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플레이 로그에는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커다란 틀은 고정되어 있으며 대부분 변형이 되어 있으나 이는 시나리오의 저작권과 라이터님의 의도를 해칠 의도가 없었음을 명시합니다.
그가 당신의 앞에서 스러진지 오늘로 며칠째였나요..
평생 옆에서 귀찮게 굴 것처럼 굴었으면서, 그렇게 허무히 스러진 이 말입니다.
허공을 수놓는 붉은 핏방울과 당신 앞을 막은 인영 하나.
뻑뻑한 눈이 까무룩 감겼을 때, 당신은 꿈 하나를 꿉니다.
저 멀리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영락없는 노인이 보입니다.
기회고 뭐고 한 대 패버리고 싶긴한데...
하... 진짜 개꿈인거 아는데요. 살릴 수 있음 살려야겠죠..?
백운도:...그럼 주세요 기회. 자신은 없는데... 해볼게요.
다신 이딴 일에 인생 허비 안하려했건만.. 미친 자식
아니,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할아버지. 진짜 미친놈 아니예요?
다시 만나면 꼭 쥐어 팰게요. 그게 기회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
백운도:...아, 모르던 때로 가는 거예요? 그, 그럼 못 패는데..
백운도:나 무굔데.. 자꾸 헛생각이 드네. 많이 피곤한가.
…… 눈을 뜨면 커다란 정원이 한 눈에 들어오는 기와집의 처마 밑입니다.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잿빛의 눈이 내리는 이 곳은 당신의 기억에 그리 익숙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당신을 둘러싼 모든 풍경이 흑백입니다.
백운도:
SAN Roll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4 |
| 판정결과: |
실패 |
1
어리둥절하던 찰나, 주위를 둘러본 당신은 눈이 소복하게 오는 정원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아이를 발견합니다.
그렇기에 세상에서 단절된 분위기를 가지며 매끄러운 천으로 된 푸른 두루마기가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결에 따라 흔들립니다.
음, 저게 혹시... 도래솔
이름 자 뱉음과 동시에 처마에 걸려 있던 작은 종이 흔들리며 거센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와 동시에 아이의 손에 있던 붉은 댕기가 당신 쪽으로 휘이- 날아옵니다.
백운도:
민첩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려 아이를 본다면 천천히 돌아간 고개와 마주합니다.
눈물에 젖은 뺨, 새빨갛게 변해 벗겨진 눈가, 커다랗고 날렵하게 빠진 고양이상의 새카만 눈.
결코 좋은 인상이라고 할 수 없는 작은 아이가 한 치의 빛도 허용치 않는 눈동자에 당신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이 내뿜는 고요한 파동을 당신이 몰라봤을 리 없습니다.
이 아이는, 매 순간 당신의 앞에 걸음하던 류도래솔입니다.
……8살 정도로 보이는 어리고 작은 아이입니다.
아무리 얼굴을 가리든 가리지 않든 사람의 기는 일관적이기에.
한창 입을 다물고 있던 도래솔의 입술이 달싹입니다.
단 한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어린 도래솔'의 목소리.
꾸며냄 한 점 없는 잔잔하고 흘러가 흩어질 듯한 희미함입니다.
도래솔:... 손님분의 자제분이십니까? 죄송하지만 집안의 어르신들께서는 모두 상을 치르러 나가시어 계시지 않습니다. 혹여 볼일이 있으신지요.
백운도:(잠시 흠칫 했다가) ...이렇게 말할 줄도 알았다고. (입을 닫았다가 곧 생각을 정리하고는) 음... 그, 볼 일이라면 있긴한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닐걸? ...신경 안써도 돼. 넌 뭐하고 있었는데?
도래솔:(끔박. 떨어지는 눈물방울 대충 문질러 닦았다. 붉게 일어나는 눈가가 따가운지 미간 찌푸렸다가 곧이어 펴내고) ... 저희 집에 오시는 분들의 일이라면 하 거기서 거기일 터인데... 무어, 알겠습니다. (삐끔 열린 대문에 시선 두었다가) ... ... 죽음이 야속하다는 생각 중이었습니다. 억울하고, 얄궂고... 동시에 앞으로 어찌 살지랑... (한창을 뜸,) 차라리 죽는 것이 이쪽이었으면 하는 그러한 생각을 잠시.
백운도:난 아니야. 이 집 뭐 하는 집인지도 모른다고. (눈물 문지르는 널 보며 제 소매를 올렸다가 깨끗한 손톱을 발견하고는.) (...뭐야. 나도 어려졌네. ...아마 사고가 나기 전인가.) 하... 머리 아프네. (이어 소매로 네 눈가를 지긋이 누르며.) ...문지르면 안돼. 자꾸 빨개지잖아. (그러곤 네 시선을 따라 대문을 바라봤다가) ...얼씨구. 조그마한 게 죽음 타령을. ...아니, 작아서 더 무섭나. 그래서, 누군데. 누가 죽었길래 이런 집에 사는 애가 사는 게 걱정되기 까지 해.
도래솔:...? (한쪽 눈썹 올라간다. 의문 품을 때에나 나오는 특유의 습관이 지금부터 뿌리 내린 것. 물론 아는 이들은 도통 없지마는.) 그럼 무얼하러... (말꼬리 주욱 늘어진다. 제 눈가 누르는 소매를 거부할 생각은 없으나 따가운 반증 탓에 인상 구겨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 네. 않겠습니다. (순순한 답.) 온 생 죽은 이와 살아가는 이들의 집에서는 이상할 것 없지요. 작으나 크나 다를 것이 무어입니까? 나이 훨 먹은 이들조차 정신머리 어린 아해 같은 것이 다반사인 것을. ... 반대로 조막만한 어린 아해임에도 속에는 걸맞지 않은 속내 품을 수도 있지요. (힘 꾹 주어 두어번 끔박이더니 표정 갈무리한다. 텅 빈 무표정이나 되어 네 눈가에 둔 당신의 소매, 그러니까 손목 잡아 느릿하게 내린다. 붉은 눈가, 조금은 까진 채다.) ... 어라연히프제, 연이, 제 세상의 반쪽인 쌍둥이가... 무정한 이들의 농간 탓에 숨 달리 하였더랩니다. ... 어디서나 있을 법한 이별의 이야기지 않습니까.
백운도:(네게서 볼 수 없었던 표정 변화를 보며 옅게 웃었다가 순순한 답에 살짝 할 말 많은 얼굴로 작게 중얼거린다.) 참... 이런 애가 어쩌다... (한숨 쉬었다.) ...아니. 이상하거든. 이제 막 태어난 것처럼 생긴 애가 이런 얘기 하는 거. 속 깊은 건 참 좋은데. 너무 머리 굴리고 살면 나중에 성격 이상해진다. 내가 그런 놈을 하나 알아서 하는 말이야. ...걔 진짜 이상해. (네 손길에 얌전히 팔 내리며) ...어라연이면. (와...) 그게, 쌍둥이 이름이었구나. ...사이 좋았나보네. (입술을 짓씹으며) 어디서나라... 그러게 사람이 갑자기 죽는 거, 그렇게 특별한 일도 아닌데. 왜 그게 내 사람이면 세상이 무너질까. 안 그러냐. 그렇게 태연하게 말할 거면, 눈 다 까질 때 까지 울지나 말던가. 억울하지도 않냐. 무정한 놈들한테 복수는 안하고 왜 니가 죽니 마니 하고 있어.
도래솔:(웃었다가 말았다가... 대체 어디에서 이러한 반응이 나올 법 한가? 당신 관찰하는 듯 검은 눈동자가 약간 커졌다가 작아짐을 반복한다.) 일월성신께서 여덟의 년을 세었을 나이입니다. 그러하는 그대는 저와 별반 다름 없어 보이시온데요. ... ... 어느 세상에든 머리 제법 바쁘게 굴리는 이들 있는 법이지 않습니까. 그것이 도피처가 되어 잠겨버림을 택할지 어찌 알겠습니까. (글렀다. 싹부터 스스로 생각을 무한정 늘릴... 미래의... 혹은 현재의 성격 나쁜 놈. 멈추어버려 세상의 이치와 섭리 거부하던 머리가 다시금 느리게 굴러간다. 많아봐야 나와 또래가 미친놈을 만났나? 안타까운 아해다. 같은 답이나 스멀거리며 내다가) ... ... 제, 세상이 되어준 이였을 뿐입니다. (짤막하지만 나름 거대한 의미라.) ... 네. 갑자기 죽는 것은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내 사람이라는 의미는, 사람마다는 다르겠으나 무너진 세상만큼 그이에게 주어버려 내 자신 잃음과 동의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저는 그 아이가 밉고 세상이 밉고 동시에 운명이고 하늘이고 온통 것들이 미워 견딜 수가 없더랩니다. 복수를 무어에게 해야 합니까? 내 세상 가진 채 죽어버린 아해에게? 섭리라며 이를 받아들이고 돌고 돌아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 말하며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이치를 들이밀며 제게 순종을 요구하는 하늘에게? ... 결국은 어떤 것에게도 발길질조차 할 수 없어 홀로 썩어가는 작태임은 분명하지요. ... 어린아이의 특권입니다. 발길질을 하고 울부짖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야 마는 알량하고 작은 특권. ... 세상 잃은 이가 그것 좀 채워넣겠다는데 다 크고 오래 산 것들이 무어가 아니꼽다고 손에 쥐여주지 못하겠덥니까? (당신의 손에 있는 붉은 댕기 끝을 손 끝으로 쥔다.) ... ... 세상만사 아무래도 좋아졌으며 인간들 하나같이 탐욕적이라 하였으나 저 또한 다름 없는 생물이니까... 이해 정도는 해주시겠죠.
백운도:(시선을 쓸 피하다가) 아 여덟 살... (그럼 여기서 나가도 아빠는... 아, 됐다. 진짜로 기대했던 것도 아니잖아..) ...어... 맞긴, 한데. 보이는 걸로 판단하면 안돼, 꼬맹아. ...말 참 어렵게 해. 그러니까, 앉아서 머리만 굴리는 게 더 적성에 맞으니... 일종의 회피라는 건가? ...뭐, 그게 네가 사는 방식이면 말리진 않을 게. 미... 큼. 아니, 이상한 놈이라도... 뭐라도 살아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든, 난. (...자기 얘긴 지는 알란가 몰라.) 아... 뭐, 대신 죽겠다고 억지 부리는 게 어린애의 특권일 순 있지. 나도 그랬어. 이십.. 아니, 일 년 전 쯤엔. 다 밉지. 세상도, 가족도, 나도. 근데 전부 다 짜증이 나서, 죽어버린 그 사람을 제일 싫어했어. 내가 죽고, 그 사람이 살았으면 난 지지 않아도 되는... 남은 것들. 슬픔, 현실, 책임... 다 숨 막히더라. 이거 못살겠는데 싶을 정도로. ...그랬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댕기.) ...근데. 지나고 보면 그것도, 다 살고 싶어서 그런거다. 결국 내 살 길을 뺏긴 게 싫은 거야. 내가 무너진 세상에서 살기 싫은 거고. 복구하는 게 막막한거고. 웃기지. 인간이란 게 뼛 속까지 자기중심적이야. 죽은 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보다 나 앞으로 어떻게 살지, 가 먼저 떠오르다니. ...아, 네가 나랑 같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좀... 다 비슷하더라고. 그니까 탐욕적으로 굴거면 나처럼 돌아가지 말고 처음부터 제대로 된 곳에 욕심 부리는 게 어때. 솔직히 죽겠다는 게 인간의 탐욕..이랑은 좀 거리가 있지 않냐..?
도래솔:... ...? 무얼 그리 신경을 씁니까? 볼 일이라는 것이 밖에서 보아야 하는 일이라면 걸음 하시면 될 것을. (삐끔 열린 대문을 턱짓으로 가르켰다가 눈 가늘어졌다. 갈 겁니까?) .......... 말하는 형태로 보아서 제법 어르신 하나 꿀꺽한 듯 하지마는, 인간이라 함은 본디 시각적인 정보에 취약한 존재인지라... 저라고 다르겠습니까. 이러니 온통 가리고 대함이 낫지. (느리게 끄덕. 맞다. 일종의 회피이니.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부딪혀 깨짐 보다는 안온을 택하고 말.) ... ... 살아 있어야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저라고 모르지 않습니다. 그게 사람 백의 목을 베어낸 이일지라도 달라지지 않을 명제겠으나... 제게 생과 사는 큰 차이가 없는지라. 숨 붙어있고 죽을 이유 이보다 큰 것 없으니 살아있을 뿐이에요. (입술 달싹. 어디까지 이야기 해도 좋은가? 도통 알 길이 없다. 사람 대한 적이 있어야지. 또독, 옆으로 기울어진 고개. 응망하는 눈에 깜빡임 한 번 없다.) 네. 지금 저도 그대의 말대로 그러합니다. 단지 제 것을 제가 내어놓은 것이 아닌 빼앗긴 것이 분하고 속상하며 열 받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 당신을 본 것을 찰나기에 무어라 말할 수 없겠습니다마는... (댕기 끝 긁던 손이 올라가 당신의 소맷자락 잡는다.) 길 모릅니다. 앞길 한 치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 숲자락에 있는 탓에 그러합니다. (차라리 죽었으면 나았을 것을.) 제대로 된 곳이라고 하여보았자 세상이 온통 잿빛에 물욕 또한 존재치 않으며 숨쉬는 모든 생이 죽고 죽이는 작태가 역겨운 터라... (잠시의 뜸.) 그대는 무어에 욕심을 부리고 있습니까? 손에 쥘 수 있는 물질? 허상의 단어로만 존재하는 것들? 혹은, 그 모든 것인 인간? 또는... 자기 자신이라던가. (뭐, 마지막으로 안 보인다마는.)
백운도:음, 아냐... 저 밖에 나가도 없어. 지금은. (한숨 쉬며. 안가.) ...어르신 꿀꺽. 그, 그렇게 까지 나이를 먹은 건 아닌... 지금 뭐하냐 나.. (머리를 헤집으며) 그냥 대충 뭐 아저씨 귀신 씌인 애라고 생각해라.. 그런 거 많이 보지 않나? 아마, 비슷... 할걸? (내 몸이긴 하지만...) (고개 끄덕이는 네 머리 두어번 두드리고서) ...어릴 때부터 크기도 하네. ...하는 말 참 살벌하다. 이쪽 분야 애들은 원래 그리 삶에 집념이 없냐. 다른 사람들은 없는 이유도 만들어서 살던데. 이상해. 왜 차이가 없는데. 하고 싶은 게 없어서? (말하고서 올려다보며 널 따라 고개 기울였다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딱히, 내 말에 설득되어 줬으면 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 빼앗겨서 죽고 싶다는 건 너무... 아깝잖아. 앞으로 네 손에 뭐가 더 들어올 줄 알고. (소매자락이 잡히자 잠깐 손아귀에 힘 들어갔다가.) ...길. 뭐, 어차피 다들 자주 잃어버리더라. 걔들한테도, 지금 너한테도 내가 알려줄 수 있으면 좋았으려나. (소매를 잡은 네 손을 반대쪽 손으로 떼어내더니 그 손에 댕기를 꼭 쥐어주며) ...그런데 나도 모르겠다. 찾을 시간이 없어서 못 찾을 엄두도 못 냈어. 세상은 여전히 계속 잿빛이고, 물욕도 없고. 그래. 산다는 건 참 역겨운 일이야. 아마... 네 세상도 계속 그러려나. ...그랬으려나. 그래서. (입술을 물었다가) 하... 됐다. 지금 너한테 말해 뭐하냐. ...아무튼. 그래도 살았으면 좋겠다고. 길 하나 못 찾아주고, 같이 걷지도 못하지만. 그냥 내 사람들이 계속 이 땅에 발 붙이고 살았으면 좋겠어. 이왕이면 웃으면 좋겠지만. 울어도 되고 무너져도 되니까. 멈춰있는 날 두고 계속 어딘가로 흘러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게 내 욕심이야. 진짜... 세상 지독하고 고약한 욕심이지.
도래솔:지금은, 이라면... 예전에는 있었다는 말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결국 잡지 못하여 손틈 사이로 빠져나갔고. (지레짐작. 형태가 같나? 그것은 잿빛 세계에서 멈추었던 숨 뱉어낸다.) 그리 변명 하셔도 제 눈에는 저희 집 어르신들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탓에. ... ... 구마라도 해야겠습니다. (치면 낫나? 소매 속에 가려져 있던 반대 손 쥐었다가 핀다. ... 힘조절이 안 되는데, 아직. 동시에 어머니의 노성을 기억하고 그만둔다. ... 이 애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데 손 올리면 곤란하지 않겠나. 머리 도르르 굴리다가 제 머리 두드리는 손에 꿈빡.) 이쪽 분야라고 해보았자 우물 안 개구리가 알 턱이 없으나 생과 사 중간에 서 있는 이들이 삶에 대한 미련이 강하다면 그것은 무언가의 이유가 필시 있지 않겠습니까. 죽은 이와 소통한다면 그들이 산 자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 정도는 쉬이 알 터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무게가 가벼워지곤 하는 것이지요. ... ... 하고픈 것이라고 해봤자 이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데 무얼 시도하며 도전하겠습니까.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고 아무리 발버둥 쳐보았자 바뀌는 것은 하나 없던걸요. 무의미하여 그만두었습니다. 감정 쓰기도 싫고... 힘 빼기도 싫은 탓이겠지요. (아까운가? 미래에 대체 무슨 기대를 하길래... 순응하는 법만을 익힌 이이기에 의문만이 피어난다. 무수히 꼬리에 꼬리 물고 피어나는 의문 갈무리하며 손에 쥐게 된 댕기 내려다 본다.) 그대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길 없으나 원한다면 그리 되면 됩니다. 그대의 말을 빌려 비슷하게 해보자면... 과거에 할 수 없었다면 미래에 하면 그만 아닙니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닐 것이면서 무얼 내려놓아요? 무어가 그리 당신을 몰아세운답니까. 세상이라는 것이? (제 머리 묶었던 푸른 댕기 풀고 쥐고 있던 붉은 댕기로 묶어낸다.) ... ... ... 무얼 기억하고 있는지 전 모릅니다. 무엇을 비추어 보고 있는지도 알 수 없으나... 그건 과거시 입니까, 미래시 입니까? 제 세상이 바뀔 일은 없으나 한 겨울에도 꽃은 핍니다. 그것이 동백이든 복수초든 큰 다름은 없겠다마는... (... 왜 이런 말이나 하고 있는지. 말 고른다. 허튼 소리 하지 않도록. 상대는 자신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자신은 모르니까.) ... 수명 다하여 죽는 것이 아니라면 지옥에도 나락에도 가지 못한다 하였습니다. 차라리 죽음을 달라 외치지만 스스로의 발로 죽음에 들어갈 생각은 도통 없고, 생에 욕심 또한 없으나 살아 있으면 살아가긴 하겠지요. 그것이 당신의 욕심이라면 한껏 부려요. 본디 욕심이란 타인에게 강제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뭐 어떻냐는 소리입니다. 흐름이 있다면 정지 또한 있지 아니하니 그대도 멈추어 있을 수 없을 터이니 눈 감고 올라탈 생각이나 하시기를.
백운도:뭐어...... 그렇지. 그래, 네 말그대로 예전이고. 이미... 놓쳐버린거야. 그러니까 안가. 지나간 걸 좇을 정도로 미련하진 않고 싶거든. (그 예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다가) ...엑. 그, 여기서 구마되는 건 곤란한데. 좀.. 봐줄래. (작고 약한 애는 때리지 말라고 안배웠나.. 네 시선에 어정쩡하게 손 내리며.) ...뭐, 본질은 다를바가 없겠지. 다들 어느 적엔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았을 것들 아냐. 똑같아. 그것들은 다수가 이기적이고 그래서 살아가고 싶어해. 하고 싶은 게 있거나, 후회하는 게 있어서거나. 그런데 그렇게 당장이라도 행동할 수 있는 것과 기회조차 없는 게 어떻게 같아. ...그러니까, 미래라도 보고 온 것처럼 건방진 소리 말라고. 어차피 너도 결국 인간이라면 산다는 건 발버둥 치는거, 그게 하나가 전부니까. 처음부터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거 아니야. 해볼 수 있는 게 그거 밖에 없는거지. 그러다 어쩌다 한 번 성공하면 재미 좀 보는거고. 안그런가. 넌 아직 뭐라도 할 수 있잖아. 그게 서글프든 원치않았든 어쨌거나 살아있잖아. 숨을 쉬고, 만져지고, 말이 통하고. ...반응이 돌아오잖아. 그럼 뭐든 할 수 있다고. 죽은 사람은 못해, 그런거. ...이미 알겠지만. ...몰라. 그냥... 적어도 내 생각은 그래. 가버린 사람... 대신하는 마음으로라도 살아. 말했듯이, 아깝잖아. 어차피 죽을 때까지 살아야하는 거면 오늘인지 내일인지도 모르고 죽은 듯이 사는 것 보다야 뭐 하나 재미라도 보면서 사는게 낫지 않겠니. 족히 몇십 년은 더 살아야하는데. 그렇게 흐물학게 사는 거. 그건 그것대로 힘 빠지는 일이니까. ...밖은 또 왜 못나가. 몰래..도 못 나가나? 문.. 열려있는데. (이제야 대문 쪽을 돌아보았다. 저 밖의 풍경이라고, 뭐 다를 게 있겠냐마는... 역시 가만히 있는 것보단 뭐라도 시도해보고자 하는 것이 성미에 맞아서.) 엄... 딱히 뭐가 날 몰아세운 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몰린 것처럼 보였나. 세상은 그냥 흘러가는 거지. 항상 그렇듯 매정하고 칼같이. ...이제와서 원한다고 해도, 이미 못한 건 못한 거고. 또 내가 아직 못하는 거니까. 아쉽게도. (능숙하기도 하지...) 아하... 시제가 안맞았나. 그럴듯하게 말하는거 어렵네. ...뭐, 과거인지 미래인지 알면 대답 해줄 수나 있냐. 지금 너는 대답 못하는데. (그럴싸한 변명하나 없이 뻔뻔히 말하던 얼굴이 이어지는 네 말에 잠시 구겨진다. ...저 말이 거짓은 아닐것이다. 그래. 적어도 제가 보아왔던 그는 분명 그런 사람이 맞았다. 생에 미련은 없어도 스스로 죽음으로 기어 들어갈 사람은 아니었고, 그렇게 그라는 사람을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렇다면 제 앞은 건 누구인가.) ...웃기는데. 이거 진짜 희대의 사기꾼 아냐. (작게 중얼거리며 헛숨을 내뱉더니.) 아.... 뭐, 맞는 말이야. 욕심은 강제하라고 있는거지. 그래서 그래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네. ...걱정마. 이 욕심만큼은 처음부터 포기할 생각이 없었거든. 아무리 이보다 이기적일 수 없다는 말을 들어도. ...그럴까. 만약, 십여 년을 제자리에서 맴도는 기분이라고 해도. 그래도 흐르는 거라고 볼 수 있어?
도래솔:... 미련인가요. 과거를 놓치 못하고 박제됨보다 미련함은 없다지만 그것마저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그대가 돌아보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 또한 방법이 되겠지요. 길은 수없이도 많기에. ... ... 구마를 원하지 않는 이도 있다곤 처음 들었습니다. 물론 저도 말 뿐이니 너무 긴장하지는 마십시오. 구마 또한 폭력이며 이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하고 싶은 일도 아니고. (다시 이어지는 빠른 깜빡임이다. 맞는 소리를 내는 당신의 모습이 어쩐지 낯 익으면서도 어색하다. 저가 지금까지 홀로 생각해오던 것을 시원하게 긁어두는 기분이라 그러한가? 마냥 홀린 듯 듣고나 있다가 다시금 제 벌건 눈가 문지른다.) 실로 그러하며 옳은 소리임을 압니다. 하고픔의 기회는 불평등하고 스러진 이들에겐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 것이지요. 산다는 것이 전부이며 당신의 의견에 큰 반박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를 부정한다면 스스로도 부정함이 되기에 부정 한 점 뱉을 일 없을 것입니다. 죽을 이유가 살 이유보다 많이 꼽히지 않으니 살아있는 것이긴 하다만 구태여 제 힘을 들여 목숨 끊지 않습니다. 누이의 한 푸는 것은 남은 제 일이니...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 더 묻겠습니다. 죽음 이후에서야 가치를 인정 받으며 죽음으로서 기억하는 이들이 있는 삶이라면... 삶이 낫겠습니까, 혹은 죽음이 낫겠습니까? (아, 대문. 힐끔 보았다가 어깨나 으쓱인다. 별 일 아니라는 듯.) 귀가 제법 빈번히 나돌아다니기에 그러합니다. 신가물이 귀와 마주하면 몸 빼앗겨 심각하면 사고로 죽을 수도 있으니 미연에 방지하는 겁니다. 귀 들려서 집안에 피해 줄 생각도 없고... (말 주욱 늘린다. 죽음을 논하나 자살희망자는 아니기에.) 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이라고는 합니다. 적어도 제 눈에 당신은 자신이 살기 위해 필사적인 사람이라서요.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보통은 이리 자신을 채찍질하고 무언가 이상으로 짐 지워가며 스스로의 뒤를 끊어버릴 일은 없다고 들었는데. 물론 사람을 많이 보아온 것은 아니기에 장담은 못합니다만... 정말 적어도 당신 같은 어린 아이가 이러는 것은 세상이 빌어처먹게 비정한 탓이 되겠습니다. 하여간 어린아이가 어린아이답지 못한 세상은 쓸모가 없군요. (내가 대답을 못하나? 피어난 의문 갈무리하여본다. 지금까지 피어난 의문이 하나, 둘 셋... 물에 먹 푼 것처럼 퍼져만간다.) 네. 흐릅니다. 그것이 필연이며 숙명이기에 그러하지요. 인간은 미래로 향한다 말하며 현재에 멈출 수 없고 모든 것이 과거로 변합니다. 죽고 싶지 않다 말하며 죽음으로 걸어가지요. 제자리에서 멈추었다고 생각을 한다 하여도 그대는 멈추지 않고 걸었을 겁니다. 그것이 설령 정말 같은 곳을 도는 것이었다고 하여도... (손가락 들어 허공에 작은 원 그렸다.) 결국 물도 흐르고 흘러 바다로 갔다가 하늘로 올라가 다시 비로 떨어집니다. 멈추어 나아감을 포기하고 미래로 향함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면 그대는 흐르는 자이매, 수고하였다는 소리 듣기 충분한 이라 봅니다.
백운도:.......뭐, 이것도 일종의 미련이지. (네 말에 동의한다는 듯 넌지시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까진 안했어! 좀. 당황한거지. 애초에 네가 진짜로 나 때릴 거라고 생각 안했어. ....뭔데, 그 표정은. 내 말 웃겼나...? (살짝 곤란한 표정으로 널 힐끗 바라보다가 이어지는 말에 안도하며) 네 말 맞다는 얘기를 참 길게 해... 그래그래, 네가 한 말 꼭 지켜라? (...이런 멀쩡한 사고는 갖고 왜 그 미친 짓을 했느냐고 물을 수도, 따질 수도 없으니 환장할 노릇. 만나면 뭔가 답답함이 해소 될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거 원... 머리만 더 복잡해져가는 꼴이다.) ...그래. 뭐라도 할 일이 있는 건 다행인가. 누이의 한이 뭐였는데. (이어 질문이라는 말에 살짝 고민하다가 이해가 가지않는 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기울인다. 그래봐야 8살의 둥근 얼굴이겠지만.) ......그게 뭐야. 내가 잘 이해한 건지 모르겠는데. 죽어야 인정해주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앞에서. 죽음이 낫냐, 사는게 낫냐를 물은.. 거지? ......어, 그런 사람들 인정 진짜 알게 뭐지. 살아있는 건 기억 못해? 뭐 선택적 기억력... 그런건가. 음, 물론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다지만. 난 당연히 사는게 나은데. 살다보면 그런 사람들 말고 살아있는 걸 기억해주고 인정해주는 사람도 만나지 않으려나. 가능성이야 낮아도 죽었을 때보단 있겠지. (네 말 말똥히 듣다가 눈을 굴리더니.) ......신가물. 뭐, 듣던대로 이래저래 복잡하구만. 그래도... 음. 어린애인데 좀...답답하지 않나. 있잖아, 만약에 안 마주할 수 있다고 하면. 넌 나가고 싶냐? (......자신의 나이도 8살이면 아마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잠깐. 아주 조금 정도는.) ...허, 세상 혐오가 이때부터 진행형이네. 참나. 세상 탓 아니야. 내가 선택했어. 어린애도 지키고 싶은 건 있잖아. 죽어도 내주기 싫은 거. 나만 뺏긴 것도 아니고, 붙잡는 다고 붙잡히는 것도 아닌데. 억지를 부리다 이리 살지. 다 욕심도 겁도 많은 자기 팔자려니 하고 살아. ...그런데 괜찮아. 들고 갈 짐이 많아도 없어도 살다보니 다 살아져. 살만했어. 날 몰아가는 게 세상이었어도, 날 살아가게 하는 것들을 만나게 한 것도 세상이라. ...끝내 고맙다고 못한게 아쉽지만. (그저 의아해 보이는 널 보고 바람 빠지 듯 웃었다가.) ......흐르는구나. (네가 보는 나도 흐르고 있었나? 그리는 작은 원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자니 어쩐지 울컥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같다.) 그렇지. 그것도 흐름이니까. ......좀 우스워졌어. 어린애한테 수고했다는 얘기 듣고 싶던 건 아니었는데. 그런데 그냥, 안 들은 것 보단 괜찮네.
도래솔:이상한 곳에서 믿음이 있으십니다. 저도 사람을 칠 수 있는데. 절 믿는 것인지 아니면 초면에 사람을 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본적인 상식을 믿으시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마는. ... 웃기다는 것을 제대로 모르는 탓에 무어라 답을 해드릴 수는 없지만, ... 웃기다 보다는... 나름... 속 시원했다 하겠습니다. (하관 문지른다. 길게 했던가? 짧게 말하라고 하면... 무어라 해야 할까 ... 보다 저의 앞에 있는 이가 퍽 복잡해 보이기에 손 느리게 흔들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느냐며 툭 뱉기도 하고.) 학당이라는 곳에 가 친구라는 것을 사귀어 보고 싶다 하였습니다. 일반 학교에 가는 것은 위험하니 비슷한 이들이 있는 곳에라도 가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묵묵하던 낯빛이 약간 어두워진다. 미간 찌푸림도 더해졌던가. 그러니까... 그딴 곳이 무어가 좋다고. 의 뜻이겠다.) 가끔 있습니다. 죽은 뒤에서야 다른 이들의 기억 속에 남는 이들. 살아 있다면 언젠가 흐려지겠으나 죽어서 기억에 영원히 박혀 살아가는 이들요. ... ... 인정이라 함은 유대감의 시발점인지라 원하는 것이고. 자기 잘난 것을 홀로만 잘났다 알면 무어가 된답니까? 결국 이방인이 아니라 속해 있음을 느끼고 싶다는 소리예요. 죽어서 가치 높아지는 위인들이 대부분이듯...-. 희망이라도 품으라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가져본 적 없는 것인지라 어렵습니다. ... 그래도, 그런 것이 있겠구나 정도는 생각을 해보겠습니다만 생길 것 같지는 않군요. (부정 툭 뱉는다. 고집쟁이의 되지도 않는 고집이다. 그래도 가능성의 문은 열었으니 고집 끄트머리 꺾어본다는 소리다.) 새장의 새는 새장 밖의 자유를 죄악이라 여깁니다. 우물 속 개구리에게 바다를 알려주지 말라고 하는데... 그대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 ... (그래도...) ... ... 밖은 평안과 평화와 안온함을 끊어내고 문을 열어 달려나갈 정도로 황홀하덥니까. 책 속의 이들은 하나같이 자유를 동경하여 기회 잡아채고 뛰쳐나가던데... 보장되지 않는 모험이 지금 누리는 것을 깨버릴 정도로 중요할까요? (그냥 묻는 겁니다. 가볍게 덧붙인다. 바다라는 것이 그렇게 아름답다 하던걸. 소라껍질을 귀에 대고 있으면 들려오는 소리가 광활히 들려오는 곳이라 하였다. 투명한 물이 정말 짤까? 바닷바람은 정말 소금기 먹고 습윤할까? ... 허락 못 받았는데. 손 마주 잡고 꼬물거린다.) 그러하십니까. 세상이 그대의 숨통 틀어막고 사멸하지 않았군요. 세상이 거칠고 척박함에도 피어나는 싹이 있으니 굴러가는 것이고... 그대는 잘 자랄 싹인듯 합니다. 살다보니 살아지고 익숙해지면 무어라고 못할 것이 있겠습니까. (누구를 위한 고마움인가. 사람? 저들끼리 엮으며 움직임 이어가던 한 손 뻗어낸다. 아직은 작고 보드라운 오른손으로 당신의 머리를 두어번 도닥인다.) 장한 아이. 수고하였습니다. 어린애가 어린애에게 하는 나름의 격려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비슷한 일들이 있을 터인데 잘 해나가겠지요. 누군가의 온기는 힘든 때를 이겨나가기 참 좋다 합니다. (물론 전 싫어요. 단호히 덧붙이는 마지막 말.) 이러니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 하죠. 혼자서는 온기를 느낄 수 없으니까.
백운도:음. 글쎄... 칠 수 있는 거랑 진짜 치는 건 다른 건데. 넌 생각까지만 하는 것 같아서. 방금도. ...그냥. 나한테 보이는 너까지만 믿는거야. ......오. 음. 웃기는 걸 모른다고. 뭐야. 이 집안은 대체 애를 어떻게 키우는 거람... ...그, 러냐. 음. 네 속이라도 시원했다니 다행이네. (제 눈 앞에 흔들리는 손을 잡아내리며 헛웃음 뱉는다. 저도 생각 많은 것은 똑같으면서, 뭘.) ...... (학당에 대한 이야기에 앞 뒤의 맥락이 빠르게 맞춰져간다. 잠시 말을 잃었다가) 그럼, 네가 학당에 갈거야? 그 애 대신에. (얼씨구.. 이거 어지간히 마음에 안들었네.. 네 표정을 보고 알만하다는 얼굴로 네 미간을 톡 건들고서) ...뭐, 기구한 인생이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도 안된다, 같은 말은 안하겠지만. 죽어서 살아간다는 게 좀... 애초에 성립이 안되는 말 같은데. 결국 의지만 남아서 누군가의 기억에 기생하면서 존재하는거 아닌가. 서럽지 않나. 그걸 누가 산다고 칭하겠어. ......그리고 그렇게 유대감 쌓을 수 있다고 누가 그러든. 유대감의 시작에서부터 본인이 없는데, 그게 되겠냐. 사람은 원래 많이 포기하고 많이 가릴 수록 외로운거야. 결국 그 사람들이 진짜는 끼워주지 않을 거란 걸 확인하는 셈 밖에 안된다고. 외로운건지 무서운건지는 몰라도, 그런건 임시방편이나 흉내내기에 지나지않아. ......어, 맞아 그거. 원래 어려운게 맞는데. 그래도 희망을 가지세요, 어린이. 애초에 유대감이라는 건 상대가 믿어도 네가 안믿으면 도로묵인건데. ...와. 고집하고는. 뭐, 됐다. 믿을 만큼만 믿으시든가. 내가 말로 설득하건 적성에 안 맞나보다. (한숨을 푹 쉬고는) ...새는 원래 새장 밖에 사는 거잖아. 평생을 새장 속만 알던 새는 그 밖이 죄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선 그게 왜 죄냐는 소리부터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개구리는.... 원래 바닷물에 닿으면 안되니까 굳이 싶긴- ......아니, 넌 사람인데 자꾸 그런 비유를 하냐. 넌 인간이잖아. 선택할 권리가 있지. 지능도 있고. 그럼 알려는 줘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선택지도 있다고. ...이 안에 있는 게 온전히 네 선택이라면 할 말 없지만. 아니라면 무슨 이유를 대도, 그냥 갇혀 사는 것 밖에 안되니까. (대문 너머로 시선을 돌리면서.) ...뭐, 밖이라고 대단히 다른 세계가 펼쳐져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뭐가 좀 많은 게 다야. 물도 공기도 사람도 가능성도. 여기보단 넓어. 그게 어떨 땐 지옥같다가, 또 어떨 땐 동화같고... 네 눈엔 또 다르게 보일 수도 있고. 가치 판단은 남이 대신할 수 없는 거니까. ...그러니까 궁금하면 직접 보고 판단하지 그래. (꼼지락대는 네 손가락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그냥 묻기는. 얼굴에 첫 여행소식을 들었던 적 나와 다름없는 호기심을 머금고서.) 뭐... 난 세상을 굴러가게하는 것엔 관심도 없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엔 더 없어서.. 퍽 잘 자라진 않, ...을 것 같지만 말이야. (머리에 닿는 손길에 잠시 굳었다가 이어지는 말에 눈을 꾹 감았다 뜨며.) ...그래도. 가끔은 그런 얘기도 듣고 싶었나봐. 어린애가 나름하는 격려라도. 고마워. 여러모로. ......너도 잘... 음. 나름 잘 자랄 거야. 갑자기 튀어나온 애한테도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꽤 다정한 사람이니까. (나도 싫은데. 라는 말은 애써 삼키려다가) ...그럼 온기가 필요없다는 너랑 나는 뭐 반사회적 동물이냐. 하기야, 그래. 사람들끼리 모여서 꼭 온기만 나누는 건 아니니까. (제 머리 위에 얹힌 손을 내려잡으려다가, 멈칫하더니 소매를 꾹 내려 손을 감싸고서 다시금 내민다.) ...내가 사람된 도리로서 도움을 줄게. 다음은 장담 못하지만... 이번 한 번은 안전하게 나갔다 올 수 있게 해줄 수 있을거야. 선택은... 그자 네 몫이고. 다른 사람의 허락은 필요없어. 자, 어떻게 할래?
도래솔:혹시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십니까? 독심술이라던가. 어째 저를 정말 잘 안다는 듯이 말씀을 하시고 대부분이 맞는 듯도 같습니다. (순순히 끄덕. 인정하였다. 이 어린애는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얼굴에 의문이 가득 피어냄을 숨길 생각 따위 없어 보인다. 어차피 알 거 아냐? 어린 탓도 있고 표정 숨기지 않는 이인 탓도 있었으리.) 나름 사랑 가득 받고 지냈습니다. 앞으로도 그러겠지요. 단순히 제가 이해를 하지 못함에 가까운 거예요. 알아야 공감을 하지 않겠습니까. (끔박. 잡힌 손 슬며시 흔들어보다가) 네. (짤막하지만 느린 답 낸다.) ... ...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고 싶고 들어주고 싶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러할 겁니다. 살면서 친구 하나 가져본 적 없어 잔뜩 기대하고 하고프던 것들 늘어놓던 이가 허무히 가버려 남은 한이 누이를 더럽히지 않길 바라요. 많은 이들이 누이를 알고 기억하였으면 하는 것 뿐입니다. (웃, 반사적으로 눈을 꾹 감으며 상체 뒤로 물린다. 나 방금 찌푸리기라도 했나? 더듬... 미간 누르다가) ... ... 죽음 이후를 기약하고 돌아올 것을 약조함이지요. 신 되어 돌아와 평생을 함께하고 같은 것을 느끼고 공부하는 것을... 유대라 생각합니다. ... ... 적어도, 상대가 절 먼저 놓아버리는 일이 없을 거잖습니까. 본디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으며 온통 싫은 것 뿐이라 적어도 인간 사이에서 유대감 얻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핏줄 이어진 집안에서조차 뚝 떨어진 이방인이었던 이가 세상 나간다 하여 갑자기 달라질 일도 없을 것 같아서. ... ... 흉내내기는, 나쁩니까? 나름의... 노력인데. (이해할 수 없으니 겉껍질이라도 뒤집어 써보겠다는 뜻인가. 희망이 무어일까. 네가 그렇게 말을 한다면... 이해를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러한 척이라도 해보겠다가 되려나. 흉내를 낸다면 언젠간 그것이 진짜가 되지 않으려나. 속 빈 무언가라도... 진짜가 될 수 있나. 잘 모르겠다. 입술 오물거리기나 했다.) ... ... 네. 알아요. 압니다. 갇혀 사는 것밖에 되지 않음도 알지요. 제가 말하는 것은... 갇혀서 이 작은 연못이 가장 큰 못이겠다 생각하며 지냈으나 바다라는 것의 존재를 듣고 깨달아 그것을 보지 못함을 절망하여 목숨 끊은 이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그게 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본디 지식을 탐하는 욕구가 큰 탓에 순응하는 것으로 싹을 잘라버렸는데... (말 주욱 늘린다.) ... 신을 받기 전에는 자유가 존재치 않으나 신은 제 원수나 다름이 없는 존재요, 그들을 받아들이라 함은 누이의 목숨 앗아간 이와 동거동락하며 그들을 받들고 함께 살아감을 뜻하는데... ... 제가, 그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차라리 미쳐버리고 말겠다. 그렇지 않아도 사납던 눈매에 힘 들어간다. 커다란 검은 눈동자가 조금 더 커지니 유리체의 면적 줄어든다.) 자유를 탐함은 원수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시작일지언데.... 제가 제 의지로 할 수 있을 것이라 보십니까? 그대는 저보다 저를 잘 아는 듯 하여 우스갯소리로 묻는 겁니다. (복슬한 머리칼 조금 더 만지작, 손가락에 엮어보다가 내린다. 다정한가? ... ... 입꼬리 주욱 올라간다. 작게 벌어지는 입, 속에서 날카로운 치열이 허옇게 자리한다. 옳지. 네 속의 나는 다정한 이가 되었구나.) 적어도 저는 반사회적인 사람이 맞는 듯 하지만... 그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니 아니라 하겠습니다. 뜨뜻한 온기보다는... (저도 긴 소매 내려 감싸더니 당신의 손 꾹 잡아낸다. 물론 두어번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 ... 안전하게 돌려두십시오. 홀로 두고 가시면 대대로 원망하겠습니다.
백운도:...그런게 있었으면 여기까지 오는 미친 짓은 안했겠지. 그냥 감이야. 인간은 자기한테 해인지 아닌지 본능으로 알잖아. ...그런 류. (의문이 그대로 내비치는 네 얼굴을 보며 다 커버린 너의 얼굴도 이랬을지 생각한다. ...한 번도 궁금해한 적 없었는데, 지금은 좀 궁금한가. 네 맨얼굴...) ...자신감 하나는 진짜 좋다. ...뭐, 너무 진지하게 살면 알기 힘들긴하지.. 그런데 어차피 머리로 이해를 한다고 해서 공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닐텐데.. 할 필요가 있나. 몰라도 돼. (어깨를 으쓱이고서 순순히 네 손 놓아주며) ...그래. 그러냐.. 내 동생도 그랬는데... 그 또래한텐 어떤.. 환상 같은게 있나봐. 이해는 못했지만. ...아무튼 그런게 중요한건 아니지, 우리한텐? 중요한 건 그 애들이 그걸 바랐다는 거고, 우리가 그걸 이뤄주고 싶다는거고. 그러기 위해 살아있어야한다는 게 너한테 중요한거고. 그렇게라도 살아야한다는 게... 나한테 중요한거지. ...그러니 그렇게 해. 망설이지 말고.. 넌 많은 이들이 네 누이를 기억하게 할거야. (네가 눈을 감은 사이 짧게 미소지었다가 금세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와 널 바라봤다.) ...신인가. 역시 무당될 팔자들은 사고가 되게... 독특한데. 뭐. 틀렸어. 잘못 알고있다고, 유대감. 거의 반강제적으로 널 놓아버릴 수 없도록 만드는게 유대가 돼? 연대면 몰라도.상대가 자유로이 선택한 게 너일 때 그 유대에 의미있는거 아닌가. ...그런게 외로울거라고. 손에 쥔거 없이도 상대가 곁에 있을거라는 확신은, 평생 없을 거니까. 나라면 가능성 없는 일에 목숨 투자 안해. (-라며 말을 이었으나 곧 멈춰서 고민하더니) ...하지만 네 방식이 틀렸다고 할 순도 없지. ...안 나빠. 흉내내기도. 네 노력도. 그렇게 해서 살 수 있다면 그건 오답은 아니라고 생각해. 당장에 네가 살고, 그다음에 더 나은 방법을 다시 찾아. 그런 식으로 이어가다보면 언젠가 웃을 날이 온다는 말을 믿거든. ...그런데 이 모든 건 다음이 있다는 전제니까, 수단으로 죽겠다는 선택은 집어넣어라. 그건 영락없는 오답이야. 알겠어? (팔짱을 끼고 잠깐 미간을 찌푸리며 널 노려보는 것도 같더니.)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그건 그런 이야기인거고... 넌 안 그러면 되잖아. 바다를 왜 못봐. 눈이 멀쩡하게 있는데. 일단 보고, 다시 보고 싶으면 또 보러 가. 보러 가면 돼. 저기로. (대문을 짧게 가리켰다가) ......뭐, 나도 감정이라는 게 있으니 이해는 하지만. ...살아있는 인간은 생각보다도 못하는 게 없거든. 그러니까, 너도 할 수 있을거야. ...이용한다고 생각하든, 합리화를 하든, 용서를 하든. 그 방식이야 어찌 됐건. 이건 내가 널 몰라도 이건 말할 수 있어. ...당장은 불가능하다 말하고, 내 말을 믿지 않아도.. 넌 조금씩 나아 질거야. ......완전히는 아니겠지만. 살아간다는 건 그런 거야. 그러니 조금 더 잊히고 조금 더 멀쩡해지거든, 그때 냉정하게 잘 생각해봐. 어느 쪽이 더 이득인지. 남는다면 넌 변함없이 곪을 테고. 나간다면 부딪히든 엎어지든 흘러갈 테지. 영원히 연약한 8살로 살긴 싫을 거 아니야. ...누이 한도 풀어주겠다며. (미안한 표정으로 기어코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고는. 네 손길에도 얌전히 머리 내어주다가) ...얼씨구, 좋냐. (네 미소에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린다. 조금 귀엽... 다는 말 취소.) ... 뭔 부정이 이래. 아니라 할거면 시원하게 아니라고 해주지. (투덜거리면서도 네가 제 손을 맞잡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어린아이가 낯선 일 앞에서 망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므로.) ...속고만 살았나. 의심도 많아. 내가 널 버리고 가서 뭐해... (대답하고서 곧이어 제 호랑이 식신을 불러내더니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의 귀에 무언가 몇 마디를 속삭인다.) ...감사해요. ...야, 같이 가주신대. 가자. (네 손을 붙잡고 대문을 향해 발을 돌린다.)