯:저기- 제이슨? 가야 해?
 
제이슨:(챙길 것은 다 챙기고 확인도 했으니 방문을 나서려다, 열자마자 보이는 얼굴을 확인하곤 고개만 끄덕인다.) 좀 급한가봐. 게이트가 한번에 쉴 틈도 없이 열리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닌데.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으니 넌 여기서 대기해. 네가 아는 얼굴의 연구원 아니면 부른다고 해도 듣지 말고. 간다.
 
폭스트롯:(고개 빠르게 젓고는 당신의 손목 잡았다.) 나도 같이 가. 도움 될 거 알잖아.
 
제이슨:어차피 우리가 갈 곳이야 한 군데지만... 어제보다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
 
폭스트롯:괜찮아. 스스로 책임질게. 능력은 제대로 못 쓰겠지만 도망치는 것은 나름 잘 해. (... 아마도.) 걸림돌 안 되도록 노력할 테니까.
 
제이슨:...생물체도 그렇지만, 내 능력에 휩쓸리지 않게 한다는 보장을 내가 못 하는데도? (포기했는지 미약한 한숨을 쉬며 그냥 매단 채로 현관으로 향했다.) 그래도 괜찮다면 따라오고.
 
폭스트롯:괜찮아-. 내가 한 행동에는 내가 책임져. (고개 꾸닥...)
 
제1구역 댐 상류라면 DOT 관사로부터 3구역 너머에 있습니다.
 
이동 예상 시간은 6시간 45분.
 
제이슨:
 
 
지능
46
80 40 16
성공
 
 
이동 시간 12초에 텔레미터 눈금 한 칸입니다.
 
6시간 45분이면 24,300초. 총 2,025칸을 돌려야 합니다.
 
텔레미터로 함께 이동하기 위해선 두 사람이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뭐... 어디든 잡죠.
 
손이건 옷깃이건 멱살이건...
 
제이슨:좀 네겐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갈 테니까. 눈이라도 감고 있든가. (손목 잡았던 손 다시 똑바로 고쳐잡고 텔레미터를 돌리기 시작했다.)
 
...
 
시곗바늘을 섬세하게 빙그르르, 휘저으면 훽! 시야가 반으로 접힙니다.
 
몸이 줄어들었다가 늘어나는 끔찍한 탄력감과 함께 내장이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것처럼 크게 출렁거리면 어느새 주변의 풍경은 바뀌어 있습니다.
 
목덜미와 옷깃 틈새로 간지러운 부슬비가 굴러떨어지고, 습기 자욱한 물안개와 눅눅한 지면이 구두 굽 아래에서 뭉개집니다.
 
시선이 닿는 곳 어디든, 온전히 고인 저수지가 보입니다.
 
저 끝에 보이는 거대한 댐이 상류의 경계일 겁니다.
 
댐이 아무리 견고한들 철벽 요새는 아닙니다.
 
한 면만 무너져도 도시가 휩쓸릴 테니…….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그나저나, 게이트는 어디에 있지?
 
제이슨:
 
 
관찰력
9
80 40 16
극단적 성공
 
 
흐리멍덩한 시야를 좁히고 집중해도 게이트랄 건 확인되지 않습니다.
 
검은 구덩이, 불온한 소용돌이, 침묵이 고인 심연.
 
이 고요한 풍경에 그런 존재감이 가려질 리 없는데도.
 
……한참 주변을 살피던 제이슨은 저수지 중심부에 아가리를 벌린 게이트를 발견합니다.
 
NO. 2032-21.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았는지, 새까만 형태는 물그림자처럼 불규칙하게 일렁거리고 있습니다.
 
긴장으로 장갑 안의 손바닥이 차갑게 식어갑니다.
 
무엇이 나올지 짐작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만, 부디 도울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그런 거대한 게 튀어나왔다간 댐은 반드시 무너질 테니까요.
 
잠깐의 유예가 주어집니다.
 
제이슨:어느 구역을 가도 관리가 까다롭기는 매한가지지만... 최악은 아니길 바라야지. (잡은 손의 주인을 그새 돌아본다.) 지금 능력이 얼만큼 나오는지 써 볼 수 있어? 안된다면 아껴두고.
 
폭스트롯:(토할 것 같은지 창백한 안색으로 입이나 틀어막고 있다가 손 들어서 능력 사용해본다.)
 
 
권능
보너스 주사위 +1
5
65 32 13
극단적 성공
5
70
 
 
손을 잡고 있어서인지 곧바로 주변이 얼어 붙으며 얼음 알갱이들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폭스트롯:... 토할 것 같은 것 외에는 괜찮아...
 
제이슨:...그럼 다행이고. 아니, 다행이 아닌가... 아직 시간 여유는 있으니까 아무데나 기대서 쉬고 있어. (처음엔 다들 적응 힘드니까. 덧붙이곤 미끄러질까 주변의 한기를 도로 부숴둔다.)
 
폭스트롯:메스껍다, 이거. 매번 이걸 견디는구나. (비척비척 댐 근처로 걸어가 물 표면을 멍하니 바라보고나 있다. 엄청 깊네, 같은 당연한 말을 하면서...)
아 그러고 보니... 어떤 것들이 주로 나오는지 알아? 이름이라던가.
 
제이슨:글쎄. 당장 생각나는 거래봤자... 어제 봤던 사냥개나 돌 정도일까. 보통 이 세계의 것이 아닌만큼 거대하고 파괴력 높은 경우가 많아서. 도시의 주요 시설에 닿기라도 하면 여간 곤란한 게 아니지.
그나마 여기선 오히려 우리가 나서는 게 나을 수도 있어. 계속 비가 내리는 지역이니 다루기 용이하기도 하고.
(그러다 빠진다, 겁 아닌 겁이나 주며 같이 댐을 내려다 본다.)
 
폭스트롯:아무리 봐도 그거 사냥개라고 할만한 외관이 아니던데 왜 사냥개람? 이름 짓는 사람이 개를 본 적 없는 거 아니야? (돌은 무엇인지 모르니 얌전히 고개나 끄덕인다.) 왜 이곳으로 오는지도 모르고 지성이 있는 것 같지도 않으니 협상도 못하고. 이래라 저래라 힘들겠단 말이지. 타이머들이 힘내고 있구나.
(푸슬거리며 내리는 비 덕분에 머리카락이 점점 쳐진다. 눈 가리지 않게 완전히 넘겨버리고 숨 뱉어낸다.) 하늘에서 내리는 얼음은 제법 매섭지. 매번 지역에 맞는 타이머 배치하는 것도 까다롭겠어.
(순간 중심 잃을 뻔 했지만 겨우 잡고는 고개 꾸닥....)
 
쿵, 쿵, 쿵.
 
몸 안에서 날뛰는 맥박이 공포의 서막을 올리면 게이트는 지독하게 검은색으로 가라앉습니다.
 
여태 담았던 어둠은 바탕색에 불과하단 것처럼.
 
온전한 칠흑.
 
빛 한점 들지 않는 심연이 완성된 순간.
 
폭스트롯:... ... 제이슨?
 
폭스트롯이 당황을 머금고 당신을 부릅니다.
 
아니, 당신‘들’을 부릅니다.
 
옆에 선 제이슨과 게이트에서 나오는 제이슨, 모두를.
 
사실, 게이트는 통로가 아니라 거울이었던 걸까요?
 
단면을 찢고 나온 얼굴은 당신과 똑같습니다.
 
제이슨:
 
 
이성
57
47 23 9
실패
 
2
 
1라운드
 
전조 증상에서, 오직 머리만 빠져나온 또 다른 제이슨은 아직 눈을 감고 있습니다.
 
죽은 듯 잠들어 미동조차 없습니다.
 
제이슨:... (저와 똑같이 생긴 얼굴을 목도하고 한참을 말이 없다.)
(시간이 꽤 지난 뒤에야 입을 열면...) ...이계의 생물 중에, 실제 사람을 복제한 게 있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어본 것 같은데.
역시 널 데리고 오지 말 걸 그랬나.
 
폭스트롯:아니... 그, 그럴리가...
 
제이슨:보기 좀 그러면 내가 부르기 전까지 등 돌리고 있어도 좋아. (그렇게 말하곤 주저없이 눈 감은 머리를 향해 손을 든다.)
 
 
열두 자루의 검
38
80 40 16
어려운 성공
 
피해 38
 
내려치는 얼음의 검.
 
잠에서 깨어난 또 다른 제이슨이 고통스러운 침음을 참습니다.
 
동시에 게이트에 잠겼던 몸이 완전히 빠져나오는데, 수면에 선 그 차림새가…….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합니다.
 
흰색과 남색을 배치해 깨끗한 느낌을 풍기는 디자인.
 
목을 꼼꼼하게 둘러싼 차이나 카라, 상체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어깨띠와 은색 훈장.
 
DOT, 타이머 특유의 복식.
 
정확히 말하면 폭스트롯의 것과 똑같은 양식이니까요.
 
폭스트롯에게 눈길을 돌려 안색을 살피면 창백하게 질려, 종잇장처럼 새하얗습니다.
 
제이슨:
 
 
심리학
47
50 25 10
성공
 
 
폭스트롯의 면면에 서린 충격 아래 그리움이 묻혀 있습니다.
 
그래요.
 
폭스트롯이 아는 '제이슨' 인 모양이지요.
 
2라운드
 
제이슨:나보다는 저쪽과 구면인 것 같군. 게이트를 통해 왔으니 겉모습 뿐이겠지만.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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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섬광
97
80 40 16
실패
 
피해 48
 
섬찟한 얼음이 제이슨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둘러 쌉니다.
 
이것은 경고이자 위협.
 
얼음 사이에 갇힌 제이슨은 기습에 당한 상처를 쥐며 옷매를 가다듬습니다.
 
그리고는 입을 엽니다.
 
제이슨?:... 유타. 한참 찾았잖아. 갑자기 없어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제이슨을 보고 미간 찌푸린다.) 도밍게즈에서 지원 온 거니까 이건 치우지?
 
제이슨:...말이 통하는 개체라고... (제 것과 똑같은 얼굴을 일별한다.) ...넌 뭐지? 도밍게즈의 지원군은 우리를 말하는 걸텐데.
 
제이슨?:지구에서 도밍게즈로 유타를 만나러 갔어. 과거에 했던 맹세에 기대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 유타가 오지 않았으니 내가 만나러 온 것 뿐이고. 도밍게즈에도 없다고 했으니 어떻게든 찾을 수밖에. 덕분에 여기까지 왔네. (폭스트롯 응시했다.) 돌려 받도록 하지.
 
 
비무장
47
60 30 12
성공
 
피해 1
 
제이슨:고작 허공에나 뜨는 움직임으로 뭘 돌려받겠다는 거지. 그의 말로는 네가 다른 도밍게즈의 카운터, 라던데. 지구는 무슨 말이지?
 
 
얼음 사슬
91
80 40 16
실패
 
피해 46
 
얼음 사슬이 타자를 식별한 것처럼 비껴나갑니다.
 
폭스트롯: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 지구가 뭐야? 넌... 도밍게즈의 카운터 잖아.
 
 
얼음사슬
보너스 주사위 +1
1
65 32 13
대성공
1
5
 
피해 42
(아니야이렇게강하게할생각은없었어)
 
제이슨:(적어도 짝사랑하던 게 쟤는 아닌가본데)
 
혼란스러운 마음을 대변하듯 사방으로 날아간 얼음 사슬이 제이슨의 모습을 한 이를 구속하여 단단히 옭아맵니다.
 
폭스트롯:미, 미안해... 아리. 그러니까... 이건...
 
제이슨?:아직도 내게 화가 났구나. (미간 찌푸리더니 몸 비틀어본다. 움직일 리 없지만.) 계속 네게 돌아갈 방법을 찾았는데 결과가 이거야?
 
 
매혹
100
45 22 9
대실패
 
 
이마저도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그 시선은 포식자 특유의 것이니까.
 
제이슨:말하는 걸 보니 애초에 잘못을 저지른 건 네 쪽인 모양이지. 진짜든 아니든. (폭스트롯 쪽을 본다.) 껍데기에 약해질 필요 없어. 전부 거짓이니까.
그대로 잡고 있으라고.
 
제이슨:사실대로 불거나 기억에 도움이라도 될 게 아니라면, 얌전히 돌아가기나 하라고.
 
 
창백한 섬광
보너스 주사위 +1
34
80 40 16
어려운 성공
41
34
 
피해 50
 
섬광이 다시 한번 묶여있는 그것에서 쏘아져 박힙니다.
 
얼음 사슬이 부서지고 사방으로 검붉은 핏물이 튀어 퍼집니다.
 
또 다른 제이슨은 이 찰나를 놓치지 않습니다.
 
이내 곧바로 폭스트롯에게 달려듭니다.
 
핏물 스며든 두 팔 벌려 한 품에 끌어안는데, 그 온도는 비정상적으로 높고 그 성질은 불쾌할 정도로 물컹거립니다.
 
팔뚝에는 인간의 신체가 아닌 말단이 흐느적거리며 돋아나고, 얼굴의 윤곽은 쩍쩍 늘어나는 썩은 치즈처럼 흘러내립니다.
 
제이슨:
 
 
이성
보너스 주사위 +1
3
45 22 9
극단적 성공
3
79
 
3
 
제이슨?:넌 나를 사랑한다고 했었지. 난 그럴 수 없어.
네게 그걸 주고 나면 돌아갈 수 없을 테니까.
...미안해.
 
폭스트롯:
 
 
듣기
보너스 주사위 +1
55
60 30 12
성공
88
55
 
 
폭스트롯:2
 
반은 인간이고 반은 젤리인 그것이 죽기 전 온전한 목소리로 속살거립니다.
 
눈에 보이는 댐은 지켜냈지만, 보이지 않는 댐은 와해되고 맙니다.
 
폭스트롯은 자리에서 무너집니다.
 
발을 적시던 알 수 없는 슬픔이, 외로움이 머리 끝까지 차올라 휩쓸립니다.
 
눈물이 맺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바닥에 흘러내린 [사체]는 인간도, 신화생물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로 고정되었습니다.
 
제이슨:...정신차려. 이봐. (시체를 뒤로 한 채 먼저 주저앉은 이의 어깨에 손을 얹고 흔든다.)
 
제이슨:
 
 
정신분석
27
1 0 0
실패
 
 
군번줄에 걸어둔 반지를 쥔 이의 눈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진정하는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제이슨:(어차피 기억이 돌아왔든 돌아오지 않았든... 이번 일의 중점은 그에게로 옮겨갈테니 시간을 주는 것이 좋겠다. 시야 안에 둔 그대로 녹아내린 사체를 본다.)
 
한쪽 팔은 물거품처럼 부글거리고 무릎 아래도 파도가 흩어지듯 바닥에 점점 스며듭니다.
 
연기인지 촉수인지 모를 부위가 척추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사체의 품에서는 [군번줄], [팔찌] 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제이슨:(품 안에 있는 군번줄과 팔찌를 모두 수거하여 차례로 들어 살폈다.)
 
On the dot― The 5th Counter
 
Jason Reed Daylight
 
생김새는 폭스트롯의 군번줄과, 내용은 제이슨의 이름과 똑같습니다.
 
팔찌는 디자인은 중구난방이지만 제법 열심히 만든 흔적이 있습니다.
 
비즈로 만든 것 같은데... 나쁘게 말하면 조잡하고 좋게 말하면 나름 정성 들인 것이군요.
 
그 중에 분홍색 조개가 눈에 들어옵니다.
 
제이슨:... (이 내가 가짜라면 물건은 굳이 사라지지 않게 둔 것도 이상한데. 어차피 곧 같이 없어질 형체일 수도 있으니 그 전에 보게 해주는 것이 나을지 잠시 고민한다.)
(팔찌는 누군가 직접 만든 건가? 이리저리 돌려보다 분홍색 조개 알을 건드려보곤 여전히 아까처럼 미동도 없는 이를 곁눈질 했다.)
 
폭스트롯은 자리에서 일어나 눈가를 누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감정을 추스른 모양이죠.
 
제이슨:(짧은 고민 끝에 손에 든 군번줄과 팔찌를 건넨다.) 이것도 기억에 있는 물건이야? 환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폭스트롯:... 군번줄은, DOT에서 지급한 거야. 그러니까... 나랑 있을 때 받은 거. 카운터라고 적혀 있지? (각인된 부분 보여주었다. 팔찌는 내려다 보다가 고개 기울이기나.) 이건... 모르겠네. 그래도 환각은 아닌 것 같아. ... 아리가 아끼는 물건일지도 모르겠네.
... 미안. 꼴사나운 모습 보였다. 나도 모르게.
 
제이슨:...그럴 수 있지. 적어도 너와 가까운 사이였을 모습이 그렇게 된 거니까. 그래서 안 보는 게 좋을 거라고 말했는데. (가벼운 질타가 이어졌지만 못내 신경쓰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누군가 직접 만든 모양이야. 군번줄로 보나 네 얘기로 보나 카운터라는 존재는 맞는 것 같은데...
지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있어? 아까 이 생물이 그런 이야길 했잖아.
 
폭스트롯:왜 그런 모습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전에 나한테서 떠났다는게 조금 더 충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나 혼자 좋아했나 싶어. 너무 당황해서 그런 거야. 진짜 그 애가 죽은 것도 아닌걸. (그래도 한동안은 제대로 못 자겠다 싶었다. 질타 얌전히 받아내며 괜히 웃어보인다.) 이건 내가 가져가도 괜찮을까? 조사에 필요하면 내어주겠지만... 출처는 내가 있던 도밍게즈인 것 같으니까. ... 그냥, 가지고 있고 싶네.
지구, 라는 게 무슨 소리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지구에서 도밍게즈로, 라는건 지구라는 곳이 있나 싶지만 그 애는 도밍게즈 사람인걸.
 
제이슨:글쎄... 어쩌면 네 기억에 남지 않은 것 중 중요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고. 적어도 네가 아는 그가 나였다면, 사는 곳이 달랐다고 해도 선뜻 널 두고 돌아가진 않았을 것 같은데. 굳이 변호할 생각은 아니고 아마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었을 거란 소리야. (이런 이야길 한다고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 것 같지만, 솔직하게 제 감상이나마 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겠지. 물건은 네가 갖고 있어. 어차피 기관에는 사정 설명하면 잠깐 보여주기만 해도 될 테니까.
 
제이슨:
 
 
관찰력
14
80 40 16
극단적 성공
 
 
흩어지는 게 고작인 줄 알았던 부정형의 거품 일부가 덩어리를 이뤄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다닥다닥 돋아난 눈알들이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 파고듭니다.
 
손바닥 남짓한, 볼품없는 꼴이지만 그냥 내버려 둘 순 없겠죠.
 
제이슨:(더 불쾌한 꼴을 보기 전에 손을 들어 도망가는 잔재를 얼렸다.) ...이제 닫히는 것만 확인하고 가지.
 
폭스트롯:... 응. 그러자.
 
가까운 수풀에서 높은 비명 소리와 함께 무언가 풀썩 쓰러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제이슨:...사람? 주변은 되도록 전부 물렸을텐데. (빠른 걸음으로 뛰어 비명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수풀 사이에 한 아이가 발발 떨며 엎어져 있습니다.
 
얼어있는 잔재를 발견한 모양이에요.
 
아이: 흐엉... 허어엉... 무서, 무서웠어요...
 
아까 전의 전투도 보고 있었나봅니다.
 
제이슨:(아이의 앞에 눈높이를 맞춰 앉아서 도닥인다.) 이제 위험한 건 없으니 괜찮아. 아프거나 다친데는?
 
아이: 어, 없어요. 그냥... 할머니한테 선물할 꽃을 꺾으러 왔는데 게이트가 나타나는 바람에... 모, 못 도망가서... (꼬깃꼬깃한 장미 몇 송이 보여준다.)
 
푸르스름하게 빛났을 색채는 짓물렀지만, 정성만은 가히 장합니다.
 
파란 장미.
 
불가능을 넘어선 기적의 상징으로, 도밍게즈의 국화입니다.
 
그 꽃을 바라보는 폭스트롯의 눈길에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아이의 안전도 확인했겠다, DOT에 보고도 해야 합니다.
 
제이슨:...그래. 나중에라도 이상한 것 같으면 꼭 이야기하러 오고. 이제 돌아가.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달래고 간신히 돌려보낸다.)
우리도 이만 갈까. 임무도 임무지만 저것과 너에 대한 것도 보고를 해야하니까. (꽃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용히 따라간다.)
(무전기를 들어 dot와의 교신을 시도하다가 아, 소리를 내며 어깨를 툭 친다. 저 애 다시 데려와. 입모양으로 벙긋거리며.)
 
폭스트롯:(고개 꾸닥... 애한테 후다닥 가서 아이 가볍게 들어안고 돌아온다.) 여기 누나랑 같이 가자-.
 
본부: 아아, 여기는 본부, 연결됐다.
 
제이슨:여기는 제 1구역, NO. 2032-21. 교전 완료되었습니다. 아이를 한 명 보호 중.
이대로 복귀합니까?
 
본부: 전투 종료 확인. 구조한 아이는 근처 대피소로 인계하고 본부로 복귀하라.
 
현재 위치가 확실하지 않아 텔레미터를 사용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걸어서 내려가야겠네요.
 
제이슨:적어도 이번엔 멀미는 안나겠네. 가지. (돌아보며 근방 대피소를 향해 먼저 걸음을 뗀다.)/div>

 

 
 
지하철 역사를 통하면 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선로를 걸어 도착한 곳에는 두꺼운 철문이 웅장하게 서 있습니다.
 
전쟁용 폭탄도 막을 수 있다는 강도지만, 외우주의 존재에게 얼마나 효용이 있을진 모를 일입니다.
 
대피소는 위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한 번 닫히면 누구도 함부로 드나들 수 없습니다.
 
물론, 세상 모든 인류에게 적용되는 규칙이더라도 타이머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출입 센서에 제이슨의 손바닥과 홍채를 순서대로 인식하면 즉시 열릴 겁니다.
 
제이슨:(아까같은 복제가 나올 수 있다면 이런 대피소도 마냥 안전하진 못하겠는걸. 차례로 손바닥과 홍채를 인식 시킨다.)
 
아이는 신기한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습니다.
 
보통 대피소는 상황이 정리되면 DOT의 절차를 통해 내부에서 오픈되니까요.
 
낯선 광경이긴 할 겁니다.
 
육중한 문이 먼지를 풍기며 열리자 바짝 얼어붙은 사람들의 숨소리가 제일 먼저 들립니다.
 
불특정다수의 시선이 세 사람에게 쏟아집니다.
 
제이슨:
 
 
심리학
90
50 25 10
실패
 
 
공포, 두려움, 경계, 기대, 절망, 반가움, 놀라움, 포기, 희망, 긴장.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감정이 깃들었습니다.
 
공통점은 딱 하나.
 
스스로 지킬 수 없는 이들의 연약함.
 
일반인은 신화생물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합니다.
 
구원을 기대하거나 생존을 포기할지언정 대항도 협상도 시도할 수 없습니다.
 
감히 타이머의 고단함에 비할까 마는, 잠결에 도망친 사람들의 얼굴은 유독 피로에 찌들었습니다.
 
낯선 면면들은 곧 타이머의 군복을 알아보고 와르르 무너집니다.
 
엉망으로 일그러진 얼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한숨의 구성 성분은 안도와 감사.
 
나레이션처럼 타이밍도 완벽하게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새벽의 재난이 온점을 찍자, 사람들이 하나둘 타이머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시민 1: 고마워요, 하필 게이트가 나타난 게 댐 상류라길래 걱정이 많았는데.
 
시민 2: 아침부터 욕봤소. 고생이 많구먼.
 
시민 3: 이번 신화생물도 무시무시했어요? 댐보다 커요?
 
시민 4: 다친 데는 없어요?
 
감사와 치하, 걱정과 관심의 말미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와글와글 몰려듭니다.
 
눈곱도 못 떼고 졸음 자국이 덕지덕지 남은 어린 얼굴들이 눈을 빛냅니다.
 
어릴수록 영웅 전기의 화려함에 매료되는 법이니까요.
 
제이슨:(조금이나마 남을 불안을 없애고자 짧게 목례한다.) 염려해 주신 덕분에 저희도 무사합니다. 여러분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해 주십시오.
(아이들을 보곤 애매하게나마 웃음 지어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위험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크기는 늘 다양하지.
 
아이 1: 우와...! 그럼 눈에 안 보이는 것도 있겠네요?!
 
아이 2: 그런 것도 이렇게 막막 멋있게 해치워요?
 
아이 3: 나도 이다음에 크면 꼭 타이머가 될래요!
 
아이 4: 저기... 그럼 언니는 안 무서워요...?
 
제이슨:그런 것도 있다고 할 수 있지. 방금 처리하고 온 것도 비슷하달까... (사람에게, 또 누구에게는 익숙한 외형일테니 투명한 적과도 다름없을 터다. 스스로의 생각에 고개를 주억이곤 아이들을 느긋하게 어른다.)
그런 것도 좋지만 우선은 스스로를 잘 챙길 줄 알아야지. 우리가 겁을 내면 사람들에게도 불안이 전해지니까. 그런 걸 생각하면 그리 무섭지는 않아.
 
아이 4: 언니는 멋있는 것 같아요...-. 저였으면 너무 무서워서 다른 사람들도 불안하게 할 것 같은데...! 있죠-. 저희는 무섭고 위험할 때 타이머한테 기대구 구해달라고 하잖아요? 그럼 타이머를 구해주는 사람이... 있을까요?
언니는 무서울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제이슨:글쎄...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가족이겠지만, 기대고 싶다기 보단 우선으로 보호할 대상으로 여겨지는 쪽이 조금 더 컸다. 이곳의 타이머들에게도 파트너가 있었다면 아마 그쪽에 무게가 조금 실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가족이나 같은 타이머 동료들이 아닐까?
 
폭스트롯:(아이들에게 휩쓸려서 당신 이야기는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무심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이 4: 그러엄...- (까치발 해서 소곤소곤...) 같이 온 오빠는 기댈 수 있는 동료예요?
 
제이슨:(잠깐 당신 쪽을 흘끔, 보곤 아이의 말에 짧지 않은 고민을 한다. 그럴 듯한 대답을 하기엔 약간 양심은 아픈데...)
.... ...그럭저럭 괜찮은... 동료?
 
아이 4: 동료구나...!! 타이머 분들 중에는 본 적 없는 얼굴이라서 몰랐어요!
 
폭스트롯:( 아까 전의 우울한 얼굴이 미묘하게 기분 좋은 것처럼 변해서 고개 돌려 제 앞의 아이의 머리나 쓰다듬어준다.)
 
...
 
수다에 고분고분 대답해주는 태도는 무해하고 무구하기 짝이 없는데도…….
 
주변 풍경과 사람들, 공기의 흐름마저 평화로운 이 순간에.
 
어떤 찜찜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제이슨:
 
 
지능
66
80 40 16
성공
 
 
병원에서 리히트 장교가 했던 말 때문입니다.
 
“DOT에 사진을 전달하고 CCTV를 되감아 봤지만…….”
 
“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은 일절 찍히지 않았어요.”
 
“군이 말한 곳에 어느 순간 나타나 있더군요.”
 
“꼭, 텔레미터를 사용한 것처럼.”
 
네, 당연히 텔레미터라고 생각했습니다.
 
폭스트롯의 품에서 나온 건 반지가 걸린 군번줄이 전부였지만, 겉보기에 완벽한 인간이었으니까.
 
타이머의 군복으로 추정되는 차림새였으니까.
 
텔레미터를 분실했거나 다른 방식의 관문을 사용했으리라고.
 
신화생물을 인간과 착각할 리 없다는 확신에 기인한 추측이었는데.
 
…….
 
신화생물이 인간의 껍데기를 흉내 낼 수 있다면 전제부터 뒤집어, 다시 의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CCTV에 관측되지 않는 건 텔레미터만이 아니니까.
 
...
 
불현듯 깨달은 찜찜함이 얼마나 지독하건, 세계는 당신에게 친절합니다.
 
아이들은 선물이랍시고 녹기 시작한 초콜릿이나 사탕 따위를 쥐여주고 어른들은 눈이 마주치는 족족 고마워서 어쩌냐고 손을 붙잡아옵니다.
 
뒤늦게 메이데이 일가도 뛰어나옵니다.
 
콜을 품에 안으며 연신 감사를 전합니다.
 
메이데이 여사: 데이라이트 씨가 아니었다면 이 녀석이 어찌 됐을지…….
 
메이데이 여사가 주름이 깊이 팬 눈가를 훔치며 겨우 한시름 놓습니다.
 
메이데이 여사: 감사합니다, 해야지, 이놈아!
 
콜: 고맙습니다, 훌쩍.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소매로 닦아낸 아이도 어설프게 감사 인사를 따라 합니다.
 
제이슨: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아이를 한번 토닥여주고는 슬슬 대피소를 나설 준비를 한다.)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붙잡습니다.
 
메이데이 여사: 아침부터 뛰어오느라 식사도 못 했을 텐데, 밥이라도 한술 뜨고 가소.
 
가슴에 달린 주머니 위로 꼬깃꼬깃한 장미가 보입니다.
 
이깟 게 뭐라고, 그리 눈을 흘기면서도 결국 버릴 순 없었나 봅니다.
 
제이슨:음... (보고를 위해 일찍 복귀하는 편이 좋겠지만, 일행에게는 조금 숨 돌릴 시간을 주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장미로부터 짧은 시선이 떨어진 뒤 끄덕인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메이데이 일가에 초대받습니다.
 
가족 구성원은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열한 살 난 아이와 아직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늦둥이 동생입니다.
 
소담한 정원이 딸린 이층집, 울타리 너머의 지붕은 회청색, 곰팡이가 피거나 녹이 슬지 않도록 신경 쓴 인테리어.
 
평범해서 더 그림 같은, 당신이 지켜낸 풍경.
 
축제를 위해 한껏 꾸민 도시에 아침 햇살이 내리고 있습니다.
 
건물 사이로 엮은 긴 줄마다 색색의 깃발, 손수건, 혹은 우산 따위가 걸려 있고, 새파란 장미가 창틀과 문지방마다 청명한 색채를 장식합니다.
 
그러나 이 집은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장식은 보이지 않는단 걸 알 수 있습니다.
 
메이데이 부인이 제이슨에게 거실의 소파를 권합니다.
 
메이데이 씨가 부지깽이로 벽난로를 들쑤시자 훈훈한 온기가 맴돕니다.
 
할머니와 손주는 사이좋게 부엌에서 아침 메뉴를 상의하기 시작하고요.
 
폭스트롯은 이번에도 어정쩡하게 당신 뒤에 따라붙어 있습니다.
 
폭스트롯:이, 이래도 괜찮아...?
 
제이슨:뭐... 어차피 오래 있을 게 아니니까. 그냥 잠깐 여기 사람 사는 모습 본다고 생각해.
어차피 너도 힘 좀 썼잖아. 바로 복귀해서 질문 세례 받는 것보다 낫겠지.
 
폭스트롯:으응...-. (고개 끄덕이며 소파에 슬그머니 앉았다. 그마저 어색한지 뻣뻣한 상태로.) 난, 시민들이랑 접촉은 최대한 피하라고 배웠어서.
 
메이데이 부부가 가볍게 웃으며 옵니다.
 
메이데이 부인: 원래는 어제 축제 때 쓸 장미를 사러 나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막내가 열이 나서요.
다른 집은 벌써 장식을 끝내뒀으니 초조했나 봐요. 좋은 장미는 다 팔렸을 거라고 어찌나 심통을 부리던지.
어머니 어릴 적엔 숲에서 장미를 꺾어왔단 얘기를 기억하고 몰래 나갔더라고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는데…….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메이데이 부부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고뭉치는 쟁반을 들고 뛰어옵니다.
 
의기양양하게 내려놓은 그릇에는 따끈따끈한 음식이 담겨 있습니다.
 
직접 구운 잉글리시 머핀에 기름기가 듬뿍 밴 베이컨, 고소하게 볶아낸 시금치, 단맛이 날 때까지 버터를 입힌 양파를 얹고 부드러운 수란을 뚜껑 삼은 에그 베네딕트입니다.
 
곁들임 요리로는 토마토, 양파, 조개를 푹 끓인 맑은 수프와 오렌지를 섞은, 상큼한 샐러드가 준비됐습니다.
 
콜: 밥 시간이에요~!!
누나랑 형도!
 
제이슨:그래도 무사하고, 아이가 좋은 마음으로 가져온 꽃도 있으니 다행이죠. 오히려 초대해주셔서 저희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이쪽으로 몸을 돌리곤 살짝 눈높이를 맞춘다.) 그래도 앞으로는 위험할 시기에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걱정하시니까.
 
콜: 우웅... 알겠어요. 다시 안 그럴게요. (고개 꾸닥이며 당신 눈 맞춘다. 곧이어 조금 쑥스럽다는 듯 꼼질...)
 
제이슨:착하네. 여기 형이 있어서 조금 더 빨리 끝낼 수 있어 다행이었지. (슬쩍 옆 자리를 곁눈질했다. 사실이기도 하고... 이런 부담스러운 시선 혼자 받는 것보다 낫지.)
가져다줘서 고마워. 잘 먹겠습니다. (얌전히 가족의 식사가 시작되길 기다린다.)
 
곧이어 왁자지껄한 식사가 시작됩니다.
 
수 많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식사는 이렇게 단란하던가요?
 
마치 예전, 갓 군대에 들어온 당신과 다른 타이머들이 함께 식사하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메이데이 여사는 흔들의자에 앉아 다른 가족들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콜과 아기도 양껏 식사를 하고 모든 긴장이 풀렸는지 테이블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메이데이 부부가 두 아이를 침실로 데려가고, 할머니는 넌지시 질문을 던집니다.
 
메이데이 여사: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어리구먼.
도움받은 처지에 이런 말을 해도 되는가 싶지만, 힘들지는 않으신가? 목숨을 건다는 건 어느 시대건 쉬운 일이 아니니 걱정이라오.
 
메이데이 여사 : 어서 게이트를 해결해야 애먼 사람을 닦달하지 않을 텐데…….
 
제이슨: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감각이 더 강하다보니. 힘들어도 지금과 같은 바깥을 보면 그리 고되지는 않습니다. DOT에도 게이트의 문제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때까지는 일상 유지를 위해 저희가 최선을 다할 겁니다. 크게 마음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메이데이 여사: 아이고... 정말 고생이 많구먼. 매 순간이 고맙소. 이 은혜를 어찌 갚으면 좋을지 모르겠어.
그런데... 옆에 있는 분은 담당자시오?
 
폭스트롯:(포크 물고 있다가 움찔...)
 
제이슨:(힐끔) ... ...네. 여러모로 보조... 해주시는 분이죠. 원래 너무 바쁘셔서 현장까지는 잘 안 나오시지만요.
 
폭스트롯:(입에 있던 것 겨우 삼키고는) ... 네에...-.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히이- 사람 좋은 웃음이나 냈다.)
 
얼굴에 흉 좍좍 그어진 이를 가만히 보던 메이데이 여사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현장직이 아니라고...? 사정이 있나보군. 안쓰러운 눈빛으로 변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까요.
 
시계를 보니 슬슬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한소리 듣겠는걸요.
 
제이슨:아, 식사와 격려 감사했습니다. 저희는 슬슬 복귀할 시간이 되어서 가봐야 할 것 같네요.
 
메이데이 여사: 아이고. 그럼 이거 가지고 가소.
 
메이데이 여사가 제이슨의 손에 자그마한 물건을 쥐여줍니다.
 
사파이어를 매달아 만든 펜듈럼입니다.
 
메이데이 여사: 예로부터 사파이어는 소유자를 불길한 것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귀물이었으니, 부적이라고 생각하고 지니구려.
 
제이슨:...예? 그런 물건이라면 저보다는 계속 지니고 계시는 게...
 
메이데이 여사: 아니야-. 이 노인네보다는 더 위험한 일이 많은 타이머가 가지고 있어야지. 작은 보답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가소.
 
제이슨:너무 신세지는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만... (원칙대로라면 받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계속 거절하는 것도 조금 껄끄럽다.)
...그럼 감사히.
 
폭스트롯:(뒤에서 힐끔 보다가 눈꼬리 휜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돌아가보겠습니다. 부디 몸 건강히 지내실 수 있길 바랍니다.
(눈치 보다가 당신 소매 잡아본다.)
 
제이슨:(저도 옆에서 짧은 인사마디를 남기고 그제야 옆을 돌아본다.) ...왜?
 
폭스트롯:... 손 잡고 싶어서.
 
제이슨:? (갑자기? 하는 얼굴이지만 복귀한다니 초조하겠거니 싶어 일단 손 내민다.)
...아. 여기 들러서 나눈 이야기는 굳이 보고 안 해도 돼. 잠깐의 접촉까진 뭐라고 안 하겠지만.
 
폭스트롯:(입꼬리 실실 올라가서는 당신 손 잡고 헛기침 얕게 한다.)
이 정도는 뭐... 조용히 있을 수 있지. 먼저 묻지 않는 이상 이야기 안 할게. 굳이 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신경도 안 쓸 것 같은걸.
 
제이슨:하긴... 너한테 궁금한 점이 그것 말고도 많을텐데. 굳이 물을 것 같진 않네.
(뭐야? 왜 웃지. 생각보다 멀쩡한가본데... 미심쩍은 눈으로 훑다가 복귀에 나선다.)
 
DOT에 돌아오면 삼삼오오 모인 닥터를 비롯한 연구원들이 제이슨을 반깁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폭스트롯과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연구원 1: 새벽부터 고생 많았습니다. 들어가서 푹 쉬십시오.
 
연구원 2: 군복은 저한테 주고 가세요! 재정비해둘게요.
 
닥터: 이번 신화생물은 새로운 종이었다면서? 어떤 놈이었어? 온통 숲이라 CCTV 화면도 확보하기 어렵겠던데.
 
인사와 걱정, 호기심과 칭찬이 뒤섞인 환영은 매번 겪는 일인데도 시끌벅적합니다.
 
어떤 신화생물이냐는 말에 제이슨은 문득 아까 느낀 꺼림칙함을 복기합니다.
 
사실대로 말한다면 폭스트롯도 의심을 피할 수 없겠죠.
 
왠지 고발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되겠네요.
 
다 떠나서 신화생물이 하필 제이슨을 닮은 데다가 폭스트롯과 아는 사이라니……. 괜히 더 찜찜합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이상하고.
 
제이슨:(거짓을 고하긴 그렇고 적당한 사실을 답하면 되겠지. 면식이 있다는 이야기는 당사자가 있는 곳에서 본인의 판단하에 할 테니, 그 부분만 제하더라도 보고에 문제는 없다.)
우선은 사냥개. 그리고 나중에 발견된 것은 사람과 거의 똑같은 모습이었어요. 처리 후의 모습을 보면 어딘가 인간을 흉내낼 수 있는 종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닥터: 얼레레, 정말? 사람처럼 생겼다고?
처음 등장할 때부터 사람처럼 생겼어? 생김새는? 인간이랑 구별할 방법은 없었어?
 
제이슨:게이트에서 나오는 순간 사람이었습니다. 생김새는... 글쎄. 저하고 조금 닮았던 것도 같고.
죽기 직전을 제하고는 영락없는 인간과 똑같다... 라고 해야하나. 확실하진 않아요. 그게 게이트에서 나오긴 했지만, 신화생물이라는 확신도 없고.
 
닥터의 입이 땅에 떨어질 뜻 벌어져 닫히지 않습니다.
 
그로부터 약 10분 뒤...
 
긴급 호출이 떨어집니다.
 
목적지는 하슬러 원수의 집무실.
 
접객용 테이블이나 소파 하나 없는 삭막한 공간은 사면을 책장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책상에 팔을 괴고 앉은 하슬러 원수는 지구본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제이슨과 폭스트롯이 도착하면 고개를 듭니다.
 
하슬러 원수: 이런, 우리의 영웅과 새로운 미지수 아니신가. 닥터에게 보고받았다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시간을 좀 빼앗았지.
당시의 이야기를 좀 더 제대로 들려주겠나?
 
제이슨:... (당신을 의식하는 기색으로 입을 연다.) 닥터에게 이야기한 것 외의 특이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저와 닮은 개체였지만 엄연히 성별도 다른 것으로 보였고... 외형이 비슷하고, 타이머의 군복을 입고 있어서 '닮았다' 라고 표현하기는 했습니다만.
복식은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폭스트롯의 것과 같았죠. 그 사람인지 신화생물인지 모를 존재가 저를 의식하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하슬러 원수: 그거참…… 위험하면서 매력적인 이야기야.
게이트 너머에 도사린 게 신화생물만이 아니라 인간일 수도 있다니. 그건 이 우주에 지구 말고도 인류가 존재하는 행성을 증명한 셈 아닌가. 다들 경악하겠어.
미지수 군. 기억나는 바가 있나?
신화생물의 껍데기와 같은 복식을 입고 있었다는데.
 
폭스트롯은 비스듬하게 바닥을 보고 침묵하다가 느지막하게 입을 엽니다.
 
폭스트롯:그 모습은 제가 아는 제이슨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인간이자 카운터였고 지금은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 어떤 상태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기억이 온전치 않은 것도 있겠지만... 완전히 떠나버렸으니, ...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하슬러 원수: 무슨 관계였나?
 
폭스트롯:사적인 관계까지 이야기 해야 합니까?
 
하슬러 원수: 그 또한 우리에게 있어서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지.
 
폭스트롯:... 파트너 관계였습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좋아하기도 했고요.
 
하슬러 원수: 호오. 타이머와 카운터의 파트너 관계고… 쌍방의 마음은 아니었나?
 
폭스트롯:별 것을 다 물으시는군요. 저 혼자 가진 일방적인 애정이었습니다. 이후에 완전히 차인 것 같으니 이상은 묻지 말아주십시오.
 
제이슨:그런 것치곤 그쪽은 미련이 남은 모양이던데. 그래서 이끌려왔다는 투로 말하지 않았었나?
 
하슬러 원수: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때에는 그렇게 보였다는걸.
 
폭스트롯:(뒷짐지고 있던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풀었다.) ...- 그렇다고 해도, ... 같은 마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해서요.
 
하슬러 원수: 아무튼...- 이번 일은 극비에 부치는 것이 낫겠어.
 
하슬러 원수 : 타이머를 비롯한 DOT의 관계자 일부에게만 한정적으로 공개하자고. 인간의 흉내를 내는 유형이 확인됐다, 그 정도로 해둬.
 
하슬러 원수: 군을 닮았으니 또 다른 타이머가 있다느니 하는 부연 설명은 생략하는 거야. 아니, 자네들이 설명할 필요도 없네, 닥터와 리히트를 부르지.
 
하슬러 원수는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금세 결론 냅니다.
 
민간인과 DOT의 관계자, 하물며 타이머들에게까지 비밀에 부치겠다는 독재 같은 단정.
 
그의 입가를 가로지르는 긴 흉터는 설명하는 동안 끊어졌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합니다.
 
하슬러 원수: 군, 전시에 가장 경계해야 하는 사태가 무엇인지 아나?
 
제이슨:... 경계할 것은 많으니 무슨 답을 바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지금이라면 의심이 아닐까 합니다만.
 
하슬러 원수: 맞네. 의심이야. 의심은 곧 내부 분열로 이어지지. 동료를 믿지 못하고 명령을 의심하면 그 전쟁은 시작도 전에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도밍게즈는 명백한 전시. 타이머는 유일한 영웅이야.
그 상징성은 절대 훼손되어선 안 돼.
 
도밍게즈가 타이머를 의심해선 안 된다.
 
하슬러 원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전술을 내놓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먼 과거부터 대물림된 외우주의 공포를 버텨낸 건 언제든 타이머가 구하러 오리란 믿음에 기반했으니까.
 
때론 실낱같은 희망, 한 톨의 믿음이 기적이 되기도 합니다.
 
엄숙하면서도 거만한 얼굴로 웃은 하슬러 원수가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립니다.
 
하슬러 원수: 사후처리반의 감식이나 회수가 끝나면 조사에 착수할 거야. 그럼 무엇이든 알아낼 수 있겠지. 우리는 늘 위태로웠어. 그래도 이때까지 살아남았지.
 
녹이 슨 청동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나고,
 
하슬러 원수: 괜찮아, 도밍게즈는 이번에도 살아남을 거야.
 
제이슨:
 
 
심리학
53
50 25 10
실패
 
 
거기 서린 건 도밍게즈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단 하나의 의지.
 
폭스트롯:
 
 
심리학
보너스 주사위 +1
38
70 35 14
성공
82
38
 
 
폭스트롯의 표정이 반사적으로 찌푸려집니다.
 
제이슨:...왜 그래?
 
폭스트롯:... 아니... 그, 잠깐...만. 내가 여기에 와서 무슨 말 했었는지 기억해? 멸망... 에 대해서 이야기 했던 것 말이야. (작게 속닥인다.)
 
제이슨:다가오는 마지막 계절에... 그걸 말하는 건가?
그 이야기가 왜?
 
폭스트롯:언제 이루어졌는지 기억났어. (침음 흘렸다가.)
도밍게즈의 축제 마지막 날에 타이머와 카운터만을 남겨두고 세계가 멸망했어.
 
 
제이슨:축제의 마지막 날에... 그렇게 길게 남지 않았는데. 그건 지금 듣기에 불길한 말이긴 하군.
타이머가 먼저 사라지게 되는 것 외의 가설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그들만 남기고 모든 게 멸망한다는 건 조금 신선한 관점이긴 하네.
...일단은 너만 알고 있어. 보고해봤자 어차피 알려지지 않을테니.
 
하슬러 원수: 무슨 이야기를 그리 속닥이며 하나
 
폭스트롯:(혀 깨물 뻔 했다.) 개, 개인적인 일로...-. (당신 눈치 힐끔 본다.)
 
제이슨:차인 게 부끄러워서 괜히 이야기 했나 후회가 된답니다. (눈 하나 깜빡 안하고 대꾸한다.)
 
폭스트롯:(황당하다는 듯 당신 본다. 내가 언제?)
 
제이슨:(그럼 사실대로 말하려고? 뻔히 본다.)
 
하슬러 원수: 그러한가? 더 기억이 난 것은 없고? 무언가 이쪽에서 대비를 할 것이 있다면 해야 하니 솔직하게 말을 해주었으면 하는데.
 
폭스트롯:(다시 눈치 본다. 이내 눈 꽉 감았다.) 차, 차인 게 부끄러운 것이 맞는지라... 이 이상 캐묻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하슬러 원수: 마음의 상처는 내가 어찌 해줄 수가 없군. 돌아가서 잘 다독여보게나. 그럼 둘 모두 들어가게.
 
제이슨:예... (짧게 경례하고 당신의 등을 떠밀며 방을 나선다.)
 
제이슨:
 
 
듣기
79
75 37 15
실패
 
 
어째 폭스트롯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복도에서 예언의 타이머, 무슈가 불안한 표정을 한 채 마주 걸어오고 있습니다.
 
제이슨:(문득 마주치곤 말을 건넨다.) 얼굴이 영 좋지 않은데.
 
무슈: 아... 제, 제이. 그러니까... 새, 새로운 예언이 있어서요. 원수님께... 다녀오는 길인가요?
 
제이슨:(끄덕) 일의 보고로. 무슨 예언이길래?
 
무슈: 그, 음... 다가오는 계절의 마지막에, 세계가 멸망한다. 예요. 멸망에 대한 예언은... 처음이라 빨리 알려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요. 그럼 머, 먼저 가볼게요. 오늘 아침부터 나간 것 같은데 푹 쉬... 쉬세요...!
 
제이슨:... 어. (손을 들어 배웅하다 말고. 뭔가 해괴한 얼굴이 되어 당신을 바라본다.)
굳이 우리가 추궁대로 대답하지 않아도 됐겠는데.
 
폭스트롯:내, 내가 차였다는 것을 되짚을 필요가 없었다는 거잖아...
 
모든 예언은 이루어지기 전엔 읽을 수 없는 글이오, 들을 수 없는 목소리이므로 미리 해석하려 드는 건 썩 현명한 일이 아닙니다.
 
설익은 감을 깨무는 것 같은 짓이죠.
 
앞으로는 며칠의 자유시간이 주어질 겁니다.
 
우선 푹 쉬는 것부터 해볼까요.
 
폭스트롯:(입술 삐죽 내민다.)
 
제이슨:...그게 중요한가. 어쨌든 마음이 없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거지. (얼버무리며 입 집어넣으라는 눈.)
어쨌든 굳이 현장에서 얻은 것까지 취조당하지는 않아 다행이지. (머무는 방의 문을 연다.) 너도 피곤할테니 쉬기나 해.
 
폭스트롯:하긴. (주머니 안에 넣어둔 분홍 조개를 만지작 거리다가 눈 굴린다.) 있지, 제이슨. 내일 즈음에 시간 괜찮으면 같이 놀러 나가지 않을래?
 
제이슨:내일? 아마 급한 호출이 없다면 별 일은 없을 것 같긴 한데. 보고 싶은 데라도?
 
폭스트롯:다른 것은 아니고...- 너랑 아쿠아리움에 가보고 싶어서. 여기에도 있을 거 아닌가?
 
제이슨:음... 있지. 그런 거라면 어렵진 않아. (끄덕이며 손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간 김에 뭔가 네가 떠올릴 수 있다면 더 좋겠고.
대신 피곤하다고 늦게 기상하면 두고 훈련이나 갈 테니까.
 
폭스트롯:(이내 표정 밝아져서는) 응. 그랬으면 좋겠다. 넌 유명인이니까 환각으로 색을 바꾸는 변장도 괜찮겠어.
(당신의 등을 살며시 누른다. 들어가자, 라며.) 그럴 일 없으니까- 오늘은 쉬자. 아침부터 수고했잖아.
 
제이슨:나야 익숙하니까 별로 피곤할 것도 없는데.... 넌 아무래도 이쪽에선 뭐든 드문 경험이니 피로가 쌓이기 쉬울걸.
뭐... 어차피 군복을 입고 나다니진 않을 테니 넌 변장은 필요 없겠고. 종종 8시의 도움으로 나가니까 미리 메세지는 보내둘까.
 
폭스트롯:좋아-. 무슨 색으로 바꿀 거야? 궁금하다. 아예 바꾸고 나갔었어? 여기 8시랑은 아직 만난 적이 없어서 어떤 애인지 모르겠네... 나중에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조잘조잘...) 이러니까 내일이 기대된다.
 
제이슨:무슨 놀이공원 가는 어린애도 아니고. (헛웃음이 나오는 것치곤 썩 기분은 나쁘지 않은 얼굴.) 내일이면 변장하는 김에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마음에 드는 색이라도 있어?
 
폭스트롯:여기서 너랑 놀러가는 것은 처음이니까. 내가 있던 곳에서도 어디 많이 못 갔거든. 사람 많으면...- 매번 이목이 몰렸으니까. (헛. 일찍 자야겠다.)
(잠시 고민을 한다. 한참 그렇게 가만히.) ... 음, 역시 원하는 색으로 해줘. 여기서 내 취향대로 답하면 나 정말 큰일 나.
 
제이슨:뭐... 그쪽의 타이머가 여기하고 같은 의미를 갖는 거라면, 아무래도 마음대로 돌아다니기는 힘들었겠지.
...왜. 취향대로 답하면 반하기라도 할까봐? 어차피 아직도 저쪽에 매달리는 형편에. 그럼 적당히 다른 걸로 할 테니까 이만 자러 가.
 
폭스트롯:신화생물이 오지 않았지만 영웅이고 세계의 사랑을 받긴 했어. 지금 생각하면 그냥 상징성의 의미인 이들을 왜들 그렇게 좋아했나 싶지만.
(입술 달싹이다가) 아니... 왜... 그렇게 되는 거야...-. 난, (목소리 한참 작아진다.) 지금의 너도 너라서 좋아하는데. (당신의 모습이 어떠하든 당신이니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면 납득 해줄까. 이내 입이나 꾹 다물었다.) 네가 원하는 모습으로 해. 먼저 들어갈게.
(잠시의 망설임. 이내 손 뻗어서 당신의 머리카락 쓸어내리고 끝을 잡아 입 맞췄다.) 잘 자, 제이슨. 내일 보자.
 
제이슨:그건 지금의 나에게도 의문이긴 해. 봤으니 알잖아. 여기 사람들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잠깐 작아진 목소리에 집중하며 빤히 바라보다 답을 고른다. 여전히 나는 나이며 네가 그리는 이와는 명백히 다르다는 걸 다시금 입 밖에 내야 할 지를 망설였지만, 그것은 내일을 두고 굳이 좋지 못한 선택같아 말을 아끼기로 한다.) 갑자기 불시착한 이 치곤 너무 열렬하다는 생각은 한 적 없어? 네가 아는 나와 철천지 원수인 것 보다야 물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만.
(낮선 행동을 내려다보는 눈에는 한결같이 의문이 맴돈다. 그래서 당신은 결국 어쩌고 싶은 것인지. 그를 나무라지는 못 하고 고개만 주억거린다.) ...그래, 너도.
 
잘 준비를 하고 누운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아침입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커튼 사이로 길게 길을 만들며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코를 스치는 고소한 냄새와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인기척.
 
제이슨:(피곤하긴 해도 익숙해서 눈은 곧바로 떠진다. 그것보다는 낯선 소음이 있는 탓도 있는 것 같은데...)
.... (대충 정돈만 끝내고 나와 인기척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뭐하나?
 
가벼운 조리가 가능하게 만들어진 부엌에서는 폭스트롯이 익숙하게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잘 구워져 터지지 않은 수란이 올라간 식빵, 코 끝을 스치는 커피향, 가벼운 샐러드.
 
본래라면 식당에서 챙겼을 것들이지만...
 
폭스트롯:좋은 아침-. 깨우려고 했는데 먼저 일어났네. 거의 다 됐어.
 
제이슨:(끔뻑) ... ...아침은 내려가서 먹어도 됐을 텐데. 해놓기 번거롭지 않아?
 
폭스트롯:이 정도는 얼마 안 걸리기도 하고 쉬우니까. 요리하는 거 재미있기도 해. 지금까지 해본 적은 거의 없었지만 나름 잘 되어서 기분도 좋고. (주전자 두 개 든다.) 차랑 커피 중에 뭐가 좋아?
 
제이슨:내 말이 그 말이야. 군에 있으면 할 일도 거의 없을 텐데 그럴싸 해서. 딱히 이런 걸 하라고 데려온 건 아닌데... (말 끝 흐리다 조금 고민한다.) ...커피로.
 
폭스트롯:해줄 수 있는게 없을까 해서 자기 전에 좀 찾아봤던 것 뿐이야. 해주고 싶었기도 하고 난 이런 아침을 맞이하는걸 원했기도 하고... 겸사겸사지.
 
머그컵에 커피가 따라져 탁자 위에 올라갑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방금 내린 것인 듯 보이죠.
 
제이슨:뭐... 그런 거라면 나는 고맙지만. 잘 먹을게. (익숙하게 기다렸다는 듯 커피잔을 먼저 쥔다.) 난 요리는 그다지 자신 없긴 해도 차 정도는 내어 줄 수 있으니까. 다음부턴 혼자 하지 말고 깨우든지 해.
그래서, 오늘 가는 곳은 아쿠아리움이면 돼? 다른 곳도 더 둘러보고 싶다거나.
 
폭스트롯:(머그컵에 담긴 차를 한 모금 머금는다. 당신 몫의 빵을 접시에 담아 놓아주고는) 나중에는 같이 준비하는 것으로? 좋아. 나도 딱 평균 즈음인 것 같으니... (빵 물었다. 얌얌...)
아쿠아리움이면 족해. 아니면... 음, 여기저기 구경하러 다니고 싶기도 하다마는...- (당신 눈치 힐끔.)
 
제이슨:(커피를 조금 넘기고 나서야 제 접시를 끌어온다. 잘 먹는군...) 호출이 따로 없으면 꽤 시간은 남을 테니 말해, 신경 쓰지 말고. 아무리 비슷한 환경이라고 해도 적응은 필요할 거고, 궁금한 것 해소 못 해줄 이유도 없으니.
앞으로도 시간이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하다만.
 
폭스트롯:(순식간에 반절을 삭제하고 입술을 핥는다. 역시 하나 더 할걸 그랬나.) 너도 바쁜데 내가 시간 뺏는게 아닌가 했지. 네가 그리 말한다면야 거절은 않을게. 다른 건 아니고 이곳에서 파는 장미 한 송이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였어. 어째 이거저거 궁금한 어린애가 된 기분이네. 나쁘지 않다마는....-.
아, 맞아. 어제 너 잘 때 다른 타이머가 잠깐 왔다가 갔어. 용건이 있던 것 같던데... 날 보자마자 얼어붙어서 그냥 가더라.
 
제이슨:(흠. 빤히 보다가 제 몫을 작게 한 입 문다. 여차하면 빵이나 더 토스터에 넣고 오지 뭐.) 보다시피 임무나 정해진 훈련 시간 아니면 나름 자유로운 편이야. ...그 꼬마처럼 장미 구해보겠다고 혼자 돌아다니게 두는 것보단 내가 붙어있는 편이 낫지.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애 취급이 됐다.)
(의아한 얼굴로 갸웃) 다른 타이머? 누구? 8시와 만나기로 한 건 조금 뒤인데.
 
폭스트롯:사실 어제 타이머들이 나온 화보를 봤거든. 그거 일도 있을까 싶었어. 광고라던가 제법 나오길래... (...) 제이슨. 날 너무 애로 보는 거 아니야?! 아무리 기억이 성인 전의 것에서 멈췄다지만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입술 삐죽이고는 작게 투덜거린다. 나도 어른인데.)
따로 듣지는 못했지만- 2시. (이내 다시 빵이나 물었다.) 젠이랑 같이 지낸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라던가 장교가 드디어 노망이 났나... 같은 소리를 하면서 갔던 것 도 같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핸드폰 알림이 옵니다.
 
발신인은- 타이머 단체 채팅방.
 
지금 보니 알림이 제법 많이 와 있어요.
 
또 자신들끼리 떠들고 있던 것이겠지만...
 
제이슨:아아...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긴 하지. (하는 행동도 영락없는 어린애 맞으면서. 속으로만 들리지 않는 반박을 하곤 도로 잔을 입에 댔다.) 그 말이 장교님 귀에 들어가진 않아서 다행이군. 그냥 네가 지나치게 거대해서 놀란 거 아닐까 싶은데.
(문득 본 휴대폰에 시선이 간다. 일 때문에 알람을 꺼둘 수도 없고 매번 귀찮은데... 혹시 모르니 집어 확인이나 해본다.)
 
대충 쓸데없는 말들이네요.
 
언제나처럼.
 
제이슨:(황당한 얼굴로 토독토독 뭔가 보낸다...)
 
13시: 헐 언니야 저도요
 
제이슨:(문짝 남정네.... 눈 앞에 있는 문짝 흘끔 본다.)
 
제이슨:부른 사람만 와라
 
폭스트롯:(맹하게 토스트 삭제쇼나 하고 손 닦는 중...)
 
제이슨:(침착하게 빵 하나 더 얹어준다....) 사람들이 너 궁금한가 보더라.
변장은 혼자 갈까 했는데 너도 갈 거야? 좀 귀찮아질 순 있는데.
 
폭스트롯:(익숙하네 얹어준 빵을 다시 삭제?하기 시작한다. 씹는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닌데 이미 사라져 있고... 한입 더 물고...) 왜디. (왜지?)
 
제이슨:글쎄... 타이머들한테 원래 파트너란 개념이 없으니까? 신기한가 보지. 아까 너 보고 도망 간 사람이 소문도 냈겠고. (이렇게 맹한 걸 구경?하게 둬도 되나.)
 
폭스트롯:그런 이유면 확실히 궁금하기는 하겠네.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고 다른 타이머들도 안면은 터야 하니까 얼마든지 좋아. (빵을 말아서 입에 밀어 넣는다. 그것마저 이내 없애버리고는 티슈로 제 입가를 꾹 문질러 닦고)
아까 전에 이상한 오해를 한 것 같아서 풀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으니까.
 
제이슨:호들갑 떠는 게 좀 시끄럽긴 할걸. 이 기회에 친해지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당장은 좀 피곤할 수도 있어. (제 것은 문자 하는 새에 적당히 다 먹은 모양새다.) 그래서 일부러 용건 있는 사람만 따로 부른 것도 있거든.
...이상한 오해? 헛 걸 본 게 아니냐는 소리는 하던데.
 
폭스트롯:그럼 한 명 씩 천천히 만나는 것도 좋겠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본 11시를 다시 보고 싶기도 했었어서. 다같이 있으면 떠들썩하니 좋지 않아? 우리 애들도 만나면 으르렁 거렸지만 나름 잘 지냈는걸.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흠...)
같이 일하는, 이 아니라 다른 파트너로 납득하고 가던데? 그거 해명이나 좀 할까 해서.
 
제이슨:심심할 틈은 없으니 네게는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모르고. 시끄러운 걸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야. ...거기에 짝의 개념이 당연했던 거라면 인원은 여기의 두 배였겠네. 잘 못 지내는 것 보다야 왁자한 쪽이 낫긴 하니까... (말끝을 흐린다.)
... ...그걸 그냥 보내? 제정신인가? (두 귀를 의심)
 
폭스트롯:으음- 역시 시끄러운건 별로구나. (고개 끄덕인다.) 파트너가 온 첫 날부터 싸우다가 CCTV나 훈련실 문을 날려먹은 애들도 있었고 식당에서도 싸우고... 대부분 잘 지내긴 했지만. ... 당연했느냐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었어. 이전의 타이머들은 파트너가 없었으니까.
(남자가 당황했다.)
내 말 듣기도 전에 가버렸단 말이야...! 무어라 제대로 말 하기도 전에 방에 가버려서...! (귀 새빨개져서 구차해졌다.)
 
제이슨:적어도 넌 파트너와 사이가 좋았던 모양이고. 전 세대는 파트너가 없었다는 점은 아직도 좀 마음에 걸리는데... (곰곰 생각하다가 지긋이 응시한다.)
...그런 걸 변명이라고 하나? 그 덩치 뒀다 뭐하려고. 붙잡아서 설명이라도 해보든가. 어쨌든 그쪽은 네가 책임지고 해명해. (안 그러면 둘 다 무사하지 못 할 거라는 무언의 압박.)
 
폭스트롯:적어도 사이가 많이 좋은 편이었지. 매번 같이 다니고 떨어지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도... (말 주욱 늘린다. 가벼운 마른세수.)
그, ... 응. 내가 책임지고 오해 풀어둘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다. 슬슬 싱크대에 그릇들을 넣어두고는 작은 한숨. 보면 피할 텐데... 어쩐담 정말 잡아두고 풀어야 하나 제법 많은 생각이 뻔히 보인다.)
 
제이슨:...그쪽도 돌아가게 되면 다시 잘 해결보든가. 만난 생물은 가짜같긴 했지만, 진짜도 비슷하게 다시 만나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다리 꼬고 앉아선 근심 많아보이는 뒤통수나 감상한다.) ...그건 나중에 치워두고 슬슬 나갈 준비나 하지. 어차피 한 마디 해도 말귀를 못 알아들을 사람들은 아니야. 아깐 놀라서 그랬겠지.
(못 알아들으면 그것대로 자신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폭스트롯:(대충 물로 씻어내고는 묶어두었던 제 머리나 풀었다. 반으로 그러모아 반묶음 해내더니 축 내려간 팔자 눈썹이나...) 이상한 소문이나 안 났으면 좋겠네. 입 무거운 것 같긴 했지만... (애초에 그딴 거 퍼지면 너무 불미스럽지 않나?)
옷은 간단한 사복 받았으니까 그걸로 입을게. 셔츠에 바지... (음. 외에는 없어.) 너도 준비하고 나와-.
 
제이슨:소문 빌미를 제공한 사람 입으로 그런 걱정 해봤자... (정말 불미스럽다는 얼굴로 삐딱하게 일어났다. 어차피 해결하면 별 일 아니게 될 텐데. 표정이나 펴라며 손가락으로 팔자 눈썹 꾹 누르고 방으로 향한다.)
생각난 김에 필요한 물건도, 군에 말하기 곤란하다 싶으면 그냥 나한테 말해. (물주같은 말만 던지고 쏙 들어간다.)
 
미묘한 표정을 뒤로하고 방 문을 닫습니다.
 
10분 뒤 훈련장에서, 였으니 빨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네요.
 
눈에 띄지 않게 입고 나갑시다.
 
오늘은 가볍게 놀러가는 것이니까요.
 
제이슨:(대충 파트너?의 사복과 비슷할 무난한 셔츠와 바지를 고른다. 머리는 적당히 헐겁게 내려묶는 게 편하겠지. 대충 준비를 마치고 나면 간단한 소지품만 챙긴 채 방을 나선다.)
준비 다 됐으면 나와.
 
폭스트롯:(방 문 열고 가벼운 셔츠에 바지, 반묶음 상태로 나왔다. 코트처럼 보이는 연구원 가운까지 들고. 이쪽은 소지품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으므로 단촐했다.) 준비 끝-. 8시한테 갈 거지?
 
제이슨:(연구원 가운은 연막인가? 약간 웃기기도... 별 말은 않은 채 끄덕였다.) 훈련실로 오라고 했어. 지금쯤 먼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부른 김에 2시도 오라고 했으니까 잘해.
(먼저 문을 열고 나서서 눈짓한다.)
 
복도에는 언제나처럼 사람이 한적합니다.
 
문들이 삐꼼 열려서 흥미 가득한 눈동자와... 머리통이 빼꼼 나와있는 것 제외하면요.
 
폭스트롯이 복도로 나오자 머리통들이 쏘옥 들어가며...
 
핸드폰 알림이 쏟아집니다.
 
폭스트롯:훈련실이면... 아래였지? (조금은 비장하다. 이상한 각오가 된 듯.)
 
제이슨:(이 인간들이...) ...어. 이미 볼 사람 다 본 거 같지만 일단 가지.
무슨 이상한 표정 집어넣고, 그냥 원래 네가 있던 곳 타이머들 보는 것처럼 굴어.
 
폭스트롯:표정이 이상해? (반사적으로 얼굴 더듬는다. 이내 부드럽게 펴져서는 맑은 미소 품었다.)
그럼- 지금은?
 
제이슨:...(멀뚱히 보는 표정이 약간 미묘하게 변했다. 웃는 듯 마는 듯도 보이는 얼굴로 먼저 앞장선다.) 무조건 웃으라는 뜻은 아니었지만... 그 편이 훨씬 낫긴 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훈련실로 내려갑니다.
 
훈련실 앞에서는 8시와 2시가 기다리고 있군요.
 
이미 허가를 받아 두었는지 문이 열려 있습니다.
 
제이슨:기다렸나? 준비가 좀 늦어서. (주위를 한번 훑는 눈이 예리하다. 아까처럼 고개 내밀고 따라 온 인간은 없겠지.)
 
따라온 사람은... 없네요.
 
핸드폰에서 불이 날 것 같지만... 무시합시다.
 
첼시: 좋은 아침입니다. 어서오십시오. 능력은 데이라이트만 해드리면 됩니까?
 
베니: 엇. 어! 문짝 남정네... 랑 젠. (첼시 뒤에 슬그머니 숨는다.)
 
제이슨:좋은 아침. 저쪽은 어차피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끄덕이다 말고 베니를 흘끔 본다.)
(할 말 많은 눈으로 옆을 쿡 찌름)
 
폭스트롯:(쿡 찔러진다.) ... 베니. 잠깐 이야기 좀 하자.
 
베니: 왜?! 난 너희 사생활 존중해!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야! 안 해!
 
첼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데이라이트는 안으로 들어가죠.
 
제이슨:사생활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알아서 처리해. (누가 들으면 조폭같은 소리나 하고 먼저 들어간다.)
 
베니: 야!!!! 젠!!! 이러는게 어디있어!!!
 
절규 소리와 함께... 훈련장 문이 닫힙니다.
 
첼시: 사생활이라는건 또 무슨 소리랩니까? 파트너라면서요?
 
제이슨:이상한 오해를 하는 것 같던데. 저 사람이 온 데선 타이머한테 따로 파트너가 있는 모양이야. 같은 능력을 쓰더라고.
그래서 장교님이 붙여주신 거니까. (한숨쉰다.) ...다들 뭘 어디서 듣고 그러는 건진 모르겠지만. 제때 해명 안 한 사람 잘못이지, 뭐.
 
첼시: 타이머에게 같은 능력을 쓰는 파트너가 있다고요? 그건 그것 나름대로 흥미롭군요. 애초에 장교님은 저 사람에 대해서 별 말을 안 하셨는지라 저희는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단 말입니다. 그냥 갑자기 나타난 파트너라고만... (물끄러미 당신 본다.)
갑자기 나타난.
 
제이슨:...어쨌든 사적인 관계는 아니니까. (갑자기 나타난.) 그런 거였으면... 그 말처럼 애초에 하늘에서 뚝 떨어질 게 아니라 다들 알 만한 사람을 데려왔겠지.
나와 닮은 사람도 있었다던데... 어딘가에 모두와 닮은 능력자도 있을지 모를 노릇이고. 어쨌든 변장은 색 정도만 못 알아보게 바꿔줘.
 
첼시: 베니가 뭐라고 오해를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 다르게 주의하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군요. 갑자기 나타났다고 하면 그게 신화생물과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거짓말 정도는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음을 당신도 알잖습니까. 너무 가까이 지내지는 마십시오. 장교님도 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알 길이 없다만...
원하시는 색이 따로 있으십니까? 맞춰드리죠.
 
제이슨:걱정은 고맙지만 아직까지 별 문제는 없었어. 오히려 어제 출현한 게 더 답없지. 정말 신화생물이었다면... 서로 능력에 반응해서 시너지가 나는 현실이 더 문제가 아닐까. 타이머의 존재까지 의심해봐야 할 판이니까. (으쓱인다.)
어쨌든 경계는 충분히 하고 있으니. 음... 머리는 대충 금색으로 하지. 눈은 좀 더 밝게만 바꾸고. 나름 흔하게.
 
첼시: 당신이 그렇다면 제가 더 할 말은 없지요. 알아서 잘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이니까요. (옅게 웃고는 고개 끄덕이며 손을 한 번 튕겼다.)
금발에- 눈은 조금 더 밝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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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당신을 감싸고 곧이어 내려 묶은 머리는 옅은 금색으로, 눈은 조금 더 밝은 푸른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제이슨:...됐나? (제 머리 대강 만져보곤 만족했다는 듯 끄덕인다.) 매번 고마워.
고마운 김에 하나 더 부탁하자면, 해명에 입 좀 보태봐. 다들 메신저로 난리가 났던데. 저녁까지 그 꼴이면 어떻게 되나 두고 보자고도 전해주고. (여기 없는 이들을 향한 반협박?에 가까운 소리.)
 
첼시: 뭐 어떻게 오해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해명을 돕든 말든 하지 않겠습니까? 전 들은게 없어서 모르겠습니다마는...
아까 저 분이 잘 처리? 할 것 같이 보이던데.
 
제이슨:(처리...) 뭐... 본인에게 듣자하니 사적인 관계? 사적인... 파트너?로 오해하는 모양이던데. (제 입으로 말하다 보니 불미스러워서 떨떠름해진다.)
그냥 윗선 지시로 함께 있는 거라고만 해둬도 돼.
 
첼시: (자신의 입 틀어 막는다.) 미친 양반. (당신을 향한게 아닌 것 즈음은 알 것이다.) 환락가에서 자랐으니 그쪽으로 오해하는건 당연하면 당연한... 아니... 하... 미친 양반... (미간 짚었다가 문 열고 나간다.)
 
문 밖에는 잔뜩 쫄아있는 베니와 맑게 웃고 있는 폭스트롯이 보입니다.
 
제이슨:(웃기네... 웃을 일은 아니긴 한데 저쪽도 알아서 잘 처리? 해줄 것 같다. 일단 안심하고 따라 나간다.)
...대화는 했어?
 
베니: 무... 무슨 사이인지 알겠... 알겠다. 내가 오해해서 미안하다. 그치만 한마디도 안 했던 거 진짜 사실이야!! 이 문짝 데리고 가 빨리! 너무 커서 무섭다고!
 
폭스트롯:아, 제이....(당신 이름 전부 호명하기도 전에 굳었다. 어? 당신을 담은 눈동자가 약간 떨렸다.)
 
첼시: 저희는 이만 일 하러 가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제이슨:...? 어... 알아서 잘 말해주고. (다 표정이 이상한 건 둘째치고 본론만 이야기한다.) 대화를 하랬더니 위협이라도 했어?
 
폭스트롯:... 대화만... 했어. (슬그머니 시선 피한다. 또 옅은 홍조 떠서는...)
 
베니: 몸만 있어도 위협적인게 대화는 무슨...! (후다닥... 도망간다...)
 
제이슨:저쪽은 그렇다는데. 뭐... 어디 안 좋아? 얼굴 좀 이상한데. (다가가서 냅다 이마를 짚...긴 하는데 높다.)
 
폭스트롯:(슬쩍... 상체 숙인다. 눈 못 맞추는건 똑같은데... 조금 땃땃한 것 같기도 하고. 아마도?) ... ... 그냥... 음, 지금 네가 많이 예뻐서...
 
제이슨:(이마에 손대면 뜨끈하지는 않고 적당히 열은? 몰려 있는 것 같기도... 가만 생각하다가 해괴한 말을 들은 사람처럼 쳐다보더니 이마를 착 때린다.) 색 하나 바뀐 걸로... 헛소리는 나가서 다른 사람 붙잡고 하든가.
이제 가자고.
 
폭스트롯:(착 맞는다. 이내 상체 펴서 제 하관 가린 채로 웅얼거린다.) ... ... 지금 네가... 이상형에 들어맞는걸 어떡해... (사랑은 번개지만 취향은 대쪽같은 놈인 탓에... 얌전히 당신 옆에 선다.) 다른 사람한테 지금 네가 얼마나 예쁜지 이야기라도 하라고?
아무튼, 가자.
 
제이슨:이런 색 밖에 가면 널렸다. 이상형 거기서 찾아보든지. (적당히 눈치없는 인간은 황당해하며 앞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